낙화암 그늘에서 사라진 왕국을 보다 부여 낙화암 &고란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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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책없는 봄볕이 흐린 강물 위로 사정없이 내리꽂혔다. 유람선이라는 말이 무색해 보이는 허름한 뱃전에 오르자 낡은 스피커에서 오래된 유행가가 흘러나왔다. `백마강 달밤에 물새가 울어…`. 계모임의 일행인 듯한 중늙은이는 낮술 한 잔 걸친 불콰한 얼굴로 손장단을 맞춰가며 구성지게 가락을 꺾었다. "…저어라 사공아 일엽편주 두둥실 / 낙화암 그늘 아래 울어나 보자"에 이르러서는 아예 합창이 돼 백마강가에 울려 퍼졌다.
늦봄에 만난 백제 고도 부여의 모습은 초라했다. 신파였다. 옛 영화를 말해주는 화려한 유적은 차치하고, 켜켜이 쌓였을 세월의 흔적도 찾아보기 드물었다. 가는 곳마다 어디든지 울컥울컥 밀려들던 서글픔이 백마강가에 이르러서 마침내 목젖을 치밀고 올라왔다.
이 것인가. 이 것이 사라진 왕국의 운명인가. 한 시대를 호령했던 그 화려했던 왕조의 꿈은 어디로 가고, 봄볕 아지랑이처럼 가물거리는 전설같은 이야기만이 무심히 흐르는 강물에 떠다닐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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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마강 고란사
5세기 후반 백제 중흥의 발판을 마련한 무령왕에 이어 그 아들인 성왕은 도읍을 사비로 옮기며 국가 중흥의 원대한 꿈을 펼쳐 나갔다. 뒤를 이은 위덕왕ㆍ무왕ㆍ의자왕에 이르는 동안 백제는 최강의 국력을 자랑하며 찬란한 백제문화를 꽃피웠다. 이에 신라는 단독으로 백제에 대항하기가 어려워지자 당나라와 연합해 백제와 대결하기에 이르렀고, 결국 의자왕 20년(660) 사비성은 신라ㆍ당나라 연합군에게 함락되면서 백제는 역사 속에서 사라져갔다.
백제의 흥망성쇠를 말없이 지켜본 백마강. 백마강은 금강의 일부분이다. 부소산을 휘돌아 도는 16km 구간을 백마강이라 부른다. 당나라 소정방이 부소산성을 공격할 때 안개가 자욱해서 강을 건너기 어려웠다고 한다. 그 때 사람들이 이르기를 백제의 의자왕은 낮에는 사람으로, 밤에는 용으로 변해 있어 안개가 걷히지 않는 것이라 했고, 그 말을 들은 소정방이 백마의 머리를 미끼로 삼아 용을 낚아 올리자 짙은 안개가 걷히고 백제를 칠 수 있었다고 한다. 그 때부터 부여를 감돌아 흐르는 금강을 백마강으로, 소정방이 용을 낚았다는 바위섬을 조룡대로 불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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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화암
조룡대의 전설을 뒤로 하고 백마강 남쪽으로 이동하는 유람선은 비운의 역사 현장에 닿는다. 백마강을 내려다보듯 가파르게 서 있는 50m 높이의 바위절벽. 그 유명한 낙화암이다. 낙화암은 사비성이 나당연합군에게 유린될 때 수많은 백제 여인들이 꽃잎처럼 백마강에 몸을 던졌다는 전설이 깃든 곳이다. 하지만 일설에는 이를 과장된 역사로 보고 있다. 역사는 승자의 기록인지라, 백제 패망의 원인을 의자왕의 방탕함으로 몰고 가기 위해 확대한 기록이라는 설도 있다. 어쨌든 사비성이 무너지자 도성을 빠져 나온 궁녀와 백제 여인들은 적군에게 잡혀가 치욕스러운 삶을 사느니보다 차라리 푸른 강물에 몸을 던져 무너지는 국운과 함께 목숨을 깨끗이 버리는 길을 택했던 것이다.
낙화암 절벽 아래에는 꽃잎처럼 스러져간 백제 영혼들을 달래려 세워진 작은 절 고란사가 자리하고 있다. 고란사는 절집 뒤 절벽에 자생하는 고란초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고란초는 관광객들의 손을 타서 멸종 위기에 이르렀고, 바위틈에 몇 포기만이 보호돼 남아 있다. 고란초와 함께 바위틈에서 솟아나는 이 곳의 약수도 유명하다. 백제의 왕들은 이 약수만을 마셨고, 고란약수를 한 잔 마시면 3년씩 젊어진다는 전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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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람선 매표소
고란사에서 가파른 계단을 올라가면 낙화암에 이른다. 낙화암 정상에는 1923년 세운 백화정이라는 정자가 자리하고 있는데, 이 곳에서 내려다보는 백마강 줄기가 멋스러우면서도 한스럽게 느껴진다.
*맛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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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마강을 누비는 유람선
구드래나루터에 위치하고 있는 나루터식당(041-835-3155)은 부여를 대표하는 터줏대감으로, 부소산과 백마강이 인접해 있어 옛 정취를 느낄 수 있다. 장어구이와 민물매운탕이 유명하다. 규암나루 주변에도 백마강에서 서식하는 장어를 이용하는 장어구이집들이 많다. 백마강식당(041-835-2752), 구드래돌쌈밥(041-836-9259) 등.
*가는 요령
경부고속도로에서 천안~논산 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서논산 인터체인지에서 나와 4번 국도를 타고 석성면 방면으로 달린다. 능산리 고분군을 지나 달리다 부여농산물공판장 앞에서 좌회전, 조금 들어가면 오른쪽으로 부여관광의 중심지인 부소산성 이정표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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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란사에서 본 백마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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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정 | |
첫댓글 "落花岩" 사자수 내린물에 석양이 빗길제 버들꽃 날리는데 낙화암이란다 모르는 아이들은 피리만 불건만 맘있는 나그네의 창자를 끊노라 낙화암 낙화암 왜 말이 없느냐 (춘원 이광수) 이글을 보고 울었습니다. 가슴이 미어지더군요. 어쩌면 저리도 일자리 잃은 내 처지와 같이 마음에 다가오던지...
힘내세요~~~그래도 나라를 잃은 것보다는~~좋은한해 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