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 수출기업을 위한 안전수출 가이드(12)] 무신용장방식 거래에서 손실이 발생한 사례
제조업체 통제 불가로 손실 발생… 수출자의 귀책
앞서 신용장 수출거래에서 서류하자 등 사유로 개설은행이 지급을 거절한 사례를 소개했다. 이번 호에서는 무역보험 가입 건 중에서 무신용장방식 수출거래에서 수출자 귀책 등으로 수입자가 대금 결제를 안 해서 손실이 발생한 사례를 소개한다.
고객 정보 보호를 위해서 당사자명, 거래품목, 거래금액 등은 익명으로 처리하거나 가상으로 바꾸어 표기한다. 이 사례들을 참고해서 거래 유형에 따른 잠재적인 리스크를 사전에 파악해서 대비할 필요가 있다.
#1. 중계무역에서 제조업체 통제 불가로 손실 발생
도매업체가 수출을 하는 손쉬운 방법은 국내에서 완제품을 구매해서 수출하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국내 제조업체가 직수출하는 경우가 많아서 도매업체의 수출 기회는 줄어들고 있다. 이런 경우 대안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제3국에서 물품을 조달해서 수출하는 중계무역이다.
국내 수출자 A사는 인도 수입자 B사와 수출계약을 체결하고, 물품을 중국의 제조업체 C사로부터 조달하는 중계무역을 추진했다.
2020년 8월경에 수출자 A사는 건별로 서명된 견적송장 PI(Proforma Invoice, 총금액 100만 불)를 수입자 B사에게 송부했다. 수입자 B사는 받은 PI에 서명 날인한 후 구매주문서 PO(Purchase Order)와 함께 수출자 A사에게 송부했다.
계약체결 직후인 8월 말에 수출자 A사는 중국 제조업체 C사로부터 바로 구매 가능한 물량 10만 달러어치를 1차적으로 수입자 B사 앞으로 선적했고, 동 물량은 만기에 정상적으로 결제됐다.
그러나 이후에는 물품 가격이 상승하여 제조업체 C사로부터의 물량 조달이 여의치 않아 B사 앞 추가 선적이 계속 지연됐다.
계속 선적이 지연되자 B사는 수출자 A사에게 향후의 가격하락을 기다리지 말고 즉시 선적할 것을 요청했다. 그럼에도 선적은 계속 지연되었고, 그 사이 물품 가격은 더욱 급등했다.
이에 수입자 B사는 수출계약 미이행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를 경고했다. B사의 경고에 따라 수출자 A사는 2020년 11월경 10만 달러 상당의 물량을 추가 선적했다.
이후에도 추가 선적이 지연되어 수입자 B사는 2021년 2월경에 계속 선적 지연 시 손해배상 청구를 할 것임을 추가 경고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추가선적은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수입자는 한 달 뒤인 2021년 3월경에 수출자 A사 앞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수입자 B사는 수출자 A사의 납기 지연에 따라, End User앞 납기를 맞추기 위해 부득이 수출자와 계약한 금액 대비 폭등한 가격으로 원재료를 구매하여 제품을 생산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수출자 A사는 B사에게 그 손실 차액을 보상해야 하며, 수입자가 수출자에게 갚을 돈은 없다는 주장이었다.
한편, 무역보험공사는 수출자 A사의 무역보험 보험금 청구에 대해서 수출자 귀책을 사유로 보험자 면책을 통보했다. 수출자 A사의 주장대로 중국 현지 생산 차질로 수출계약 이행이 불가했다고 하더라도 공급 지연에 따른 최종 책임은 수출자에게 있기 때문이다.
수출자 A사는 PI와 PO는 정식계약서가 아니므로 이들 문서에 기재된 선적 일정을 따를 의무가 없다는 주장을 펼쳤으나, 무역보험공사는 수출입자간 정식으로 서명된 PI 등도 계약서로서의 효력을 가진다고 보아 면책처분을 했다.
PI뿐 아니라 수출자 A사와 수입자 B사간 오간 이메일 등에서도 선적 일정에 대한 합의가 있었고 이런 내용도 수출계약을 뒷받침한다고 판단했다.
법리적으로 Sales Contract로 표기된 것만이 계약서는 아니고 PI나 PO 등에 대해서 양 당사자가 합의를 하고 서명을 하였다면 계약서와 동일한 효력을 지닌다는 점 명심할 필요가 있다. Sales Contract란 타이틀을 가진 문서라도 양 당사자 서명이 없고 추가적인 정황으로도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가 없다면 계약서로서의 효력을 인정받지 못한다.
중계무역은 제조시설을 갖추지 못한 도매업체가 영업력을 바탕으로 수출을 할 수 있는 유용한 거래형태이긴 하나, 본 건의 경우처럼 제3국에 소재한 제조업체를 통제하지 못해서 납기를 맞추지 못할 리스크가 있다.
따라서 중계무역을 추진할 때는 제조업체의 생산 여력을 면밀히 파악해야 한다. 또한 수출계약과 수입계약을 타이트하게 연계시켜서 수입 물량을 확보하지 못해서 수출 이행을 못하게 되는 상황을 방지할 필요가 있다.
#2. 매입은행이 본선적재부기가 없는 수취선하증권을 매입하여 손실 발생
국내 A은행은 수출자 B사와 그리스 수입자 C사 간 D/A거래에 대해 수취선하증권(Received B//L)을 매입하고 무역보험공사 보증부 대출(10만 달러)을 실행했다. 그러나 수입자 C사는 수출자 B사가 계약에도 없는 수출을 이행하였다고 주장하며 선적서류 인수를 거절했다.
한편, 매입시 수출자 B사가 제출한 수출계약서에는 요구 서류 항목에 “FULL SET OF CLEAN ON BOARD OCEAN BILL”이라 기재되어 있어, 수출자 주장에 따르더라도 수입자는 명시적으로 수취선하증권(Received B/L)이 아닌 본선적재부선하증권(On Board B/L)을 요구했다.
수취선하증권(Received B/L)은 운송인(선박회사)이 화주(수출자)와의 운송계약에 의하여 화물을 특정 화물 인수장소(선박회사의 부두창고 등)에서 인수하고 본선적재하기 전에 발행하는 증권으로, 신용장통일규칙(UCP600 제20조)에서는 지정선박에 적재하는 일자가 기재된 경우에 한하여 선하증권을 수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수취선하증권을 발급받은 후 실제로 본선에 적재를 완료한 뒤 본선적재부기(On Board Notation)를 기재하면 본선적재선하증권(On Board B/L)으로 취급된다.
본건에서는 무역보험 사고 발생 후 확인 결과 물품은 여전히 선적되지 않고 보세창고에 있었다. 무역보험공사는 매입은행의 귀책을 사유로 보증채무이행 청구에 대해 면책 판정을 했다.
본건에서는 수출자가 수출입자간 수출계약을 명확히 하지 않은 채 선적을 준비하다 분쟁이 발생하여 선적을 못했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정식 수출계약서 없이 PI나 PO 등을 근거로 수출을 진행하기도 하나, 본건처럼 계약 체결이 불분명한 경우에는 분쟁이 발생할 수도 있으니 명확히 한 후에 수출을 이행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매입은행은 수취선하증권(Received B/L)을 근거로 매입을 하면 선적이 되지 않거나 개설은행 등으로부터 지급을 거절당할 우려가 있으니 반드시 본선적재(On Board)가 표기된 선하증권을 매입하여야 한다.
#3.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과를 가지는 중재 판정
국내 A사는 수입자 B사와 ‘T/T 150 days after the goods arrival and quality control’이라는 다소 모호한 결제조건으로 수출계약을 체결하고, 100만 달러 상당의 물품을 수출했다.
수출계약서상에도 수입자가 물품검사 후 자유로이 인수거절, 감액 또는 지급 거절을 할 수 있는 권리를 보유하는 것으로 명시하고 있었다.
물품 도착 후 수입자는 검수 후 물품 하자를 이유로 제품 인수를 거절했다.
수출자는 이에 불복하여 수입국 소재 중재위원회에 중재를 신청했다.
중재위원회는 “수출물품에 하자가 존재하므로 이를 원인으로 하는 수입자의 물품인수 거절은 정당하다.”라고 판정했다.
이 판정에 대해 수출자는 계약서에 명시되지 않은 매우 주관적이고 애매한 기준으로 내려진 판정이라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하였으나 소송에서도 패소했다.
이후 무역보험공사에 보험금을 청구하였으나 수출자 귀책을 사유로 보험금 지급이 거절됐다.
본건에서는 수출계약서 내용이 애매하면서도 수입자에게 광범위한 권한을 부여해 수출자에게 불리하게 작성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중재마저도 수입국에서 받도록 되어 있어서 사후구제장치마저도 수출자에게 불리했다.
중재판정은 비록 재판은 아니나 최종 판결과 동일한 효과를 가진다는 점 유의할 필요가 있다.
더구나 재판에서는 1심 재판이 부당하다고 생각되는 경우 2심을 청구할 수 있으나 중재판정은 단심으로 끝나기 때문에 더 이상의 구제 수단도 없다는 점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 무역보험도 수출자 귀책 여부를 따질 때 재판이나 중재판정 결과를 참고할 수밖에 없다.
#4. 수출 에이전트 믿고 수출해서 손실 발생
수출자 A사는 에이전트 L씨의 말을 믿고 에콰도르 수입자 B사와의 수출거래를 추진했다.
한편, 수입자 B사에 따르면 L씨가 자신들에게 접근해서 수입자가 희망하는 물품을 공급할 의향을 타진해왔다고 한다.
수입자는 L씨의 요구에 따라 자사 신용정보를 제공했다.
이후 수입자 B와 L씨 간 몇 차례 연락이 오간 후 수출계약은 체결되지 않고 연락이 두절됐다.
중남미 수출 경험이 없는 수출자 A사는 선적서류 작성과 물품 조달 등 수출의 전 과정을 에이전트 L씨에게 맡기고 섬유류 5만 달러어치를 수출했다.
매입은행은 무역보험공사 보증부로 동 수출 건 선적서류를 매입했다.
이후 매입은행은 본건이 지급 거절되자 무역보험공사에 보증청구를 하였고 무역보험공사는 매입은행이 수출계약 체결 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매입을 진행하였음을 사유로 보증채무이행을 거부했다.
수출 절차가 익숙하지 않은 초보 수출자는 본건 사례처럼 에이전트를 끼고 수출거래를 진행할 수도 있는데 이 경우에도 수출계약은 직접 체결하거나 체결 여부를 수입자를 통해서 확인해보아야 한다. 중간에 농간을 부리는 사람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5. 법령을 위반하여 수출
(사레1) 수출자 A사는 방글라데시 정부가 발주하는 의료기기 조달 사업에 현지 대리인을 통해서 입찰에 참여하고 공급계약을 가체결했다.
본계약 추진과정에서 현지 조달계약 추진 공무원이 비공식적인 커미션을 요구해 와서 수출자는 대리인과 커미션 제공을 위한 약정을 체결했다.
이후 수출자는 물품을 선적하였으나 수입자와는 커미션 분쟁이 발생하여 대금 지급이 거부됐다.
무역보험공사는 법령을 위반한 수출계약 체결을 사유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다.
수출이 이행되었더라도 수출계약 등이 법령을 위반한 경우에는 법적인 보호를 받지 못할 수도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
(사례2) 수출자 A사는 대만 수입자 B사와 수출계약을 체결하고 음란물 동영상이 들어있는 CD 20만 달러어치를 수출했다.
이후 수입자는 DVD가 휘었음을 사유로 클레임을 제기하고 대금지급을 거절했다.
무역보험공사는 법령을 위반하여 수출한 거래를 사유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