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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색 李穡
고려 말의 문신·학자. 삼은(三隱)의 한 사람이다. 정방 폐지, 3년상을 제도화하고, 김구용·정몽주 등과 강론, 성리학 발전에 공헌했다. 우왕의 사부였다. 위화도 회군 후 창(昌)을 즉위시켜 이성계를 억제하려 했다. 조선 태조가 한산백에 책봉했으나 사양했다.
출생-사망 1328 ~ 1396
본관 한산(韓山)
자 영숙(潁叔)
호 목은(牧隱), 문정(文靖)
활동분야 정치, 철학
주요저서 《목은시고(牧隱詩藁)》 《목은문고(牧隱文藁)》
본관 한산(韓山). 자 영숙(潁叔). 호 목은(牧隱). 시호 문정(文靖). 이제현(李齊賢)의 문하생. 삼은(三隱)의 한 사람이다. 1341년(충혜왕 복위 2) 진사(進士)가 되고, 1348년(충목왕 4) 원(元)나라에 가서 국자감(國子監)의 생원이 되어 성리학을 연구했다.
1351년(충정왕 3) 부친상(父親喪)으로 귀국, 1352년(공민왕 1) 전제(田制)개혁 ·국방강화 ·교육진흥 ·불교억제 등 당면정책을 왕에게 건의했다. 1353년 향시(鄕試)와 정동행성(征東行省)의 향시에 장원 급제하였고 1354년 서장관(書狀官)으로 원나라에 가서 회시(會試)에 장원, 전시(殿試)에 차석으로 급제, 국사원편수관(國史院編修官) 등을 지내다가 귀국하였다.
이듬해 다시 원나라의 한림원(翰林院)에 등용되었다. 1356년 귀국하여 이부시랑(吏部侍郞) 등 인사행정을 주관, 정방(政房)을 폐지하였고, 이듬해 우간의대부(右諫議大夫) 때는 3년상(三年喪)을 제도화했다.
1361년 홍건적(紅巾賊)의 침입으로 왕의 남행(南幸)을 호종, l등공신이 된 후 좌승선(左承宣) 등 여러 관직을 지냈다. 1367년 대사성(大司成)이 되자 성균관의 학칙을 새로 제정하고 김구용(金九容) ·정몽주(鄭夢周) ·이숭인(李崇仁) 등과 강론, 성리학 발전에 공헌했다.
1373년 한산군(韓山君)에 책봉된 후에는 신병으로 관직을 사퇴했으나 1375년(우왕 l) 우왕의 청으로 다시 정당문학(政堂文學) 등을 역임했다. 1377년 추충보절동덕찬화공신(推忠保節同德贊化功臣)의 호를 받고 우왕의 사부(師傅)가 되었다.
1388년 철령위(鐵嶺衛) 사건에는 화평을 주장하였고 이듬해 위화도회군(威化島回軍)으로 우왕이 강화로 유배되자 조민수(曺敏修)와 함께 창(昌)을 즉위시켜 이성계(李成桂)의 세력을 억제하려 하였으나 이성계가 득세하자 장단(長湍) ·함창(咸昌) 등지에 유배되었다.
1391년(공양왕 3) 석방되어 한산부원군(韓山府院君)에 책봉되었으나 다시 여흥(驪興) 등지에 유배되었다가 풀려났다. 조선 개국 후 인재를 아낀 태조가 1395년 한산백(韓山伯)에 책봉했으나 사양, 이듬해 여강(驪江)으로 가던 중 죽었다. 문하에 권근(權近) ·김종직(金宗直) ·변계량(卞季良) 등을 배출, 학문과 정치에 커다란 발자취를 남겼다. 저서에 《목은시고(牧隱詩藁)》 《목은문고(牧隱文藁)》가 있다.
[출처] 이색 | 두산백과
부작견흥(復作遣興)-이색(李穡)
다시 지어 흥을 풀며-이색(李穡)
賣藥有異人(매약유이인) : 약을 파는데 이상한 사람 있어
市上常懸壺(시상상현호) : 시장에 항상 병을 매달고 있다.
指我蓬萊山(지아봉래산) : 나에게 봉래산을 가리키니
迢迢天一隅(초초천일우) : 멀고 아득하여 하늘 가였다.
汝當戒有欲(여당계유욕) : 너는 마땅히 욕심을 경계하라
神龍猶被屠(신룡유피도) : 신룡도 오히려 도륙을 당하였도다.
授之靑玉訣(수지청옥결) : 청옥결을 주고
贈以明月珠(증이명월주) : 명월주도 주었도다.
自玆斥繁麗(자자척번려) : 이로부터 번화한 것을 버리고
高歌于蔿于(고가우위우) : 우위우를 높이 노래하였다.
晨登泰山頂(신등태산정) : 새벽에 태산 마루에 오르니
東海如杯盂(동해여배우) : 동해가 겨우 사발만하구나.
俯視昔人跡(부시석인적) : 구부려 옛 사람 자취 보고
流觀輿地圖(류관여지도) : 여지도를 훑어 보았도다.
興亡一軌轍(흥망일궤철) : 흥망은 똑같이 밟은 길이요
勝負眞樗蒱(승부진저포) : 승부는 참으로 도박이었도다.
日月如車輪(일월여차륜) : 일월은 수레 바퀴처럼 둥글며
蓋非儒者癯(개비유자구) : 대개 유자의 파리하게 여윔이 아니도다.
歸來守玄牝(귀래수현빈) : 돌아와서 현빈을 지키니
一源分萬殊(일원분만수) : 한 근원이 만 가지로 나뉘었구나.
靑靑寒磵松(청청한간송) : 푸르고 푸른 산과 계곡의 소나무
漠漠春汀蘆(막막춘정로) : 멀고 아득한 봄 물가의 갈대로다.
天公囿萬物(천공유만물) : 조물주 만물의 우리가 되었으나
達者或能逋(달자혹능포) : 달관한 이는 혹 벗어나기도 한다.
刀圭得仙藥(도규득선약) : 도규가 선약을 얻으면
駕鶴靑雲途(가학청운도) : 청운 길을 감에 학을 타리라.
송풍헌시(松風軒詩)-이색(李穡)
송풍헌시-이색(李穡)
月入濁水月無影(월입탁수월무영) : 달이 흐린 물에 드니 그림자가 없고
風觸頑石風無聲(풍촉완석풍무성) : 바람이 단단한 돌에 부딪히니 소리가 없구나.
樹木然後風振蕩(수목연후풍진탕) : 수목이 있어야 바람이 진동하고
水泉然後月分明(수천연후월분명) : 물 흐르는 샘이어야 달빛도 분명하다.
江於水也最潔淨(강어수야최결정) : 강은 물에서 가장 깨끗하고
松於木也尤崢嶸(송어목야우쟁영) : 소나무는 나무에서 가장 우뚝하다.
乃知相遇異於常(내지상우이어상) : 서로 만남이 보통과 다름을 알겠으나
豁達之士取之名(활달지사취지명) : 확 트인 선비라야 그것 취하여 이름 짓는다.
嬾翁江月似奮白(란옹강월사분백) : 나왕의 강의 달은 예처럼 희고
絶澗松風今又淸(절간송풍금우청) : 절간의 소나무 바람 지금도 맑도다.
月白風淸大平曲(월백풍청대평곡) : 달 밝고 바람 맑음에 태평곡 소리
寥寥天地誰能賡(요요천지수능갱) : 적막한 천지에서 누가 능히 화답하리오.
我今把筆歌松風(아금파필가송풍) : 나 아제 붓을 잡고 솔바람 노래하려니
筆底髣髴松風生(필저방불송풍생) : 붓 끝에는 솔바람이 이는 듯하다.
松風搖月江湧波(송풍요월강용파) : 솔바람 달을 흔들고 강에는 물결이 솟는데
對境淡然忘世情(대경담연망세정) : 이 정경을 바라보니 담연히 세상풍정 다 잊는다.
大空至靜萬古碧(대공지정만고벽) : 허공은 지극히 고요하여 만고에 푸르고
聲色何從而滿盈(성색하종이만영) : 소리와 빛은 어디서 따라와 천지에 가득한가.
況今描出影中影(황금묘출영중영) : 하물며 이제 그림자 속 그림자를 그려내려니
適使外物搖吾精(적사외물요오정) : 때마침 외물이 나의 정신을 흔들게 한다.
且向松風江月兩佳處(차향송풍강월양가처) : 솔바람과 강 속의 달, 두 가지 아름다운 곳 찾아
高臥鼻息如雷鳴(고와비식여뢰명) : 높이 누워서 우렛소리처럼 코 골며 쉬어보리라
중추완월상당루상(中秋翫月上黨樓上)-이색(李穡)
중추절에 달 보려 당루 위에 올라-이색(李穡)
去年翫月東樓下(거년완월동루하) : 지난해에는 동루 아래서 달 구경했는데
柳林缺處金波瀉(류림결처김파사) : 버드나무 숲 사이에 금빛 물결이 쏟아졌다.
今年翫月西樓上(금년완월서루상) : 금년에는 서루 위에서 달구경하는데
薄雲弄影時滉漾(박운롱영시황양) : 엷은 구름 달그림자 희롱하여 때대로 아롱거린다.
主人豪氣蓋一時(주인호기개일시) : 주인의 호기가 한 시대를 덮었는데
飮不盡器還能詩(음부진기환능시) : 술 마심에는 그릇째로 마시고 시도 잘 짓는다.
憐我老病每相邀(연아노병매상요) : 내가 늙어 병든 것을 불쌍히 여겨 매번 서로 만나
歌呼不覺朱顏凋(가호불각주안조) : 노래하며 환호하니 얼굴빛 늙어 감을 모르노라.
去年今年一瞬息(거년금년일순식) : 지난해와 올해가 한 순간 사이거니
樽前劇談忘得失(준전극담망득실) : 술동이 앞에서 득실을 잊은 채로 마음껏 이야기한다.
紛紛世間足榮辱(분분세간족영욕) : 분분한 세상에서 영욕도 충분하여
吾髮白兮難再黑(오발백혜난재흑) : 나의 머리 백발 되니 다시 검어지기 어려워라.
對月不飮吾則癡(대월불음오칙치) : 달 보고서도 마시지 않으면 나는 바보이니
我思古人誰我師(아사고인수아사) : 옛 사람 생각해보니 누가 나의 스승이던가.
千鍾爲堯百斛孔(천종위요백곡공) : 천 잔은 요 임금 위해서고 백 섬은 공자 위해서라
匪棘其欲維其時(비극기욕유기시) : 그 욕심 막지 않고 때 맞춰 마셨도다.
我今不飮月應笑(아금불음월응소) : 내가 지금 마시지 못하면 달이 비웃으리라
月且少留吾一嘯(월차소유오일소) : 달이 잠깐 머물면 나도 한번 휘파람 불리라.
嘯如鸞鳳前來天風(소여란봉전래천풍) : 난새와 봉황새 같은 휘파람 소리, 불어오는 하늘 바람
願言駕此遊彼蓬萊中(원언가차유피봉래중) : 말하기를 원하노라, 이것을 타고 저 봉래산 안에서 놀리라고.
광음(狂吟)-이색(李穡)
미친 듯이 노래하다-이색(李穡)
我本靜者無紛紜(아본정자무분운) : 나는 본래 고요한 사람 분란함이 없는데
動而不止風中雲(동이불지풍중운) : 움직여 그치지 않는 것은 바람 속 구름이라.
我本通者無彼此(아본통자무피차) : 나는 본래 통달하여 이편저편 없는데
塞而不流井中水(새이부류정중수) : 막히여 흐르지 않는 것은 우물 속의 물이어라.
水兮應物不迷於姸媸(수혜응물부미어연치) : 물은 물건에 따라 곱고 더러운 것에 구애받지 않고
雲兮無心不局於合離(운혜무심부국어합이) : 구름은 무심하여 합하고 떠나는 것에 제한되지 않는다.
自然上契天之心(자연상계천지심) : 자연적으로 하늘의 마음에 합치되니
我又何爲兮從容送光陰(아우하위혜종용송광음) : 나 또한 어떻게 하여야 조용히 세월을 보내나.
有錢沽酒不復疑(유전고주부부의) : 돈이 있으면 술을 사서 마시는 것 어찌 다시 의심하며
有酒尋花何可遲(유주심화하가지) : 술이 있으면 꽃 찾는 것 어찌 주저할 수 있을까.
看花飮酒散白髮(간화음주산백발) : 꽃 보고 술 마시며 백발을 흩날리니
好向東山弄風月(호향동산롱풍월) : 좋아라, 저 동산을 향해가 풍월이나 읊으련다
대국유감4(對菊有感4)-이색(李穡)
국화를 마주보고 유감이 있어-이색(李穡)
龍沙漠漠又秋風(용사막막우추풍) : 용만의 모래벌판 아득하고 가을바람마저 부는데
衰草連雲落照紅(쇠초연운락조홍) : 시든 풀과 피어오르는 구름은 지는 햇볕에 붉다.
折得黃花誰上壽(절득황화수상수) : 노란 국화꽃 꺾어 누가 임금의 장수를 비나
海西千里是行宮(해서천리시행궁) : 바다 서쪽 천 리 먼 곳에 우리 임금 행궁있는데.
대국유감3(對菊有感3)-이색(李穡)
국화를 마주보고 유감이 있어-이색(李穡)
仁煕殿北白沙岡(인희전북백사강) : 인희전 북쪽 흰 백사장 모래 언덕에
駐蹕群臣獻壽觴(주필군신헌수상) : 임금의 행차 머무니 신하들 술잔 올린다.
病裏苦吟秋又晚(병리고음추우만) : 병중에 애써 시를 읊노니 가을에다 저녁이라
夢中時或侍先生(몽중시혹시선왕) : 꿈속에서나 혹 선왕을 모셔보려나.
대국유감2(對菊有感2)-이색(李穡)
국화를 마주보고 유감이 있어-이색(李穡)
爛熳開時爛熳游(난만개시란만유) : 국화 난만하게 필 적엔 사람도 난만하게 노나니
煙紅露綠滿城浮(연홍로록만성부) : 연기 불그스레하고 이슬도 푸르게 성에 가득하다.
山齋又是秋風晚(산재우시추풍만) : 이 좋은 산재, 게다가 가을바람 불어오는 저녁
只有黃花映白頭(지유황화영백두) : 오직 누런 국화꽃 있어 내 흰 머리를 비추는구나.
대국유감1(對菊有感1)-이색(李穡)
국화를 마주보고 유감이 있어-이색(李穡)
人情那似物無情(인정나사물무정) : 사람의 정이 어찌 사물이 무정함과 같으며
觸境年來漸不平(촉경년래점부평) : 심경에 부딪는 일들이 근래에는 점점 불평스럽다.
偶向東籬羞滿面(우향동리수만면) : 우연히 동쪽 울타리 향하니 부끄러움이 얼굴에 가득한데
眞黃花對僞淵明(진황화대위연명) : 진짜 국화꽃을 거짓 도연명이 마주보는구나.
작조(雀噪)-이색(李穡)
새의 저저귐-이색(李穡)
雀噪茅簷日欲西(작조모첨일욕서) : 참새는 처마에서 지저귀고 해는 지려하는데
遙憐晏子惜泥谿(요련안자석니계) : 아득히 안자가 이계를 아끼던 일이 가엾구나.
王風幸矣興於魯(왕풍행의흥어로) : 왕풍이 다행하여라, 노나라가 흥하려는데
女樂胡然至自齊(녀악호연지자제) : 여악이 어찌하여 제나라로부터 이르렀던가.
衰草淡煙迷遠近(쇠초담연미원근) : 쇠한 풀 자욱한 연기에 먼 곳 가까운 곳을 몰라
白雲靑嶂互高低(백운청장호고저) : 흰 구름 푸른 산이 번갈아 높았다 낮았다 한다.
鳳歌忽向門前過(봉가홀향문전과) : 봉의 노래가 문득 문 앞을 지나가니
老我方將傳滑稽(로아방장전활계) : 늙은 나는 막 붓을 들어 골계전을 지으려한다
유감(有感)-이색(李穡)
유감-이색(李穡)
先生未必是淸流(선생미필시청류) : 선생이 반드시 청류가 아닌 것은 아니니
白髮蕭然獨倚樓(백발소연독의루) : 백발로 쓸쓸히 혼자 누각에 올랐도다.
晉相自尊寧仕宋(진상자존녕사송) : 진 나라 재상 자부심에 어찌 송나라에 벼슬할까
韓仇已報可封留(한구이보가봉류) : 한의 원수를 갚았으니 유후로 봉함이 마땅하다.
赤松鬱鬱寒雲晩(적송울울한운만) : 빽빽한 붉은 소나무 저녁 무렵에 찬 구름 일고
碧柳依依細雨秋(벽류의의세우추) : 하늘하늘 푸른 버들에 가랑비 내리는 가을날이로다.
畢竟安心無寸地(필경안심무촌지) : 필경 편안 마음 한 곳도 없으니
每從天際望歸舟(매종천제망귀주) : 매번 하늘 가 따라 돌아가는 배를 바라보노라.
야영(夜詠)-이색(李穡)
밤에 읊다-이색(李穡)
消磨豪氣入醇眞(소마호기입순진) : 호기를 없애고 순진한 경지에 들어서니
漸悔高歌動鬼神(점회고가동귀신) : 소리 높여 노래 불러 귀신 놀래던 일 후회스럽다.
少日賦傳希有鳥(소일부전희유조) : 젊어선 세상에 드문 새부를 지어 전했고
老年說着不祥麟(로년설착불상린) : 늘그막엔 상서롭지 못한 기린주을 말하는구나.
楚囚吟苦猶思越(초수음고유사월) : 초 나라 포로는 고로워도 월 나라를 생각하고
孔聖名垂尙在陳(공성명수상재진) : 공자는 이름을 끼쳤으나 오히려 진에 있었구나.
自念秋風吹又急(자념추풍취우급) : 생각하니 가을바람 급히 불어오는데
白頭難避庾公塵(백두난피유공진) : 백발이 유공이 날리는 먼지 피하기 어렵구나
유감(有感)-이색(李穡)
유감-이색(李穡)
病餘身世兩蘧蘧(병여신세양거거) : 병 앓은 후 나의 신세 모두가 아득하고
白髮如今數丈餘(백발여금수장여) : 흰 머리 지금 같이 자란다면야 몇 발이나 되리라.
豪氣何曾妾換馬(호기하증첩환마) : 나의 호기로 어찌 첩을 말과 바꾸며
道情還似子非魚(도정환사자비어) : 도심으로는 도리어 자네는 물고기 아닌 것 같아라.
雲煙暗淡埋靑嶂(운연암담매청장) : 구름과 안개 암담하여 푸른 산 묻혔고
樹木參差際碧虛(수목참차제벽허) : 나무들은 들쭉날쭉 푸른 하늘에 닿았다.
欲學蓋公淸淨處(욕학개공청정처) : 개공의 청정한 곳을 배우려 하나
自憐衰老負吾初(자련쇠노부오초) : 노쇠하고 늙어 처음 뜻 저버림이 안타까워라
천보가과계문유감이작(天寶歌過薊門有感而作)-이색(李穡)
계문을 지나며 느낌이 있어 천보의 노래를 짓다-이색(李穡)
天寶盛時何昌豐(천보성시하창풍) : 천보 전성기에 얼마나 풍성하고
天寶亂時何曚曨(천보란시하몽롱) : 천보 혼란 시에는 얼마나 어리석었던가.
沈香亭中春色濃(침향정중춘색농) : 침향정 안, 봄빛이 한창 무르녹으니
漁陽鼙鼓聲鼕鼕(어양비고성동동) : 어양의 북소리 두둥둥 울려 왔단다.
馬嵬山下飛塵紅(마외산하비진홍) : 마외산 아래 먼지가 붉게 날고
天子劍佩鳴瑽瑽(천자검패명종종) : 천자의 검과 패옥 소리 울렸단다.
三風十愆在省躬(삼풍십건재성궁) : 삼풍과 십건이 몸 살핌에 있나니
宴安鴆毒須愼終(연안짐독수신종) : 안락은 독이라 마지막을 삼가야 하리라.
明皇一念常篤恭(명황일념상독공) : 명황의 일념 늘 돈독하고 공손했으면
此胡安敢行狂凶(차호안감행광흉) : 저 되놈이 어찌 감히 횡포를 부렸으랴.
乃知人事非天窮(내지인사비천궁) : 사람의 잘못이지 하늘의 궁색함 아님을 알겠으니
不見宮西施半酣歌吹濛(불견궁서시반감가취몽) : 보지 않았나, 오나라 궁궐에 서시가 취하여 노래하고 춤출 때
越兵自渡江無風(월병자도강무풍) : 월병이 멋대로 건너는데 강에는 바람 하나 없었음을
연산가(燕山歌)-이색(李穡)
연산의 노래-이색(李穡)
燕山之陽雲如堆(연산지양운여퇴) : 연산의 북쪽, 구름이 무더기로 쌓여서
龍飛鳳舞源源來(룡비봉무원원래) : 용이 날고 봉이 춤추듯 산세는 멀리서 뻗혔구나.
長城中斷居庸關(장성중단거용관) : 만리장성 중간에 끊어진 곳이 거용관1이요
春風秋月軒轅臺(춘풍추월헌원대) : 봄바람 가을 달에 헌원대이로구나.
昭王一去亦已矣(소왕일거역이의) : 연소왕이 한 번 가서 다시 오지 않으니
黃金千載空塵埃(황금천재공진애) : 황금대가 천 년 동안 먼지로 되고 말았구나.
天旋地轉光嶽合(천선지전광악합) : 하늘 돌고, 땅이 돌아 삼광ㆍ오악이 합하여
土圭日影明堂開(토규일영명당개) : 토규로 터를 잡고 명당을 열었도다.
四方漕廥蓄山海(사방조괴축산해) : 사방의 조운으로 산해의 산물이 쌓이고
萬國玉帛馳風雷(만국옥백치풍뢰) : 만국의 옥백이 풍뢰처럼 달려오는구나.
吾聞在德不在險(오문재덕불재험) : 덕망에 있고 험난함에 있지 않다는 말 들었으니
傳世百萬何疑哉(전세백만하의재) : 백만 세 누릴 것을 어찌 의심하리오.
秦皇唐明共一轍(진황당명공일철) : 진 시황ㆍ당 명황은 나라 잃기 한가지인데
不是驪山爲禍胎(불시려산위화태) : 여산만이 재앙의 원인이 된 것이 아니로다.
臨風獨立意蒼莽(림풍독립의창망) : 바람 앞에 홀로 서니 뜻이 창망해지는데
日暮車馬爭喧豗(일모차마쟁훤회) : 날은 저무는데 수레와 말들이 왁자지껄 시끄럽다.
천보가(天寶歌)-이색(李穡)
천보가-이색(李穡)
天寶盛時何昌豐(천보성시하창풍) : 천보 번성한 때, 얼마나 창성하고 풍성했으며
天寶亂時何曚曨(천보란시하몽롱) : 천보의 난리에는 얼마나 애매했던가.
沈香亭中春色濃(침향정중춘색농) : 침향저안에 봄빛이 한창 짙어지면
漁陽鼙鼓聲鼕鼕(어양비고성동동) : 어양의 북소리주 두둥둥 울려 왔었다.
馬嵬山下飛塵紅(마외산하비진홍) : 마외산 아래 먼지가 붉게 일고
天子劍佩鳴瑽瑽(천자검패명종종) : 천자의 검과 패물이 쟁쟁 울렸구나.
三風十愆在省躬(삼풍십건재성궁) : 삼풍ㆍ십건이 몸 살피는 것에 있나니
宴安鴆毒須愼終(연안짐독수신종) : 안락은 짐독이라 마지막을 조심해야 하노라.
明皇一念常篤恭(명황일념상독공) : 명황의 일념은 항상 돈독하고 공손했는데
此胡安敢行狂凶(차호안감행광흉) : 저 오랑캐 놈이 어찌 감히 횡포를 부렸겠는가.
乃知人事非天窮(내지인사비천궁) : 알겠느니, 사람의 잘못이지 하늘의 궁함이 아니로다.
不見吳王宮西施半酣歌吹濛(불견오왕궁서시반감가취몽) : 보지 못했는가, 궁중에서 서시가 취하여 노래하고 춤추니
越兵自渡江無風(월병자도강무풍) : 월나라 군사 건넘에 강에는 아무런 바람도 없었던 것을.
소우(小雨)-이색(李穡)
보슬비-이색(李穡)
細雨濛濛暗小村(세우몽몽암소촌) : 보슬비 보슬보슬 작은 마을 어둑하고
餘花點點落空園(여화점점락공원) : 지다 남은 꽃잎 점점이 빈 동산에 진다
閑居剩得悠然興(한거잉득유연흥) : 한가한 생활, 그윽한 흥취가 일어나니
有客開門去閉門(유객개문거폐문) : 손님 오면 문 열고, 손님 가면 문 닫는다
여강미회(驪江迷懷)-이색(李穡)
여강에서 빠진 마음-이색(李穡)
天地無涯生有涯(천지무애생유애) : 천지는 끝 없고 인생은 유한 하니
浩然歸志欲何之(호연귀지욕하지) : 호연한 돌아갈 뜻, 어디로 갈까.
驪江一曲山如畵(여강일곡산여화) : 여강 한 구비, 산은 마치 그림 같은데
半似丹靑半似詩(반사단청반사시) : 절반은 단청그림, 또 절반은 시 같구나.
두죽(豆粥)-이색(李穡)
콩팟죽-이색(李穡)
冬至鄕風豆粥濃(동지향풍두죽농) : 나라 풍속 동지에, 콩팥죽 짙게 쑤어
盈盈翠鉢色浮空(영영취발색부공) : 푸른 사발 그득 담으니, 빛깔 뜨는구나.
調來崖蜜流喉吻(조래애밀류후문) : 언덕에서 딴 꿀을 섞어 목구멍에 넘지면
洗盡陰邪潤腹中(세진음사윤복중) : 삿된 기운 다 씻어내어 뱃속이 훈훈하도다.
방밀성량박선생환경(訪密城兩朴先生還京)-이색(李穡)
밀성의 두 박선생이 서울로 달아온 것을 방문하다-이색(李穡)
碧桃花下月黃昏(벽도화하월황혼) : 푸른 복사꽃 아래로 달은 황혼인데
爭挽長條雪洒樽(쟁만장조설쇄준) : 긴 가지 다투어 당기자 눈이 술병에 떨어진다.
當日同遊幾人在(당일동유기인재) : 그날에 함께 놀던 사람 몇이나 남아있나
自憐携影更敲門(자련휴영갱고문) : 그림자 이끌고 다시 문 두드리는 내가 애처롭다.
억산중(憶山中)-이색(李穡)
산속을 생각하며-이색(李穡)
回首山中一惘然(회수산중일망연) : 산속의 일을 생각해보니 한결같이 아련하고
分明眼底記當年(분명안저기당년) : 눈앞에 생생한 그 해 일을 기억해 보노라.
風淸竹院逢僧話(풍청죽원봉승화) : 대나무 뜰 맑은 바람, 스님 만나 이야기 나누고
草軟陽坡共鹿眠(초연양파공록면) : 풀 부드러운 양지 언덕에서 사슴과 함께 잤도다.
吹徹紫簫秋景遠(취철자소추경원) : 자색 퉁소 다 불고 나니 가을 풍경 멀어지고
讀殘黃卷午陰遷(독잔황권오음천) : 책읽기를 다하자 한낮이 지나갔도다.
如今眯目紅塵暗(여금미목홍진암) : 오늘처럼 세속에서 눈이 어두워지면
方寸無端百慮煎(방촌무단백려전) : 내 마음은 까닭 없이 온갖 근심에 애가 탄다.
출봉성(出鳳城)-이색(李穡)
봉성을 나서며-이색(李穡)
皇帝龍飛十八春(황제용비십팔춘) : 황제가 용비한지 18년
赫然萬目俱更新(혁연만목구갱신) : 빛나게도 모든 것을 새롭게 하셨다.
夔皐稷契效寅亮(기고직계효인량) : 기․고도․후직․계의 인량을 본받아
躋世唐虞堯舜民(제세당우요순민) : 세도를 높여 요순시대의 백성이 되었도다.
磨光刮垢無不錄(마광괄구무불록) : 빛을 갈고 때를 도려내어 기록하지 않음이 없고
黃鍾瓦缶相成倫(황종와부상성륜) : 황종과 와부는 서로 차례를 이루었도다.
滋泉莘野迹如掃(자천신야적여소) : 신야에 샘물 불어 쓸어버린 듯하고
蒯絰牛角流芳塵(괴질우각유방진) : 쇠뿔을 사초로 꿰매니 향기로운 기풍 흐른다.
天敎小臣生東坰(천교소신생동경) : 하늘이 나를 동쪽 들판에 태어나게 하였지만
變化氣質希螟蛉(변화기질희명령) : 기질을 변화시켜 백성 해치는 일 적게 할 것이리
負笈來游壁水下(부급래유벽수하) : 책궤를 짊어지고 중국에 유학하며
數年聽瑩絃誦聲(수년청영현송성) : 몇 년 동안 악기소리 알지 못하였도다.
今朝垂槖故山去(금조수탁고산거) : 오늘 아침 빈손으로 고향에 가며
騎馬悠悠出鳳城(기마유유출봉성) : 말 타고 유유히 봉성을 나선다.
천수절일신색종본국진표배신입근대명전(天壽節日臣穡從本國進表陪臣入勤大明殿)-이색(李穡)
천수절에 이색이 본국에서 표를 올리고 대명전에 들어 뵙다-이색(李穡)
大闕明堂曉色寒(대궐명당효색한) : 활짝 열린 궁궐에 새벽빛이 차가운데
旌旗高拂玉欄干(정기고불옥난간) : 높이 솟은 깃발은 옥난간에 펄럭인다.
雲開寶座聞天語(운개보좌문천어) : 구름 걷힌 보좌에서 천자의 말씀 들리고
春滿霞觴奉聖歡(춘만하상봉성환) : 봄 빛 가득한 술잔으로 황제의 기쁨을 받든다.
六合一家堯日月(육합일가요일월) : 온 세상이 한 집안이니 요임금 시절이요
三呼萬歲漢衣冠(삼호만세한의관) : 만세소리 삼창하니 한나라 의관이로다.
不知身世今安在(불지신세금안재) : 알지 못하노라, 이 몸이 지금 어디 있는지
恐是靑冥控紫鸞(공시청명공자란) : 아마도 푸른 하늘에서 자색 난새 타고 있는가
여흥청심루제차운(驪興淸心樓題次韻)-이색(李穡)
여흥 청심루 시를 차운하여-이색(李穡)
恨無樓記冠篇端(한무루기관편단) : <청심루기>도 없는 추녀머리 한스러운데
誰名淸心闕署顔(수명청심궐서안) : 누가 <청심>이라 이름 하여 편액을 빠뜨렸나.
捍水功高馬岩石(한수공고마암석) : 물 막는 공적 큰 것은 <마암석>이요
浮天勢大龍門山(부천세대용문산) : 하늘에 뜰 듯한 큰 기세는 <용문산>이로다
燠居雪落軒窓外(욱거설락헌창외) : 따뜻한 아랫목에 있으니 눈은 창 밖에 내리고
凉臥風來枕簟間(양와풍래침점간) : 베개와 대자리 사이로 바람 불어와 원하게 누우니
况是春風與秋月(황시춘풍여추월) : 더구나 봄바람과 가을 달까지 있으니
賞心美景更寬閑(상심미경갱관한) : 아름다운 경치에 마음이 즐겁고 게다가 여유롭도다.
즉사(卽事)-이색(李穡)
본대로 느낀대로-이색(李穡)
幽居野興老彌淸(유거야흥노미청) : 호젓이 사는 시골 흥취 늙을수록 맑아져
恰得新詩眼底生(흡득신시안저생) : 흡사 새로운 시가 눈앞에서 생겨나는구나.
風定餘花猶自落(풍정여화유자락) : 바람은 잦아도 남은 꽃은 저절로 떨어지고
雲移小雨未全晴(운이소우미전청) : 구름 옮겨가도 가랑비 남아 개이지 않는구나.
墻頭粉蝶別枝去(장두분접별지거) : 담장 위의 흰나비는 나뭇가지 떠나 사라지고
屋角錦鳩深樹鳴(옥각금구심수명) : 처맛가 산비둘기 우거진 나무속에서 울어댄다.
齊物逍遙非我事(제물소요비아사) : <제물>과 <소요>는 내 일이 아니니
鏡中形色甚分明(경중형색심분명) : 거울 속 내 형색이 매우 분명해 보이는구나.
팔영절구1(八詠絶句1)-이색(李穡)
절구 노래 여덟 편-이색(李穡)
一點君山夕照紅(일점군산석조홍) : 한 점 君山에 석양이 붉게 타오르는데
闊呑吳楚勢無窮(활탄오초세무궁) : 오와 초의 땅을 삼킬 듯한 광활한 기세 무궁하다
長風吹上黃昏月(장풍취상황혼월) : 긴 바람은 황혼녘 달에 불어 오르는데
銀燭紗籠暗淡中(은촉사롱암담중) : 은 촛불은 비단 초롱 속에서 가물거리고 있구나.
독서(讀書)-이색(李穡)
독서-이색(李穡)
讀書如游山(독서여유산) : 글 읽기란 산을 오르는 것 같아
深淺皆自得(심천개자득) : 깊고 옅음 모두 자득함에 달렸도다.
淸風來沈寥(청풍래침요) : 맑은 바람은 공허한 데서 불어오고
飛雹動陰黑(비박동음흑) : 날리는 우박은 어두운 곳에서 내린다.
玄虯蟠重淵(현규반중연) : 검은 교룡은 깊은 못에 서려 있고
丹鳳翔八極(단봉상팔극) : 붉은 봉황은 하늘로 날아오른다.
精微十六字(정미십육자) : 정미한 열여섯 글자들
的的在胸憶(적적재흉억) : 분명하게 가슴에 간직하노라.
輔以五車書(보이오거서) : 다섯 수레의 책 읽어서 깁고
博約見天則(박약견천칙) : 박문하고 검약하여 하늘의 이치 보노라.
王風久蕭索(왕풍구소삭) : 왕의 기풍은 오래도록 쓸쓸하고
大道翳荊棘(대도예형극) : 큰 도는 가시밭길에 가려 있도다.
誰知蓬窓底(수지봉창저) : 누가 알겠는가, 창문 아래에서
掩卷長太息(엄권장태식) : 책을 덮고 길이 탄식하고 있는 것을
정관음유림관작(貞觀吟楡林關作)-이색(李穡)
정관 연간에 유림관을 읊어 짓다-이색(李穡)
晋陽公子結豪客(진양공자결호객) : 진양공자가 호걸들과 친분 맺어
風雲壯懷滿八極(풍운장회만팔극) : 풍운의 장한 회포 우주에 가득했다.
赫然一起揮天戈(혁연일기휘천과) : 기운차게 한번 일어나 하늘 무기 휘두르니
隋堤楊柳無顔色(수제양류무안색) : <수제>의 버드나무 제방이 빛을 잃었었다.
已踵殷周成武功(이종은주성무공) : 은나라와 주나라 본받아 무공을 세웠으니
宜追虞夏敷文德(의추우하부문덕) : 순임금과 우임금 본받아 문장의 덕을 펴야 하리라.
持盈守成貴安靖(지영수성귀안정) : 가득 찬 것 지키고, 성취 유지함에는 안정이 제일이라
好大喜功多反側(호대희공다반측) : 큰 일 즐기고, 공로 좋아하면 잘못되기 쉽도다.
三韓箕子不臣地(삼한기자불신지) : 우리나라는 기자 때부터 중국이 신하 삼지 않던 땅이니
置之度外疑亦得(치지도외의역득) : 예외로 하여 그냥 둠이 좋았을 것을
胡爲至動金玉武(호위지동금옥무) : 어찌하여 금옥과 같은 발걸음을 일으켜
啣枚自將臨東土(함매자장임동토) : 말에 재갈 물리고, 스스로 동쪽 땅으로 몰려왔던가.
貔貅夜擁鶴野月(비휴야옹학야월) : 날쌘 군사들 달밤에 안시성을 에워싸고
旌旗曉濕鷄林雨(정기효습계림우) : 무수한 깃발은 계림에 내리는 새벽 비에 젖었다.
謂是囊中一物耳(위시낭중일물이) : 주머니 속 물건 취하듯 쉽다고 말하더니
那知玄花落白羽(나지현화락백우) : 눈동자 흰 깃에 적중될 것을 그 누가 알았을까.
鄭公已死言路澁(정공이사언로삽) : 정공이 이미 죽어 언로가 막혔다가
可笑豊碑蹶復立(가소풍비궐복립) : 우습구나, 쓰러뜨린 큰 비석을 다시 세우다니
回頭三叫貞觀年(회두삼규정관년) : 머리 돌려 정관의 연호를 세 번 소리쳐 보니
天末悲風吹颯颯(천말비풍취삽삽) : 하늘 끝에서 슬픈 바람만 쌀쌀하게 불어오는구나.
연산가(燕山歌)-이색(李穡)
연산가-이색(李穡)
燕山之陽雲如堆(연산지양운여퇴) : <연산> 남쪽, 구름은 무더기처럼 쌓이고
龍飛鳳舞源源來(용비봉무원원래) : 끊임없이 이어진 산세, 용이 날고 봉황이 춤추듯 하구나
長城中斷居庸關(장성중단거용관) : 긴 성곽은 가운데 끊겨 <거용관>을 가로질러 있고
春風秋月軒轅臺(춘풍추월헌원대) : 봄바람 가을달의 <헌원대>로구나.
昭王一去亦已矣(소왕일거역이의) : <소王>은 한 번 가서 돌아오지 않으니
黃金千載空塵埃(황금천재공진애) : <황금대>에는 천년 동안 헛되이 먼지만 쌓이는구나.
天旋地轉光嶽合(천선지전광악합) : 하늘과 땅 돌고 돌아 <삼광오악>과 정기 합쳐지고
土圭日影明堂開(토규일영명당개) : 토규 해 그림자 비치니 명당이 열렸구나.
四方漕廥蓄山海(사방조괴축산해) : 사방은 운하로 산과 바다의 산물들이 쌓이고
萬國玉帛馳風雷(만국옥백치풍뢰) : 만국의 보물들은 바람처럼 몰려오는구나
吾聞在德不在險(오문재덕불재험) : 나라를 지킴은 덕망에 있지 험한 산천에 있지 않다 하니
傳世百萬何疑哉(전세백만하의재) : 백만 년 오래 전할 것을 어찌 의심하리오
秦皇唐明共一轍(진황당명공일철) : 진시황과 당명황은 모두 나라를 잃었으니
不是驪山爲禍胎(불시려산위화태) : 진시황이 여산을 만든 것만이 화근이 아니로다.
臨風獨立意蒼莽(임풍독립의창망) : 바람 앞에 홀로 서니 온갖 마음의 회포 어지러이 일어고
日暮車馬爭喧豗(일모거마쟁훤회) : 해 저물자 수레 소리와 말울음 소리 시끄기만 하구나
우제(偶題)-이색(李穡)
우연히 짓다-이색(李穡)
李杜文章繼者稀(이두문장계자희) : 이백과 두보의 문장 이는 자가 드무니
鳳凰何日更雙飛(봉황하일갱쌍비) : 봉황이 다시 쌍쌍이 나는 날이 그 언제일까
功名滿世今難致(공명만세금난치) : 공명은 세상에 가득해도 지금은 이루기 어럽고
道德離倫古亦稀(도덕리윤고역희) : 도덕도 우뚝한 것은 옛날도 여려웠어라
陶寫性情堪自養(도사성정감자양) : 성정을 도야는 스스로 감당할 수 있으며
敷陳政化有誰非(부진정화유수비) : 정치교화를 꾀하는 일을 누가 비난하리오
病餘詛嚼侍中味(병여저작시중미) : 병 앓던 끝에 되새겨 보는 시 속의 맛
遇興時時筆一揮(우흥시시필일휘) : 흥을 만나면 때때로 붓 한번 휘둘러보노라
즉사(卽事)-이색(李穡)
일대로-이색(李穡)
幽居野興老彌淸(유거야흥노미청) : 한적하게 사노라니 늙어갈수록 들의 흥취 맑아지고
怡得新詩眼底生(이득신시안저생) : 새 시를 기쁘게 얻으니 눈 안에 기운이 절로 인다
風定餘花猶自落(풍정여화유자락) : 바람 고요해도 남은 꽃잎은 오히려 절로 떨어지고
雲移小雨未全晴(운이소우미전청) : 구름이 옮겨가도 가랑비는 완전히 개이지 않는구나
墻頭粉蝶別枝去(장두분접별지거) : 담장가의 꽃가루 묻힌 나비는 다른 가지 향해 날아가고
屋角綿鳩深樹鳴(옥각면구심수명) : 지붕 모서리의 흰 비둘기는 깊숙한 나무 숲에서 운다.
齊物逍遙非我事(제물소요비아사) : 제물론과 소요유는 나의 일 아니니
鏡中形色甚分明(경중형색심분명) : 거울 속 나의 모습 참으로 분명하구나.
효무(曉霧)-이색(李穡)
아침 안개-이색(李穡)
地氣天不應爲霧(지기천불응위무) : 땅기운에 하늘이 응하지 않으면 안개 되고
天氣地不應爲霧(천기지불응위무) : 하늘기운에 땅이 응하지 않으면 안개가 된다.
相應則雨又以時(상응칙우우이시) : 서로 응하면 비가 되고 또 때에 맞게 되나니
在於洪範其徵休(재어홍범기징휴) : 홍범에도 그 징조가 아름답다고 했도다
乾健坤順化萬物(건건곤순화만물) : 하늘이 건하고 땅이 순하면 만물이 화육되나니
絪縕舒卷密以周(인온서권밀이주) : 원기가 펴지고 닫혀지고 하면서 두루 미친다
使之或沴失本性(사지혹려실본성) : 간혹 순조롭게 하지 않으면 본성을 잃게 되나니
我不知兮誰之由(아부지혜수지유) : 나는 모르겠구나, 누구 때문인가를
我不知兮誰之由(아부지혜수지유) : 나는 모르겠구나, 누구 때문인가를
長吟短命今白頭(장음단명금백두) : 길게 읊어보고 짧게 읊어보다 이제 백발이 다 되었도다.
관물(觀物)-이색(李穡)
사물관찰-이색(李穡)
大哉觀物處(대재관물처) : 위대하다, 사물의 처한 곳을 관찰함이여
回勢自相形(회세자상형) : 형세가 돌려지면 절로 형상이 이루어진다.
白水深成黑(백수심성흑) : 흰 물도 깊어지면 검은 빛을 띠게 되고
黃山遠送靑(황산원송청) : 누런 산도 멀어지면 푸른빛을 보내온다.
位高威自重(위고위자중) : 지위가 높으면 위세가 엄해지고
室陋德彌馨(실루덕미형) : 집이 누추하면 덕망은 더욱 향기로워진다
老牧忘言久(노목망언구) : 늙은 나는 말을 잊은 지 오래인데
苔痕滿小庭(태흔만소정) : 이끼 낀 흔적이 작은 뜰에 가득하여라
조래(朝來)-이색(李穡)
아침에-이색(李穡)
朝來危坐便題詩(조래위좌편제시) : 이침에 꿇어 앉아 문득 시를 짓어보노니
未必衰年耐苦思(미필쇠년내고사) : 노년의 괴로운 생각 잊기 위함만은 아니로다
有興宛然成好句(유흥완연성호구) : 흥이 생기면 완연히 좋은 시를 얻으나
只愁平淡格還卑(지수평담격환비) : 평담한 시격이 도리어 낮아질까 걱정일 뿐이로다.
즉사(卽事)-이색(李穡)
있는 대로-이색(李穡)
平淡由來少味(평담유래소미) : 평담함은 원래 맛이 없어
淸新各是多姿(청신각시다자) : 청신함은 각각 많은 모양 있도다.
斧鑿了無痕迹(부조료무흔적) : 도끼구멍 같은 흔적 원래 전혀 없으니
悠然採菊東籬(유연채국동리) : 우두커니 동쪽 울타리 국화꽃 따는 것이라오
견회(遣懷)-이색(李穡)
회포를 풀다-이색(李穡)
倏忽百年半(숙홀백년반) : 홀홀히 지나간 반 백 년
蒼黃東海隅(창황동해우) : 창황한 동해 모퉁이이로다
吾生元跼蹐(오생원국척) : 우리 삶이 본디 구속이요
世路亦崎嶇(세로역기구) : 세상길이 또한 기구하도다
白髮或時有(백발혹시유) : 백발이란 어느 때는 있는 것
青山何處無(청산하처무) : 청산이야 어딘들 없으리
微吟意不盡(미음의불진) : 가늘게 읊어도 마음 다하지 못하여
兀坐似枯株(올좌사고주) : 마른 나무등걸처럼 오뚝히 앉아 있도다
부생(浮生)-이색(李穡)
뜬 구름 인생-이색(李穡)
浮生安足恃(부생안족시) : 뜬 구름 인생을 어이 믿으리오
老病競侵尋(로병경침심) : 늙고 병드는 것이 다투어 침노하는구나
日月環雙鬢(일월환쌍빈) : 해와 달은 두 귀 밑머리에 고리를 달고
乾坤矢一心(건곤시일심) : 하늘과 땅은 한 마음에 화살을 쏘는구나
袖風晴倚杖(수풍청의장) : 소매에 바람 드는 갠 날 지팡이에 기대고
衣露夜鳴琴(의로야명금) : 이슬에 옷 젖는 밤에 거문고 울리는구나
萬慮自此靜(만려자차정) : 온갖 생각이 이로부터 고요해지니
渺然天地深(묘연천지심) : 까마득하게 하늘 땅이 깊기만 하다
우음(偶吟)-이색(李穡)
우연히 읊다-이색(李穡)
桑海眞朝暮(상해진조모) : 상전벽해가 참으로 조석간인데
浮生況有涯(부생황유애) : 뜬 구름 같은 인생 하물며 끝이 있겠지
陶潛方愛酒(도잠방애주) : 도잠은 바야흐로 술을 사랑하고
江摠未還家(강총미환가) : 강총은 집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小雨山光活(소우산광활) : 가랑비가 지나가니 산빛이 살아나고
微風柳影斜(미풍류영사) : 가는 바람에 버드나무 그림자가 비낀다
句回還游意(구회환유의) : 멀리 놀러 가려던 새악을 돌려
獨坐賞年華(독좌상년화) : 혼자 앉아 자연풍광이나 구경하련다
야음(夜吟)-이색(李穡)
밤에 읊다-이색(李穡)
行年已知命(행년이지명) : 내 나이 이미 오십
身世轉悠哉(신세전유재) : 신세가 더욱 망연하구나
細雨燈前落(세우등전락) : 가는 비는 등잔불 앞에 내리고
名山枕上來(명산침상래) : 좋은 산은 베개 위로 다가오는구나
憂時知杞國(우시지기국) : 때 근심하니, 기나라 사람 마음 알아서라네
請始有燕臺(청시유연대) : 연나라의 대의 이야기가 있으니 벼슬 청하라네
恰到俱忘處(흡도구망처) : 영욕을 다 잊는 심경에 이르니
心原冷欲灰(심원랭욕회) : 마음이 차가워져 차가운 재로 되려하는구나
기안국사송정간우(記安國寺松亭看雨)-이색(李穡)
안국사 송정에서 비 오는 것을 보며 적다-이색(李穡)
小雨仍村笛(소우잉촌적) : 가랑비 속에 마을에서 피리소리 들리고
斜陽又寺鍾(사양우사종) : 해는 지는 데 또 절 종소리 드려오는구나
山遙多醞籍(산요다온적) : 산이 아득하여 지극히 온자하고
水闊自舂容(수활자용용) : 물이 넓으매 스스로 조용하구나
爽氣生明月(상기생명월) : 시원한 기운 밝은 달에서 생기고
寒聲起碧松(한성기벽송) : 찬 소리 푸른 소나무에서 일어나네
至今心尙悸(지금심상계) : 지금도 오히려 마음이 뛰는 것은
雷電逐飛龍(뢰전축비룡) : 번개와 우뢰가 날아가는 용을 따르기 때문이라네
독한사(讀漢史)-이색(李穡)
한나라 역사를 읽다-이색(李穡)
吾道多迷晦(오도다미회) : 우리 도가 심하게 어두워지니
儒冠摠冶容(유관총야용) : 갓 쓴 선비들 다 겉만 꾸미는구나
子雲殊寂寞(자운수적막) : 양자운이 특별히 적막했다하고
伯始自中庸(백시자중용) : 백시 호광은 스스로 중용이라 하였네
六籍終安用(륙적종안용) : 육경의 책을 마침내 어디 쓰리오
三章竟不從(삼장경불종) : 약법삼장을 끝내 따르지 못했구나
悠悠千載下(유유천재하) : 유유히 지난 천년 뒤
重憶孔明龍(중억공명룡) : 와룡선생 공명을 다시 생각한다
부작절구(復作絶句)-이색(李穡)
다시 절구를 짓다-이색(李穡)
絶壁飛湍雪灑矼(절벽비단설쇄강) : 절벽에 여울물 날고 눈은 다리에 씻는데
氷消春水漲驪江(빙소춘수창려강) : 얼음 녹은 봄물은 여강에 가득 차 넘치는구나
高人獨坐扁舟去(고인독좌편주거) : 고상한 사람 홀로 조각배에 앉아 떠나가니
無數靑山自滿牕(무수청산자만창) : 무수한 푸른 산 스스로 선창에 가득하구나
기사(紀事)-이색(李穡)
사실을 적다-이색(李穡)
衣鉢誰知海外傳(의발수지해외전) : 누가 법통이 해외에 전해진 것을 알리오
圭齋一語向琅然(규재일어향랑연) : 규재의 한 마디 말씀 낭연했었다
邇來物價皆翔貴(이래물가개상귀) : 그 뒤로 물건 값은 모두 오르는데
獨我文章不眞餞(독아문장불진전) : 다만 내 문장만 정말로 값이 오르지 않도다
제목암권(題牧蓭卷)-이색(李穡)
목암의 시권에 제하다-이색(李穡)
亂山深處路橫斜(란산심처로횡사) : 어지러운 산 깊은 곳에 길은 가로 비껴있고
日暮牛羊自識家(일모우양자식가) : 해가 저무니 소와 염소는 집을 알고 돌아온다
此是老翁眞境界(차시로옹진경계) : 이것이 곧 늙은이의 참 경계인지라
淡煙芳草接天涯(담연방초접천애) : 맑은 연기 꽃다운 풀은 하늘 끝까지 닿았도다
유관소게한송선사고주(楡關小憩寒松禪師沽酒)-이색(李穡)
유관에 잠깐 쉬니 한송선사가 술을 사왔다-이색(李穡)
寒風吹雪滿楡關(한풍취설만유관) : 찬 바람이 불어서 눈이 유관에 가득
氷結疏髯馬不前(빙결소염마불전) : 성긴 수염에 얼음 얼고 말은 나가려 하지 않는다
賴有吾師三昧手(뢰유오사삼매수) : 우리 스님 삼매경의 솜씨 힘입었으니
破囊擎出醉鄕天(파낭경출취향천) : 주머니 풀어 취향의 하늘을 집어 내셨구나
정성랑제현(呈省郞諸賢)-이색(李穡)
성랑제현에게-이색(李穡)
宦途今古足危機(환도금고족위기) : 옛부터 벼슬길은 위태한 계기 되기에 충분하나니
何怪衰年惹是非(하괴쇠년야시비) : 늙으막에 시비에 얽힌 것 무엇이 이상하리오
再拜聖恩天地大(재배성은천지대) : 하늘과 땅처럼 큰 임금의 은혜에 두 번 절하고
萬山殘雪掩柴扉(만산잔설엄시비) : 온 산에는 잔설이 가득한데 사립문을 닫아보노라
여강(鱺江)-이색(李穡)
여강-이색(李穡)
不是無錢買小舟(불시무전매소주) : 작은 배 살 돈이 없 것 아니라
飄然直泝漢江流(표연직소한강류) : 표연히 한강 물결 바로 거슬러 오르리라
只怜當戶龍山碧(지령당호룡산벽) : 다만 문 앞에 용산의 푸르름이 사랑스러워
日日呤詩獨倚樓(일일령시독의루) : 날마다 시를 읊으며 혼로 누락에 기대어 본다
소우(小雨)-이색(李穡)
이슬비-이색(李穡)
細雨濛濛暗小村(세우몽몽암소촌) : 이슬비 보슬보슬 내려 마을은 어둑해지고
餘花點點落空園(여화점점락공원) : 남은 꽃은 한 잎 한 잎 빈 동산에 떨어진다
閑居剩得悠然興(한거잉득유연흥) : 한가로이 살며 유연히 흥을 얻나니
有客開門去閉門(유객개문거폐문) : 손님 오면 문을 열고 가면 다시 문 닫노라
동정만애(洞庭晩靄)-이색(李穡)
동정호의 저녁 아지랭이-이색(李穡)
一點君山夕照紅(일점군산석조홍) : 한 점 작은 군산에 저녁볕이 붉고
闊吞吳楚勢無窮(활탄오초세무궁) : 오초를 마구 삼키매 그 형세 끝이 없다
長風吹上黃昏月(장풍취상황혼월) : 황혼녘 달을 긴 바람이 불어올려
銀燭紗籠暗淡中(은촉사롱암담중) : 은촛대 깁 등룡 어둑한 속에 두었구나
교동(喬桐)-이색(李穡)
교동-이색(李穡)
海門無際碧天低(해문무제벽천저) : 바닷문 끝이 없고 푸른 하늘 나직한데
帆影飛來日在西(범영비래일재서) : 돛 그림자 날아오고 해는 서쪽에 있도다
山下家家蒭白酒(산하가가추백주) : 산밑 집집마다 흰 술을 빚는데
斷蔥斫膾欲鷄棲(단총작회욕계서) : 파를 베어 오고 회를 치며 닭 들기만 기다린다
여엽공소부청산백운도(與葉公昭賦靑山白雲圖)-이색(李穡)
섭공소와 청산백운도에 쓰다-이색(李穡)
風塵漠漠暗銷魂(풍진막막암소혼) : 풍진이 아득하여 은근히 사람의 넋을 녹이는데
獨立乾坤日欲昏(독립건곤일욕혼) : 홀로 건곤에 우뚝 서니 해가 저물려 한다
一望便知山下路(일망편지산하로) : 한 번 바라보매 곧 산 밑의 길을 알겠으니
好携藜校過雲門(호휴려교과운문) : 명아주지팡이 끌고 구름문을 지나가기 좋구나
방밀성량박선생(訪密城兩朴先生)-이색(李穡)
밀성 두 박선생을 찾아서-이색(李穡)
碧桃花下月黃昏(벽도화하월황혼) : 벽도화 아래에 달은 벌써 황혼인데
爭挽長條雪酒樽(쟁만장조설주준) : 긴 가지를 다투어 당기매 술병에 눈 같은 꽃
當日同遊幾人在(당일동유기인재) : 그 당시 같이 놀던 사람은 몇이나 남았는가
自怜携影更敲門(자령휴영경고문) : 그림자를 이끌고 다시 문을 두드리는 내가 가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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