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의 순기능
김유미
라면은 맘껏 부풀어서
피가 되어야 한다
돌릴수록 커지는 솜사탕을 빌려와서라도
불어나야 한다
배고프지 아이야
겨울의 저체온증 속으로
스며들어야 한다.
배부른 아이가
바닥에 쓰러져 잠이 들 때까지
빈 그릇으로 조용히 놓여있어야 한다
꿈에서 아이가 새들을 모아놓고
비행을 앓고 있구나 노래를 부르는 동안
기다림 같은 국물들
기울어지는 시간을 베고
팔다리를 펼칠 때까지
그릇 속에서 말라가야 한다.
잠이 흘러내려 아이의 발목에 닿으면
관절을 늘려 빈집을 부축해야 한다.
혹 아이가 꿈속에서 헤매다가
잠에서 깨어날 때도
익숙한 곁인 것처럼 밥상 위에
흐트러져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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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미 2014년 『시와반시』 등단, 시집 『창문을 닦으면 다시 생겨나는 구름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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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의 순기능/김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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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08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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