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림님들~~안녕하세요?
대면이 어려웠던 코로나 시국에 어쩔 수 없이 ‘회원, 삶의 현장을 찾아서’도 멈춰 있었습니다만, 다시 회원님들을 찾아갈 수 있게 되었어요.
나정숙 회원님 댁이 마침 울림 사무실 건너편 아파트라서 울림과는 상당히 가장 가까운 분이십니다.^^
그래서 2023년, 우리 회원님들의 삶의 현장 첫 손님으로 나정숙 회원님을 선정하고 만났습니다.
지난 4월 13일 중앙도서관 이음카페 2층에서 인터뷰를 진행했어요. 며칠 전 장소를 답사한 뒤 당일 미리 가서 기다리는 동안 얼마나 떨리던지(인터뷰는 처음이라~) 지금도 가슴이 쿵쾅거리네요. 호수공원의 푸르름과 도서관 카페의 여유가 공존하는 이음 카페, 인터뷰 장소로 좋았습니다.
울림 활동가 박은영님이 사진을 찍어주셨고 사이사이에 질문도 해 주셨어요.
약속 시간에 오신 나정숙 회원님은 무엇보다 목소리가 좋았어요. '목소리는 지문이다'라는 말이 있지요. 나정숙 회원님의 목소리는 울림이 크면서도 저음으로 안정감이 느껴졌어요. 하회탈 같은 미소까지 더해 첫눈에 신뢰하고 싶은 인상을 지닌 분이었어요. (그래서 마음 탁 놓고 시작할 수 있었답니다.ㅎㅎ) 이야기를 나누면서 나정숙 회원님은 단단하면서도 부드러운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창아(이하 '창') : 안녕하세요? 저는 올해 울림의 회원님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하게 된 조창아라고 합니다. 처음 진행하는 거라서 서툰 점이 많을 텐데 너그럽게 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우선 본인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나정숙(이하 '나') : 안산시 시의원으로 활동하다가 생활인으로 돌아온 나정숙입니다.
* 나정숙 회원님은 6, 7, 8대 안산시 시의원으로 활동하신 분입니다.
창 : 네, 심플하게 소개해 주셨네요. 회원님의 하루 일과가 궁금합니다. 최근에 어떤 취미 생활을 하고 계신지도 들려주시겠어요?
나 : 요즘 월요일부터 목요일, 오전 9시반부터 11시반까지 항가울산에서 맨발로 걷고요. 금요일에는 수리산 황톳길에서 맨발로 걷기를 하고 있어요. 수리산은 특히 ‘어싱길’이 조성돼 있어서 걷기 좋습니다.
*어싱(earthing):맨발’
창 : 흥미로운 경험이겠어요. 게다가 꾸준히 하신다니오. 맨발 걷기를 하시게 된 특별한 이유라도 있으셨나요?
나 : 의정 활동을 해 온 12년 동안 건강이 몹시 나빠졌어요. 특히 허리가 많이 안 좋아져서 고생을 하던 중에 맨발 걷기의 효능을 알게 되어 주위 분들을 모아 시작하게 되었죠.
창 : 그러셨군요. 맨발 걷기 덕을 보셨나요? 요즘 건강은 어떠세요?
나 : 네, 효과를 많이 보고 있어요. 허리도 좋아졌지만 무엇보다 아침에 걸으면서 힐링도 많이 되고요. 동참하는 지인들이 꽤 있는데 산에서 만나는 이들과 카페나 다른 공간에서 만나는 그들의 모습이 정말 다르더라고요. 그 분들의 새로운 면모를 보고 놀라기도 하고 더 좋기도 합니다.
창 : 그밖에 어떤 일상을 보내시는지 궁금합니다.
나 : 제가 한문을 전공했어요. 요즘은 중용을 읽고 있고요. <작은도서관 책모임>에도 참여하고 있어요. 또 ‘나정숙의 생활실험실’이라는 이름으로 단원 FM에서 팟캐스트를 녹음해 유튜브에 올리는 일도 하고 있어요.
*단원FM : 대한민국의 공동체라디오. 경기도 안산시 중심으로 라디오방송을 송출하고 있음. 주파수는 FM 88.7MHz. 울림 회원 중 얼쑤, 황선희, 유미경 등이 활동하고 있음.
창 : 그러게요. 그 어려운 일을 하고 계시더라고요. 목소리가 무척 좋으시고 다양한 내용의 콘텐츠를 마련하셔서 몇 개 듣고 왔습니다. 1시간 정도 듣는 동안 전혀 지루하지 않고 흥미로웠습니다.
나 : 들으셨군요. 반갑습니다. 들으시는 분이 많이 안 계셔서 잘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창 : 정말 좋았어요. 최근에 업로드 하신 '안산시 걷기 협회장' 인터뷰와 '발달 장애인 대학생 청년들' 인터뷰를 특히 흥미롭게 들었습니다. 그 청년들과 인터뷰하시는 회원님의 대화 자세를 많이 배웠습니다. 세심하게 질문하시고 잘 들어주시는 회원님의 목소리에서 섬세하고 푸근한 분이구나 하는 안도가 들었습니다. 인터뷰하러 오기 전 몹시 떨었는데 의원님 목소리를 듣고 나니 바로 안심이 되더라고요. 목소리에 힘이 있으면서 울림이 있어서 듣기에 좋더라고요.
나 : 고맙습니다. 그런 피드백 들으니 힘이 나네요.
창 : ‘나정숙의 생활실험실’를 올리시게 된 계기를 듣고 싶어요.
나 :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던 즈음부터 안산에 '미디어 센터'가 절실하다 생각했어요. 지역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창구가 있으면 좋겠다 하고요. 미디어 활성화 활동의 일환으로 <단원FM>에서 녹음을 하기 시작했지요. 마침 생활인으로서 시간 여유도 좀 생겼고요. 의정 활동의 경험을 토대로 지역의 여러 분야에서 생활하시는 분들을 직접 만나고 소개하는 일을 해 보자 하는 취지였지요. 의정 활동 중에는 아무래도 의회 안에서 활동해야 하는 시간이 더 많았거든요. 퇴근이 없다고 할 정도로 할 일이 많았어요.
창 : 방송 녹음 전에 하셔야 할 일이 많으실 텐데 특히 질문지 작성이 무척 힘드셨을 것 같아요. 그리고 인터뷰 중간마다 노래가 참 좋았어요. 선곡도 직접 하시는 거예요?
나 : 네, 품이 정말 많이 들더라고요. 두 시간 정도 제가 직접 대본을 작성합니다. 그 뒤엔 선곡을 위해 노래도 이것저것 들어보고요. 분위기를 적당히 띄우면서도 쳐지지 않게 하려면 인터뷰 질문지만큼이나 신경을 많이 써야 하더라고요.
은영: 의정 활동을 오래 하셔서 그런지 말의 힘, 말빨이라고 하죠. 그게 엄청나신 것 같아요. 게다가 목소리가 좋으시고, 귀에 쏙쏙 들어오는 명확한 발음도 한몫하시는 것 같아요.
나 :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창 : 의회 일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나 : 제가 YWCA에서 오래 활동했어요. ‘생활 정치 학교’와 ‘의정 지킴이’ 활동을 하면서 내가 직접 정책을 입안하는 일을 해 보자 하는 생각이 들었죠. 2004년에 안산시의 시의회는 21명 의원 중 여성 의원이 제로였다고 해요. 2010년에 비례대표제가 추진되면서 여성 의원 할당제 덕분에 비례대표가 됐고, 이후 더불어민주당의 지역구 의원으로 6대부터 8대까지 3선의원으로 활동하게 되었어요.
창 : 의정 활동에서 보람 있었던 일은 언제였나요?
나 : 시화호 보존 사업이나 안산시 무상급식 추진을 하게 된 것, 월경용품 보편 지금을 발의하고 입안하게 된 사업이었습니다. 특히 월경용품 보편 지급은 울림과 협력하여 성과를 냈지요.
은영 : 현재는 편의점에서 월경용품을 지급하고 있던데, 공중화장실까지 보편 지급으로 확대되면 좋을 것 같아요.
나 : 그렇습니다. 월경용품 판매에 매겨지는 세금을 폐지하자는 운동도 있는데 정말 필요합니다. 공중화장실에 화장지처럼 비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누구든 갑자기 월경을 하게 되었을 때 사용할 수 있게 말이죠. 월경이란 말도 반대가 많았어요. 생리라는 말 안 쓰고 왜 월경이냐. 남성 의원들 반대가 극심했는데 “당신 딸을 생각해라.” 하면서 설득해 나갔지요.
창 : 네, 남성 의원들 반대처럼 의정 활동을 하시는 동안 ‘여성 정치인’으로서 어려운 점이 많으셨을 것 같아요.
나 : (웃음) 집안 살림과 겸해야 한다는 것이었죠. 그래도 저는 의원 활동 이전에 YMCA 활동을 하면서 가족들을 훈련한 덕분에 큰 저항은 없었지만, 내가 집안일에 너무 소홀한가 하는 자기검열로 괴로울 때도 있었고요. 그래도 가족이 지지해 주었고, 지금은 남편과도 분담이 잘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다음 여성 정치인으로서 어려웠던 점은 남성 의원들의 여성 비하적인 언행들이었어요. 남성 의원들은 관계를 잘 유지하면 그게 정치다, 하는 분위기가 있거든요. 특히 술 문화에 적응하라는 압박이었어요. 여성 의원들은 대개 원칙을 중시하는 편이라 성실하며 비리가 적은 편이에요. 물론 일반화는 곤란하지만요. 곧이곧대로인 여성 의원들이 남성 의원들에게는 답답하게 보였나 봐요. 하지만 3선 의원으로서 활동하는 동안 의회 분위기도 많이 쇄신되었고, 정책을 입안하여 조금씩 무언가 바뀌어 간다는 게 보람을 주었지요.
창 : 앞으로 정치 활동을 계속해 나가실 계획이신가요? 어떤 활동을 하고 싶으신가요?
나 : 가능하다면 계속하고 싶어요. 시민 단체에 있을 때는 한계를 많이 느꼈어요. 이를테면 개선이 시급한 문제에 관한 통계 자료 등을 참고하려고 해도 모든 자료를 일절 공개하지 않아서 애를 많이 먹었거든요. 그런데 의회 활동을 하는 동안 우리가 요구하는 자료를 참고하여 정책을 입안하고 우리 지역이 조금씩 발전하고 나아가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어요. 엄청난 보람을 주었지요. 그런 점에서 정치 활동은 곧 생활이고, 자기 해방의 과정이라는 깨달음을 얻었어요.
창 : 그렇다면 주위 분들에게 의정 활동을 권하고 싶으시겠어요?
나 : 네. 정말 권하고 싶어요. 두 분도 해 보세요. 자신의 삶을 개선하고 나아가 지역 공동체의 삶의 질도 개선하는 데 앞장설 수 있다는 면에서 우리 여성에게는 여성 해방의 길이기도 하다고 생각해요.
창 : 오늘 의원님의 말씀을 들으며 저도 시의원 활동을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1~2초 했습니다. 무엇보다 의정 활동의 보람이 컸고, 나아가 해방까지 얘기하시니까, 찰나의 욕망이 생겼달까요.
나 : (웃음) 네, 꼭 해 보세요. 두 분 오늘 보니 인터뷰도 편안하게 이끌어 주시고, 말씀도 잘하시고 해서 시의회 활동도 잘하실 수 있겠어요. (다 같이 웃음)
은영 : 내년에 안산의 시민단체, 여성단체들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나: 안산에는 다른 지역에 비해 시민단체 활동이 꽤 활발한 지역이에요. 유권자 운동이 필요합니다. 감시자로서 활동하시면 의원들이 더 잘할 수밖에 없죠. 또 투표를 독려해야죠. 안산에는 반월 공단이 있어 선거일에 근무가 잡히면 선거하러 나가기 쉽지 않잖아요. 한 사람이라도 더 투표할 수 있는 조건이 되도록 환경을 만들어가야 합니다.
은영 : 의정 지킴이 활동을 하는 분들이 많아지면 좋겠네요. 저도 군포에서 5년 동안 했어요.
나 : 의정 지킴이 활동도 하셨군요. 잘하셨네요.
은영 : ‘의정 지킴이 양성 교육’ 같은 것도 해 주시면 좋겠네요.
나 : 네, 필요한 교육이죠.
창 : 제게는 낯선 활동인데, 울림에서 의정 지킴이 교육 등에 관해 재능기부를 해 주실 의향도 있으세요?
나 : 울림이 어떤 교육을 마련할지 모르겠지만, 제가 할 수 있는 것들이라면 언제든지 불러주세요.
창 : '울림'과는 어떻게 인연이 되셨나요?
나 : 월경용품 보편 지급 발의를 준비하면서 울림 활동가들과 만났습니다. 덕분에 입안까지 할 수 있어서 뜻깊은 만남이었죠.
은영 : 울림에 바란다, 한 말씀 부탁드려요.
나 : 울림이 좀 더 홍보를 활발히 했으면 좋겠어요. 제가 울림 사무실 길 건너편에 사는데 지역민들과 더 가까워지면 좋다고 생각했어요. 울림 사무실 주위에서 울림이 거기에 있는지 아는 분이 많지 않잖아요. 지역 주민 누구나 와서 힐링되고 해방되고 그럴 수 있는 단체면 참 좋을 것 같아요.
창 : 그런 말씀 고맙습니다. 저희가 노력을 많이 해야겠어요. 자연인 나정숙과 정치인 나정숙, 어떻게 다를까요?
나 : 정치인 나정숙으로서의 삶도 보람있고 의미있었던 시간이었지만 지금의 자연인 나정숙으로서의 삶이 더 편안하고 즐겁습니다. '맨발학교' 교장으로 자연과 함께하는 사는 삶이 지금 너무 만족스럽거든요.
창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한 마디 부탁드릴게요.
나 : 오랜만에 중앙도서관도 와 보고 호수공원도 나올 수 있게 인터뷰 장소를 선정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라일락을 참 좋아하는데 라일락 향기 참 좋네요. 짧지만 힐링 된 시간이었어요.
창, 은영 : ‘맨발 걷기 학교’와 같은 정말 필요하고 좋은 프로그램 만들어 주셔서 고맚에 동참하겠습니다. 건강하게 지내세요. 오늘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주 울림 창립 기념일 나들이에도 함께해 주세요. 이곳 호수공원에서 만나요.
나 : 네, 꼭 참여하겠습니다.
나정숙 회원님은 이날의 약속을 지키셨습니다. 울림 창립 기념일에도 와 주셨고 잠깐이지만 참석한 회원들에게 맨발 걷기의 맛을 보게 해 주신 뒤 항가울산에서 진행되는 맨발 학교로 향하셨습니다.
앞으로도 종종 만나 회원님과 더 깊은 이야기를 나눌 기회를 주신다면 언제든 달려가겠습니다.
진솔한 이야기 들려주신 나정숙 회원님, 다시 한번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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