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 공유] 중학교 사회 ②(2015 개정 교육과정) - 기업의 공간적 탐구
안녕하세요, 의정부중(경기 의정부)에서 홀로 중1 사회①, 중3 사회③ 수업을 전담하고 있는 지리교사 최학모입니다.
이번 지리교육전문지 「아우라지」 2024년 봄호에 기고해주신 사서과 정유화 선생님과 함께 기획했던 수업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참고: 정유화, 2024. 5., <특집> 도서관 협력수업 - 사서교사를 교수파트너로 만나주세요 - 학교도서관과 함께하는 중학교 3학년 「기업의 공간적 탐구」 협력수업 사례를 중심으로, 전국지리교사모임 지리교육전문지 「아우라지」, 94-111쪽)
참고로 정유화 선생님께서 작성해주신 기고글은 풍부한 '교과 수업'을 위해 단위학교의 사서 선생님과 협력할 수 있는 방법, 문헌정보교육 전문가로서의 사서 선생님이 정보활용을 가르쳐주는 사례 등을 초점으로 작성되어 있습니다. 기회가 되면 한번 읽어보시고, 학교의 사서 선생님을 찾아가 여러 수업시도를 해보는 것을 권합니다.
그래서 이 글에서는 함께 협력수업을 했던 제 입장에서 '지리 수업-평가'를 기획하게 된 계기와 과정, 부족한 점과 어려운 점은 어떠했는지 이야기를 적어보고자 합니다. 실질적인 수업-평가는 자료를 보면 알 수 있을 거 같아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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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 저와 같은 처지의 많은 선생님들께 새로운 수업에 대한 도전과 그의 나눔에 대한 용기를 더할 수 있도록, 어떻게 이 수업을 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보고자 합니다.
2017년부터 2021년까지 5년간 송우고등학교(경기 포천)에서 근무하고, 2022년 의정부로 들어오고자 하니 지금 근무하고 있는 '의정부중학교(경기 의정부)'로 발령받게 되었습니다.
경기도는 지원청 한 곳에서 10년까지 머무를 수 있고, 지원청 간 내신을 쓰게 되면 해당 지원청 내에서는 신규교사 직전 순위로 학교를 배정받습니다. (서울특별시와 다른 시스템) 지원청 내에서 우선 관내 교사 선호에 따른 이동 및 배정을 마무리 한 후, 그래도 채워지지 않은 곳으로 학교 배정을 받았다는 뜻이니 상대적으로 선호도가 낮은 학교에 배정을 받을 확률이 높았다는 이야기가 되겠습니다.
발령받은 '의정부중학교'는 의정부에서 가장 역사도 깊고 오래된 남자중학교입니다. 제가 중·고등학교를 다니던 시절(2005~2010년)까지만 해도 한 학년당 14학급은 되는 나름 큰 규모의 학교였으나, 중학교 배정 방식의 변화(저 중학교 갈 때만 해도 단일학군이란 이유로 무자비하게 배정), 인근 중학교 개교(녹양지구에 '녹양중학교' 개교), 원도심 지역의 고령화(가능동·흥선동의 높을 수밖에 없는 노령인구 비중)로 인해 2022년 당시 학년당 4학급, 총 12학급의 작은 학교로 변해 있었습니다. (지금은 더 줄어 2024년 1학년 3학급, 2·3학년 각 4학급의 11학급인 상황이며, 2025년 1·2학년 각 3학급, 3학년 4학급의 10학급, 2026년 학년당 3학급의 9학급으로 변할 것 같아요.)
학교급이 작다 보니 교과 선생님 21분께서 학급 담임(3개 학년 12개)을 맡거나 부장(9개 부서)을 맡아야만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담임 선생님도 각 기획부서에 소속되어 학교 운영을 위해 꼭 필요한 업무를 모두 맡아야 하는 상황이더라구요. (핑계 만들기 ① 학교가 작으니 학교 업무가 많아 수업에 집중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와보니 중학생에게는 교과 수업 이전에 생활 지도가 더 우선되어야 함도 알게 되었습니다. 마음의 성장 속도가 몸의 성장 속도를 못 따라가다 보니 이곳저곳에서 소소한 사고들이 일어나더라구요. 그렇지만 다행히도 의정부 관내에서 가장 순한 중학생들을 만난 건 사실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핑계 만들기 ② 학생들을 배움에 참여시키기 위해서는 배울 수 있는 상태를 만들어야 하더군요.)
한편, 중학교는 의무교육에 포함되는 만큼, 이때 배워야 할 것은 꼭 배워야만 하겠구나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모든 학생이 인문계 고등학교를 진학하는 것도 아니며, 학업을 마치거나 전문계고나 특목고를 진학했을 때는 중학교 <사회>가 지리 및 일반사회 영역을 마지막으로 배우는 기회일 테니깐요. 비록 지리교사라 알게 모르게 지리 내용에 힘을 줄 순 있겠지만, 국가 수준에서 지리 및 일반사회 영역에서 꼭 배워야 할 내용을 가급적 가르치고자 했습니다.
아시다시피 중학교 <역사>(한 성취기준 당 3.78시간)나 <도덕>(한 성취기준 당 7.39시간)에 비해 <사회>의 지리 영역(한 성취기준 당 2.23시간) 및 일반사회 영역(한 성취기준 당 2.36시간) 성취기준은 너무 많지만 학교에 받은 시간은 매우 적은 것이 한계였습니다. (지금 쓰고 나니 고등학교 <생활과 윤리>와 <윤리와 사상>은 중학교 <도덕>을 충분히 깊이있게 배운 중학생에게는 너무 재밌을 수밖에 없겠어요.) 게다가 중학교는 고등학교보다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이 적어서인지 교과 수업을 비집고 들어오는 여러 교육과 특강, 프로그램이 꽤나 많더라구요. 애들을 방과 후에 남겨두고 듣게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깐요. (핑계 만들기 ③ 활동식 수업이 익숙하지 않았던 저로서는 교과서를 중심으로 주요 개념과 내용을 밑줄치며 진행하는 강의-주입식 수업을 할 수밖에 없었답니다.)
이런 환경이니 제 스스로 교과 수업을 열심히 준비하는 것은 어려운 것이라고 핑계를 대었습니다. 이듬해부터는 교무기획부장을 맡게 되며 수업을 날림으로 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정당화하지 않으면 몸도 마음도 버틸 수 없겠더라구요. 지금은 조금이나마 더 노력해보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많아 보입니다! 평생의 숙제이겠죠?
아이들에 대해, 또 지리교사로서도 마음의 빚이 정말 컸습니다. 아이들이 '지리' 수업만으로 배울 수 있는 것 -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 등, 아이들이 '지리'를 통해 교과 자체에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었으니깐요. 그런 상황에서 사서 선생님께 협력수업을 제안 받았습니다. 동교과 교사가 없어 더더욱 의욕을 잃어가고 있던 상황에서 조금이나마 제게 다시 도전을 해볼 수 있는 기회를 준 사서 선생님께는 늘 고마운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학기마다, 적어도 1번의 새로운 도전과 시도를 해보자는 마음을 가졌습니다! 그것이 비록 미흡하고 실패할 지언정, 또 다른 지리 선생님께서 새로운 영감과 도전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 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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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공간적 탐구'란 수업 및 수행평가는 중학교 <사회> 지리와 일반사회 영역의 ‘기업’과 관련된 성취기준을 재구성한 결과물입니다. 우리나라의 대기업 한 곳을 선정해 기업의 성장과정, 대표제품, 공간전략, 미래대응 등을 조사하도록 수행평가를 설계하였습니다. 사서 선생님께서 도서관 협력 수업으로 프로젝트형 학습에 필요한 정보 검색 및 선별, 출처 기록법, 인포그래픽 작성을 가르쳐 주셨기에 이에 대한 부분의 부담은 덜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수업하는 내내 팀 티칭으로 각 학생 및 조에 필요한 부분을 함께 개별 지원해 주셨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했습니다.
아래는 수업 활동지와 결과물입니다. 직접 활동지에 채우는 것을 요청하진 않았으며, 제작하게 될 인포그래픽에 활동지에 해당하는 내용을 꼭 담기를 요청하였습니다. 글에 첨부한 활동지는 '실제 진행한 활동지'며, 첨부파일에는 '초안 활동지'도 있으니 적절히 활용하시면 좋을 듯합니다. 결과물은 인포그래픽으로 받되 제시한 조건을 최대한 충족하고자 노력한 모둠 사례만 글에 첨부하였습니다. 다른 모둠은 평가요소 및 제시한 요건을 무시하고 진행한 곳이 많았거든요... 더 많은 결과물은 「아우라지」 2024년 봄호에 실린 정유화 선생님 글에 첨부된 QR 코드를 통해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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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수업을 통해 다음과 같은 것을 느꼈습니다. 교과서 중심의 강의식 수업도 중요하지만, 프로젝트식 활동형 수업만이 줄 수 있는 배움이 있겠구나란 생각이 다시 들었어요. 고등학교에 있었을 때는 그저 학교생활기록부를 잘 써주기 위함이었던 거 같은데, 프로젝트식 수업은 그 자체로 학생의 협력을 도모할 수 있으며, 협력을 통해 무언가 더 큰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는 방식이라 생각되었습니다. 물론 복기해 보면 남학생 특성상 협력이 쉽지 않아 이에 대한 연결고리를 마련하는 것은 늘 큰 과제였습니다. 상위권 학생이 독선 및 오만을 보여 방향을 잘못 설정해 나가는 사례, 또 하위권 학생이 무기력함을 보여 다른 모둠원에게 짐이 되는 사례가 많았습니다. 아이들에게 협력하는 방법을 충분히 가르치지 못한 데에서 비록한 일이기는 하지만요.
고등학교, 대학교에 올라갈수록 아이들이 직접 정보를 검색 및 활용해 다른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과정이 더욱 중요해지기 때문에 나름대로 이 수업이 줄 수 있는 가치가 있었습니다. 현재 각 대기업이 처한 상황과 경영 방법에 대해 생각해 보며, 기업이 상황을 타개하고 미래지향적으로 변모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의미가 있었습니다. 학생들 스스로도 정보를 실시간으로 검색 및 취합해 결과물을 짜내는 방식으로 수행평가를 해본 것이 처음이고, 힘들었기 때문에 새로운 배움이 있었다고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분명 잘 성장해냈기에 '중학생이라 불가능해'라고 했던 말은 다시 접어두기로 하였습니다.
한편, 그동안 중학교 1, 3학년 사회 수업을 하며 교육과정 및 수업, 평가를 세심하게 설계하지 못함을 반성했습니다. 또 수업 혁신을 게을리 함 역시도요. 부족하게 설계된 수업일지어도 다양한 경험을 학생들에게 전함으로써 주는 배움이 꽤나 컸더라구요. 그렇다고 2024년 지금, 많은 변화를 이끌어냈느냐? 그것도 아니지만요. 그래도 조금이나마 해봤다는 것이 제게 새로운 도전을 해볼 수 있는 용기를 주었다고 생각되었습니다.
또 늘 수업 및 수행평가의 필요성에 대해 학생들을 대상으로 공감을 시키고, 주된 평가과정과 평가기준을 직관적이고 일목요연하게 정리하여 안내하지 못함 역시도 아쉬웠습니다. 남학생의 특성상 만연한 텍스트보다 직관적인 시각자료에 강한 거 같아요. 지금도 잘 못하고 있지만 언젠가는 가능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며 계속 노력하고 또 노력해 보고자 합니다. 뿐만 아니라, 이 수행평가를 진행하며 조금 더 초점을 두어야 할 교과 내용 및 기능, 역량은 무엇인지 계속 고민을 하게 되었답니다.
다시 봐도 조악하고 부족한 수업이지만 도서관 협력수업을 통해 부족한 점이 어느 정도 메워진 거 같아요. 누군가와 함께 할 수 있다면 더 좋고, 다른 분들께서 더 멋있게 바꿔주실 수 있다면 더 좋을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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