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에 먹거리가 없다구유? 여기루 와보세유!
계족산 (423.6m)
- ‘꽁뚜’계족산 자락 이야기가 넘치는 오리고기 전문업소
‘청운농장’ 옻닭으로 큰 명성…30년 전통 초심 그대로 ‘만미옥’ 대전육미(大田六味)의 전형…맹렬 여인 산꾼의 업소
독립운동가 민세(民世) 안재홍(安在弘) 선생은 ‘봄바람에 천리를 가다’라는 글을 남겼다. 이 글은 중학교 국어 교과서에 실렸고 지금 70대 중반에서 80세인 세대가 6·25 전에 중학교를 다니며 읽었다.
서울에서 부산까지의 천리 길. 아침에 서울을 떠난 기차는 저녁 때가 되어서야 부산에 닿았다. 기차 차창 밖으로는 당시의 봄 풍경들이 소상하게 담겨져 있다.
‘경부선 차중의 사람이 되니 자꾸자꾸 다가 오는 남쪽나라의 봄빛은 앉아서 산과 들의 경치를 맛보게 하여 준다. 성환역 부근에서는 벌써 새 싹이 파릇파릇한 능수버들을 보았고 부강에 오니 황량한 촌락에 살구꽃이 한창이며 개나리도 필대로 피었다. 대전역을 지나…선뜻 눈앞을 스쳐가는 또 한 광경이 있었다. 그것은 철뚝옆에서 쉬고 있는 나무꾼 부자였다. 지게에는 마른 풀이 한 짐이오, 옆에는 진달래꽃이 한 묶음이었다. 활짝 핀 진달래는 예서 처음 보았다. 나는 꽃을 사랑하되, 그러나 꺾기를 즐기지 않는다.’
참으로 격세지감을 느끼게 하는 문장이다. 당시로서는 가장 빨랐던 교통수단인 기차로 서울에서 대전까지 4시간이 걸렸다. 지금은 어떠한가. 서울역에서 KTX 열차를 타면 대전역까지 52분 만에 닿을 수 있다.
그만큼 세상은 빨라졌고 편리해졌다. 대신 낭만이 사라졌다. 자가용이나 고속버스를 이용, 대전으로 가는 경우도 2시간 안쪽으로 대전에 닿을 수 있다. 그래서 대전 근교의 산은 서울과 수도권, 광주나 대구권에서도 당일치기 산행의 대상이 되었다. 대전광역시 대덕구의 비래동, 장동, 연축동 일원에 걸쳐 위치한 계족산(423.6m) 자락을 둘러봤다.
꽁뚜 계족산 자락 이야기가 넘치는 오리고기 전문업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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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족산은 대덕구 연축동을 나들목으로 연축동~죽림정사~봉황정~정상으로 오르내릴 수도 있다. 이 코스에서 만날 수 있는 ‘꽁뚜(042-483-9999)’는 정말 멋진 집이다. ‘꽁뚜(CONTO)’는 포르투갈어로 ‘이야기’란 뜻이다. 실제로 꽁뚜는 몇 날 며칠 밤을 세워가면서 들을 수 있는 ‘이야기’가 철철 넘치는 곳이다. 1500여 평에 조성된 ‘이야기 공간’이 그렇고, 주인 이기용(李起鎔·54)·이길자(李吉子·47)씨 내외가 살아온 이야기들이 그렇다.
눈물에 젖은 빵을 먹어 본 사람이라야만 인생의 참맛을 알 수 있다고 했다. 이들 내외가 살아온 짧은(?) 인생 중에는 눈물에 젖었던 숱한 여로가 있었다고 한다. 돈벌이를 위해서 일본으로 건너갔다가 견디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게 되었고, 결국 자살을 시도했다가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는 사건. 부부가 어느 깊은 산속으로 은신, 세상과 단절상태로 살아왔다는 이야기들. 모두가 오늘의 희망을 싹 틔우고 오늘의 행복을 이야기할 수 있는 터전이 되었다고 한다.
남편은 지금 ‘행복담기(주)’라는 식품회사를 운영하면서 아내의 업소 꽁뚜를 외조하고 있다. 꽁뚜는 오리고기 전문업소다. 업소 입구에 붙혀 둔 안내판이 재미있다. ‘CONTO / Family Restaurant’ 은 쉽게 이해된다. 그 다음 ‘정통북경오리요리전문점’까지도 좋다. 그런데 그 아래로 적혀 있는 네 가지 음식 중에 두 가지는 통 감을 잡을 수가 없다.
‘오리인삼해물찜’‘탐관오리’‘오리무중’‘정통북경오리’ 중 ‘탐관오리’와 ‘오리무중’은 어떤 음식일까? 호기심이 크게 발동했지만 시간 문제로 시식도 하질 못했다.
계절은 새 봄. 경칩도 지나고 춘분을 눈앞에 둔 날 밤. 작은 호숫가에 펼쳐진 2층 식탁에 앉아 술잔 하나를 들고 있는데, 하늘에서는 계절을 잊은 듯 솜방울 같은 눈송이가 호수 위로 계속 내려앉는다. 4월의 벚꽃이 지고 있는 것일까. 아니다. 수천 수만 마리의 하얀 나비 떼가 봄소식을 안고 캄캄한 창 밖 호수 위로 축복인양, 행복인양 내려앉는 것이다. 참으로 환상적인 풍경이다.
꽁뚜는 2년 전에 문을 열었다고 한다. 교통도 불편하고 일부러 찾아가야만 하는 곳인데도 손님들의 발길이 계속 이어진다고 했다. 한 번 찾은 손님들이 다른 사람들에게 계속 바톤터치한다는 것이다. 식탁 26개, 150명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인데 식탁이 비워지기를 기다리는 손님들이 줄을 서서 기다렸다. 주말도 아닌 주중의 늦은 저녁 시간이었는데도. 업소 측에서는 대기 손님들에게 번호표라도 나눠줘야만 하겠다.
계족산의 원래 이름은 ‘봉황산’이었다고 한다. 이토록 좋은 이름이었다는데 어느 누구의 심술이었을까? 아니면 ‘사촌이 논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경우였을까? ‘닭발’이라는 ‘별로’인 이름으로 개명을 시켰다는 것이다. 지금도 늦지 않다. ‘봉황산’이라는 이름으로 환원을 시키는 것이 좋겠다. 어디, ‘닭발’이 ‘봉황’과 겨루다니. 어림없는 일이다.
지금도 정상에는 ‘봉황정’이 세워져 있지 않는가. 꽁뚜가 위치한 지점은 봉황의 오른쪽 날갯죽지에 해당한다고 하니 명당터일 수밖에 없겠다. 해거름 서쪽으로 대덕을 넘어 유성 뒷산으로 지는 해를 바라보며, 손님 누구나가 인생살이 이야기 한 구절쯤은 늘어놓을 만한 명당 중의 명당터다. 마당에 놓인 몇 점의 조각과 조형물에는 어떠한 설명도 새겨 놓지 않았는데 주인 내외가 들려주는 이야기 속에는 우리의 가슴속을 잔잔하게 울리는 감동이 담겨 있다.
서울이나 수도권에서는 1번 고속국도 신탄진IC에서 1번 국도로 나온 다음, 대전 방향 약 4km 지점에서 좌측으로 꺾어서 들어가면 된다. 승용차 30대가 동시에 주차할 수 있는 주차공간이 확보되어 있다. 대전광역시 대덕구 연축동 69-5번지.
메뉴 오리인삼해물찜, 탐관오리, 오리무중, 정통북경오리 전화번호 [꽁뚜 ] 042-483-9999 찾아가는 길 대전광역시 대덕구 연축동 69-5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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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운농장
옻닭으로 큰 명성…30년 전통 초심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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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에 가면 소산(素山) 김홍주 선생을 만난다. <한국51명산록> 1·2권(1996)을 위시, <조망의 즐거움>(1999), <한밭 그 언저리의 산들> 1·2권(1992,1996)을 저술한 소산 선생은 ‘대전지역 등산사전’이라는 별명을 갖고 계시는 분이다. 80의 나이가 눈앞인데 지금도 자신의 산행 전용차를 몰고 전국의 산야를 달리고 있다. ‘대전지역의 모든 산은 소산으로 통한다’는 표현대로 이 지역 취재길에 소산 선생을 만나면 만사가 형통이다.
이번 취재길에도 만나 많은 자문을 받았다. 특히 대전 이외 지역 분들에게는 생소하게 느껴질 것이라며 들려준 ‘보만식계’ 산행에 관한 설명은 매우 유익했다. ‘보만식계’는 대전을 둘러싸고 있는 보문산(457m), 만인산(538m), 식장산(598m), 계족산(429m) 네 개의 산 머리글자를 따서 부르는 이름이다. 서울과 수도권 사람들이 ‘불수도북(불암산, 수락산, 도봉산, 북한산)’을 하나의 산행 루트로 묶어서 즐기듯, 대전권 사람들은 ‘보만식계’를 이틀에 나누어서 즐긴다고 했다. 어떤 등산광은 단번에 잠도 자지 않고 24시간 이내로 주파한다고도 들려주었다. 이들 네 개의 산은 중구(보문산)와 동구(만인산·식장산), 대덕구(계족산)를 대표하는 상징적인 산이라 대전시민이면 누구나 한 차례 종주해보기를 원한다고 했다.
소산 선생은 42년간 대전·충남권에서 교직에 몸담아 봉직하셨다. 그만큼 이 지역에는 헤아릴 수 없을 만큼의 제자들이 사회 각계에서 활동하고 있다. ‘등산사전’만이 아니라 ‘인명사전’으로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이러한 인생을 살아오신 분이 계족산 자락의 맛집 한 곳을 자신있게 추천해주겠다며 안내를 해준 업소가 청운농원(042-627-3300)이었다. 대덕구 비래동, 버스 종점 비래초등학교에서 지척인 1번 고속국도 아래쪽에 위치해 있다. 30년 전, 개점 당시와는 달리 상전벽해. 지금은 주변에 아파트가 들어서 있다. 그래도 청운농장에서는 자가 농장에 옻나무를 심어 기르고 식당 식탁에 올리는 대부분의 채소는 집에서 재배한다고 자랑한다. 파, 시금치, 취나물, 엉겅퀴 등 채소와 감자, 고구마 등을 재배한다고 했다.
후덕한 인상에 푸짐한 인정의 안주인 황정희(65) 할머니는 식당 운영 30년에 남들과 다툰 적 한 번 없고 행정관서로부터 지적을 받아본 일 한 번 없었음을 자신있게 밝혔다. 식당을 개점하기 이전에 포도과수원을 했던 사연으로 지금껏 청운농원이라는 이름을 쓰게 되었다는 설명이다. 지금도 농장 일부를 갖고 있고 딸기가 곧 나올 철이라고 했다. 개점 당시부터 자신의 업소를 단골로 찾아주는 소산 선생을 친정 큰오라버니 대하듯 반겼다.
소산 선생은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초심 그대로 지극정성 손님맞이를 하는 안주인이 좋아서 이 집을 즐겨 찾는다며 이제는 그만, 좀 쉬어가면서 남편과 함께 산행도 하고 여행도 하면서 여생을 즐기기를 권유했다.
전에는 농장에서 옻닭을 직접 기르기도 했다는데 지금은 여러 가지 규제 때문에 닭을 기를 수 없다고 한다. 대신 닭을 기르는 농장과 계약, 공급받고 있다고 한다. 옻닭 3만 원. 오리요리(탕, 백숙, 오도리) 3만5,000원.
메뉴 옻닭 3만 원, 오리요리(탕, 백숙, 오도리) 3만5,000원 전화번호 [청운농원] 042-627-3300 찾아가는 길 대덕구 비래동, 버스 종점 비래초등학교에서 지척인 1번 고속국도 아래쪽에 위치
만미옥 대전육미(大田六味)의 전형…맹렬 여인 산꾼의 업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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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은 로마로 통한다고 했다. 한국의 큰길은 대전으로 통한다. 과장된 표현은 아닐 것이다. 대전은 철도, 고속철도, 국도, 고속도로가 분기하는 요충지다. 서울 153km, 대구 138km, 부산 276km, 광주 183km로 국토의 중심부에 위치하고 있다. 멀지 않은 곳 청주에는 국제공항이 있어 육상교통과 함께 항공의 입체적 교통망까지 갖추었다.
지형은 노령산맥의 서북쪽에 위치한 산간분지로 식장산(623.6m), 보문산(457m), 계족산(423.6m), 구봉산(264m)의 연봉이 병풍처럼 둘러치고 있다. 갑천(35.2km), 유등천(15.7km), 대전천(7.7km)이 남에서 북으로 흘러 전국 4대 강 중 하나인 금강과 합류한다.
그런데 대전은 먹거리로 이름이 크게 알려진 것이 없다고 한다. 대전에서 만난 분들의 말이다. 먹거리로 말하면 전주비빔밥, 평양냉면, 남원추어탕, 동래파전 등을 떠올리게 되지만 대전이라는 지명에는 따라 붙는 음식이 없다는 것이다. 대전에서 만난 많은 분들이 대전을 대표할 만한 음식은 이것이라며 선뜻 내놓을 수 없는 것이 안타깝다고 했다.
그런 만큼 담당행정관서는 대전을 대표할 먹거리를 개발하고 알려야겠다는 의욕과 노력이 돋보였다. 극성스럽게(?) 느껴질 만큼 시청 담당부서 직원들의 학구적인 자세와 열성이 인상적이고 놀라웠다. 이러한 배경에서였을 것이다. 대전시는 지난 2000년 대전에서 전래되었고 타 지역 음식보다 독특하고 좋은 맛을 내는 음식 여섯 가지를 선정, ‘대전육미(大田六味)’라고 이름붙였다. 설렁탕, 삼계탕, 돌솥밥, 구즉도토리묵, 숯골냉면, 대청호 민물고기매운탕이 바로 그것이다. 대전시는 지금 이들 대표 음식 중 1~2개 품목을 규격화하고 브랜드화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한편 대표음식이 아니라도 시민들과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특색있는 음식을 발굴, 육성하겠다는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다. 특히 외국인 취향에 맞는 음식 메뉴를 개발하고 외국인 이용 음식점을 지정하여 조리기술 등 경연컨설팅을 실시, 명품식당으로 육성하는 작업도 병행 중이다.
2009년 12월 말 현재, 대전의 인구는 148만4000명, 등록된 식당수는 1만8000여 업소다. 인구 80명당 식당이 1개 업소라는 수치다. 이들 음식 중에서 대전육미의 전형을 보이는 업소 한 곳을 찾아봤다. 만미옥이다(서구 둔산2동 1265번지). 시청에서 지척에 있는 2층 건물 450석 규모에 넓은 주차장을 갖춘 대형 업소다. 돌솥설렁탕이 대표음식. 설렁탕에 돌솥밥이 따라 나온다. 이만 하면 대전육미의 한 부분을 충분하게 만족시켜 준다. 시가지 중심지역에 위치한 업소라 점심시간 직장인들의 이용도가 높다. 그만큼 음식값도 대중적이다. 돌솥설렁탕 보통 6,000원. 특 1만 원.
이‘만미옥(042-471-4412)’의 업주는 놀랍게도(?) 미투리산악회(대표 최효범)의 여성 맹렬 회원인 이상현(李相鉉)씨다. 20여 년 전, 어릴 적 친구를 따라 처음으로 산에 올랐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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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힘이 들고 어려운 산행을 왜 하는 것일까 싶었는데 산에서 풀향기를 맡게 되고 나무가 눈에 들어왔다. 그런 가운데 백두대간 종주를 시작하게 되었고, 이제는 산에 가지 않는 날에는 하루 종일 산이 머릿속을 차지한다. ‘그렇다면 산에 가야지’하고 결정하고 나니 자신의 인생이 생업 수단인‘식당 운영’과 ‘산행’두 가지로 정리되더라는 설명이다. 그래서 사업에 열정을 쏟았고 사업이 어렵다는 생각이 들면 “어려운 산도 오르는데”하는 마음으로 사업에 임했다고 한다. 결과는 사업도 성공하고 가고 싶은 산도 원없이 다닐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서울에서 생활을 하다가 사업관계로 대전으로 이주하게 되었는데 “대전이 너무 좋다”고 한다. 전국 어느 곳이나 비슷한 거리로 산행하기에 아주 편리하다는 이유 때문이라고 했다. 그래서 일주일에 2~3일은 산행을 한다고 했다. 특히 지리산에 가기가 편해서 좋다는 것이다. 지리산 중에서도 함양땅 마천면 추성리 칠선계곡을 즐겨 찾는다고 한다.
취재를 마치고 헤어지면서 <월간山> 4월호가 나오면 어디로 보낼까 하고 물었더니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4월호가 나오는 시점에는 마나슬루의 어느 지점에 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참으로 멋진 여성 기업인 산꾼이다.
메뉴 돌솥설렁탕 보통 6,000원, 특 1만 원 전화번호 [만미옥] 042-471-4412 찾아가는 길 서구 둔산2동 1265번지
/ 글·사진 박재곤 대구시산악연맹 고문 www.sanchonmira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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