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정 : 매화를 좋아하는 사람
근원 수필은 한폭의 그림을 보듯쓰였다.
시는 정지용
소설은 이태준
수필은 김용준 : 이력 화려함.
*서울대 미대초대학장
*김용준으로부터 노시산방을 물려받은 화가 김환기는 자신의 호 수화와 아내 김향안의 이름 앞글자를 따서 ‘수향산방’이라 하였다.
<근원수필> 김용준
& 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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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인이 말하기를 매화는 늙어야 한다 합니다. 그 늙은 등걸이 용의 몸뚱어리처럼 뒤틀려 올라간 곳에 성긴 가지가 군데군데 뻗고 그 위에 띄엄띄엄 몇 개씩 꽃이 피는 데 품위가 있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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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다시 희멀건 조선조의 백사기를 봅니다. 희미한 보름달처럼 아름답게, 조금도 그의 존재를 자랑함이 없이 의젓이 제자리에 앉아 있습니다. 그 수줍어하는 품이 소리쳐 불러도 대답할 줄 모를 것 같구려. 고동의 빛이 제아무리 곱다 한들, 용천요(청자)의 품이 제아무리 높다 한들 이렇게도 적막한 아름다움을 지닐 수 있겠습니까.
& 답답할손 X 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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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 선생은 철학을 공부하는 이면서도 매화를 끔찍이 사랑하는 것이 이상하다.
:)
좋은 매화 소문 듣고 매화 가지를 얻어와 접붙이고 이듬해 등분해서 X 선생님께도 보내드렸더니 저자의 매화는 죽었는데, X 선생의 매화가 제법 탐스러운 꽃이 야단스럽게 핀다고 꼭 한 번 놀러 와서 감상하라 한다.
과연 은은한 매향이 비색증이 있는 내 코에도 완연히 흘러온다.
매화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나누다가 그 골치 아픈 철학 이야기로 화제가 돌아가기에 밤도 이윽하였으니, 또 만나자고 작별하고 왔다.
예나 이제나 공부라고 한다는 사람은 빈복을 타고났는데, 군불도 못 피우고 이불한 채도 없이 올올 떨면서도 입만 살아서칸트가 어쩌니 헤겔이 어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