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놀이학교 3회기: 우장산 가기 프로젝트!
드디어, 다음 주.
공식적인 외부 활동 날입니다.
이 말에 바로 산을 검색하는 윤건이를 보니 기대하는 마음이 얼마나 큰지 느껴집니다.
아쉽게도 도경이는 시골에 내려가야 해서 당일에 참석하기 어렵다고 합니다.
회의만 함께하기로 합니다.
아쉬워하는 도경이를 보며 아이들이 위로합니다.
도경이에게 외부 활동사진을 찍어 보여주기로 했습니다.
집단활동이니만큼 모두가 함께 의논하며 정하길 바랐습니다.
회의 분위기를 형성하기 위해 명패와 회의록을 준비했습니다.
본격적으로 회의를 시작하기 전, 필요한 역할을 나눴습니다.
진행자, 기록자, 사진 촬영담당자, 질문담당자, 검색담당자.
아이들이 회의에 필요한 4가지 역할을 떠올렸습니다.
윤서가 역할을 하나씩 읽으면, 아이들은 자신 있는 역할을 지원했습니다.
겹칠 땐, 가위바위보를 하거나 서로 양보하며 조율했습니다.
윤건이는 검색 담당과 사진 촬영 담당을 모두 싶어 했습니다.
“윤건아, 너 아까 산을 잘 찾던데, 검색 담당하는 건 어때?”
현정이가 윤건이가 잘 선택할 수 있도록 거듭니다.
윤건이는 검색담당자로, 현정이는 기록담당자로,
윤서는 사진 촬영담당자로, 도경이는 질문담당자로 회의를 시작했습니다.
진행은 제가 맡았습니다.
먼저 어디로 갈지 정해봅니다.
검색 담당 윤건이가 우리나라 방방곡곡에 있는 산을 알아봐 주었습니다.
우리의 활동 시간은 1시간 30분입니다.
이 안에 갈 수 있는 산으로 골라야 합니다.
윤건이에게 설명하니 학교 주변 산으로 다시 알아보겠다고 합니다.
그 사이 윤서가 가족과 함께 갔던 ‘오솔길 산’을 추천했습니다.
산 이름은 알지 못하지만 걸어서 15분 정도 걸리며,
산 중턱에 쉼터와 놀이터, 화장실이 있다고 합니다.
정확한 산 이름을 알기 위해 윤서 어머니께 전화를 걸었지만, 어머니도 모르는 눈치입니다.
이외에도 서서울호수공원과 능골산도 나왔습니다.
자주 가보던 곳이라 그런지 아이들의 반응이 영 좋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새로운 산을 가고 싶은 듯 보입니다.
잠시 후, 윤건이가 동그란 눈으로 말합니다.
“여기, 우장산 어때요?”
노트북 앞에 아이들이 옹기종기 둘러앉아 우장산 v-log와 블로그를 찾아봤습니다.
윤건이가 우장산 관련 정보를 말해주면 기록담당자 현정이가 받아 적었습니다.
맨발로 걸을 수 있는 황톳길, 구름다리, 우장산 근린공원, 주변 시장까지.
아이들이 딱 원하던 산이었습니다.
대중교통으로는 43분, 자전거로 19분, 자동차로는 12분 걸립니다.
대중교통은 시간상 패스, 자전거는 타지 못하는 친구들이 있으니 패스,
남은 선택지는 자동차입니다.
‘자동차를 타고 우장산 가기’와 ‘걸어서 서서울호수공원 가기’ 2가지 중 골라봅니다.
만장일치로 우장산이 채택되었습니다.
택시는 비싸기에 함께 가줄 수 있는 어른을 구해보기로 합니다.
아이들의 주변 사람 중 차가 있는 사람을 떠올려봅니다.
윤건이의 아버지는 새벽까지 일하시기에 어렵고, 현정이의 외삼촌은 차가 있지만 함께하긴 어려울 것 같다고 합니다.
도경이는 당일 함께하지 못하여 어렵습니다. 윤서도 어렵다고 합니다.
곰곰이 생각하던 윤건이가 교회 목사님과 할머니를 말해주었습니다.
우리에겐 학교 선생님도 있습니다.
천화현 선생님과 담임선생님도 나왔습니다.
이제 설득의 글을 쓰기 위해 머리를 맞댔습니다.
“우장산에 왜 가려고 하는지를 설명하고, 차가 꼭 필요하다고 말하는 건 어떨까요?”
현정이가 좋은 아이디어를 냈습니다.
1회기에 작성했던 ‘내가 생각한 자연놀이학교’를 바탕으로 우장산에서 무엇을 할지 구체적으로 정리해봤습니다.
등산하면서 꽃들을 관찰하고, 꽃의 사진을 찍어 이름을 알아보고, 구름다리와 황톳길을 걸으며 자연을 느껴보기로 합니다.
시간이 되면 송화 벽화시장에도 가고요.
1시간 넘게 회의하니 아이들이 지친 기색입니다.
나가서 회의하자는 아이들의 말에 짐을 싸고 밖으로 나갔습니다.
“10분만 놀고, 차량 섭외해보자~”
이 한마디에 윤서와 현정이가 새로 생긴 그네를 향해 달려갔습니다.
윤건이와 도경이도 놀이터 쪽으로 천천히 걸어가며, 주변의 예쁜 낙엽을 주워 제게 선물해주었습니다.
“여자애들은 그네 절대 안 비켜줄걸요?”라고 호언장담하던 윤건이였는데,
예상과 달리 윤서가 그네를 흔쾌히 내주니 배시시 웃으며 바로 탑니다.
다 함께 놀이터에서 두더지 집도 만들었습니다.
우리가 꿈꾸던 자연놀이학교입니다.
밖에서 노니 시간이 금방 흐릅니다.
남은 활동 시간은 5분.
윤서와 윤건이가 가져온 간식을 나누어 먹으며 빠르게 회의를 진행했습니다.
아이들이 생각한 우장산 준비물은 공책, 연필, 물티슈, 휴지, 간식, 물, 겉옷입니다.
시장에 갈 상황을 대비하여 돈도 조금 챙겨오기로 했습니다.
우장산에서의 역할과 차량 섭외는 11/15(화) 점심시간에 모여서 다시 의논해보기로 하고,
감사를 나누며 마쳤습니다.
“윤건이요! 우장산을 알아봐 줘서 고마웠어요.”
“윤서요! 맛있는 간식을 줘서 고마웠어요.”
“도경이요! 우장산에 같이 못 가는데 회의에 잘 참여해줬어요.”
“선생님은 현정이! 회의 잘 기록해줘서 고마웠어.”
서로에게 감사를 전하고, 이제 집으로 향합니다.
즐겁게 참여해주는 마음들이 고마워,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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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근데 다음 주에 까먹어서 못 오면 어떡해요?”
“1명만 기억해도, 서로 불러서 올 수 있을 것 같은데, 윤서가 해줄 수 있을까?”
“네!”
첫댓글 ”현정이가 윤건이가 잘 선택할 수 있도록 거듭니다.“
현정이의 관찰력과 친구를 배려하는 마음이 좋은 친구네요.
현정이의 칭찬에 윤건이가 친구들과 함께 갈 산 검색을 더 열심히 했겠네요. 그때! 열심히 찾은 우장산으로 어깨가 으쓱 올라갔을 것 같네요. 윤건이 집중해서 찾아낸 모습이 그려집니다.
”현정이가 좋은 아이디어를 냈습니다.“
현정이는 상황의 어려움에 좌절보다는 더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주는 활동에 귀한 아이네요.
“10분만 놀고, 차량 섭외해보자~”
아이들에게 오랜 시간의 회의는 힘들 수 있겠지요. 아이들을 살펴 아이들의 마음을 잘 알아주는 지우 선생님은 역시 최고네요. 서로 이야기도 나누고 함께 놀면서 친구들과 조금 더 가까워졌을 것 같습니다.
장소 섭외와 가는 길에 대한 의논까지 척척해내는 자연놀이학교 친구들 정말 멋집니다.
오늘의 기록으로 당사자가 빛나는 기록을 잘 보여준 것 같습니다. 아이들 스스로 해내는 경험,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는 말. 지우 선생님께서 그런 관점으로 바라보고 기록해 주어 고맙습니다. 다음엔 또 어떤 일들이 일어날까 기대되고 기다려집니다. 아이들도 제 마음과 비슷하지 않을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