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 와 맘마미아
이번 폭우로 아픔을 당하신 분들께 조의와 위로의 마음을 전합니다.
"관순아 괜찮니?"
군산의 폭우 소식이 전국으로 알려 지며 마치 내가 ' 나는 자연인이다’의 주인공이라도 되는 것처럼 안부전화가 온다. 매일 매일 범상치 않은 장대비가 내려 집 주위로 놓인 수로에는 경사를 따라 성난 물줄기를 만들어 내려오며 트렌치 멘홀 뚜껑을 덜석 덜석 들어 올리려 한다. 산림도로는 폭포수 같은 물줄기를 쏟아 내고 있다. 계곡 양쪽 물줄기가 만나는 곳은 기세 싸움으로 한쪽 물이 밀려나 논을 잠식해 벼들이 물속에 잠기기까지 했다.
주변이 온통 잔뜩 약오른 봉숭아 씨앗 주머니 같이 팽팽한 상태인것 같이 어디서 어떻게 터질지 모를 불안함이 가득하다. 금요일 기타 교실 후 치과 마무리 치료를 마치고 빗속을 뚫고 아무일 없이 집으로 왔는데 결국 사단이 났다. 아랫집 형님차가 들어오다 멈춰 있단 다.
장모님은 중간집 거실에서 창밖을 보시며 숲을 찾아 드나드는 사람들을 헤아리고 누구네 차가들어오는지를 즐겨 살피신다. 처제가 윗집 우리집으로 와서 "큰 형부 차가 들어오다가 멈췄다”는 이상 징후를 언니에게 전파한다. 아내와 처제 둘이 빗속에 우산을 들고 길을 따라 나가본다. 결국 터졌다. 진입로 모퉁이 김내과집 언덕 비탈이 무너져 내려 길을 덮어 버렸다. 손녀 하교시키던 형님 차가 묶인 것이다. 높이 1미터 폭5미터 길이 3미터 정도의 흙 덩어리가 길을 막은 것이다. 형님과 5학년 손녀는 차를 두고 빗속에 그 흙벽을 넘어서 집으로 왔단다. 뒤편이 산으로 둘러진 우리네 집들, 그리고 뒷집 이 교수 네는 이제 고립이라는 것을 당하게 된 것이다.
세상일은 이렇게 우연과 필연의 오묘한 조합으로 이루어 지는것인가?
사실 그날 아침 아들은 치과예약이 있어서 서울에 가기로 srt를 예약했었다. 서울도 익산도 우리집도 비가 너무 많이 와서 비 맞고 다니기 싫다며 예약을 취소하겠다 해서 속으로 ‘뭐 이정도 가지고' 하며 "알아서 해” 했는데, 몇 주전에 뮤지컬 '맘마미아’를 예약하며 금요일 저녁프로그램을 예약하려다 좌석이 맘에 들지 않아 토요일 오후 2시로 결정했는데, 만약에 금요일 저녁으로 예약했으면 딱 걸리게 되었을 것이다. 뒤편 구불길을 따라 걸어서 나갔을까? 흙더미를 장화 신고 너머 형님 차를 타고 갈까? 내일 예약된 공연, 어떻게 가야 하는지 고민이 만들어진 것이다. 조카나 아내 친구에게 예약권을 넘겨 주는것까지 생각하며 하루 밤을 넘겨 토요일 아침. 모처럼 뮤지컬 보겠다고 30% 조조할인 받은 VIP 좌석을 놓치고 싶지 않아 내 특유의 전투력이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고름이 잡혔다며 동네 병원에서 수술(?) 한 발박닥, 물 대지 말라는 경고에 붕대로 처맨 발을 비닐봉지로 덧신을 삼고 양말을 신어 방수 보호 후 장화를 신고 각삽을 들고 나섰다. 시청 상황실에 전화를 해서 전날 신고한 산사태 수습 일정을 확인했다. 담당자는 바빠서 아직 현장 확인을 못했단다. 그럴줄 알았다. 그들은 내일이 아니니까, 호통과 읍소를 잘 비벼서 당장에 주변 인원들을 출동시키기로 했다. 그들의 말이 절반도 믿음이 안가서 혼자 각 삽으로 흙더미를 치우기 시작했다. 하다 보니 힘도 들고 동네 이장님이 생각 났다. 트렉터를 동원하면 좋을것 같았다. 신통하게도 시청 인원들을 태운 트럭들이 와서 멀리서 멈춘다. 길이로 넘어진 아카시아 나무를 자르기에 얼른 이쪽으로 오라고 손짓하며 신나게 삽질을 했다. 그들에게 보여 주려는 심사다. 그들은 맨손으로 와서는 하는 말이 장비가 필요하 단다. 그걸 누가 모르나, 장비 순번 기다리다 가는 다음 주로 넘어갈게 뻔한데. 일단 동원된 인원 들과 힘을 모아 한삽씩 퍼내자고 청했으나 자기네 소관이 아니란다. 속에서 욱하고 치밀어 오른다. 이왕 왔으면 내가 1/5정도는 치웠으니 서로 한삽씩 떠내면 금방 끝낼일을 입으로 쪼아대니 역시 아까운 세금충들... 이장님 에게 전화해서 이웃네들로 부터 트렉터 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 물었으나 흙미는 장비가 없단다. 잠시후 면사무소 민원과장민원과장이 와서 장비를 붙여야한다며 츨동인원들을 다른곳으로 배치한다. 나는 욱하고 터쳤다. "당신이 왜 내가 요청해서 출동한 인원들을 보내냐" 핏대를 올일까 30분 내로 포크레인을 보내 주겠 단다. 그래 그럼 포크레인 올때까지 가지말고 옆에 있으라 하며 나는 분노의 삽질을 이어 나갔다. 잠시 후 윗집 이교수 내외가 나왔다. 이런상황이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이란 다. 몇년전에도 이곳 주변에 같은 사고가 있었단다. 그렇다 몇일전에도 산 밑 수로가 막혀 물이 넘쳐 우리네 집들 도로 자갈 포장이 쓸려 나가고 밭으로 엄청난 물이 덮쳐서 면사무소에 신고해서 준설했는데 그들도 와서 하는말이 관할 업무가 맞네 틀리네 투덜거리며 일을 했다. 이런 식이라면 일마다 공무원이 무한대로 늘려도 해결되기 어려울 것이다. 포크레인 출발한다는 말을 듣고 안도하며 삽을 놓고 주변을 돌아보고 오니 이교수도 집에서 다시 삽을 들고 와 길을 치우고 있어 장비가 온다고 알려 하던 일을 멈추고 음료수 병을 건네며 들어 갔다. 11시가 채 못되었다. 이제 차를 타고 나가 2시 프로그램에 차질이 없을게 확실했다. 포크레인이 들어와야 할 길을 막아선 승용차가 멀리서 보였다. 붕대감은 불편한 왼발 바닥을 오무리며 쫓아갔다. 돌릴 공간이 있는데 못 돌린 건지 후진으로 가더니 길을 막고 서있다. 한참을 절뚝이며 가보니 양복에 비옷을 입고 서서 전화질이다. 누구냐 했더니 시청 직원이란 다. 길비켜서 전화하라니 막무가내 또 욱 치민다. 소리 소리 지르니 통화하며 운전석 문을 열어 차를 빼고 나와서 큰것, 작은것 2대 중 큰것을 배정해준다. 10분 남짓 바가지로 뜨고 긁어 다지니 간단히 해결되었다.
이거 포크레인 면허증을 따? 12시반쯤 고립 해제, 1시반 나열 99,100번에 앉았다. 삼둥이 아빠, 가수, 배우가 남자 주인공 여주인공 소피의 아빠 후보들 그리고 엄마 도나 역의 신영숙 열띤 노래와 춤이 아련해지며 오전의 긴장이 풀어지는 내 육신이 몇 번씩이나 허물어져 내렸다. 몇번을 추슬러서 아내의 분위기를 망치지 않았다. 신나게 춤을 추며 피날레하고, 오락가락 하는 폭우를 헤치고 처제 내외와 저녁을 먹고 그길을 거쳐 집에 오니 폭우는 멈춰 있었다.
오늘은 완전히 맘마미아(Mamma mia, 우리엄마, Oh my god, 세상에, 맙소사!) 였다
첫댓글 글을 읽으며 같이 욱 치닫는 열 누르며 씩씩거렸습니다. 무슨 일 좀 해결해 달라고 민원을 넣으면, 서로 자기네 소관 아니라고 떠넘기는 공무원들 참 한심하지요. 장면을 그려보며, 맘마미아로 잘 마감하셨다니 안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