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하상 바오로의 상재상서
丁夏祥의 上宰相書
정하상의 상 재상서 (丁夏祥의 上宰相書)
성 정하상 바오로(Paulus)는 남인 양반의 후예로 경기도 양근 지방 마재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정씨 가문에서 최초로 신앙을 받아들인 정약종 아우구스티노(Augustine)이며, 1801년에 그의 맏아들 정철상 가롤로와 함께 순교하였고, 어머니 유 체칠리아는 1839년 11월 순교하였다. 아버지가 순교할 때에 그는 겨우 일곱 살로 그의 모친과 누이 정정혜 엘리사벳(Elisabeth)과 함께 풀려났다.
그러나 가산이 모두 몰수당하자 살길이 막연하여 경기도 양근 지방 마재에 있던 그의 숙부인 정약용 요한에게 의지하고 살았다. 그러나 숙부가 전라도 강진으로 귀양 가 있던 때였으므로 외교인 친척들로부터 천대와 냉대를 받았지만, 바오로는 어려서부터 어머니로부터 기도와 교리를 배웠다. 하지만 외교인들 틈바구니 속에서는 신자의 본분을 지키기가 어려워 20세 때에 서울로 올라와 조증이 바르바라(Barbara)의 집에 머물면서 목자 없는 조선교회의 현실을 안타까워하며 교회 재건을 모색하였다.
그는 함경도에 귀양 가 있던 한학자 조동섬 유스티노에게서 학문을 배우고,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양반 신분을 감추고 어떤 역관의 집에 하인으로 들어가 살다가 북경에 가서 성세와 견진과 성체 성사를 받고 주교에게 성직자 한 분을 요청했으나 실패하였다. 그러나 실망하지 않고 계속해서 북경까지 9회, 변문까지는 11회나 왕래하였다.
그는 유진길, 조신철 그리고 강진에 유배 가 있는 삼촌 정약용의 자문과 후원으로 끊임없이 성직자 영입 운동을 전개했다. 그들은 로마 교황에게 탄원서를 보내는 한편, 북경 주교에게도 서신 등을 보냄으로써 마침내 조선교회가 파리 외방전교회에 위임되고, 동시에 조선 독립교구가 설정되었다. 마침내 그는 유방제(劉方濟, 파치피코) 신부를 모셔 들이고, 모방, 샤스탕 신부와 앵베르 범 주교까지 모셔 들여 자신의 집에 모셨다.
앵베르 주교는 바오로가 사제가 되기에 적당하다고 여겨 라틴어와 신학을 가르치던 중 박해가 일어나자 그는 주교를 피신시키고 순교의 때를 기다렸다. 이때 그는 체포될 경우를 대비하여 “상 재상서”를 작성했는데, 이것은 조선교회 최초의 호교론이다. 그는 이 속에 박해의 부당성을 뛰어난 문장으로 논박했기 때문에 조정에서까지 이 글에 대하여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고 한다.
1839년 7월 11일, 포졸들이 바오로의 집에 달려들어 그와 노모 그리고 누이를 잡아 포도청에 압송하여 바오로와 4대 조상까지의 이름을 명부에 올리고 옥에 가두었다. 이튿날 “상 재상서”를 포장대리에게 주니 사흘 후 문초를 시작하였다. 바오로는 무서운 고통을 강인하게 참아나갔고 배교하라고 엄명하였으나 거절하자 옥에 가두었다. 며칠 뒤에 다시 끌려나와 톱질 형을 받아 살이 떨어져 나가고 골수와 피가 쏟아져 나왔다. 또한 그는 샤스탕과 모방 신부의 은신처를 대라고 했으나 입을 열지 않았다. 그 후 두 신부가 자수한 다음 또 심문을 받고 세 차례의 고문을 받았다. 그리하여 1839년 9월 22일, 서양 신을 나라에 끌어들인 모반죄와 부도의 죄명으로 서소문 밖에서 순교하였다. 이때 그의 나이는 45세였다. 그는 1925년 7월 5일 교황 비오 11세(Pius XI)에 의해 시복되었고, 1984년 5월 6일 한국 천주교회 창설 200주년을 기해 방한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Joannes Paulus II)에 의해 시성되었다.
◆ 해제
上宰相書(상 재상서)는 ‘재상에게 올리는 글’이라는 뜻으로 한국 최초의 천주교 신자 중 하나였던 정하상(丁夏祥)이 당시 박해받던 천주교를 변호하기 위하여 쓴 호교론서(護敎論書)로서 기해박해(己亥迫害) 때에 박해의 주동자인 우의정(右議政) 이지연(李止淵)에게 천주교 교리의 정당성을 알리고자 작성한 글입니다. 정하상은 체포될 것을 예상하고 미리 이 글을 작성해두었다가 1839년(헌종 5) 6월 1일 체포된 다음날 종사관(從事官)을 통하여 재상인 이지연(李止淵)에게 전달하게 합니다.
한문으로 처음 쓰인 이 글은 별첨형식의 우사(又辭)까지 합쳐 모두 3,400여 자에 불과한 짤막한 글인데, 천주교 기본교리에 대한 설명, 호교론, 신교(信敎)의 자유를 호소한 세 부분으로 나누어져 천주학(天主學)의 진수를 밝히는 박력 있는 명문장입니다.
※ 일러두기
• 이 정하상의 “상 재상서”는 안동교구 신대원 신부의 연구서로 가톨릭출판사 에서 펴낸 책을 참조하여 만들었음.
• 매 쪽 아래 한자 새김 등은 편집자의 註임.
(2014년 6월 22일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에 마쳤음.)
유영윤 가우덴시오 편집
◆정하상의 상 재상서 (丁夏祥의 上宰相書)
1. 본문
▮ 伏以孟氏之廓闢楊墨者 恐其肆害於儒門也 韓愈之攻斥佛老者 恐其惑亂於黔首也 복이맹씨지곽벽양묵자 공기사해어유문야 한유지공척불노자 공기혹난어검수야
▮ 엎드려 생각하오니, 맹자가 양주(楊朱)와 묵적(墨翟)을 과감하게 물리친 것은, 그들이 (사상들이) 함부로 유가를 해칠까 두려워하였기 때문이었습니다. (또) 한유(韓愈, 昌黎, 768~824)가 불교와 노자를 공격하여 배척한 것은, 그 사상들이 백성(黔首)들을 현혹하고 어지럽힐까 두려워하였기 때문이었습니다.
古之君子立法設禁 必考其義理之如何 爲害之如何然後 當禁者 禁之 不當禁者 不禁
고지군자입법설금 필고기의리지여하 위해지여하연후 당금자 금지 부당금자 불금
之 若其果合於義理 則雖蒭蕘之言 聖人必取 此不以人廢言之義也
지 약기과합어의리 즉수추요지언 성인필취 차불이인폐언지의야
옛날에 군자는 법을 세우고 금령을 제정하였는데, 반드시 그 의리(義理)가 어떠한가, 해롭게 하는 것이 어떠한가를 곰곰이 생각해야 했습니다. 그런 다음에, 마땅히 금해야 할 것은 금하고, 금하지 말아야 할 것은 금하지 않았습니다. 만약 그것이 의리에 과연 부합한다면, 비록 나무꾼의 말일지라도 성인들은 반드시 받아들였습니다. 이것은 다른 사람을 가지고 주장을 쓸데없는 것으로 여기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 我國之禁天主聖敎者 其意何居 初不問義理之如何 以至寬極痛之說 歸之邪道 置
아국지금천주성교자 기의하거 초불문의리지여하 이지관극통지설 귀지사도 치
之大辟之律
지대벽지율
▮ 우리나라가 천주성교(天主聖敎)를 금지하는 것은 그 뜻이 어디에 있습니까? 처음부터 의리가 어떠한가를 묻지도 않았으며, 지극히도 멀어져서 너무도 원통한 말을 가지고, 그것(天主聖敎)을 사도(邪道)로 돌려 버리고, 그것을 사형의 규율(大辟之律)로 조처하였습니다.
맹자(孟子) : 중국의 고대철학자 양주(楊朱) : 중국의 도가 철학자 묵적(墨翟) : 묵자, 중국의 철학자 묵가의 창시자 노자(老子) : 중국의 철학자 도가의 창시자
廓:빌곽 闢:제쳐놀벽 肆:방자할사 黔:검을검 雖:비록수 蒭:나무골추 蕘:땔나무요辟:형벌벽
辛酉前後 人命大損 以無一人査攻其源流 噫 爲學者 將爲儒門之害歟 將爲黔首之亂
신유전후 인명대손 이무일인사공기원류 희 위학자 장위유문지해여 장위검수지난
歟 是道也 自天子達于庶人 日用常行之道 則不可謂爲害爲亂也
여 시도야 자천자달우서인 일용상행지도 즉불가위위해위난야
신유년(1801년)을 앞뒤로 하여, 사람들의 목숨이 크게 손상되었는데, 어느 한사람도 그 원류(原流)를 조사해 본 일이 없었습니다. 아! 슬픕니다. 배운다는 것이, 장차 유가를 해롭게 하는 것이겠습니까? 장차 백성을 어지럽히는 것이겠습니까? 이 도(천주교)는 천자로부터 서인들에 이르기까지 일상적으로 항상 실천해야 하는 도이므로 (사람들을) 해롭게 하거나 어지럽게 할 수 없습니다.
▮ 茲敢畧言其道理之不非 夫天地之上自有主宰 厥有三證焉 一曰 萬物 二曰 良知
자감약언기도리지불비 부천지지상자유주재 궐유삼증언 일왈 만물 이왈 양지
三曰 聖經
삼왈 성경
▮ 이제 감히 그 도리가 그릇된 것이 아님을 간략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일반적으로 하늘과 땅 위에는 스스로 주재하시는 분이 있으며, 그분을 증명하는 것이 세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는 만물이고, 둘째는 양지(良知, 양심)이며, 셋째는 성경(聖經)입니다
▮ 何謂萬物 請以房屋喩之 彼房屋也 有柱石有樑椽有門戶有墻壁 閒架不失尺寸 方
하위만물 청이방옥유지 피방옥야 유주석유량연유문호유장벽 간가불실척촌 방
圓各有制度 若曰 柱石樑椽門戶墻壁 渾然相合 兀然自立 必曰 狂人之言也
원각유제도 약왈 주석량연문호장벽 혼연상합 올연자립 필왈 광인지언야
▮ 무엇을 만물이라 합니까?
청컨대 그것을 집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저 집에는 기둥과 주춧돌이 있고, 대들보와 서까래가 있으며, 대문과 방문이 있으며, 담과 벽이 있습니다. 사이마다 지탱하는 것이 한 자 한 치도 어긋나지 않고, 모나고 둥근 것들이 각각 일정한 규칙을 가지고 있습니다. 만약 말해서, 기둥과 주춧돌, 대들보와 서까래, 대문과 방문, 담과 벽이 뒤섞여지고 서로 합쳐져서 우뚝하게 되어 저절로 세워졌다고 말한다면, (다른 사람들이) 반드시 미친 사람이 하는 말이라고 말할 것입니다.
신유년 : 1801년 신유박해, 유항검 아우구스티노의 가족 등 많은 교인이 죽은 박해
噫:슬플희 歟:그런가할여 玆:이자 謂:이를위 厥:그궐 焉:어찌언 喩:효유할유
樑:들보량 椽:서까래연 墻:담장 壁:벽벽 閒:사이간 兀:우둑할올
今夫天地 大房屋也 飛者走者動者植者 奇奇妙妙之像狀 豈有自然生成乎 若果自然
금부천지 대방옥야 비자주자동자식자 기기묘묘지상장 기유자연생성호 약과자연
則日月星辰 何以不違其躔次 春夏秋冬 何以不違其大序乎 興廢榮枯宰制者誰 福善禍
즉일월성신 하이불위기전차 춘하추동 하이불위기대서호 흥폐영고재제자수 복선화
淫 主張者誰
음 주장자수
지금 일반적으로 하늘과 땅은 커다란 집입니다. 날아다니는 것, 걸어다니는 것, 움직이는 것(동물), 심어진 것(식물)들은 그 형상들이 아주 기묘합니다. 어찌 저절로 그렇게 생겨서 이루어진 것이겠습니까? 만약 과연 저절로 그러하다면 해와 달과 별들이 어떻게 그 운행의 자리를 어그러뜨리지 않으며, 봄과 여름과 가을과 겨울이 어떻게 그 큰 순환 질서를 거스르지 않습니까? 흥하고 망하고 번영하고 시드는 것을 주재하고 다스리는 자가 누구입니까? 착한 사람에게 복을 내려주며, 음탕한 사람에게 화를 미치게 하는 것을 주로 하여 펼쳐내는 자가 누구입니까?
上天之載 無聲無臭 擧世之人 暝行摘埴 歸之自然 是何以異於遺子 不見其父 不信其
상천지재 무성무취 거세지인 명행적식 귀지자연 시하이이어유자 불견기부 불신기
有父也哉
유부야재
위로 하늘에는 소리도 없고 냄새도 없는 것을 싣고, 온 세상 사람들은 어두운 곳으로 나아가 찰흙을 들추어내는데, 그것이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이라면, 이것은 아버지를 보지 못한 아들(遺腹子)이 그 아버지를 보지 못했다고 하여 그 아버지가 계심을 믿지 못하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습니까?
世人 見一篇奇文一幅名畵 欽慕讚歎 必問何人才能 斷不凡忽看過 宇宙萬物 藝藝職
세인 견일편기문일폭명화 흠모찬탄 필문하인재능 단불범홀간과 우주만물 예예직
職林林葱葱者 亦一奇文名畵 以自古及今 寥寥沁沁 獨不問作者 何哉
직임임총총자 역일기문명화 이자고급금 요요심심 독불문작자 하재
세상 사람들은 한 편의 걸출한 문장과 한 폭의 이름난 그림을 보고는 흠모하고 찬탄하는데, 반드시 어떤 사람이 재주를 발휘하였는가를 물어보지, 일반적으로 결코 소홀히 보아 넘기지 않습니다. 우주 만물이 (모두) 다채롭고, 다양하며, 풍성하고 뚜렷하면서도 무성한 것은 역시 하나의 걸출한 문장과 뛰어난 그림인데,
예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아주 조금이라도 스며들어서 오직 지은 자를 (누구인지를) 물어보지 않으니, 어찌된 일입니까?
豈:어찌기 躔:해다닐전 序:차례서 誰:누구수 擧:일어날거 暝:저물명 摘:들쳐낼적 埴:진흙식 哉:의문사재 忽:가벼울홀 葱:파총 寥:고요할요 沁:물적실심
世間萬物 俱不出於質貌作爲四字 質者材料也 貌者形狀也 作者工匠也 爲者需用也
세간만물 구불출어질모작위사자 질자재료야 모자형상야 작자공장야 위자수용야
近取諸身 遠取諸物 莫不皆然 以若介大天地 豈無作者 此以萬物而知有主宰也
근취제신 원취제물 막불개연 이약개대천지 기무작자 차이만물이지유주재야
세상의 모든 사사물물(事事物物)들은 모두 바탕(質)과 모양(貌)과 만듦(作)과 행위(爲) 등 네 글자를 벗어나지 못합니다. 바탕이란 재료이고, 모양이란 형상이며, 작업한다는 것은 만드는 사람이며, 행하는 것은 그 쓰임입니다. 가깝게는 몸에서 얻고, 멀게는 사물에서 얻는데, (이치로 보아) 모두 그러하지 않음이 없습니다. 이로써 만약 대천지(大天地)로 소개하자면, 어찌 만든 이가 없겠습니까? 이것이 만물을 가지고서도 주재자(하느님)가 계시다는 것을 안다는 것입니다.
▮ 何謂良知 若夫白晝晦暝 雷電相簿 雖孩提便知奮畏 瞠目累足 置身無地 此可知賞
하위양지 약부백주회명 뇌전상부 수해제변지분외 쟁목누족 치신무지 차가지상
罰善惡之大主宰 印在心頭矣
벌선악지대주재 인재심두의
▮ 무엇을 양지(양심)라 합니까?
대개 대낮이 어둑어둑해지고 천둥과 번개가 서로 다투어대면, 비록 어린아이라 하더라도 곧 떨며 두려워할 줄 알고, 눈동자를 휘둥그렇게 뜨고 오금을 제대로 펴지 못하며, 처신하는 것이 몸 둘 바가 없습니다. 이것은 상선벌악을 내리시는 큰 주재자(主宰者)께서 (인간의) 마음과 머릿속에 깊이 새겨져 있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閭巷間愚夫愚婦 若遇蒼黃窘急之勢 悲痛寃恨之時 必呼天主以告之 此其本然之心秉
여항간우부우부 약우창황군급지세 비통원한지시 필호천주이고지 차기본연지심병
彛之性 有不得掩者 故不敎而知 不學而能 但不知何以事之而畏之則均然 此以良知而
이지성 유부득엄자 고불교이지 불학이능 단부지하이사지이외지즉균연 차이양지이
知有上主也
지유상주야
세상에서 어리석은 사내와 여자들도 만약 당황하여 궁지에 몰려 급한 상황이나 비통하고 원통한 때와 맞닿으면, 반드시 천주(하느님)를 부르면서 그에게 아룁니다. 이것은 그 본래부터 가지고 있는 마음과 타고난 본성을 가릴 수 없는 것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가르치지 않아도 알고, 배우지 않아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어떻게 그(하느님)를 섬길 줄은 알지 못하면서 그를 두려워하는 것이 모두 그러합니다. 이것이 양지(양심)를 가지고 하느님(上主)이 계심을 압니다.
晦:어둘회 暝:어둘명 簿:거느릴부 雖:비록수 孩:어린아이해 提:가만가만걸을제
便:순할변 奮:일어날분 畏:무서울외 瞠:눈똑바로뜰쟁 累:얽힐누 窘:괴로울군
秉:잡을병 彛;떳떳할이 掩:걷을엄
▮ 何爲聖經 古之堯舜禹湯文武周孔之傳 亦有經史以來也 若非經史 則誰知有堯舜禹
하위성경 고지요순우탕문무주공지전 역유경사이래야 약비경사 즉수지유요순우
湯文武周孔之傳 何心法 設何典章乎 心法也 典章也 載之竹帛布在方冊 故視爲可則
탕문무주공지전 하심법 설하전장호 심법야 전장야 재지죽백포재방책 고시위가즉
信如金石 惟我聖敎之傳 亦有經典而來也
신여금석 유아성교지전 역유경전이래야
▮ 무엇을 〈성경〉이라 합니까?
옛날에 요(堯)이금, 순(舜)임금, 우(禹)임금, 탕(湯)임금, 문(文)왕, 무(武)왕, 주공(周公), 공자(孔子)가 전해진 것은 역시 〈경서(經書)〉와 〈사서(史書)〉가 있어서 내려 왔습니다. 만약 〈경서〉와 〈사서〉가 아니었더라면, 요, 순, 우, 탕, 문, 무, 주, 공자가 심법(心法, 사상)을 어떻게 하고, 어떤 전장제도(典章制度)를 세웠는가 하는 것이 전해지는 것을 누가 알겠습니까? 심법과 전장은 대쪽과 헝겊이 책으로 엮어져 실려 있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그 내용이) 옳다고 여겨지면, 쇠와 돌(金石)처럼 믿습니다. 그런데 우리 성교가 전하는 것도 역시 〈경전〉을 가지고 있어서 내려 왔습니다.
粤自開闢以來 史不絶書 古經新經 班班可考 至今可誦而戶絃 汗牛而充棟 少無舛錯
월자개벽이래 사불절서 고경신경 반반가고 지금가송이호현 한우이충동 소무천착
말하자면, 천지가 개벽한 이래, 역사는 끊임없이 쓰여 졌고,〈구약성서(舊約聖書)〉와 〈신약성서(新約聖書)〉에서 분명하게 살필 수 있습니다. 지금에 이르러서 (그것을) 암송하면서 집집마다 거문고 가락을 탑니다. (그 책은) 황소가 땀을 흘릴 정도로 충분하게 쌓아 마루에 닿을 지경이지만 조금도 (사람들을) 잘못되게 하지는 않습니다. (汗牛充棟 : 책이 매우 많음을 일컫는 말. 곧 짐으로 실으면 소가 땀을 흘리고, 쌓으면 들보에까지 미친다는 말 - 편집자 주)
我國之人 以此等文字不少 槪見於中國經史 疑焉 中國經史 亦不云乎 易曰 以享上帝
아국지인 이차등문자불소 개견어중국경사 의언 중국경사 역불운호 역왈 이향상제
詩曰 昭事上帝 書曰 禋于上帝 夫子曰 獲罪于天 無所禱也
시왈 조사상제 서왈 연우상제 부자왈 획죄우천 무소도야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러한 문자들이 적지 않게 대체로 중국의 〈경서〉와 〈사서〉에 드러난다고 함으로써 의심을 품습니다. 중국의 〈경서〉와 〈사서〉에도 역시 다음과 같이 이르지 않습니까? 『주역(周易)』에서는“상제(하느님)께 바칩니다.”라 하였고, 『시경(詩經)』에서는“상제(하느님)를 밝게 섬깁니다.”라 하였으며, 『서경(書經)』에서는“상제(하느님)께 아뢰나이다.”라 하였고, 공자께서는“하늘에 죄를 얻으면 빌 곳이 없다.”고 하였습니다.
粤:곰곰생각할월 絃:풍류줄현 舛:서로이그러질천 錯:섞일착 槪:대강개 享:드릴향
有所謂敬天畏天順天奉天之說 雜出於諸子百家之書 是何患乎 西史之不來
유소위경천외천순천봉천지설 잡출어제자백가지서 시하환호 서사지불래
이른바 하늘을 공경하고, 하늘을 두려워하며, 하늘을 따르고, 하늘을 받들어야 한다는 학설은 제자백가(諸子百家)들 책에 뒤섞여서 나타날 때 이것이 서양의 역사에 전해지지 않았다고 해서 무엇이 걱정입니까?
設或西史之來雖在上古 以堯之洪水 秦之劫火 湮滅無傳必矣 迨至孫吳赤烏年間 得鐵
설혹서사지래수재상고 이요지홍수 진지겁화 인멸무전필의 태지손오적오년간 득철
十字 唐之貞觀九年 景敎大治
십자 당지정관구년 경교대치
만일 서양의 〈사기=성경〉가 전해졌다면, 비록 상고시대(上古時代)라 하더라도 요임금 때의 홍수와 진시황 때의 분서갱유의 여파[劫火]로 소멸되어 필시 전해지지 못했음이 확실합니다. (중국 삼국 시대 때) 손권(孫權)의 동오(東吳)시대 적오(赤烏)년 간에 이르러 쇠로 만든 십자가(鐵十字架)를 얻었고, 당(唐)나라 정관(貞觀, 627-649년) 9년에는 경교(景敎)가 크게 다루어졌습니다.
上自朝著 下之草野 一齊崇事 創大祭祀 立景敎碑 大賢如魏徵房玄齡 篤信而無疑
상자조저 하지초야 일제숭사 창대제사 입경교비 대현여위징방현령 독신이무의
大明萬曆年間 西士來遊 多有著述 至今有傳於中國
대명만력년간 서사래유 다유저술 지금유전어중국
위로는 조정의 저명한 인사들로부터 아래로는 민초들에게 이르기까지, 일제히 숭배하여 섬겼으며, 큰 제사를 만들고, 〈경교비(景敎碑)〉를 세웠습니다. 대 석학
들, 예컨대 위징(魏徵)과 방현령(房玄齡) 등과 같은 사람들이 독실하고 믿어서 의심을 품지 않았습니다. 명(明)나라 만력(萬曆) 연간 (1573-1619)에는, 서양의 선교사들이 들어와 지내면서 쓴 책들이 많이 있는데, 지금까지 중국에서 유행하여 전해지고 있습니다.
경 교 : 에페소 공의회에서 이단으로 선고된 콘스탄티노플의 주교 네스토리우스가 주창한 그리스도교 일파
위 징 : 중국 당나라 초기의 정치가,‘정관의 치’의 핵심인물
방현령 : 중국 당나라 초기의 정치가,‘정관의 치’의 핵심인물
詔:밝힐조 禋:천재재사지낼연 獲:얻을획 禱:빌도 秦:진나라진 劫:위협할겁
上主黙佑東方 東邦之幸同福爲奇 今焉五十有餘年矣 此以聖經而知有主宰也
상주묵우동방 동방지행동복위기 금언오십유여년의 차이성경이지유주재야
하느님(上主)은 아무 말 없이 동방을 도와주시고, 동쪽 나라(조선)에 행운과 축복이 기묘하게 내려졌습니다. 지금 오십여 년 남짓 되었습니다. 이것은 〈성경〉을 가지고서 주재자가 계심을 압니다.
▮ 擧此三證 旣然明知有主宰 則當知上主之造天地萬物 將欲通其福顯其德 造天而覆
거차삼증 기연명지유주재 즉당지상주지조천지만물 장욕통기복현기덕 조천이복
我 造地而載我 造日月星辰光照我 草木禽獸金銀銅鐵 享用我
아 조지이재아 조일월성신광조아 초목금수금은동철 향용아
▮ 이 세 가지 증명을 들어 이미 주재하고 계심을 밝히 알았다면, 마땅히 하느님께서 천지만물을 만드신 것은 장차 그 복을 (아래로) 통하게 하여 그 덕을 드러내려는 것임을 알아야 할 것입니다. 하늘을 지으시어 우리를 덮으시고, 땅을 만드시어 우리를 실으셨으며, 해와 달과 별들을 만드시어 우리에게 빛을 주시고, 풀과 나무와 짐승들과 금과 은과 구리와 쇠 따위들이 우리에게 쓰이도록 하셨습니다.
自出母胎 至於長成 種種洪恩 如是罔涯 人之本分 當如何哉 若戴天履地而穿吃而已
자출모태 지어장성 종종홍은 여시망애 인지본분 당여하재 약대천이지이천흘이이
則孤負生民之洪恩 莫此爲甚也
즉고부생민지홍은 막차위심야
저절로 모태에서 생겨 나와서 성장하는 데까지 갖가지 큰 은혜가 이와 같이 끝이 없습니다. 사람의 본분이 마땅히 어찌해야 하겠습니까? 만약 하늘을 이고 땅을 밟으면서 입고 먹는 데만 집착한다면, 백성을 내신 큰 은혜를 저버리는 것이니, 이보다 더 심한 것은 없습니다.
享:드릴향 罔:없을망 哉:어조사재 戴:밀대 履:밟을이 穿:뚫을천 吃:말얼얼할흘
譬如爲人父者 造房屋辦傢伙 給其子享用 其子處其房屋 用其傢伙 肆然自大 不知事
비여위인부자 조방옥판가화 급기자향용 기자처기방옥 용기가화 사연자대 부지사
親之道 報本之意 則孝乎 不孝乎
친지도 보본지의 즉효호 불효호
비유컨대 아버지 되는 자가 집을 짓고 살림살이를 처리하고, 그 아들이 사용하도록 주었으며, 그 아들은 그 집에서 거처하고, 그 살림살이를 사용하였는데, 제멋대로 하고 스스로 위대한 체하여 부모를 섬기는 도리와 바탕에 보답하는 뜻을 알지 못한다면, 효도하는 것이겠습니까? 불효하는 것이겠습니까?
人之處世 秋毫皆帝力也 生養助顧之 保護引導之 身後受賞 存而勿論 現受之恩已極
인지처세 추호개제력야 생양조고지 보호인도지 신후수상 존이물론 현수지은이극
無比 吾人之沒身奉事 當如何而可答萬一也
무비 오인지몰신봉사 당여하이가답만일야
사람이 세상에 거처하면서 털끝만한 것들이라도 모두 하느님(上帝)의 힘입니다. 그를 낳고 기르고 도와주고 관심을 가져주며, 그를 보호하고 인도해 주십니다. 죽은 후에 상을 주시는 것이 있긴 하지만 논하지 않더라도, 현재에 받은 은혜는 이미 지극하여 견줄 데가 없습니다. 우리가 죽기까지 (그분을) 받들고 섬기는 것이 어떻게든지 마땅히 (그분의 은혜에) 만 분의 일이라도 보답할 수 있어야 합니다.
▮ 奉事之道 非高遠難行之事 非索隱行怪之類也 改過自新 遵帝誡命而已
봉사지도 비고원난행지사 비색은행괴지류야 개과자신 준제계명이이
▮ 그분을 받들고 섬기는 도리는 고상하고 원대하거나 행하기 어려운 일이 아니며, 숨은 것을 찾아내거나 괴상한 것들을 행하는 것이 아닙니다. 허물을 고치고 스스로 새롭게 되어 하느님(上帝)의 계명(誡命)을 따를 뿐입니다.
▮ 誡命者何 上主黙喩之十誡也 一欽崇一天主萬有之上 二毋呼天主聖名以發虛誓 三
계명자하 상주묵유지십계야 일흠숭일천주만유지상 이무호천주성명이발허서 삼
守瞻禮之日 四孝敬父母 五毋殺人 六毋行邪淫 七毋偸盜 八毋妄證 九毋願他人妻 十
수첨례지일 사효경부모 오무살인 육무행사음 칠무투도 팔무망증 구무원타인처 십
毋貪他人財物 右十誡 總歸二者 愛天主萬有之上 及愛人如己 上三誡 昭事之節目也
무탐타인재물 우십계 총귀이자 애천주만유지상 급애인여기 상삼계 소사지절목야
下七誡 修省之工夫也
하칠계 수성지공부야
▮ 계명이란 무엇입니까?
하느님께서 묵시적으로 알리신(계시하신) 열 가지 계율입니다.
① 하나이신 천주를 만유(萬有) 위에 흠숭하라.
② 천주의 거룩한 이름을 불러서 헛된 맹세를 하지 말라.
③ 첨례(瞻禮)의 날(주일)을 지켜라.
④ 부모에게 효도하고 공경하라.
⑤ 사람을 죽이지 말라.
⑥ 간음(邪淫)을 행하지 말라.
⑦ 도둑질을 기준 삼지 말라.
⑧ 망령된 증언을 하지 말라.
⑨ 다른 사람의 처를 바라지 말라.
⑩ 다른 사람의 재물을 탐하지 말라.
위 열 가지 계명은 총괄적으로 두 가지로 귀결됩니다. 천주를 만유 위에 사랑하고, 아울러 사람을 자기 몸과 같이 사랑하는 것입니다. (순서에 따라) 앞의 세 가지 계명은 그분을 밝게 섬기는 조목입니다. 뒤의 일곱 가지 계명은 자기를 닦고 반성하는 공부입니다. (萬有 : 우주의 온갖 물건 - 편집자 주)
譬:비유할비 辦:힘들일판 傢:가구가 伙:세간화 顧:돌볼고 隱:숨을은 遵:좇을준
喩:깨우칠유 毋:말무 瞻:볼첨 偸:도둑질할투 妄:망령될망 及:미칠급 昭:밝을소
顔氏之四勿 戴記之九思 不足比方 忠恕孝悌 仁義禮智 包括這裏 有何一毫不足處乎
안씨지사물 대기지구사 부족비방 충서효제 인의예지 포괄저이 유하일호부족처호
以是道而行乎 一家則家可齊矣 行乎 一國則國可治矣 行乎天下則天下可平矣
이시도이행호 일가즉가가재의 행호 일국즉국가치의 행호천하즉천하가평의
〈안연(顔淵)〉의 네 가지 하지 말 것(四勿)과 〈대례기(戴禮記)〉의 아홉 가지 생각(九思)은 (모두 十誡命에) 비유(比方)하기에 부족합니다.
충성과 용서(관용)와 효성과 우애, 어짊과 의로움, 예의와 지혜가 이 속에(十誡命 속에) 포함되어 있으니 어떠한 한 올 털끝만치의 부족한 점이 있겠습니까? 이 도를 가지고서 한 집안에 행한다면, 집안이 가지런해 질 것이고, 한 국가에 행하면 한 나라가 다스려 질 것이며, 천하에 행하면 천하가 태평스럽게 될 것입니다.
안연 : 안자, 춘추시대 공자의 제자, 사물(四勿) - 禮가 아니면‘보지도 듣지도 말하지 도 움직이지도’마라.
대례기 : 대덕(戴德)이 지은 것을“大戴禮記”라 하고 조카 대성(戴聖)이 지은 것을
“小戴禮記”라 한다. 현재의 예기(禮記)는“小戴禮記”다.
修:닦을수 悌:공손할제 這:저이(이것) 毫:터럭호
十誡之中 不可犯一 而非徒身犯 尤禁心犯 大凡人之過失 作於其心 害於其事 治世之
십계지중 불가범일 이비도신범 우금심범 대범인지과실 작어기심 해어기사 치세지
法 可治其事 不治其心 天主之誡 非徒治其事 亦治其心
법 가치기사 불치기심 천주지계 비도치기사 역치기심
십계명(十誡命) 중에 한 가지라도 범할 수 없으며, 단지 몸으로 범하는 것 뿐 아니라 특히 마음으로 범하는 것도 금지합니다. 대체로 사람의 과실은 그 마음에서 만들어지고, 그 일삼는 것에 해를 끼칩니다. 세상을 다스리는 법은 그 일삼는 것을 다스릴 수 있지만, 그 마음을 다스리지는 못합니다. 하느님(天主)의 계명은 다만 그 일삼는 것을 다스릴 뿐 아니라, 또한 그 마음을 다스립니다.
然而 人心惟危 道心惟微 頃刻犯罪 私慾偏情 百方引誘 誘以驕傲 誘以憤怒 誘以貪
연이 인심유위 도심유미 경각범죄 사욕편정 백방인유 유이교오 유이분노 유이탐
饕 誘以邪淫 誘以嫉妬 誘以慳吝 誘以懈怠 陷人於必死之地
도 유이사음 유이질투 유이간인 유이해태 함인어필사지지
그렇지만 사람의 마음(人心)은 지극히 위태롭고, 도심(道心)은 지극히 희미하며, 한 순간에 죄를 범하고 사사로운 욕심이 감정에 쏠리게 되며, 백방으로 이끌어 유혹하고, 교만으로 유인하며, 감정적인 분노로 유인하고, 탐욕에로 유인하며, 음란한 것에로 유인하고, 질투에로 이끌며, 후회가 막심한 데로 이끌며, 게으름에로 유인하고, 반드시 죽게 되는 상황에로 사람을 빠져들게 합니다.
▮ 苟不時時警斥 刻刻攻退 則不免於此羅穽 故終身相戰 戰無弛時 戰勝則功 不勝則
구불시시경척 각각공퇴 즉불면어차나정 고종신상전 전무이시 전승즉공 불승즉
抵罪 功罪之判 則身死之日也
저죄 공죄지판 즉신사지일야
▮ 진실로 그때그때 경계하고 물리치지 않으면 이 그물과 함정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그러므로 죽는 날까지 서로 싸우고, 싸움은 느슨한 때가 없으며, 싸워서 이기면 공로가 되지만, 이기지 못하면 죄를 떠받드는 것이 됩니다. 공로와 죄에 대한 판단은 즉 몸이 죽는 날입니다.
天主至公 無善不報 天主至義 無惡不罰 若身死之後 魂亦隨滅則賞也 罰也 施何所乎
천주지공 무선불보 천주지의 무악불벌 약신사지후 혼역수멸즉상야 벌야 시하소호
又當知靈魂之不滅也
우당지영혼지불멸야
하느님(天主)은 지극히 공평(보편적)하시어 선함을 갚아 주지 않으심이 없습니다. 하느님은 지극히 의로우시어 악함을 벌하지 않으심이 없습니다.
만약 몸이 죽은 다음에 영혼 또한 따라서 없어진다면, 상급이나 벌은 (하느님께서) 어디에다 베푸시겠습니까? 또 마땅히 영혼은 불멸한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惟:생각할유 驕:교만할교 傲:거만할오 饕:탐할도 慳:아낄간 吝:아낄인 陷:빠질함
苟:진실로구 羅:그물나 穽:함정정 抵:막을저
▮ 蓋魂有三焉 一生魂 二覺魂 三靈魂也 生魂者 草木之魂也 能生長而無知覺 覺魂
개혼유삼언 일생혼 이각혼 삼영혼야 생혼자 초목지혼야 능생장이무지각 각혼
者 禽獸之魂也 能知覺而不知義理也 是非也 靈魂者 人之魂也 能生能長 能知能覺
자 금수지혼야 능지각이부지의리야 시비야 영혼자 인지혼야 능생능장 능지능각
能分辨是非 能推論道理
능분변시비 능추론도리
▮ 대체로 혼(魂)은 세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는 생혼(生魂), 둘째는 각혼(覺魂), 셋째는 영혼(靈魂)입니다. 생혼이란 풀과 나무의 혼입니다. 능히 나고 자랄 수는 있으면서도 지각(知覺)은 없습니다. 각혼이란 짐승들의 혼입니다. 능히 지각할 수는 있으면서도 의로움과 이치와 옳고 그름을 알지 못합니다. 영혼이란, 사람의 혼입니다. 능히 날 수 있고 능히 자랄 수 있으며, 능히 인식할 수 있고 능히 느낄 수 있으며, 옳고 그름을 나누고 따지며, 도리를 추론할 수 있습니다.
於萬物之中 惟人最貴 所貴乎人者 以其魂之靈也 卽所謂天命之謂性 而賦卑于胎中者
어만물지중 유인최귀 소귀호인자 이기혼지영야 즉소위천명지위성 이부비우태중자
也 烏可與木草禽獸 同歸於朽腐乎
야 오가여목초금수 동귀어후부호
만물 가운데 오직 사람이 가장 귀합니다. 사람에게서 귀한 것이란 그 혼이 영명(靈明)하기 때문입니다. 즉 이른바 천명(天命)을 본성이라 하는데 (사람의) 태중(胎中)에 (하느님께서) 부여하여 내리신 것입니다. 어찌 (사람의 혼이) 나무와 풀과 짐승들과 함께 할 수 있으며 똑같이 썩어 없어지는 데로 돌아가겠습니까?
先儒亦知魂之有三而靈之不滅 故曰 三魂屢散 又曰 魂升魄降 其魂有三焉而靈魂之不
선유역지혼지유삼이영지불멸 고왈 삼혼누산 우왈 혼승백강 기혼유삼언이영혼지불
死 明矣
사 명의
앞선 유학자(先儒)들은 또한 혼은 세 가지가 있지만 영혼만은 없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러므로 “세 가지 혼(魂)은 누차 흩어진다.”고 하였으며, 또 “혼은 올라가고 백(魄)은 내려간다. 그 혼이 세 가지가 있는데, (그 가운데에서도) 영혼만은 죽지 않는다.”고 하였습니다. 자명한 사실입니다.
蓋:덮을개 辨:판단할변 賦:줄부 卑:낮을비 屢:여러누
旣於不死不滅 則究竟何往 善者靈魂 升天而受賞 惡者靈魂 入地而受罰 賞者天堂之
기어불사불멸 즉구경하왕 선자영혼 승천이수상 악자영혼 입지이수벌 상자천당지
永福也 罰者地獄之永苦也
영복야 벌자지옥지영고야
이미 죽지도 않고 없어지지도 않는다면, 도대체 어디로 가겠습니까? 선한자의 영혼은 하늘에 올라 상급을 받습니다. 악한자의 영혼은 땅으로 들어가서 벌을 받습니다. 상급이란 천당(天堂)의 영원한 축복입니다. 벌이란 지옥(地獄)의 영원한 고통입니다.
若以不見天堂不見地獄 不信其有堂獄 則是何以異於瞽者之不見天 而不信天有日也哉
약이불견천당불견지옥 불신기유당옥 즉시하이이어고자지불견천 이불신천유일야재
만약 천당도 보지 못하고 지옥도 보지 못하였기 때문에 그 천당과 지옥이 있다는 것을 믿지 못한다면, 맹인이 하늘을 보지 못하고서 하늘에 해가 있다고 믿지 않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습니까?
事之合理者 不見而可信 不合於理者 雖見 不可信也 故事之可信與不可信 不係於見
사지합리자 불견이가신 불합어리자 수견 불가신야 고사지가신여불가신 불계어견
不見 而惟在於合理與不合理而已
불견 이유재어합리여불합리이이
일이 이치에 부합한 것은 보지 않고서도 믿을 수 있고, 이치에 맞지 않는 것은 비록 보더라도 믿을 수가 없습니다. 그러므로 일은 믿을 수 있는 것과 믿을 수 없는 것이 보거나 보지 않는 것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 오직 이치에 부합하느냐 이치에 부합하지 않느냐에 달려 있을 따름입니다.
究:다할구 竟:마침내경 瞽:소경고
苟能合理 則千歲至日至 可坐而致之也 奚必於吾身親見之哉
구능합리 즉천세지일지 가좌이치지야 해필어오신친견지재
진실로 이치에 부합하면 천년의 세월이 앉아서 그것을 알 수 있습니다. 어찌 반드시 몸소 친히 그것을 보아야만 하겠습니까?
夫一國之中 必有賞罰 有功者 陞之 縻以爵祿 給以金帛 有罪者 黜之 囚之豻狴 施以
부일국지중 필유상벌 유공자 승지 미이작록 급이금백 유죄자 출지 수지한폐 시이
刀鉅 一國之君 尙有賞罰之權 況天地大君乎
도거 일국지군 상유상벌지권 황천지대군호
일반적으로 한 나라에는 반드시 상급과 벌이 있습니다. 공로가 있는 자는 높여주고, 벼슬과 녹봉을 가지고 묶어 두고, 황금과 비단을 내려줍니다. 죄가 있는 자는 축출하고, 그를 감옥에 가두어 버리며, 궁형(宮刑)이나 월형(刖刑)에 처합니다. 한 나라의 임금이 오히려 상급과 형벌을 주는 권한을 가지고 있는데, 하물며 하늘과 땅을 (다스리는) 위대한 임금은 어떠하겠습니까?
其賞 非世間爵祿金帛之可比 而永遠無窮之福也 其罰 非世間豻狴刀鉅之可比 而永遠
기상 비세간작록금백지가비 이영원무궁지복야 기벌 비세간한폐도거지가비 이영원
無盡之苦也 升降一定 更無移易
무진지고야 승강일정 갱무이역
그 상급은 세상의 벼슬과 녹봉, 황금과 비단에 가히 그것을 견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영원무궁한 축복입니다. 그 형벌은 세상의 감옥과 궁형과 월형에 견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영원무궁한 괴로움입니다. (천당에) 오르고 (지옥으로) 내려가는 것은 딱 한 번 결정되며, 다시 옮기고 바꿀 수 없습니다.
▮ 嗚呼 世人 明知靈魂之不死 而不知居於何所 豈不哀哉 旣然有永賞永罰 則世事虛
오호 세인 명지영혼지불사 이부지거어하소 기불애재 기연유영상영벌 즉세사허
幻 以可知矣
환 이가지의
▮ 오호라! 세상 사람들은 영혼이 죽지 않는다는 것을 분명히 알면서도 어디에 있는지를 알지 못합니다. 어찌 슬프지 않겠습니까? 이미 그렇게 영원한 상급과 영원한 형벌이 있다면, 세상의 일은 헛된 환상임을 이로써 일 수 있습니다.
奚:어찌해 陞:오를승 縻:맬미 黜:내칠줄 豻:들개한 狴:감옥폐 鉅:클거 況:하물며황
刀鉅:칼(刀)은 宮刑을 집행하는데 쓰이고, 톱(鉅)은 刖刑, 즉 발꿈치를 베는데 쓰였다.
人壽多不過百年而汨於利慾 掌中未得之 患得之 旣得之 患失之 不知老之張至 此身
인수다불과백년이골어이욕 장중미득지 환득지 기득지 환실지 부지노지장지 차신
一死 富貴功名 竟歸虛地 況富貴功名 一生求之不得者乎 何其塵夢之難醒也
일사 부귀공명 경귀허지 황부귀공명 일생구지부득자호 하기진몽지난성야
사람의 목숨은 길어야 백년을 넘지 못하면서도 이익과 욕심으로 흘러넘치지만, 손바닥 안에 그것을 얻지 못합니다. 이미 그것을 얻었지만, 그것을 잃을까 걱정하고, 늙어서 장차 이를 곳을 알지 못합니다. 이 몸이 한 번 죽으면, 부유함과 고귀함과 공로와 명예는 끝내 헛된 곳으로 돌아가고 맙니다. 하물며 부귀공명이랴? (말해야 무엇 하겠습니까?) 일생동안 그것을 구해도 얻지 못하는데, 어떻게 그 티끌 같은 꿈(헛된 꿈)은 깨어나기 어렵습니까?
嗚呼 世福 缺而不全 天福 全而不缺 世福 暫而不永 天福 永而不暫 與其求缺且暫之
오호 세복 결이부전 천복 전이불결 세복 잠이불영 천복 영이불잠 여기구결차잠지
世福 易若求全且永之天福也
세복 역약구전차영지천복야
오호라! 세상의 행복은 어그러져서 온전하지 못합니다. 하늘의 행복은 온전하여 어그러지지 않습니다. 세상의 행복은 잠깐이며 영원하지 못합니다. 하늘의 행복은 영원하면서 일시적이지 않습니다. 어찌 어그러지고 또 일시적인 세상의 행복을 구하는 것이 바꾸어 온전하고 또 그 영원한 하늘의 행복을 구하는 것과 같겠습니까?
雖未得天堂之永福 若無地獄之後患則暫世暫榮 容或可圖而奈此地獄之永罰 何哉
수미득천당지영복 약무지옥지후환즉잠세잠영 용혹가도이나차지옥지영벌 하재
비록 아직 천당의 영원한 행복을 얻지 못하였더라도, 만약 지옥의 후환이 없다면 잠깐뿐인 세상의 일시적인 영화는 용인되거나 혹은 도모할 수 있겠지만 이 지옥의 영원한 형벌이 있으니 어찌 하겠습니까?
▮ 在世之時 朦然不覺 身死之後 悔之何及 是以斧鉞在前 鼎鑊在後 而毅然不屈者
재세지시 몽연불각 신사지후 회지하급 시이부월재전 정확재후 이의연불굴자
代不乏人此足爲眞敎之一證
대불핍인차족위진교지일증
▮ 세상에 있을 때 꿈결처럼 깨닫지 못하고, 몸이 죽은 뒤에 그것을 후회한들 무엇에 미치겠습니까? 이로써 (형벌에 쓰여 질) 작은 도끼와 큰 도끼가 앞에 있고, (몸을 삶을) 큰 가마솥이 뒤에 있지만 의연하게 굽히지 않는 자들이 세상에 넘쳐납니다. 이것은 참된 종교의 한 가지 증거가 되기에 충분합니다.
汨:다스릴골 暫:잠깐잠 且:또차 朦:흐릴몽 斧:도끼부 鉞:도끼월 鼎:솥정 鑊:가마솥확
一言蔽曰 至聖 至公 至正 至眞 之全 之獨 惟一無二之敎也
일언폐왈 지성 지공 지정 지진 지전 지독 유일무이지교야
한마디로 잘라 말해서 지극히 거룩하고, 지극히 보편적이며, 지극히 올바르고, 지극히 참되며, 지극히 온전하고, 홀로 지극하며, 오직 하나이고 둘도 없는 종교입니다.
何謂至聖之敎會 天主親立之敎也 自古列聖 繼繼相承 闡其義理 定其規矩 而至致命
하위지성지교회 천주친립지교야 자고열성 계계상승 천기의리 정기규구 이지치명
以證之 可謂至聖矣
이증지 가위지성의
1) 어찌하여 지극히 거룩한 교회라고 합니까? 하느님께서 몸소 세우신 교회이기 때문입니다. 옛날부터 여러 성현들은 대대로 서로 이어 받고, 그 의로움과 도 리를 밝혀 말하며, 그 규칙을 정하고, 목숨을 바쳐서 그것을 증명하기까지 이 르렀으므로 가히 지극히 거룩하다 할 수 있습니다.
何謂至公 無論貴賤 賢愚 男女 老少 東西南北之人 皆可當行之道也 可謂至公矣
하위지공 무론귀천 현우 남녀 노소 동서남북지인 개가당행지도야 가위지공의
2) 어찌하여 지극히 보편적(공번됨)이라 합니까? (신분이) 높거나 낮거나, (학식 이) 높거나 낮거나, 남자이거나 여자이거나, 늙었거나 젊었거나 가릴 것 없이 동서남북의 사람들은 모두 마땅히 행할 수 있어야 할 도리이기에 지극히 보 편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何謂至正 廣大明白 蕩蕩平平 無一毫偏倚之行 回正之事 可謂至正矣
하위지정 광대명백 탕탕평평 무일호편의지행 회정지사 가위지정의
3) 어찌하여 지극히 올바르다고 합니까? 넓고 크고 분명하며, 어느 쪽에도 치우 치지 않고, 터럭만큼도 치우치고 의지하는 행위와 올바름을 굽히는 일이 없으 니, 가히 지극히 올바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蔽:덮을폐 闡:밝힐천 矩:곡척구 毫:터럭호 偏:치우칠편 倚:의지할의
何謂至眞 天下未有無敎之國 而敎不眞者多矣 老莊 失之於虛無 仙佛 失之於幻妄 外
하위지진 천하미유무교지국 이교부진자다의 노장 실지어허무 선불 실지어환망 외
此百家方術 不足掛齒 而聖敎道理則眞實無僞 永不舛錯 可謂至眞矣
차백가방술 부족괘치 이성교도리즉진실무위 영불천착 가위지진의
4) 어찌하여 지극히 참되다라고 합니까? 천하에는 아직 종교가 없었던 나라가 없 었지만, 종교가 참되지 못한 것은 많았습니다. 〈노자(老子)〉와 〈장자(莊 子)〉는 허무(虛無)로 그것을 잃었고, 〈선교(仙敎)=도교〉와 〈불교〉는 환 상과 망상으로 그것을 잃어버렸습니다. 이 밖에도 여러 사상가들[諸子百家]의 방책과 술수(方術)들은 입에 담기에 부족합니다. 그러나 거룩한 교회의 도리 는 참되고 거짓이 없으며, 영원히 어그러지고 뒤틀리지 않으니 가히 지극히 참되다라고 할 수 있습니다.
何謂至全 譬如草木 異敎則或有幹而無枝 或有葉而無花 或有花而無實 首尾不能相連
하위지전 비여초목 이교즉혹유간이무지 혹유엽이무화 혹유화이무실 수미불능상련
終始不能接續
종시불능접속
5) 어찌하여 지극히 온전하다라고 합니까? 비유하자면 풀과 나무와 같습니다. 이 단의 종교는 어떤 것은 줄기는 있지만 가지가 없고, 어떤 것은 잎사귀는 있지 만 꽃은 없으며, 어떤 것은 꽃은 있지만 열매가 없습니다. 머리와 꼬리가 서 로 이어질 수 없으며, 시작과 마침이 연결될 수가 없었습니다.
而惟聖敎則有幹有枝 有葉有花有實 天地神鬼人事之始末也 已往現在未來之前後 渾
이유성교즉유간유지 유엽유화유실 천지신귀인사지시말야 이왕현재미래지전후 혼
然畢具 可謂至全矣
연필구 가위지전의
그러나 오직 거룩한 교회는 줄기도 있고 가지도 있으며, 잎사귀도 있고 꽃도 있고 열매도 있습니다. 하늘과 땅과 귀신과 사람의 시작과 끝,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앞과 뒤가 섞여서 모두 갖추고 있으니 가히 지극히 온전하다라고 할 수 있습니다.
噫 指金玉而强謂之瓦礫 用芻豢而强謂之糟糠 亦將奈何
희 지금옥이강위지와력 용추환이강위지조강 역장나하
아, 슬픕니다! 황금과 구슬을 가리켜서 억지로 그것을 기왓장과 자갈이라 우 기고, 가축을 사용하면서도(잡아먹으면서도) 억지로 술지게미와 겨(거친 음 식)라고 우기니, 역시 장차 어찌해야 합니까?
掛:걸괘 齒:이치 舛:서로이그러질천 錯:섞일착 譬:비유할비 噫:슬플희 礫:자갈력
芻:꼴추 豢:돼지기를환 糟:지게미조 糠:겨강
▮ 又曰 無父無君 不知聖敎之義也 十誡之第四 孝敬父母 夫忠孝二字 萬代不易之道
우왈 무부무군 부지성교지의야 십계지제사 효경부모 부충효이자 만대불역지도
也
야
▮ 또 말하기를,“아비도 없이 하고 임금도 없이 한다.”고 하는데, 거룩한 교회의리(義理)를 모르는 것입니다. 십계명 가운데 네 번째가“효도로 부모를 공경하라.”입니다. 대체로‘충(忠)’과‘효(孝)’의 두 글자는 만대가 흘러도 바꾸지 못하는 도리입니다.
養志養體 人子之當然 而奉敎之人 尤切謹愼故 事盡其禮 養盡其力 忠移於君 許身殞
양지양체 인자지당연 이봉교지인 우절근신고 사진기례 양진기력 충이어군 허신운
命 赴湯蹈火 有不敢避 不如是則有違敎誡 此果無父無君之學耶
명 부탕도화 유불감피 불여시즉유위교계 차과무부무군지학야
(임금의) 뜻을 받들고 (부모님의) 몸을 봉양하는 것은 사람의 자식(人子)으로 당연하지만, 천주교를 받드는 사람들은 더욱 절실히 삼가고 조심하기 때문에 그 예(禮)를 다하여 섬기며, 그 힘을 다하여 봉양합니다. 충성은 임금에게로 향하는데, 몸을 허락하고 생명을 바치며, 끓는 물로 들어가고 타는 불을 밟고도 감히 피하지 않습니다. 이와 같지 않으면 천주교의 계명을 어기는 것입니다. 이것이 과연 아비도 없이 하고 임금도 없이 하는 학설이겠습니까?
但國君禁之而民有行之者 家父禁之而子有行之者 其以是說而然歟 是亦有說焉 位有
단국군금지이민유행지자 가부금지이자유행지자 기이시설이연여 시역유설언 위유
尊卑 事有輕重 一家之中 家父最重而尊於家父者 國君也
존비 사유경중 일가지중 가부최중이존어가부자 국군야
그러나 나라의 임금이 그것을 금지하는데 백성 가운데 그것을 행하는 자가 있고, 집안의 아비가 그것을 금지하는데 자식 가운데 그것을 행하는 자가 있는데, 그것을 가지고 이 학설이 그러하다 하겠습니까? 이 또한 말이 됩니까? 자리에는 높고 낮음이 있고 일에는 가볍고 무거움이 있습니다. 한 집 안에는 집안의 아비가 가장 무겁지만 집안의 아비보다 더 높은 자는 나라의 임금입니다.
夫:그부 殞:죽을운 赴:다다를부 湯:물끓을탕 蹈:밟을도 耶:어조사야 歟:어조사여
一國之中 國君催重而尊於國君者 天地大君也 廳家父之命而不聽國君之命 則其罪重
일국지중 국군최중이존어국군자 천지대군야 청가부지명이불청국군지명 즉기죄중
矣 聽國君之命 而不聽天地大君之命 則其罪尤極無比
의 청국군지명 이불청천지대군지명 즉기죄우극무비
한 나라에서 나라의 임금이 가장 무겁지만 나라의 임금보다 더 높은 자는 하늘과 땅의 큰 임금입니다. 집안의 아비의 명령을 들으면서도 나라의 임금의 명령을 듣지 않는다면, 그 죄는 무겁습니다. 나라의 임금의 명을 들으면서도 하늘과 땅의 큰 임금의 명령을 듣지 않는다면, 그 죄는 더욱 지극해서 견줄 데가 없습니다.
然則奉事天主 非欲故違君命 出於不得已者 擧此一者 遂謂之無父無君 可乎
연즉봉사천주 비욕고위군명 출어부득이자 거차일자 수위지무부무군 가호
그렇다면 하느님을 받들어 섬기는 것이 일부러 임금의 명령을 거슬리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어찌 할 수 없기에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이 한 가지를 든 것이 결국 아비도 없이 하고 임금도 없이 한다고 말하는 것이 옳은 것이겠습니까?
▮ 又曰 通貨色 夫通貨者 自古有國有家者 不可一日無之之事也 有無相通然後 生民
우왈 통화색 부통화자 자고유국유가자 불가일일무지지사야 유무상통연후 생민
相資而生也 若無通貨之法 則一國之中 生者幾何 此其不美之法也 反爲可禁之事耶
상자이생야 약무통화지법 즉일국지중 생자기하 차기불미지법야 반위가금지사야
▮ 또 말하기를,“재화와 여색(女色)을 (서로) 유통한다,”고 합니다. 대체로 재화를 유통하는 것은, 나라를 소유하고 집안을 소유하는 자가 하루라도 하지 않을 수 없는 일입니다. 있는 것과 없는 것이 서로 통하게 한 다음이라야 백성들은 서로 의뢰하면서 살아갑니다. 만약 재화를 유통시키는 법이 없다면, 한 나라에 살아가는 자가 몇이나 되겠습니까? 이것은 그 아름답지 못한 법이기에 금지시키는 일이 옳겠습니까?
所謂通色者 禽獸 尙有不然者 況歸之於聖敎哉 十誡之第六曰 毋行邪淫 第九曰 毋願
소위통색자 금수 상유불연자 황귀지어성교재 십계지제육왈 무행사음 제구왈 무원
他人妻 第六誡以身犯之也 第九誡以心犯之也
타인처 제육계이신범지야 제구계이심범지야
이른바 여색(女色)을 유통한다고 하는 것은 짐승도 그렇게 하지 않는 것입니다.
하물며 거룩한 교회에 그것을 돌립니까? 십계명 가운데 여섯 번째에는“간음을 행하지 말라.”고 하였고, 아홉 번째는“다른 사람의 아내를 바라지 말라.”고 하였습니다. 여섯 번째는 몸으로 그것을 범하는 것을 평가하는 것이고, 아홉 번째는 마음으로 그것을 평가하는 것입니다.
禽:새금 獸:짐승수 聽:들을청 尤:더욱우 遂:따를수 尙:오히려상
聖敎之嚴禁私淫 如是重復而反以通色之說 加之 豈有如是逆倫亂常之敎乎
성교지엄금사음 여시중복이반이통색지설 가지 기유여시역윤난상지교호
거룩한 교회는 간음을 엄하게 금합니다. 이처럼 거듭 중요하게 여기면서도 도리어 여색을 유통시키는 학설을 가지고 거기에 보태는데, 어찌 이와 같이 윤리를 거슬리고 기강을 어지럽히는 종교가 있겠습니까?
▮ 道之眞假 事之曲直 置之一邊 以不近不當之說 排之擠之 豈非以外國之道而然歟
도지진가 사지곡직 치지일변 이불근부당지설 배지제지 기비이외국지도이연여
金不擇地 惟精是寶 道不拘方 惟聖是眞 以其道之傳 豈有此疆彼界之畦畛也
금불택지 유정시보 도불구방 유성시진 이기도지전 기유차강피계지휴진야
▮ 도의 참과 거짓, 일의 굽음과 곧음은 한쪽으로 두고, 가깝지도 않고 마땅하지도 않은 말을 가지고 그것을 물리치고 그것을 밀어버립니다. 어찌 다른 나라의 도(천주교)이기 때문에 그러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황금은 땅(생산하는 곳)을 가리는 것이 아니라 오직 순정한 것을 보배로 여깁니다. 도는 향방에 구애받는 것이 아니라, 오직 거룩한 것이 참입니다. 그 도를 가지고 전하는 것이 어찌 이 강토 저 나라의 경계가 있겠습니까?
中國 則各國之人物往來相通 沙門之學 任之所爲 外國之人 多有來居而曾不知禁也
중국 즉각국지인물왕래상통 사문지학 임지소위 외국지인 다유래거이증부지금야
중국에는 각 나라의 사람들이 서로 통하는 학문을 오고 가게 합니다. 불교의 학설은 그들이 행하는 바대로 맡겨버립니다. 다른 나라 사람들이 많이 와서 거주하는데 금지 당하지 않았습니다.
至於我國 佛道之爲害久矣 八路梵宮釋殿 最極奢侈 金佛銅像 浪費財力 彼佛氏者 西
지어아국 불도지위해구의 팔로범궁석전 최극사치 금불동상 낭비재력 피불씨자 서
域中異端也 剽竊聖敎之文字 依樣聖敎之規矩 義理舛錯 倫紀絶倒
역중이단야 표절성교지문자 의양성교지규구 의리천착 윤기절도
우리나라에 이르러 불교가 해를 입힌 지 오래입니다. 팔도에 사찰들은 사치가 극에 달했습니다. 황금 부처와 구리 불상은 재력을 낭비하였습니다. 저 부처라는 자는 서쪽 지방의 이단입니다. 거룩한 교회의 문자를 빼앗고 훔쳤으며, 거룩한 교회의 규칙을 의지하여 본뜨긴 하였지만 올바른 도리가 이지러졌고, 윤리와 기강이 끊어지고 거꾸러졌습니다.
排:밀칠배 擠:밀칠제 疆:지경강 彼:저피 畦:밭두둑휴 畛:두둑진 沙門:출가하여 도를 닦는 중 曾:일찍증 梵:불경범 釋:풀석 剽:겁박할표 竊:도둑질할절 依:의지할의
此所謂亂朱之紫 亂苗之莠也 虛張禍福 恐喝愚民 今成怪弊 至於巫覡風水算命看相等
차소위란주지자 난묘지유야 허장화복 공갈우민 금성괴폐 지어무격풍수산명간상등
人 誕惑婦懦 侵漁錢財 視若平常而聖敎 則獨不蒙包容之恩 何哉
인 탄혹부유 침어전재 시약평상이성교 즉독불몽포용지은 하재
이것은 이른바 주홍 빛깔을 어지럽히는 자주 빛깔이며, 묘목을 어지럽히는 가라지입니다. 재난과 축복을 허황하고 장황하게 늘어놓고, 어리석은 백성을 위협하며, 지금 괴상한 폐단을 이룹니다. 무당과 박수, 풍수, 점쟁이, 관상쟁이 등과 같은 사람들에 이르러서는 부녀자와 나약한 사람들을 허황하게 유혹하고, 돈과 재산을 약탈하여 낚아챕니다. (그런데도) 그것들은 마치 예삿일처럼 보면서도 거룩한 교회라면 오직 끌어안아 용납하시는 은혜를 베푸시지 않으니 어찌된 일입니까?
爲害於家乎 爲害於國乎 觀其事而察其行 則可知其人之如何 其道之如何 此輩曾爲
위해어가호 위해어국호 관기사이찰기행 즉가지기인지여하 기도지여하 차배증위
不軌乎 曾爲偸盜乎 曾爲殺越乎
불궤호 증위투도호 증위살월호
(천주교가) 집안에 피해를 끼쳤습니까? 나라에 피해를 끼쳤습니까? 그 일삼는 것을 살펴보고 그 행하는 것을 살펴보면, 그 사람이 어떤지, 그 도리가 어떤지를 알 수 있습니다. 이 무리들(천주교도들)은 일찍이 궤도를 벗어 난 적이 있었습니까? 언제 간음 도둑질을 하였습니까? 언제 사람을 죽여서 쓰러뜨렸습니까?
▮ 又多法外施刑 使之背逆天主 詬詈凌辱 夫天主 乃萬物之大父母大主宰也 古昔聖賢 昭事對越
우다법외시형 사지배역천주 후리능욕 부천주 내만물지대부모대주재야 고석성현 소사대월
▮ 또 (세상에는) 법 밖에서 형벌을 시행하여 그들로 하여금 하느님을 등지고 거역하였으며, 꾸짖고 욕하고 능욕하는 일을 많이 하였습니다. 대체로 하느님께서는 이에 만물의 큰 부모님이시고 큰 주재자이십니다. 오랜 옛날 성현들은 하늘 밝게 섬기고 삼가 바쳤습니다.
剽:겁박할표 竊:도둑질할절 依:의지할의 紫:자줏빛자 莠:가라지유 覡:사내무당격
誕:속일탄 蒙:쌀몽 偸:도둑질할투 詬:욕될후 詈:꾸짖을리 凌:업신여길능 辱:욕될욕
今之人何故 當此飢饉荐臻家國困悴之際 惟我嗣王 霄衣旴食 發政施仁 好生之德 洽于民心
금지인하고 당차기근천진가국곤췌지제 유아사왕 소의우식 발정시인 호생지덕 흡우민심
지금의 사람들은 무슨 까닭입니까? 이 기근이 거듭 당하여 곧 집안과 나라가 곤란하고 야위어 가는 때에, 오직 (대를 이은) 우리 임금께서는, 밤에 옷을 입으시고 해질녘에 수라를 드십니다. (이처럼) 정사를 돌보시어 어지심을 베푸시고, 살리시는 덕을 좋아하시어, 백성의 마음에 두루 미치시옵소서.
噫 彼聖敎之人 獨非吾主之赤子耶 哀此人斯 何至此極而不少恤哉
희 피성교지인 독비오주지적자야 애차인사 하지차극이불소휼재
아! 슬픕니다. 저 거룩한 교회의 사람들만이 유독 우리 임금님의 어린 자식들이 아니랍니까? 이 사람을 슬프게 합니다. 어찌하여 이렇게 극도에 이르기까지 조금도 돌보아 주지 않으십니까?
獄中之斃 門戶之斬 連續不絶 泣血成渠 哭聲漲天 父呼其子 兄呼其弟 如窮人之無所
옥중지폐 문호지참 연속부절 읍혈성거 곡성창천 부호기자 형호기제 여궁인지무소
歸 淸明之世 此何光景
귀 청명지세 차하광경
감옥 속에서는 쓰러져서 죽고, 문(사대문) 밖에서는 목 베임을 당해죽었습니다. 잇달아 계속하여, 눈물과 피가 도랑을 이루고, 통곡과 원망의 소리가 하늘에 사무칩니다. 아비는 그 자식을 부르고, 형은 그 아우를 부릅니다. 갈 데까지 간 사람들이 돌아 갈 데가 없는 것과 같습니다. 맑고 밝은 세상에 이것이 무슨 상황입니까?
夫損生致命 證主眞敎 顯主光榮 吾儕分內事也矣 身亦張死之類也 遇此敢言之時 不
부손생치명 증주진교 현주광영 오제분내사야의 신역장사지류야 우차감언지시 불
一次仰首長乎 而愍黙就死則山積之懷 將無以自暴於百世之下
일차앙수장호 이민묵취사즉산적지회 장무이자폭어백세지하
대체로 삶을 손해보고 목숨을 다하고(致命), 주님의 참된 가르침을 증거하며, 주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것은 우리 무리가 해야 할 본분입니다. 몸(정하상 자신) 또한 장차 죽어야할 부류(致命者)입니다. 이 감히 말씀 드려야 할 때를 만났으며, 한 차례 머리를 들고 길게 외치지 않고, 슬퍼서 말하지 않고 곧 죽는다면, 마음속에 품은 것이 산처럼 쌓여서 장차 대대로 내려가더라도 저절로 폭로 될 수 없을 것입니다.
荐:자리천 臻:미칠진 悴:근심할췌 霄:하늘소 旴:클우 恤:근심할휼 斃:죽을폐
斬:벨참 泣:울읍 渠:도랑거 漲:넘칠창 儕:무리제 遇:만날우
伏乞特爥俯覽 詳辨道理之眞僞邪正然後 上造朝廷 下布民庶 一變至道 弛禁撤捕 放
복걸특촉부람 상변도리지진위사정연후 상조조정 하포민서 일변지도 이금철포 방
釋獄囚 與一國之民 安土樂業 共享太平 千萬企望
석옥수 여일국지민 안토낙업 공향태평 천만기망
엎드려 애걸하오니 (임금님께서는) 특별히 환하게 비추시고 굽어 살피시어 도리가 참인지, 거짓인지, 올바른 것인지, 그릇된 것인지를 상세히 따지신 다음 위로는 조정에 이르게 하시고, 아래로는 일반 백성들에게 널리 알리시어, (그들이) 아주 바뀌어져서 도(천주교)에 극진하게 하시며, 금한 것을 느슨하게 하시고 체포하는 것을 철폐하시며, 감옥에 갇힌 사람들을 해방하여 풀어주십시오. (그리하여) 한 나라의 백성들과 더불어 편안하게 강토에서 즐겁게 생업에 종사하게 하시고 다함께 태평세월을 누리게 하시옵소서.(이 모든 것을) 황공하게도 발돋움하여 바라나이다.(간절히 바라고 또 바라나이다.)
2. 우사(又辭, 추신) : “또 말씀드립니다.”
▮ 死人跟前 薦酹酒食 天主敎之所禁也 生前靈魂 不能芻享於盃飯 況死後靈魂乎 飮
사인근전 천뇌주식 천주교지소금야 생전영혼 불능추향어배반 황사후영혼호 음
食 肉口之供 道德 靈魂之粮 雖至孝之子 以甘旨之味 不能供父母寢寐之前者 寢寐
식 육구지공 도덕 영혼지량 수지효지자 이감지지미 불능공부모침매지전자 침매
非飮食之時也
비음식지시야
▮ 죽은 사람의 발꿈치 앞에, 마실 술과 먹을 음식에 의지하여 올리는 것은(제사
지내는 것은), 천주교가 금하는 것입니다. 살아 있는 동안에 영혼은 술잔과 밥을 얻어 누릴 수 없습니다. 하물며 죽은 뒤에 영혼인들 어찌하겠습니까? 마시고 먹는 것은 육신의 입에 제공되는 것입니다. 도(진리)와 덕은 영혼의 양식입니다. 비록 효성을 지극하게 하는 자식이라도, 단 것을 가지고 맛의 요체로 하지만, 부모님이 주무시고 계시는 앞에는 드릴 수 없습니다. 잠자고 있는 동안에는 마시고 먹을 때가 아닙니다.
儕:무리제 遇:만날우 愍:근심할민 懷:품을회 爥:비칠촉 俯:구부릴부 覽:볼람
僞:거짓위 弛:늦출이 撤:거둘철 捕:잡을포 跟:발뒤꿈치근 酹:강신술뇌 芻:꼴추
盃:잔배 飯:밥반 粮:곡식량 雖:비록수 旨:뜻지 寢:잘침 寐;잘매
寢寐亦然 況大寐乎 稻粱黍稷芬華之果 非虛則假 爲人子者 以虛假之禮 豈事已亡之
침매역연 황대매호 도량서직분화지과 비허즉가 위인자자 이허가지례 기사이망지
親乎
친호
잠자는 것도 그러한데, 하물며, 크게(영원히) 잠들어 버릴 때야 어떠하겠습니까? 벼와 수수와 기장과 피와 향기로운 과일은 (제사에 차려 놓은 것이) 헛것이 아니면 거짓입니다. 사람의 자식이 된 자가 헛것과 거짓의 예의를 가지고서 어찌 이미 돌아가신 부모를 섬기는 것입니까?
所謂士大夫木主 亦天主敎之所禁也 旣無氣脈骨血之相連 又無生養劬勞之相關矣
소위사대부목주 역천주교지소금야 기무기맥골혈지상련 우무생양구노지상관의
이른바 사대부들이 나무로 만든 신주(神主)라는 것은 또한 천주(교)가 금하는 것입니다. 기맥(氣脈)과 뼈와 피는 서로 연결됨이 없을 뿐 아니라, 또 낳고 길러준 수고로움과 서로 관련이 없습니다.
父母之稱 何等重大 以工匠之所制造 粉墨之所粧點 因謂之眞父眞母乎 正理無據 良
부모지칭 하등중대 이공장지소제조 분묵지소장점 인위지진부진모호 정리무거 양
心不允 寧得罪於士大夫 不願得罪於天主敎
심불윤 영득죄어사대부 불원득죄어천주교
부모님의 호칭은 얼마나 중하고 큽니까? 목수가 만들어 가지고 분을 바르고 먹을 칠하여 단장한 것을 참된 아비와 참된 어미라 할 수 있습니까? 바로 이치에 근거가 없고, 양심이 허락하지 않습니다. 차라리 사대부들에게 죄를 얻을지언정, 천주교에 죄를 얻기는 바라지 않습니다.
況:하물며황 稻:벼도 粱:기장량 黍:기장서 稷:메기장직 芬:향기분 華:빛날화
劬:고단할구 粧:분단장할장 墨:먹묵 點:점찍을점 允:허락할윤 寧:차라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