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오 청음
라일락 / 유용미
동구 밖
늙은 느티나무가 두근거린다
초록관모에 빛나는 햇볕이 창포꽃에
여름기별 고이 접는 수릿날
새벽 댓바람
황소꿈에 밤잠 설치고
삼십릿길 읍내 씨름판으로 몰려간
동네남정네들의 탄식과 함성소리에
타작마당
창공을 나부끼는 붉은 갑사 댕기머리
이쁜이가 아련하게 차고 올라간 소실점
숨 죽인 그네
내려왔다가 거듭 거듭 차고날아 오르는
달궈진 그넷줄의 장단가락 힘찬 소리에
녹음 휘두른 시냇가
탱자나무 울타리에 숨어 핀 찔레꽃 향기처럼
속적삼 벗은 아낙들의 둥근 어깨
창포물에 머리 감아 빗어 올리다 흘러내린 치맛자락
물방울처럼 튀어오르는 웃음소리에
은빛바퀴 번쩍이는 보행기를 앞세우고 나온
두 노인이 나란히 앉아서
도란 도란 서로의 단옷날을 주고 받으며
그렁한 눈으로 옛길을 더듬어
단오소리를 찾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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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작-시(숙제)
단오 청음
유용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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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02 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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