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과 ‘경험’ 저격…Fandom 만드는 Small Brand의 힘
- Story·lifestyle에 끌리는 소비자들…‘제주맥주’, ‘무신사’처럼 Fandom 형성하며 성장
다변화되는 세상 속에서 소비자들의 취향은 세분화됐다. 그들은 평준화된 소비보다 차별화된 경험을 중시했다. 그 변화 속에서 구독 경제, 맞춤형 소비, 골목 상권의 부흥, curation의 발달 등 다양한 현상과 트렌드가 발현됐다. 그리고 그 중심에 대형 자본 대신 ‘small brand’가 있었다.
Social media의 발달과 소득 증가는 이런 현상을 더 가속화했다. ‘Kinfork’, ‘Magazine B’, ‘Monocle’ 등 lifestyle과 취향 중심의 잡지가 등장했고 소비자들은 대형 서점과 franchise 빵집 대신 독립 서점과 동네 빵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대기업 역시 small brand처럼 소비자들의 취향을 빠르게 반영했고 offline 공간을 철학과 경험의 공간으로 재무장했다. 삼성전자 ‘비스포크’ 시리즈나 아모레퍼시픽의 ‘아모레 성수’ 등이 대표적인 예다.
◆Small Brand가 도시를 바꾼다
Small brand는 도시의 활력을 불어넣고 젊은이들을 끄러모으는 주체가 된다. Franchise가 많은 대형 상권보다 골목 상권이 소비자들의 발길을 사로잡은 지 오래다. 남들이 찾기 어려운 입지에 있어도, 간판이 없어도 소비자들은 social media를 통해 새로운 hot place를 발견하고 모여든다. 자연스럽게 상권 trend도 변했다. 거대 자본이 들어선 중심 상권이나 가두 상권의 가치는 떨어졌고 골목 상권이 contents와 감성을 내세우며 떠올랐다.
영국의 life style 잡지 ‘Monocle’은 매년 ‘삶의 질 평가’를 통해 살기 좋은 도시를 선정한다. Monocle이 좋은 도시를 선정하는 기준을 보면 ‘small brand’가 도시를 얼마나 풍요롭게 만드는지 알 수 있다. 모노클은 ‘대형 franchise의 수’가 많으면 감점하고 작은 ‘독립 서점’이 많으면 점수를 준다. ‘소규모 사업을 얼마나 신속하고 간편하게 열수 있는지’ 역시 중요한 기준이다. 도시의 인프라보다 거주자의 life style과 경험의 질에 방점을 둔 것이다.
‘Hot place’ 역시 다양한 contents를 담은 작은 가게가 얼마나 많은지에 따라 결정된다.
을지로가 새롭게 태동하던 2018년 1월, 지금의 을지로를 만든 젊은 creator들을 취재한 적이 있다. 손님이 찾지 않을 것 같던 낡은 산업화의 골목에 젊은 예술가와 창업가들이 모여든 이유는 임차료가 저렴하고 권리금이 없어서였다. 자본이 부족했던 이들은 구도심의 낡은 껍질을 벗지 못한 을지로를 그대로 보존하며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냈다.
서울시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hot place’가 모여 있는 을지로3가 수표동 일대의 88.2%가 보수나 재건축이 필요한 노후·불량 건물이다. 화려함과 거리가 멀었던 서울의 중심에서 새로운 문화가 생산됐고 독특한 공간들이 탄생했다. 1층에는 인쇄소나 노포가 자리하고 있고 젊은 상가들은 3층이나 4층에 터를 잡고 있다. 다른 골목 상권과 달리 중심이 되는 거리도 없다. 낡은 건물에서 풍겨져 나오는 분위기 자체가 곧 을지로의 정체성이 됐다.
서울뿐만 아니라 빈집과 노후화로 골머리를 앓는 지방 역시 마찬가지다. 대전은 그동안 특색 없고 재미없는 도시로 알려져 있었다. 하물며 ‘노잼 도시(재미없는 도시)’라는 title이 붙기도 했다. 하지만 대전에서 아무도 주목하지 않고 재개발만 기다리며 낡아 가던 소제동에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낡은 동네 ‘소제동의 변화’를 만든 주체는 대전시나 대형 자본을 가진 대기업이 아니었다. 소제동의 숨은 가치를 발견한 익선다다는 2014년 아무도 주목하지 않던 한옥촌 ‘익선동’을 부활시킨 small brand다. 이들은 대전에 잠재돼 있던 고유의 모습을 끌어내 ‘철도’ 도시였던 대전의 100년 전과 현재의 모습을 공존하게 만들었다. 익선 다다는 1920년대부터 시작된 소제동 관사촌에 쌓인 시간과 이야기를 풀어내기 위해 ‘회색빛 석기와’를 활용한 독특한 cafe와 식당을 만들어 냈다.
박한아 익선다다 대표는 small brand가 도시를 매력적으로 만들 수 있는 이유는 ‘story’를 담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단순히 시장에서 핫한 카페를 그대로 가지고 들어오면 대중은 오히려 식상하다고 느낄 수 있다”며 “공간이 지역의 스토리를 얼마나 새롭게 보여주느냐에 따라 사람들이 도시를 온전히 새롭게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Small brand에 철학과 story만큼이나 중요한 요소는 무엇일까. 세계적인 markeyer인 Jeremy D. 홀든은 ‘fandom’을 꼽는다. 그는 “fandom이야말로 약자가 강자를 이길 수 있고 작은 idea로 시장의 흐름을 단번에 뒤엎을 수 있는 비결”이라고 말한다. Small brand는 취향을 공유하는 소수의 mania를 형성하며 떠오르기 시작한다.
◆철학과 Story가 형성한 ‘Fandom’
지난 몇 년간 맥주 시장에서 무섭게 성장한 ‘제주맥주’는 시작부터 cloud funding을 활용해 팬덤을 모았다. 맥주업계 최초로 직접적 지분 투자 방식을 활용해 수제 맥주 팬층에게 ‘주주’가 될 기회를 제공했다. 2017년 펀딩을 시작한 제주맥주는 당시 한국에서 진행된 주식형 cloud funding 중 역대 최단 시간인 11시간 만에 목표 금액 7억원을 달성했다. 당시 펀딩 ‘대란’으로 입소문이 난 제주맥주는 2017년 매출액 7억원에서 2018년 74억원으로 급격히 성장했다. 2019년에도 매출액 84억원을 기록했다. 수입 맥주가 차지하고 있던 수제 맥주 시장에서 제주맥주 탄생 취지에 공감한 팬덤은 기업에 직접 투자까지 단행하며 함께 성장했다.
커피계의 ‘Apple’이라고 불리는 블루보틀 역시 처음에는 소수의 커피 마니아들 사이에서 유명한 small brand스몰 브랜드였다. 블루보틀은 원두를 섞어 맛을 평준화하던 다른 cafe들과 달리 roasting한 지 48시간 이내의 ‘single origin(하나의 원두로만 내린 커피)’을 원칙으로 했다. 그 결과 블루보틀은 ‘coffee 맛을 아는 사람들만의 브랜드’에서 ‘세련되고 멋진 사람들이 즐기는 브랜드’로 시장에서 인식되기 시작했다. 2002년만 해도 하루 매출이 고작 70달러였던 B블루보틀은 현재 Starbucks를 위협하는 big brand로 성장했다.
한국 1위 online fashion shopping mall 무신사 역시 패션을 좋아하는 소수의 mania로 시작했다. 신발 mania였던 조만호 무신사 대표는 Nike와 Adidas 등 유명 brand의 한정판 운동화 사진과 다양한 fashion 정보를 소개하며 fashion과 신발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소통 comunity를 만들었다. 이 comunity에 commerce 기능을 구축하자 ‘fashion을 아는 사람들이 모였다’는 인식 아래 Z세대의 강력한 지지를 받는 platform으로 거듭났다.
캠핑 용품 브랜드 헬리녹스는 글로벌 camper들 사이에서 ‘명품’으로 유명하다. 전 세계 텐트 폴 시장점유율 90%에 달하던 아버지 회사(동아알루미늄)의 기술력을 아들이 브랜드로 진화시켰다. 캠핑 마니아들 사이에서 ‘camping 체어의 대명사’였던 헬리녹스는 슈프림·나이키·포르쉐 등 이름만 대면 알만한 유수의 global brand에서 협업 러브콜을 받았다. 특별한 광고를 하지 않았지만 헬리녹스의 캠핑용 의자 제품을 대체할 수 있는 design이나 기능을 가진 곳이 없었기 때문이다.(한경비즈니스 2020.11.05)
매출 2억원 동네 양조장, 10년 동안 100배 성장…옛맛 복원하고 디자인 차별화
직원 3명, 연매출 2억원에 불과했던 양평군 동네 양조장이 10년 만에 막걸리 시장을 재편했다. 막걸리 양조장이 사양 사업이라고 생각한 아버지는 사업을 정리하려고 했지만 28세의 아들이 가업을 이어 받아 10년 만에 매출이 100배 넘게 성장했다. 경기도 양평군 지평면에 자리 잡은 지평주조 이야기다.
김기환 지평주조 대표는 3대째 가업을 잇고 있다. 1925년 1대 사장 고 이종환 씨가 설립한 지평주조를 1960년 할아버지(김교십 씨)가 인수한 후 아버지(김동교 전 대표)가 이어 받았다. 김 대표는 부임 이후 손맛에만 의존하던 생산 방식을 벗어던지고 균등한 맛과 품질에 집중했다. 특히 막걸리 발효 과정에서의 ‘온도 관리’가 관건이었다. 김 대표는 막걸리 양조장과 달리 맥주 회사는 주류의 고른 품질을 위해 설비가 발달해 있다는 것에 주목했다. 김 대표는 옛 주조 방식을 구현한 최신 설비를 도입해 모든 막걸리가 균일한 맛을 낼 수 있게 했다.
김 대표는 “본질에 집중하는 것이 곧 변화의 시작이라고 생각했다”며 “막걸리 제조의 모든 과정을 정량화·수치화하며 데이터를 분석해 품질을 위한 체계를 잡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막걸리=아재 술 공식 깬 스토리텔링
지평주조 성공의 가장 큰 비결은 지역을 기반으로 한 스토리텔링이다. 지평주조는 막걸리가 ‘아재 술’이라는 공식을 깨고 새로운 수요를 창출했다.
주류 시장에 수제 맥주가 휩쓸고 간 지난 몇 년, 맥주 시장의 트렌드는 ‘지역’을 기반으로 한 마케팅이었다. ‘제주’, ‘강서’, ‘강남’, ‘해운대’ 등 브랜드 대신 특정 지역명을 딴 맥주가 인기를 끌었다. 맥주뿐만 아니라 지역의 특색을 내세워 소비자들을 사로잡는 ‘ local business’가 마케팅 시장의 화두로 떠올랐다. 막걸리는 오래전부터 로컬 비즈니스를 이어 왔다. 행정구역별로 대표 막걸리 하나 정도는 있었다.
지평주조는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막걸리 양조장이라는 스토리를 내세웠다. 지평주조는 세계적인 맥주 회사 ‘Guinness’를 roll model로 삼고 있다. Guinness는 Ireland Dublin의 도시 brand를 대표한다. Guinness의 역사와 브랜드 스토리를 담은 ‘기네스 스토어하우스’는 Dublin 관광 명소 1호로 꼽힌다. 지평주조 역시 일제강점기를 버티고 지금까지 이어 온 양조장을 복원하는 중이다. 복원이 완료되면 전시관과 체험관 등으로 활용하며 지평막걸리의 콘텐츠를 만들어 갈 생각이다.
오랜 감성을 지켜 온 제품 label 역시 차별화 전략으로 통했다. 지평주조는 2015년 전략을 수정해 brand의 오랜 역사를 label에 담았다. 지평양조장의 옛 현판 글씨체를 그대로 살려 세로쓰기에 왼쪽으로 행갈이한 예스러운 글씨체가 젊은 소비자에게 신선한 매력으로 다가갔다. 김 대표는 “지평 양조장만의 역사적인 요소들을 담아내려고 했던 것이 시대가 바뀌면서 ‘뉴트로’로 해석돼 젊은 세대가 추구하는 ‘힙한’ 감성을 자극하는 포인트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마케팅뿐만 아니라 제품 전략 역시 시장 trend와 맞아떨어졌다. 지평막걸리는 업계에서 저도주 trend의 선도 주자로 꼽힌다. 지평주조는 2015년 지평 고유의 맛을 유지하기 위해 과감하게 막걸리업계 최초로 알코올 도수를 6도에서 5도로 낮췄다. 품질을 위해 공정을 표준화해 가는 과정에서 다양한 연구를 통해 알코올 도수가 5도일 때 가장 ‘지평다운 맛과 향’이 난다는 결과가 나왔고 이를 제품에 반영했다. 의도한 결과는 아니었지만 당시 ‘부드럽고 순한 맛’이 유행하며 젊은 세대와 여성 고객에게 통했다.
지평주조는 2017년부터 전국 유통망 확대에 나섰다. 이후 매출이 고공행진했다.
김 대표는 “제품을 만드는 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지평주조만의 고유성을 지켜 나가는 것”이라며 “이것이 지평막걸리가 꾸준하게 성장해 온 이유”라고 말했다.
‘인생 맥주’에 contents를 더하다…제주 공장 tour·one day class 운영
-Small brand 성공 비결- 제주맥주
대기업 브랜드와 수입 맥주로 점철됐던 한국 맥주 시장에 craft 맥주(수제 맥주)가 등장했다. 소규모 양조 업체가 대형 자본의 영향을 받지 않고 전통적인 방식으로 탄생시킨 craft 맥주는 애주가들에게 행복한 고민을 선사하고 있다.
지난 7월 맥주 스타트업 중 최초로 중소벤처기업부와 기술보증기금이 주관한 2020년도 ‘예비 unicorn 특별 보증’에 선정된 제주맥주는 크래프트 맥주를 앞세워 한국 맥주 시장에 신선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양질의 제품 생산, 브랜드 launching 후 매년 200%씩 이룬 꾸준한 성장, 제품군의 확대 등에 힘입어 론칭 3년 만에 예비 유니콘 기업(기업 가치가 1조원 이상인 startup)에 선정됐다.
제주맥주는 2017년 8월 세계적인 기업 Brooklyn Brewery의 아시아 첫 자매 회사로 공식 출범했다. 식음료 업계에서 일하던 문혁기 제주맥주 대표는 2000년대 초 미국에서 크래프트 비어를 만나며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문 대표는 Brooklyn Brewery를 설득하고 설비 시스템을 갖추는 데만 5년의 시간을 투자했다.
◆“한국 맥주만의 ‘콘텐츠’ 만들 것”
제주맥주의 첫 제품인 ‘제주 위트 에일’은 자매사인 Brooklyn Brewery의 양조 전문가와의 협업을 통해 탄생했다. 경력 17년 이상의 세계적 브루마스터들이 제주도에 상주하면서 개발했다. 또 제주맥주는 소비자가 맥주를 접하는 단계에 따라 선호하는 맛이 다르다는 점에 착안, ‘고객 segment’를 설정했다. 섬세한 맛은 곧 제주맥주를 소비자의 ‘인생 맥주(인생에서 먹어본 맥주 중 최고)’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론칭 3년 만에 ‘제주 위트 에일’, ‘제주 펠롱 에일’, ‘제주 슬라이스’ 전 제품을 전국 5대 편의점 입점에 성공시켰다.
제주맥주는 이름에 걸맞게 제주도 제주시 한림읍에 연간 2000만 리터의 맥즙 생산이 가능한 첨단 설비의 양조장을 운영 중이다. 이곳은 세계적인 맥주 설비 컨설팅 회사인 ‘비어베브’가 설계했다. 맥주 양조 엔지니어링 프로그램인 브라우맛을 사용해 최첨단 설비를 구비한 것이 특징이다. 제주맥주의 일관된 품질을 좌우하는 기지 역할을 맡고 있다.
그간 한국 맥주는 천편일률적이고 맛이 없다는 ‘편견’에 시달려야만 했다. 제주맥주는 이러한 편견을 깨기 위해 품질을 높이고 다양한 경험을 제공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단순히 맥주를 마시는 것에서 벗어나 ‘경험’을 더한 것이 제주맥주가 소비자들에게 사랑받는 이유다. 문혁기 대표는 “전 세계가 찾는 한국 맥주만의 문화 콘텐츠를 만드는 것”을 강조한다.
이에 따라 제주맥주는 양조장은 생산 시설을 벗어나 투어 프로그램을 통해 맥주를 직접 체험하고 느낄 수 있는 복합 문화 공간으로 운영 중이다. 2020년에는 언택트(비대면) 마케팅의 일환으로 랜선 시음회 ‘취어스 클럽’을 개최했고 제주의 여유를 느낄 수 있는 체험형 온라인 공간을 론칭했다.
올해 상반기 제주맥주의 매출액은 148억원을 돌파했고 140억원의 추가 투자 유치에도 성공했다. 이러한 성과를 토대로 제주맥주는 제주 양조량을 두 배 정도 증설해 업계 최대 규모의 생산력을 갖출 예정이다.
‘캠핑 의자의 샤넬’…압도적 기술력·독보적 디자인으로 마니아 사로잡다
헬리녹스는 전 세계 캠핑 마니아들에게 ‘최고 명품’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토종 한국 브랜드다. 주력 상품은 캠핑용 의자다.
가격은 다소 비싼 편이다. 하지만 압도적인 제품력을 앞세워 국내외 캠핑족들이 앞다퉈 헬리녹스 제품을 주저 없이 구매하게 만들었다. 헬리녹스를 두고 ‘캠핑 의자업계의 샤넬’이라고 부르는 이들까지 생겨난 배경이다.
경쟁사가 따라올 수 없는 기술력과 독보적인 디자인의 제품을 만들어 내는 것이야말로 헬리녹스의 최대 강점으로 꼽힌다.
◆슈프림 등 해외 유명 브랜드에서도 ‘러브콜’
헬리녹스가 가진 브랜드 파워는 매년 커지고 있다. 수치로도 확인된다. 지난해 약 38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헬리녹스의 첫 시작이 불과 약 10년 전인 2011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무서운 성장세가 아닐 수 없다.
헬리녹스가 짧은 업력에도 불구하고 빠르게 시장을 공략할 수 있었던 주된 요인은 경쟁사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뛰어난 제품력을 꼽을 수 있다.
헬리녹스는 동아알루미늄(DAC) 창업자 라제건 회장의 아들인 라영환 사장이 설립한 회사다. DAC는 전 세계 텐트 폴 시장점유율 90%를 차지하고 있다. 해당 분야에서 시장을 독점할 만큼 뛰어난 기술력과 경험을 갖췄다.
라제건 회장은 라영환 사장에게 이런 DAC의 원천 기술을 활용한 신규 브랜드를 직접 만들어 보라고 제안했다. 그렇게 헬리녹스라는 브랜드가 세상에 나오게 됐다.
헬리녹스는 브랜드 론칭 이후 국내외 시장을 동시에 공략해 나가기로 했다. 시장 후발 주자였던 만큼 기존 경쟁사들을 압도할 만한 무기가 필요했다. 이를 위해 기능부터 디자인까지 심혈을 기울여 만들었고 그 결과 탄생한 것이 헬리녹스만이 만들 수 있는 캠핑용 의자다.
제품 무게는 경쟁사의 10분의 1에 불과하고 의자를 접으면 신발 크기 정도로 작아 휴대하기도 편리한 의자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기능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독특하면서 세련된 디자인을 구현하기 위해서도 노력을 기울였다.
야심차게 준비한 제품을 시장에 내놓았는데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특히 미국·일본·유럽 등에서 헬리녹스의 캠핑용 의자는 빠르게 입소문을 타며 단숨에 업계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뛰어난 제품력은 예상하지 못했던 행운을 가져다주는 계기로도 작용했다. 바로 해외의 유명 브랜드들이 잇달아 헬리녹스에 러브콜을 보내기 시작한 것이다.
슈프림을 예로 들 수 있다. 슈프림은 전 세계 젊은이들이 열광하는 패션 브랜드다. 자사의 로고를 박은 ‘벽돌’을 팔아도 순식간에 품절될 정도로 큰 영향력을 가졌다.
한국의 수많은 대기업들도 슈프림에 협업을 제안했지만 매번 거절당하기 일쑤였다. 헬리녹스는 2016년 이런 슈프림과 한국 기업 최초로 협업해 캠핑용 의자를 한정 상품으로 내놓기도 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콧대 높은 슈프림 측에서 먼저 함께하자고 제안해 왔다는 사실이다. 이 밖에 나이키·포르쉐 등 이름만 대면 알만한 유수의 글로벌 브랜드들이 먼저 협업을 제안해 함께 상품을 출시한 바 있다.
헬리녹스 관계자는 “현재 캠핑용 의자 시장에서 헬리녹스는 하나의 상징이 됐다. 헬리녹스의 캠핑용 의자 제품을 대체할 수 있는 디자인이나 기능을 가진 곳이 없기 때문”이라며 글로벌 브랜드들의 러브콜이 잇따르는 배경을 설명했다.
이런 브랜드와의 협업을 통해 헬리녹스는 광고비용을 들이지 않고 제품의 신뢰도와 브랜드 파워를 더 강화하는 긍정적인 효과까지 거둘 수 있었다.
“누구나 사는 빅 브랜드 만족 못하는 사람들… 차별화된 가치로 승부해야죠”
-손창현 OTD코퍼레이션 대표…“스몰 브랜드 모아 새벽배송 도전, 코로나19도 걱정 없어요”
유통 공룡들이 치열하게 뛰어든 새벽배송 전쟁에 차세대 유니콘 기업(기업 가치가 1조원 이상인 스타트업) 한 곳이 참여했다. 오프라인 공간 기획을 중심으로 성장한 OTD코퍼레이션이다.
스몰 브랜드를 모아 성공한 기업답게 새벽배송의 콘텐츠도, 물류 방법도 남다르다. 라이프스타일 플리마켓이었던 ‘띵굴마켓’을 온라인으로 확장했고 여기에 가락시장·노량진수산시장·마장축산시장·망원시장·은마상가 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발길이 끊긴 전통 시장을 옮겼다. 한남동의 수제 치즈 가게, 잠실에서 유명한 동네 빵집 등 오프라인 핫 플레이스 역시 입점돼 있다. 대규모 물류센터 투자 대신 전통 시장과 오프라인 매장을 물류 거점으로 활용해 양질의 상품을 보다 신선하게 공급한다는 취지다. 제품 배달은 배달 대행 서비스 부릉(VROONG)을 운영하는 메쉬코리아가 담당한다.
손창현 OTD코퍼레이션 대표는 “오프라인에서만 가능했던 체험을 온라인으로 풀어낸 실험”이라며 “물류 투자로 인한 출혈 없이도 소비자들이 원하는 브랜드의 제품을 당일 수거해 새벽배송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물류를 혁신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스몰 브랜드, 차별화와 함께 ‘대중성’ 고려해야
OTD코퍼레이션은 그동안 ‘전대(건물 임대를 통해 재임대하는 부동산 개발 방식)’를 통해 성장했다. OTD코퍼레이션은 버려졌던 공간을 발굴하고 공간을 극대화할 수 있는 콘셉트를 잡아 건물주에게 제안한다. 이후 맛집이나 상점을 선정해 배치한 뒤 공간을 운영하며 매출을 관리한다.
이미 더존을지타워·광화문D타워·건대스타시티·롯데백화점·마리오아울렛·하남스타필드·이태원 몬드리안호텔 등에 OTD코퍼레이션의 공간 플랫폼이 입점해 있다. 라이프스타일 기반의 신개념 서점 아크앤북을 비롯해 서울 성수동에 버려진 화학 공장을 리모델링한 성수연방 역시 스몰 브랜드에 집중한 결과였다. 누구나 살 수 있는 ‘메가 브랜드’가 아니라 생산자의 취향과 개성이 강조된 ‘스몰 브랜드’가 소비자의 심리를 자극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스몰 브랜드와 함께 성장한 손창현 대표에게 이 시대 스몰 브랜드가 갖는 의미에 대해 물었다.
▶소비자들이 빅 브랜드보다 스몰 브랜드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빅 브랜드는 평준화된 취향에 수렴합니다. 즉 빅 브랜드가 누구나 다 소비하고 싶어 하는 제품이라면 스몰 브랜드는 소비자의 다양한 취향과 요구를 만족시키는 제품입니다. 스몰 브랜드가 떠오르기 시작한 이유는 소득이 늘면서 공급이 수요를 초과했기 때문이에요.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1만 달러인 시점의 소비 시장에서는 차별화가 존재하지 않았어요. 이 당시 중산층의 개념은 쏘나타를 타고 30~40평대 아파트에 살면서 평면 TV 한 대쯤은 보유하고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GDP 3만 달러 시대에 들어서게 되면 삶의 모습이 복잡해지기 시작하죠. 기본적인 의식주는 해결됐고 집집마다 차도 한 대씩 있고 웬만한 것은 입어보고 가져 보고 먹어본 거예요. 예전보다 풍요로워진 사람들은 이제 원하는 것을 찾아 소비하기 시작합니다. 국민소득 3만 달러가 넘어서면 소비자들은 물건 하나를 살 때도 가격보다 구매 과정, 서비스, 개인의 취향을 더 중시하는 소비 성향을 보입니다. 스몰 브랜드의 기반에는 희소성이 깔려 있어요.”
▶스몰 브랜드가 성공하기 위한 조건은 무엇인가요.
“어떤 브랜드를 소비하는지가 어떤 삶을 사는지를 나타내는 수단이 됐습니다. 몇 년 전 인스타그램에서 유행하던 사진 소품이 있어요. 바로 포틀랜드식 미니멀 라이프를 추구하는 미국 잡지 ‘킨포크’죠. 이 잡지가 예뻐 장식용으로 놓는 측면도 있지만 그보다 ‘나는 바쁜 일상 속에서도 다른 사람들과 달리 남들이 모르는 카페에서 킨포크를 읽으며 차 한잔을 여유롭게 마실 수 있는 사람이야’라는 프라이드를 나타내고자 하는 의미가 더 컸어요. 많은 설명보다 하나의 이미지, 그 속에 담긴 것이 자신을 나타내는 거죠. 바꿔 말하면 브랜드가 지향하는 분명한 가치를 담을 수 있다면 훨씬 더 성공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차별화만큼이나 중요한 게 바로 ‘대중성’입니다.
▶스몰 브랜드는 곧 ‘개성’이라고 생각했는데 ‘대중성’을 강조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평균화된 대중성’이 아니라 ‘공감을 얻을 수 있는 대중성’입니다. 새로운 가치, 새로운 콘텐츠를 담는 것은 무척 중요한 일입니다. 하지만 지나치게 개인의 취향만 강조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극히 일부의 마니아 취향으로 흐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중성이 있느냐 없느냐를 판단하는 것은 사업을 하는 데 아주 중요한 역량입니다. 발뮤다의 창업자 테라오 겐 역시 ‘대중성’을 강조했습니다.”
▶트렌드의 주기가 너무 빨리 바뀝니다. 오래 남을 수 있는 브랜드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디저트업계에서 한동안 마카롱이 대유행했습니다. 마카롱이 일반화되자 소비자의 눈길을 끌기 위해 뚱뚱한 마카롱(뚱카롱)이 등장했죠. 이처럼 쏠림 현상은 다양성을 저해하는 요인으로도 작용합니다. 게다가 쏠림 현상이 심해지면 콘텐츠의 사이클은 더 짧아질 수밖에 없어요. 이 때문에 저는 좋은 브랜드가 오래가기 위해서는 ‘다양성’과 ‘균형’을 지향해야 한다고 봅니다. 이런 생각 속에서 만들어진 브랜드가 2019년 을지로에 오픈한 ‘적당(赤糖)’입니다.”
▶적당은 뭐가 달랐나요.
“적당은 ‘붉고 달다’는 한자 풀이에서 알 수 있듯이 ‘팥’을 소재로 한 프리미엄 디저트 카페입니다. 팥죽과 팥모나카, 팥 양갱을 주 메뉴로 하고 있어요. 팥은 한국 사람들에게 거부감이 없는 식재료지만 누구도 브랜드화하는 데 관심을 갖지 않았던 재료예요. 사람들이 고리타분하게 생각하는 팥을 세련되게 풀자 반응이 좋았습니다. 이처럼 한쪽에 물러서서 남들이 관심을 가지지 않지만 팬덤을 만들 수 있는 item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해요.”
▶스몰 브랜드와 오프라인 공간을 중심으로 성장한 OTD코퍼레이션이 코로나19 시대를 극복하기 위한 전략은 무엇인가요.
“그동안 offline 공간을 offline으로 묶는 platform이었다면 이제 온라인 platform까지 연결하고 있습니다. 띵굴마켓에 전통 시장과 기존 e-commerce에 입점돼 있지 않던 유명 small brand를 입점시켜 새벽배송하는 일이 그 시작입니다.”
▶새벽배송은 너무 치열한 category 아닌가요.
“새벽배송 후발 주자지만 offline의 작은 가게들을 물류 거점으로 삼아 대형 물류 투자 없이도 새벽배송이 가능했습니다. 그동안 소비자는 원했지만 현실적인 이유로 대형 e-commerce에 들어갈 수 없던 contents를 모아 소비자에게 전달한다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전통 시장이나 줄 서서 먹던 offline 맛집은 공장 생산이 어렵고 입고 후 맛 보존이 어려워 그동안 e-commerce에 입점할 수 없던 category였습니다. 공유 물류와 접목해 오프라인 가게나 시장을 물류 거점으로 만들어 하나의 물류 혁신을 이뤘다고 생각합니다.”
손창현 ODT코퍼레이션 대표
OTD코퍼레이션이 '팥'을 주제로 만든 프리미엄 디저트 카페 '적당'.
OTD코퍼레이션은 망원시장, 은마상가, 가락시장 등 전통 시장과 오프라인 맛집을 온라인에 옮겨 새벽배송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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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clossing the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