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500원’ 다이소 매출 160% 늘자… 옆 매장서 벌어진 일

[누구도]

‘화장품 500원’ 다이소 매출 160% 늘자… 옆 매장서 벌어진 일
인플레에 저가품 인기… 다른 유통업체들도 맞대응

송혜진 기자
입력 2023.11.01. 03:00
업데이트 2023.11.01. 16:37
그래픽=양인성
그래픽=양인성
31일 서울 명동역 근처 아성다이소 매장. 10대 여학생 2~3명이 잇따라 들어와 “리들샷 없어요?”라고 물었다. 아성다이소(이하 다이소)는 본래 올리브영에서 50mL에 3만원 넘게 파는 한 기초 화장품 앰풀 제품을 12mL(2mL짜리 6개)로 용량을 줄이고 제품 성분비와 포장도 다르게 만들어 이달 초부터 3000원에 팔기 시작했다. 다이소와 올리브영에 각각 납품하는 화장품 제조사는 같은 회사다. 성분 비율은 조금 다르지만 효과에 큰 차이가 없고 가격은 훨씬 싸다는 소비자 후기가 알려지면서 다이소 판매 제품은 출시 2주 만에 초도 물량이 모두 팔렸다. CJ 올리브영 관계자는 “3만원짜리와 3000원짜리는 품질이 다르겠지만, 그럼에도 3000원짜리가 날개 돋친 듯 팔리는 것을 보며 우리도 초저가 제품을 내놔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양인성
그래픽=양인성
500원, 3000원, 9900원만 넘겨도 조마조마하다. 눈 뜨면 물가가 솟구치는 인플레이션이 장기화되면서 국내외 유통 업체들이 한 푼이라도 더 싼 제품을 팔기 위해 맞붙는 ‘초(超)저가 경쟁’이 또다시 불붙고 있다. 2000년대 초반 국내 생필품 제조 업체들이 1원이라도 더 싼 제품을 팔기 위해 다퉜던 ‘1차 초저가 경쟁’, 2010~2020년대 대형 마트들이 10원 단위로 값을 깎아가며 주도하던 ‘2차 초저가 경쟁’이 있었다면, 이젠 대형 마트에 이커머스, 생활용품 전문점과 버티컬 플랫폼까지 모두 가세한 ‘3차 초저가 경쟁’이 시작된 것이다.

100~1000원대 제품을 판매하는 균일가 생활용품 전문점 다이소가 초저가 제품의 맹공으로 가파르게 매출을 올리면서, 최근 업계에선 규모가 훨씬 큰 유통 업체인 국내 1위 대형 마트 이마트와 1위 화장품 멀티숍 CJ올리브영이 긴장하기 시작했다. 국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1위 이커머스 업체 쿠팡도 해외 온라인몰 알리익스프레스의 저가 공세에 맞서기 위해 전략을 가다듬기 시작했다.

◇화장품 500원, 패딩 5000원…‘3차 초저가 경쟁’ 불붙는다

다이소에서 판매하는 화장품 250여 종의 가격은 500~5000원. 모두 균일가다. 초저가 제품의 물량 공세 덕분에 다이소의 지난 1~8월 화장품 매출은 전년보다 160%가량 늘었다. 업계에서는 작년 매출 2조9457억원을 기록했던 다이소가 올해 어렵지 않게 매출 3조원을 넘길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국내 1위 화장품 멀티숍 CJ올리브영이 다이소의 가파른 성장세를 견제하기 시작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그동안 뷰티 멀티숍과 균일가 생활용품점이 취급하는 물품은 제품의 품질과 브랜드 경쟁력에서 상대가 안 된다고 봤지만, 심각한 인플레이션이 지속되면서 최근엔 결국 ‘가격 경쟁력’이 매출 성패를 가르게 됐기 때문이다.


Replay

Unmute
Current Time
0:15
/
Duration
0:15

Skip Ad
이마트와 롯데마트 같은 대형 마트도 균일가 생활용품 전문점과의 초저가 경쟁까지 의식하며 ‘반(半)값’ 시리즈 상품을 잇따라 내놓기 시작했다. 이마트는 ‘반값 한우’ ‘반값 삼겹살’을 잇따라 판매하기 시작했고 롯데마트 역시 반값 킹크랩으로 소비자 끌어 모으기에 나섰다. 롯데마트는 다이소의 3000원 기모 바지, 5000원 패딩 조끼 같은 초저가 의류에 대항하기 위해 ‘반값 청바지’를 출시했다. 전국 40개 지점에서 SPA 브랜드의 평균 청바지 판매가보다 50% 저렴한 스판 청바지를 1만9800원에 판매한다.

관련 기사
알리익스프레스 “한국에 반품센터 만들 것”
“김차장, 또 거기서 샀어?” ‘알리’ 가장 많이 쓰는 한국인은
◇품목별로 싸운다

국내 이커머스 1위 업체 쿠팡은 최근 신선식품 할인 행사에 부쩍 힘을 주고 있다. ‘중국 이커머스 업체 알리익스프레스가 각종 공산품을 초저가·무료 배송으로 판매하는 정책을 펴면서 국내 이커머스 점유율 톱 4위에도 들 정도로 무섭게 성장하자 이를 견제하기 위해 알리익스프레스가 아직 취급하지 않는 ‘신선식품’ 품목을 앞세우고 있는 것이다. ‘알뜰장터’ ‘로켓프라이데이’ 같은 행사를 지속적으로 열고 미국산(産) 우삼겹이나 전복 같은 신선 식재료를 특가에 판매한다.


지마켓과 옥션은 해외 이커머스가 빠르게 따라잡지 못하는 품목인 국내 가을·겨울 패션 품목에 대한 70% 할인전을 시작했다. 11번가도 초저가 경쟁에서 뒤지지 않기 위해 ‘9900원샵’을 열었다. 각종 주방용품·스포츠용품·반려동물용품 등을 무조건 1만원 미만으로 판매한다.

송혜진 기자
송혜진 기자
기사 전체보기

많이 본 뉴스
현대차·기아의 ‘전기차 생산 마이웨이’… 비결은 하이브리드
현대차·기아의 ‘전기차 생산 마이웨이’… 비결은 하이브리드
‘화장품 500원’ 다이소 매출 160% 늘자… 옆 매장서 벌어진 일
‘화장품 500원’ 다이소 매출 160% 늘자… 옆 매장서 벌어진 일
TSMC 인재 영입, 옛 장비 활용…中 반도체, ‘잇몸’으로 美 제재 뚫다
TSMC 인재 영입, 옛 장비 활용…中 반도체, ‘잇몸’으로 美 제재 뚫다


100자평11
도움말삭제기준
100자평을 입력해주세요.
찬성순반대순관심순최신순
택촌
2023.11.01 08:26:58
아무리 저가 제품을 판매 하더라도 쓸수있는 제품을 팔아라.. 저가 제품코너가 폐기물처리장이 되어서는 안된다.

답글
2
51
4
답글을 입력해주세요.
TigerWoops
2023.11.01 11:23:00
알리는 쓰레기 처리장같아서 안쓴지 오래... 한국 다이소 가니 환상 ㅎㅎㅎ
여명
2023.11.01 09:19:08
좋은 말씀~~쓸수있는물건을~~
그날까지
2023.11.01 10:23:15
소비자 입장에서는 바람직한 일이다. 이런 분위기가 확산되어 생필품 가격이 인하되어 가계부담이 줄어들었으면 좋겠다. 요즘 물가가 너무 올라있다.

답글작성
40
0
동방역정
2023.11.01 07:53:39
저 가라는 기준이 얼마짜리부터인지 기준 설정 부탁하기 바란다.

답글작성
19
1
영국신사사
2023.11.01 21:32:37
대한민국에 다이소가 업다면 아마 5,000원짜리가 최소 2만원은 할꺼다...국민기업 다이소 훌륭합니다...

답글작성
8
0
한이곤
2023.11.01 17:02:06
그러니 그동안 모든 물가에 얼마나 헛바람이 들었던가? 다이소 절대 지지한다.

답글작성
6
0
sseunsory
2023.11.01 12:27:06
싸고 비싸고를 떠나서 알리를 쓰고 그것과 거래하는 것은, 중공에 자신을 헐값으로 팔아 넘기고 스스로를 저들의 노예로 만드는 짓거리다. 알차게 끌어모은 자료와 꼼꼼하게 축적하고 분석한 여러 행태와 기호는 차곡차곡 쌓여서 알리 사용자를 휘두르는 도구와 무기로 날카롭게 벼려질 것이고, 언젠가 그 것들은 알리를 스친 사람들의 삶에 훅 들어와 얽어맬 것이다. 그리고 그리된 때에는 이미 모든 것은 끝나버린 후이다. 알리를 스치고 거쳐간 자들의 삶은 이미 그들 스스로의 의지와 통제를 벗어나고 자유와 꿈과 미래를 상실한 다음일 것이다. 그저 중공의 마수 아래 중독인 지도 모르면서 신음할 뿐....

답글
1
6
0
답글을 입력해주세요.
한이곤
2023.11.01 17:04:08
그래서 알리를 딱 끊었지요, 근데 이미 내 정보가 그들에게 다 털린건지 걱정은 되네요...
pdheuy
2023.11.01 23:42:16
어디 한 번 선의의 경쟁을 잘 해서 우리 소비자도 덕을 보며 살아 봅시다.

답글작성
5
0
영국신사사
2023.11.01 21:31:13
망원짜리 화장품 원가는 1,000원으로 보면 맞습니다.....어리석은 백성들이 비싼게 조타고 찍어 바르죠,,,우히히히히히히히히~

답글작성
5
0
Julia74
2023.11.01 20:47:53
저가로 판매하더라도 품질은 좋은 걸 만들어주길 바란다. 싼게 비지떡이라고, 서민들이 싼값에 샀다가 쓰지 못하고 버리게 되면 결국에는 돈 낭비고, 가계경제에 도움이 안된다.

답글작성
5
0
유타7
2023.11.01 12:07:22
물가가 계속 오르니 다이소가 효자다

답글작성
5
0
다른게아니라틀림
2023.11.01 22:15:22
저가 전략이 나왔다는 건 디플레 각이 섯다는 건데. 우리도 30년 가려나

답글작성
1
0


많이 본 뉴스
1
[단독] “집값 통계 사실이 아니다” 靑에 계속 알린 공직자 있었다
2
비난보다 칭찬, 셀프 디스… 미국식 유머 던지는 순천 촌놈
3
[단독] 이승만 아들 이인수 박사 별세... 두 달 전 4·19 묘역 참배하며 사과
4
[朝鮮칼럼] 피해자서 가해자로… 歷史의 복수, 무섭기 짝이 없다
5
전쟁판도 좌우하는 스타링크… 한국군 첨단 통신망은 아직도 게걸음
6
중랑·도봉 총선 도전하는 與 젊은피, '메가서울'에 반대론
7
현대차·기아의 ‘전기차 생산 마이웨이’… 비결은 하이브리드
8
男 요실금, 女와 증상 다르다, 갑작스레 새는 실수 막는 7계명
9
이스라엘 향해 공세 강화하는 ‘저항의 축’… 배후엔 이란이 있다
10
태영호 아내 오혜선 작가 “北에서 남편과 내 월급 각각 1달러”



오피니언
정치
국제
사회
조선경제
스포츠
건강
컬처·
스타일
조선
멤버스
DB조선
조선일보 공식 SNS
페이스북
트위터
유튜브
인스타그램
개인정보처리방침
앱설치(aos)
사이트맵
Copy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