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네가 아주 운이 좋아 젊은 시절 한때를 파리에서 지낼 수 있다면
남은 평생 어디를 가더라도 파리에서의 추억이 자네와 함께할 걸세,
파리란 이동축제일처럼 언제나 축제와도 같은 곳이니까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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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생각했다.
아름다운 여인이여, 그대를 보고 있었습니다, 그러니 이 순간만큼은 그대는 나의 것입니다,
당신이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그 누구든, 내가 다시는 당신을 보지 못한다 하더라도.
당신은 나의 것이며 파리도 다 나의 것입니다, 하지만 나는 이 공책과 이 연필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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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는 차디찬 폭우에 봄이 움찔 놀라 뒤로 물러나버린 후 다시는 오지 않을 것처럼 보여, 인생에서 소중한 계절 하나가 떨어져나가고 있는 것 같을 때도 있었다.
자연의 법칙을 거슬렀던 그때가 파리에서 유일하게 정말 슬펐던 때였다.
가을에는 으레 슬프려니 하지만, 해마다 잎이 지고 앙상한 나뭇가지만 남은 나무들이 매서운 바람과 차가운 겨울 햇살에 맞설 때면 나의 일부도 그들과 함께 죽어갔다.
그러나 얼어붙었던 강물이 다시 흐르게 되리라는 걸 알고 있듯, 봄은 반드시 온다는 것도 난 알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줄기차게 내리던 차가운 비가 봄을 앗아가버렸을 때는, 마치 젊디젊은 젊은이가 아무 이유도 없이 죽어버린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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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아침에 일어나 때늦게 찾아온 봄을 눈으로 확인하고, 산양 떼를 모는 남자의 피리 소리를 듣고 밖으로 나가 경마 신문을 살 때만 해도 삶은 더할 수 없이 단순해 보였다.
그러나 유구한 세월을 품은 도시, 파리는 늙었고 우리는 젊었다.
그곳에서 단순한 건 아무것도 없었다.
가난도, 갑작스레 생긴 돈도, 달빛도, 옳고 그름도, 달빛을 받으며 내 곁에 누워 잠들어 있는 누군가의 고른 숨소리마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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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모든 세대가 무언가로 인해 길을 잃었다고 생각했다.
그건 늘 그래 왔고, 앞으로도 계속 그럴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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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킹에 갔다 와서 말이오?" 모자를 머리 뒤로 올려 쓰면서, 그가 활짝 웃어 보였다.
그런 그의 모습은 잘생긴 화가라기보다는, 1890년대 브로드웨이 연극에 나오는 극중 인물 같았
다.
이후 그가 목을 매어 자살했을 때, 나는 그날 밤 카페 르 돔에서 보았던 모습으로 그를 기억하고 싶었다.
사람들은 말하길 앞으로 우리가 무엇을 할지 결정 짓는 씨앗은 우리 모두의 안에서 자라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내가 보기에, 농담을 하면서 사는 사람들에게서 자라는 씨앗은 언제나 보다 더 비옥한 토양과 보다 더 양질의 비료로 덮여 있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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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우리 모두는,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모두는 아니지만, 옹졸한 사람이 되지 않으려고 내지는 의리를 지키기 위해 또다시 선생과 화해하고 친하게 지냈다.
나도 그랬다.
하지만 나는 두 번 다시 선생과 가슴으로도, 머리로도, 진정한 친구가 될 수 없었다.
더 이상 머리로도 친구가 될 수 없을 때가 최악의 경우다.
사람은 누구라도 다른 사람을 미워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은, 그로부터 몇 년이란 세월이 지난 후의 일이었다.
내가 정비소 사장의 말을 인용하며 시작하는 소설을 쓰면서, 비로소 소설 속 사람들이 서로 대화를 나눌 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실 이 이야기는, 내 소설 속 이야기보다 훨씬 더 복잡한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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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보면 말이지, 헴, 미스터리는 어디까지나 미스터리로 남아 있어야 하는 거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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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서 지내던 마지막 해에 새로운 사람이 우리의 삶 속으로 깊숙이 들어오면서, 결코 그 어떤 것도 다시는 예전과 같을 수 없게 되었다.
이후에 이어질 그해 겨울과 죽일 듯이 잔인했던 그 여름에 비하면, 눈사태가 일어났던 그 겨울은 마냥 행복하고 천진난만했던 어린 시절의 겨울 같았다.
해들리와 나는 서로에 대해 잘 안다고 너무 자신만만 해 있었고, 우리 사이에 지켜야 할 신뢰와 자존심에 대해서는 너무도 방심하고 있었다.
어쩌다가 이런 상황 속에 깊이 들어와 있게 되었는지, 나는 한 번도 그 책임의 소재를 따져보려 한 적이 없다.
오로지 나 자신의 책임만을 생각했고, 그건 지금까지 살아오는 동안 점점 더 분명해졌다.
하나의 행복을 짓밟아 무너뜨리고, 그 자리에 새로이 또 다른 행복이며 사랑이며 그로 인한 좋은 작품이니 하는 것들을 쌓아 올리겠다고, 세 사람의 마음을 불도저처럼 밀어붙이고 위협하는 건 이 책에서 할 이야기가 아니다.
그런 이야기를 썼지만 결국 빼버렸다.
그건 복잡하지만 아주 값진 가르침을 주는 이야기다.
어떤 결과로 끝이 났는지도 그 일과는 하등의 관련이 없다.
결과에 대한 그 어떤 책임도 나한테 있는 것이고, 모든 것은 내가 감당하고 감수해야 했던 일이다.
그 일에 있어 그 어떤 책임도 전혀, 결단코 당연하지 않은 단 한 사람, 오직 해들리만이 결과적으로 거기서 잘 빠져나와 예전의 나보다, 아니 내가 앞으로 될 수 있을 나보다 훨씬 더 훌륭한 사람과 결혼해서 지금 행복하게 살고 있다.
해들리는 그럴 자격이 있다.
그것이 그해 일어났던 일 중에서 지금까지도 계속되는, 단 하나의 좋은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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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을 덮으면서 나는 앞으로 스콧이 아무리 이상하고 비상식적인 행동을 하더라도 그것을 하나의 병으로 받아들이고, 무슨 일이든 그를 힘닿는 데까지 도와주어야 하며 그의 좋은 친구가 되도 록 노력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는 내가 아는 그 누구보다도 장점이 많았고, 그에게는 좋은 친구들도 많이 있었다.
그렇지만 나는 내가 그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이 있든 없든, 그의 친구 명단에 또 한 명의 좋은 친구로 내 이름을 올렸다.
『위대한 개츠비』처럼 훌륭한 책을 쓸 수 있는 그라면, 그보다 훨씬 더 훌륭한 책도 쓸 수 있을 거라고 나는 확신했다.
그때 나는 아직 젤다에 대해 모르고 있었고, 그래서 스콧이 맞서고 있던 그 막강한 적수들에 대해서도 당연히 알지 못했다.
그러나 그들의 정체는 머지않아 알게 될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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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언제나 상대를 생각해서 그 사람의 생활에 참견하는데, 마침내 나는 그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 냈다.
그건 바로 남들과 전적으로 똑같이 행동하고, 일반적으로 인정된 어떤 피상적인 기준과 조금이라도 다르면 안 되며, 그러다가 정기총회에 참석한 외판원들처럼 세상에 있는 온갖 멍청하고 재미없는 방식을 다 동원해 사라져주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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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들은, 착하다 착한 데다가 멋지고 매력적이며 가는 곳마다 인기 만점에 너그럽기까지 하면서 이해심마저도 한이 없는 부자들은, 겪어보지 못했다.
그런 부자들로 말하자면 나쁜 점이라곤 눈을 씻고 봐도 찾아볼 수 없는 사람들이며, 매일같이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멋진 파티를 열어주는 사람들이면서, 자신들에게 필요한 영양분을 다 맛 보고 섭취하고 나면, 모든 것을 아틸라의 말발굽에 짓이겨진 풀뿌리보다 더 황폐하게 말라 죽도록 내버려두는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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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첫 단편집과 이후에 쓴 책들을 출판하기로 계약한 뉴욕 출판사와의 일을 해결하기 위해, 나는 슈룬스를 떠나 뉴욕으로 가야 했다.
북대서양의 겨울은 매서웠다. 뉴욕에는 무릎 높이까지 움푹움푹 빠지는 눈이 내렸다.
파리에 돌아왔을 때 나는 동역으로 가서 나의 아내가 있는 오스트리아에 나를 내려 줄 첫 기차를 탔어야 옳았다.
하지만 나 는 두 번째, 세 번째 기차도 타지 않았다.
내가 사랑에 빠진 그 여자가 그때, 파리에 있었던 것이다.
여전히 나의 아내에게 편지를 보내면서.
그때 파리에서 우리가 함께 갔던 곳, 우리가 함께 나누었던 것, 우리가 했던 그 모든 이기적인 행동과 아내를 배신한 대가로 얻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고통스럽고 그런만큼 너무도 짜릿한 행복감에 젖어 나는 어쩔 줄 몰라 했다.
그 결과 저항할 수 없을 만큼 지독한 행복감만큼이나 절망적이고 암담한 죄책감이 몰려왔다.
하지만 그건 내가 저지른 죄에 대한 혐오감이었을 뿐, 쓰디쓴 회한은 아니었다.
오로지 끔찍한 양심의 가책만이 나를 휩싸고 있을 뿐이었다.
기차가 역사에 쌓아둔 통나무 더미 옆을 지나 안으로 들어오면서 선로 옆에 서 있는 아내가 내 눈에 들어왔을 때, 나는 그녀가 아닌 그 누구를 사랑하기 전에 차라리 죽어버릴 걸 그랬다고 생각했다.
아내는 미소 짓고 있었다.
눈과 햇볕에 그을린 아내의 사랑스러운 얼굴과 아름다운 몸 한가득 햇살이 비치고 있었고, 겨우내 볼품없이 들쑥날쑥 자라난 아내의 붉은빛이 도는 황금빛 머리카락이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모습은 눈물이 나도록 아름다웠다.
그리고 아내 곁에는, 추운 겨울 날씨에 볼이 터서 착한 포어아를베르크 시골 소년 같아 보이는 장밋빛 뺨을 한, 금발의 오동통한 우리의 범비 군이 서 있었다.
"오, 테이티." 내가 품에 안자 아내가 말했다.
"드디어 돌아왔네요. 여행은요, 정말 멋지고 성과도 좋았던 거 맞죠.
사랑해요, 우린 당신이 얼마나 그리웠는지 몰라요.”
나는 아내를 사랑했다. 아내 외에는 그 누구도 사랑하지 않았다.
단둘이 있는 우리만의 꿈결 같은 시간이 마법처럼 흘러가고 있었다.
늦은 봄 산에서 내려와 파리로 돌아가서 또 다른 일이 생기기 전까지 작업은 잘되고 있었고, 우 리는 함께 멋진 여행도 했다.
양심의 가책이란 훌륭하고 유익한 것이었다.
어쩌면 내가 조금이라도 운이 좋고 내가 좀더 좋은 사람이었더라면, 그러한 양심의 가책이 앞으로 다가올 3년 동안 나의 진실하고 변함없는 동반자가 되어 주는 대신, 그때까지보다 더 지독한 일을 겪지 않도록 나를 구해주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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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그런 부자들도 착하고 좋은 사람들이었을지도 모르고 파일럿 피시도 친구가 맞았을지도 모른다.
분명한 건 부자들이 자신들의 목적을 위해 한 거라곤 아무것도 없었다.
그때 그들은 누군가는 그림을 수집하고 또 누군가는 명마를 키워내는 것처럼, 사람을 수집했던 것뿐이며, 나로 하여금 온갖 무자비하고 사악한 결정을 내리도록 뒤에서 나를 도와주었을 뿐이다.
그때는 그 모든 결정이 대단히 불가피하고 필연적이며 훌륭한 것처럼 보였지만, 그 모든 건 기만이 가져온 결과였다.
비록 타고난 성격적 결함으로 내린 결정의 결과는 궁극에 가서는 하나같이 다 좋지 않았지만, 그
결정이 잘못되었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어떤 한 사람과 함께 다른 한 사람을 기만하고 거짓말한 사람은, 결국 언젠가는 또 그렇게 하는 법이다.
그리고 한 번 그런 일을 당하면 다른 사람에게 또 당하게 되어 있다.
내가 잘못된 일을 하고 있을 때 뒤에서 도와주고 부추겼던 그런 부자들을 나는 증오했다.
하지만 모든 앞뒤 사정도 모르는 그들이 그것이 잘못된 일인지, 그리고 그것의 결과가 좋지 않을 것인지 어떻게 알 수 있었겠는가?
그건 그 사람들의 잘못이 아니었다.
그들의 잘못이라면 다른 사람들의 인생에 발을 들여놓았던 것뿐이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불운이었지만, 그들에게는 그 불운이 그보다 더한 악운이 되어 돌아갔다.
결국 그들은 불운이 검은 마수를 뻗칠 수 있는 그야말로 가장 지독하고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기까지, 온갖 불운이란 불운은 다 겪으며 살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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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자가 자신의 친구를 기만했던 건 소름끼치는 일이었지만, 그건 그런 사실에 혐오감을 느끼지 못했던 내 잘못이며, 눈이 멀어 맹목적이 되어버린 나의 무분별함 때문이었다.
그 속에 휘말려들어 사랑에 빠지면서, 나는 그로 인해 나 자신에게 쏟아지는 모든 비난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평생을 양심의 가책을 안고 살았다.
그 양심의 가책은 나의 아내가 예전의 나보다, 아니 내가 앞으로 될 수 있을 나보다 훨씬 더 훌륭한 남자와 결혼했고 그녀가 행복하다는 사실을 알기 전까지, 낮이건 밤이건 한 번도 내 곁을 떠난 적이 없었다.
그러나 내가 다시 부정한 일로 돌아가게 될 거라는 사실을 깨닫기 전이었던 그해 겨울, 슈룬스에서 우리는 정말 행복했다.
그때의 일들이 새록새록 되살아난다.
그해 산에는 봄이 찾아오고 있었다. 그 모든 기억이 가슴에 사무친다.
나의 아내와 내가 서로를 얼마나 많이 진심으로 사랑하고 신뢰했는지, 그리고 부자들이 모두 떠난다고 해서 우리가 얼마나 행복해했는지, 그리고 우리가 다시 안전해졌다는 사실에 내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그러나 우리는 안전하지 않았다.
파리에서의 삶의 첫 장이 그렇게 끝이 났다.
다시 찾은 파리는 여전히 파리였건만, 예전의 파리가 아니었다.
파리가 변했듯 나도 변했다.
우리는 두 번 다시 포어아를베르크를 찾지 않았으며, 부자들도 그랬다.
파일럿 피시마저도 그랬던 것 같다.
그에게는 부자들에게 안내 해줄 새로운 장소가 생겼고 마침내 본인도 부자가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장 먼저 불운을 겪은 사람이 그였으며, 그건 다른 누구에게 닥친 악보다 도 훨씬 더 가혹한 것이었다.
요즘 사람들은 아무도 스키를 신고 산에 오르지 않고, 거의 모든 사람들이 다리가 부러지는 부상
을 경험한다.
그런데 지나고 보면 어쩌면 다리가 부러지는 것이 마음이 아픈 것보다 더 견디기 쉬운 일일지도
모른다.
비록 요즘에는 안 다치는 데가 없고 때론 시간이 지나면 많은 경우 부러진 자리가 더 단단하게 붙는다고들 하지만, 그건 난 지금도 잘 모르겠다.
그렇지만 이 모든 이야기는 우리가 무척 가난하고 무척 행복했던, 우리들의 젊은 날 파리의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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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하더라도 어떤 특정 조건하에서 다리가 부러지지 않을 거라는 장담은 그 누구도 할 수 없다.
마음을 다친다는 건 그것과는 다르다.
세상에 그런 건 없다는 사람도 있다.
분명한 건 마음이 없는 사람은 마음을 다치려고 해도 다칠 수가 없겠지만, 다치기 시작하면 수많은 것들이 한꺼번에 몰려와 그 사람의 마음을 송두리째 앗아가버린다는 것이다.
아마 그런 사람들의 마음 속에는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을지도 모른다.
아무것도.
내 말을 믿어도 좋고 안 믿어도 좋다.
또한 그것이 사실일 수 있고 아닐 수도 있다.
그런 걸 대단히 훌륭하게 잘 설명해주는 사람들이 있는데, 바로 철학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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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는 데에도 많은 비결이 있다.
글을 쓰는 당시 어떻게 보이든 상관하지 않고 글을 생략할 대로 생략해도, 잃어버리는 건 결코 아무것도 없다.
오히려 생략된 글이 언제나 남아 있는 글에 힘을 실어주면서 더욱 강한 힘을 발휘하게 되는 것이다.
혹자는 말하길, 글을 쓰다 보면 출판사에 원고를 넘기기 전까지는 그 어떤 글도 자신의 것이 아니 라고 하는가 하면, 시간에 쫓겨 글을 급하게 쓰다 보면 결국에는 버려야 할지 모른다고도 한다. 내가 파리에 대한 이 이야기를 썼던 때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이 흐른 후 이 이야기를 내 소설에 쓰기 전까지는, 이 이야기도 내 것이 아닐 지도 모르는데, 그렇게 되면 이 이야기는 버려야 할 수도 있거나 또다시 도둑 맞거나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다른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다지 새겨들을 만한 이야기는 못 된다.
그건 연금술처럼 우리 안에 있는 신비한 힘이 만들어내는 비법에 대한 것으로, 비법이나 신비한 힘에 대해 알지 못하는 사람들의 글에 많이 등장하는 이야기다.
요즘은 훌륭한 작가보다는 글로 설명을 하려는 사람들이 더 많은 세상이다.
훌륭한 작가가 되기 위해서는 다른 모 든 것에 더해 운도 따라줘야 하는데, 바로 그 운이라는 게 항상 따라주는 것이 아니다.
그 점이 유감스럽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불평할 건 없다.
마찬가지로 내가 글로 설명하려 드는 그런 사람들의 생각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나한테 글로 설
명하는 방법과 그래야만 하는 이유에 대해 알려주는 그들에 대해 불평해서도 안 된다.
그들은 그냥 그 모든 걸 설명하도록 내버려두면 되는 것이다.
그러나 내가 알고 있는 내 마음속의 공허함과 다른 사람들 마음속에 살고 있는 나의 일부가 조화를 이루도록 하는 것이 어려운 일이라는 건, 틀림없는 사실이다.
내게 행운을 빌어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
훌륭한 글은 말 한마디로 쉽사리 망가지는 게 아니지만, 그래도 농담은 가려서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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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이 있어도 내가 글 쓰는 걸 잊을 일은 없을 것이다.
글을 쓰는 것이야 말로 내가 태어난 이유이고, 내가 해야 할 일이자, 지금까지 내가 해온 일이었 고, 내가 또다시 하게 될 일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내 글에 대해, 나의 장편 소설이나 단편소설 그리고 그 글을 쓴 나에 대해 하는 그 어떤 말도 나는 괜찮았다.
누가 뭐래도 나한테는 내 개인 소지품이나 에반 시프먼의 미발표된 시 몇 편, 펜으로 표시를 해놓은 지도 몇 장, 심지어는 해당 관청에 인도할 시간이 없어 내가 그냥 가지고 있는 무기류 같은 것까지도 들어 있는, 자물쇠 달린 트렁크나 더플백을 마음 놓고 놓아두거나 보관해도 되는 창고랄까 보관소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 책에는 나의 머리와 가슴속 창고에 넣어두었던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비록 그 창고 중 하나는 누군가가 손을 댔고, 나머지 하나는 아예 존재하지도 않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