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 생선 이야기
요새 와서 부쩍, 예년에 없던 참 괴이한 일이 일어난다. 신문마다 여러 생선선전이 전면도배를 하고 있다. 세계에서 생선을 제일 많이 먹기로 으뜸인 우리나라라지만 말이다. 반 건조민어, 통 민어, 보리굴비, 참가자미, 이면수어, 참돔, 바닷장어에다 간장 돌게까지 등장한다. 그런데 그 중에는 이름도 생소한 ‘박대’라는 생선이 한 자리를 차지했다. 알고 보니 시골 집안 제사상에 꼭 올랐던 가자미 흡사한 물고기로, 우리는 ‘서대’라 불렀다. 입이 뭉뚝한 것은 서대이고 입이 삐쭉하게 생긴 것이 박대라 한다.
박대(Cynoglossus semilaevis)는 바다생선의 일종으로 서대에 비해 몸이 긴 편이고, 비린내가 적어서 회, 탕, 조림 등으로 쓰고, 또 찜으로 요리 하거나 껍질을 벗겨 말린 것을 양념구이를 한다. 박대는 몸이 얇아 말리기 쉬우므로 껍질을 벗기고 말려서 박대포로 만든다. 또 껍질은 물에 담가 불린 후 솥에 넣고 서너 시간 고와서 체로 걸러 굳히면 박대묵이 된다.
박대(tongue sole)는 가자미목 참서대과에 속하는 바닷물고기로, 참서대과 중 가장 큰 어종이며, 머리는 작은 편이고, 몸이 매우 납작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참서대와 함께 서해안에서 흔하게 잡혔으나 어린 새끼들까지 잡아들이는 불법어업과 연안에서 이루어지는 개발사업 등으로 해마다 그 수가 감소하여, 최근에는 어획량이 예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한다. 그래서 시중에서 파는 ‘군산서대’는 거의가 난바다(원양,遠洋)에서 잡은 것이란다.
박대는 몸길이 최대 57cm까지 성장하고, 몸은 옆으로 매우 납작하다. 옛 문헌에 따르면 서대를 한자어로는 설어(舌魚)로 썼고, 우리말로는 셔대라 하였다는데, 서대나 박대는 몸이 혀(tongue)나 발바닥(sole) 모양으로 넓고 긴 타원형이다. 보통고기들은 몸통을 좌우로 흔드는데 비해 박대 등의 가자미류는 상하로 움직인다.
옆줄(측선,側線)은 세 줄이며, 옆줄(lateral line)은 물고기가 물의 움직임과 진동 등을 감지하는 감각기관이다. 옆줄은 물고기몸통의 양 옆에 있으며, 아가미뚜껑부터 꼬리 앞까지 이어진 가로 점선의 형태로 되어있다.
눈이 있는 쪽은 흑갈색이고, 빗 모양의 비늘(즐린,櫛麟)이며, 눈이 없는 쪽은 흰색을 띠고, 비늘은 작은 둥근비늘(원린,圓鱗)이다. 등지느러미는 머리 위에서 시작하어 꼬리지느러미와 연결되며, 가슴지느러미는 없다. 산란기는 9∼10월로 추정되며, 연안의 진흙바닥에 살면서 주로 갑각류, 패류 및 갯지렁이를 섭식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서해 연안(인천, 군산, 부안)에서 많이 출현하며, 서해로부터 중국해까지 분포한다. 그리고 가자미목에는 서대아목과 가자미아목이 있고, 가자미목에 해당되는 어류를 비목어(比目魚)라 하였다. 서대 속(Cynoglossus)은 세계적으로 67종이 있고, 열대와 아열대의 얕은 수역에서 발견되며, 세네갈서대, 개서대, 두줄개서대, 용서대, 참서대, 큰서대, 보섭서대 등이 있다. 그리고 박대는 생선치곤 비린내가 그다지 심하지 않은 편이라 생선을 싫어하는 사람들도 즐겨 먹는다. 프랑스 사람들이 박대 같은 가자미무리를 즐겨 먹는 까닭도 비린내(fishy smell)가 적어서다. 아무튼 미국인은 연어, 캐나다인은 대구, 프랑스인은 광어, 일본인은 도미, 중국인은 잉어를 좋아한다고 하는데 우리나라 사람들이 제일 좋아하는 생선은 명태였는데 씨가 말라버렸으니….
눈은 매우 작고, 몸의 왼쪽으로 두 눈이 모여 있어 가자미목어류의 전형적인 특징을 나타낸다. 눈알이 몸 한 쪽으로 몰린 물고기를 비목어(比目魚)라 하고, 넙치(광어,廣魚), 서대, 박대나 도다리, 가자미들이 여기에 속한다.
‘좌광우도’다. 두 눈알이 몸통 왼쪽(左)으로 모여 버린 것이 광어(넙치)와 서대, 박대요, 오른쪽(右)으로 몰린 것이 도다리, 가자미이다. 아무튼 한 쪽으로 두 눈이 쏠려버렸으니 하나나 다름없다고 이들을‘비목어(比目魚, 외눈박이 물고기)’라 불렀다.
박대는 근해(近海)의 진흙바닥에 사는 저서어류(低棲魚類)인데, 강물이 바다로 흘러 들어가는 기수역(汽水域)에 살기도 한다. 바닥이 펄인 우리나라의 서해안을 비롯하여, 동중국해 등지에 분포한다.
이제 사랑타령이다. 류 시화의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이라는 시다. “외눈박이 물고기처럼 살고 싶다/외눈박이 물고기처럼/사랑하고 싶다/두눈박이 물고기처럼 세상을 살기 위해/평생을 두 마리가 함께 붙어 다녔다는/외눈박이 물고기 비목처럼/사랑하고 싶다” 평생을 두 마리가 함께 붙어 다녀야만 하는 물고기를 닮고 싶다는 한 시인의 애절(哀絶)한 영혼이 스며있다.
헌데, 세상에 눈이 하나뿐인 물고기가 어디 있겠는가? 벌써 억센 놈한테 잡혀 먹히고 말았지. 물고기의 세상은 약육강식이 밑바닥을 깔고 있는 곳이니 말이다. 어디 물고기 늙어 죽는 것 봤나. 힘이 조금만 빠졌다 싶으면 어느 귀신이 잽싸게 잡아가버린다.
앞에서 말했듯이 비목어는 다름 아닌 가자미목(目)에 드는 바닷물고기를 이른다. 비목어들은 모두 몸이 상하로 납작하고, 한 쪽으로 두 눈이 다 몰려버린다. 그 원인은 수정란이 발생하면서 일정한 시기에 이르면 눈이 될 부위가 한 곳(쪽)으로 이동하는 유전자를 가지고 있어 그렇다고 한다.
물속에는 비목어(比目魚), 하늘엔 비익조(比翼鳥), 땅에는 연리지(連理枝)가 있는데, 이것들은 애정․사랑․그리움․애틋함․우정의 대명사요, 상징물들이다. 비익조는 암컷과 수컷의 눈과 날개가 하나씩이어서 짝을 짓지 아니하면 날지 못한다는 상상의 새다. 그리고 연리지는 서로 다른 나무의 가지가 맞닿아서 서로 엉켜 붙어 하나가 된 것인데, 이들은 비목어와 함께 모두 화목한 부부의 정이나 남녀의 돈독한 사랑의 징표(徵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