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022년 11월 27일) 카타르 월드컵 F조 조별 리그 2차전에서 모로코가 벨기에를 2대 0으로 눌렀다. 벨기에는 세계 피파랭킹 2위국이다. 모로코는 22위이다. 객관적으로 볼 때 예상을 초월한 결과이다. 벨기에에 거주하는 모로코인들은 승리에 도취해 벨기에 수도 브뤼셀 중심가에서 광란의 밤을 보냈다. 상점 창문을 깨부수거나 차량을 향해 폭죽을 던지는 행동을 벌였다. 당연히 전세계로 부터 모로코는 비난을 받았다. 승리했으면 됐지 왜 난동이냐는 것이다. 진 벨기에가 화를 내야지 이긴 모로코가 난동을 부리느냐는 것이었다.하지만 벨기에는 인종차별이 심한 나라로 알려져 있다. 호주와 더불어 세계에서 인종차별의 결정판이란 오명도 가지고 있다.모로코는 월드컵 예선전에서 크로아티아와 0대 0, 벨기에에 2대0, 캐나다에 2대 1 승을 거두고 당당히 16강에 진입했다. 그리고 16강전에서 무적함대 스페인과 만난다.
스페인과 모로코는 역사적 영욕이 많았다. 스페인은 8백년동안 이슬람의 지배를 받았다. 그러다가 이교도를 내쫓고 종교적 부흥을 이뤄낸다. 다시말해 이베리아 반도에 있던 이슬람교도들을 내쫓고 다시 가톨릭으로 회복한 것이다. 당시 이베리아 반도를 지배했던 이슬람족들은 퇴각해서 마지막으로 숨어들어간 곳이 스페인에서 아주 가까운 모로코이다. 한때 에스퍄냐 (스페인)를 우습게 알았던 모로코가 졸지에 반대 상황에 놓인 것이다. 이교도를 내쫓고 옛 문화를 회복한 에스파냐는 콜롬부스라는 걸쭉한 영웅을 맞아 대항해시대를 연다. 세계를 지배하는 최강국으로 성장하는 것이다. 에스파냐 (스페인)가 번성하면서 바로 이웃나라 아프리카 모로코는 엄청난 시련에 놓인다. 핍박과 시련속에 세월을 보낸다. 세계 7위권 강국인 스페인 지중해 지역의 특산물 올리브 열매를 수확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모로코 여자들이다.
스페인에서 올리브 열매를 따면서 피땀 흘려 키운 아이들이 드디어 이번 월드컵에서 스페인을 누른 것이다. 승부차기끝에 3대0승이다. 모로코는 난리가 났다. 국왕까지 축하시위대에 합류해 환호를 질러댔다. 그리고 오늘(2022.12.11) 8강전에서 포르투갈을 상대했다. 모로코가 1대 0 승리를 거두었다. 포르투갈도 예전 이슬람족에 의해 지배당한 적이 있어 당연히 모로코에 대한 감정이 좋을 리 없었다. 포르투갈도 대항해시절 남미를 지배했고 그 가운데 대표적인 브라질이 바로 포르투갈의 직접 식민지 아니였던가. 포르투갈어를 지금도 사용하는 나라는 포르투갈과 브라질이다. 포르투갈은 축구에서 강국이다. 그래서 모로코를 정말 우습게 보았다. 그런 모로코로 상대로 0대 1 패배를 맛보았다. 세계적 대 스타라는 호날두는 이번 경기를 마지막으로 포르투갈 대표팀에서 떠난다는 선언을 했다. 모로코가 호날두를 보내버린 것이다. 이번 월드컵에서 우승후보로 꼽히는 벨기에와 스페인 그리고 포르투갈을 연달아 격파한 나라는 모로코가 유일하다.
이제 4강에서 만난 팀은 바로 프랑스이다. 오는 2022년 12월 15일 목요일 한국 시간 새벽 4시에 두나라는 격돌한다. 모로코는 프랑스에게 1912년부터 1956년까지 44년동안 지배를 당했다. 프랑스도 일본 스페인 영국 못지 않게 잔혹한 식민지 지배정책으로 악명높았다. 지금 프랑스에는 흑인선수들이 유독 많다. 그것은 바로 프랑스가 아프리카지역에 식민지가 얼마나 많았는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아프리카 축구의 강국인 알제리 모로코 튀니지 등은 모두 프랑스 식민지였다. 프랑스는 축구에 미친 나라이다. 대통령까지 나서 축구계에 훈수를 두는 나라이다. 그래서 식민지 등지에서 축구를 잘하는 흑인 아이가 있으면 프랑스로 데려와 교육시켰다. 대표적인 선수가 음바페아닌가. 아프리카 그리고 프랑스 식민지에서 유일하게 신분상승을 도모할 수 있었던 것은 유일하게 축구였다. 그들에게 축구는 하늘로 올라가는 동아줄임에 틀림없었다.
그런 프랑스와 모로코가 오는 15일 격돌한다. 이번 월드컵에서는 식민지와 피식민지국간의 대결이 유독 많았다. 그리고 예전에는 비교가 되지 않았던 실력이 평준화되는 경향이다. 실력있는 선수들이 유럽 프로리그로 많이 진출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 그 속에 살아 꿈틀거리고 있는 것은 바로 피식민지국의 사람으로 그들의 핏속에 남아 있는 식민지국에 대한 저항과 거부정신이다. 프로축구가 돈에 의해 좌지우지된다고 하지만 월드컵은 국가별 대항전이다. 프로리그에서 항상 같은 밥을 먹는 선수들이지만 국가 대항전에서는 피도 눈물도 없다. 동지애 그런 것은 생각도 못한다. 그들 나라에 숨겨진 우월감의 발로 그리고 반대로 그 한스러움을 내뱉고 그 한스러움을 되갚아주는 그런 장소가 되기 때문이다.
이번 월드컵 우승 예상국 가운데 상당수가 떨어져 나갔다. 잉글랜드, 우르과이, 벨기에 ,포르투갈, 독일 등이다. 이제 남은 것은 아르헨티나와 프랑스 정도이다. 물론 4강의 모로코나 크로아티아가 약체가 아니지만 전통적인 축구 강국은 아니다. 그래서 월드컵의 열기는 이제 그만이라는 말도 나온다. 하지만 남은 두경기 가운데 모로코와 프랑스 대결은 꼭 관심을 가져야 한다. 한때 지배국과 피지배국과의 아픈 역사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를 두 눈뜨고 바라봐야 한다. 월드컵 4강에서 한국과 일본이 맞붙는 경기와 다를 것이 없다. 식민국과 피식민국의 입장이 달라도 너무 다르기 때문이다. 모로코 축구 선수들의 눈빛을 보았는가. 비록 프로리그에서 몸값에서는 프랑스 선수들과 엄청난 차이를 보이지만 우렁찬 발호를 느꼈는가. 단지 프로축구선수의 자존심 이런 것을 능가하는 그 무언가가 그들에게 존재한다. 수없이 강대국에게 먹힌 그들의 역사속에 그들의 핏속에 흐르는 그 용솟음치는 저항과 항거정신이 그들의 발끝에 존재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과의 현재 벌어지고 있는 관계속에 다시 한번 들여다 봐야할 핵심 상황이 아닌가 생각한다.
2022년 12월 11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