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인 지난 11일 세종시 금강변의 자동차 영화관. 누적 관객 900만명을 돌파한 영화 '변호인'이 상영되는 야외 대형 스크린 앞은 한산했다. 주차를 해놓고 영화를 볼 수 있는 관람 구역 150곳 중에서 80% 정도가 텅 비어 있었다. 작년 12월 개관한 이 영화관은 같은 업체가 운영하는 대전 유성구의 자동차 영화관과 비교하면 관람객이 5분의 1 수준이다.
영화관 관계자는 "세종시 편의 시설 입찰을 할 때 우리 업체만 들어와서 4억원을 투자했는데, 지금 상태로 가면 본전도 못 건질 것 같다"고 푸념했다. 정부 세종청사에서 차로 20분 거리인 조치원읍의 M 대형 영화관도 마찬가지다. 주말 오후 황금 시간대 인기 영화를 예매 없이 볼 수 있을 정도로 관람객이 없다.
- 자녀 교육열이 높은 30·40대 공무원 거주자가 많아 세종시가‘열공(열심히 공부하는) 도시’가 되고 있다. 사진은 국립세종도서관에서 어린 학생들이 책을 읽는 모습. /국립세종도서관 제공
반대로 도서관이나 학원가 등 '공부'와 관련된 장소에는 사람이 바글거린다. 국립세종도서관은 작년 12월 12일 개관한 지 한 달 만에 이용객이 4만3000명을 넘었다. 하루 평균 1852명이 방문한 셈인데, 전체 대출자의 39%는 세종시 공무원이었다고 한다.
국립세종도서관은 정부청사 문화부 앞에 있지만 주택가에서는 차로 5~10분 거리여서 학생들이 걸어 다니기에는 다소 부담스러운 위치다. 도서관 관계자는 "주말엔 하루에 3000명가량이 방문하는데, 공무원들이 아이들을 차로 데려왔다가 다시 데려가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또 세종시의 대표적 주거 지역인 한솔동에는 수학 학원, 영어 학원 등이 속속 들어서면서 밤늦게까지 불을 밝히고 있다. 오후 9~10시쯤에는 주변 치킨집·맥줏집에 손님 발길이 끊기고 도시 전체가 컴컴해지는 것과 대조적이다. 세종시가 '열공(열심히 공부하는) 도시'가 된 데에는 유흥을 즐길 만한 인프라가 없는 데다 자녀 교육에 관심이 많은 30·40대 공무원이 많고, 많이 노는 연령대인 20대 청년층이 적기 때문이라는 게 현지에 사는 공무원들의 분석이다. 하지만 정부 부처의 한 간부는 "인구가 늘어날수록 '유흥가가 없다'는 장점보다는 빈약한 교육 인프라의 단점이 더 부각될 가능성도 있다"면서 "세종시가 '열공 도시'로 자리 잡을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