굽이굽이 이어진 골목길을 따라 촘촘히 들어선 2층양옥들. 그 골목 한 귀퉁이에 자리잡고 있는 갈색 대문안으로 무지막지하게 들어서는 황형사.
언젠가 한 두번정도 우연의 하숙집을 찾아간 적이 있었다. 우연은 2층을 지나 옥상에 자리잡은 옥탑방에서 같은 과 친구인 룸메이트와 같이 지냈다.
옥탑방 문은 잠겨져 있었다.
황형사는 문앞에서 잠시 생각에 잠기었다. 벌써 10번이 넘게 통화를 시도해 보았지만 휴대폰은 꺼져만 있었다. 룸메이트의 말에 의하면 어제 밤 늦게까지 들어오지 않아서 먼저 잠자리에 든지라 정확한 내막을 모른다고 했다. 어제밤 늦게라도 들어와서 아침 일찍 나간건지... 아무튼 룸메이트로선 어제밤 자기전에도, 아침에 눈을뜬 후에도 우연의 모습은 보지 못했다고 한다.
"무슨일이지..."
담배생각이 간절했다. 황형사는 입맛을 다시면서 이내 고개를 들어 옥탑방의 창문을 바라보았다. 창문으로 방안의 광경을 들여다 보았다. 집안은 나름대로 잘 정돈되어져 있었고, 인기척은 없었다.
그저 평범한 하숙집의 풍경일 뿐이었다.
황형사는 창문을 열어보았다. 굳게 닫혀 있었다. 하지만 걸쇠식 창문을 여는 황형사만의 방법이 있었다. 그는 못하나로 창문을 흠집하나 없이 열었다.
그리고 몸을 날려 안으로 들어섰다.
방안은 밖에서 본 것과 크게 다를바가 없었다. 두명의 여대생이 사는 방답게 샴푸와 향수냄새, 그리고 향기로운 화장품 냄새가 은은하게 풍겨났다. 상당히 기분좋은 느낌이었다.
그러나 황형사는 침착하게 방안 이곳 저곳을 꼼꼼히 살펴보았다. 오전내내 그의 머리속에 불길한 상상들이 떠나질 않았기 때문이었다.
다시한번 우연의 흔적들을 더듬어 보았다.
그녀가 사용했을 침대, 화장대, 책상, 컴퓨터, 화장실, 주방, 냉장고, 전기밥통, 드라이기, 완전히 잠구어 지지 않은 체 똑똑, 흘러내리는 수돗물...
지극히 평범한 일상의 흔적들. 정돈되어진 체 서로 조화를 이루며 마치 살아있는 생물처럼 묵묵히 각각의 물건들은 또다시 주인의 손길이 닿을 때를 기다리고만 있었다. 대기중인 느낌이었다.
그러나,
황형사의 눈에 뭔가 불협화음을 이루며 그 홀로 걷돌고 있는 듯한 강한 인상을 주는 뭔가가 있었다.
그것은 세탁기였다. 어째서 그런 이상한 느낌을 받은 건지는 알 수 없었으나, 어쩌면 그것이야 말로 강력계 생활 6년의 시간이 낳은 다듬어진 직관력이리라.
세탁기의 코드는 아직 꼽혀져 있었다. 다른 전기 기구들은 다 코드가 뽑혀 있었는데 유독 세탁기 코드만 연결되어져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것인 별반 괴상할 일도 아니었다.
하지만 황형사는 뭔가 비릿한 기운을 기막히게 감지했다.
세탁기는 탈수까지 끝낸 후 자동 중지가 되어져 있는 상태였다.
황형사는 세탁기 뚜껑을 열었다. 작은 어둠의 공간이 그의 눈앞에 드리워 졌고, 그 속엔 세탁물들이 탈수되어진 체 엉켜 있었다.
자신도 모르게 그 세탁물로 손이 가는 황형사. 그의 손엔 한벌의 옷이 집어 올려졌다.
피같이 붉은 면티! 어제 저녁 여동생이 입고 있었던 옷이었다. 그리고, 그 피같이 붉은 티에선 정말로 피비린내가 세어나오고 있었다.
황형사는 티를 좍 펴서 창문쪽으로 가져갔다. 태양빛을 받은 그 티엔 육안으로도 분명히 보일 얼룩들이 있었다.
다만 붉은 티라서 그것을 교묘히 감추고 있었을 뿐이었다.
에이드-9의 요란스런 텔레파시 메세지에 건일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어느새 자신이 지하철 역 출입문 앞에서 아무렇게나 주저앉은 체 두눈마저 질끈 감고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
"뭐...뭐야? 아직 내가 안 죽었나?"
[삐삐~! 제 3의 플레이어가 등장했습니다. S.K-8, 레벨 "B" 투명옷과 윙부츠 등을 장비했습니다. S.K-8는 S.K-3 와 서로에게 P.K 를 건 상태입니다. 그래서 지금 두 플레이어들은 서로 싸우고 있는 중입니다.]
"그래? 그럼, S.K-3 가 나를 공격하려 할 때 갑작스레 S.K-8 이 나타나서 S.K-3 를 공격한 것이로군! 이... 이럴수가...!"
[그렇습니다. S.K-9 님께선 참으로 아슬아슬 했던 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기습공격의 경우는 허다합니다. 어쨌던 님께선 이 틈을 타서 도주하십시요.]
"참... 그...렇지..."
건일로선 간발의 차이로 목숨을 건진 오싹함에서 아직 채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천천히 일어서 보았으나 후들거리는 다리만은 어쩔 수 없었다. 애써 힘을 주어서 벽에 기대어 서 보았다.
한발자국만 내 딛으면 출입문 밖이었다.
하지만 건일은 뭔가에 미련이 남은 듯 아직 나서지 않았다. 그의 시선은 역내 허공속을 주시하고 있었다.
허공속 어딘가에선 분명 치열한 사투가 벌어지고 있으리라.
바로 그 때였다.
쉬이이잉~!
바람을 가르는 듯한 엄청난 소리가 건일은 물론이고 역 내 모든 이들의 귀에도 분명하게 들렸으리라.
이어서 화폐교환기가 허공속으로 치솟아 올랐다.
건일의 눈이 휘둥그레지는 순간이었다.
'대체 이건... 또 무슨 일이란 말인가... 이것이 저들의 싸움이란 말인가...!'
화폐교환기는 허공속을 빠르게 날아갔다. 어딘가 목표를 향해 날아가고 있는 것이리라. 믿을 수 없는 그 장면에 사람들의 함성이 그칠줄을 모른다. 삽시간에 역내는 붐비는 사람들의 소란스러운 고함들로 일대 난장판이 되어버렸다.
그 와중에, 화폐교환기가 허공속에서 정확히 두쪽으로 갈라져 버렸다.
콰쾅~!
역내를 뒤덥는 천원짜리 지폐들과 쏟아지는 동전들...!! 그것은 참으로 기막힌 광경이었다.
"우와아아아아~!"
사람들은 환호하는 것인지 아님 두려워 하는 것인지 알 수 없는 애매모호한 비명소리들을 지르며 우왕자왕 역내를 종횡하고 있었다. 수많은 이들이 돈을 줍느라 정신이 없었다.
건일의 시선은 그 개미때같은 인파 너머로 얼핏 느껴지는 공기의 비정상적인 움직임을 포착하고 있었다.
쉬쉬슁~!
쿠쿠쿠쿠쿠~~~!!
허공속에선 여전히 격렬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쾅!
이번엔 뭔가가 승차권판매기에 강렬하게 충돌했다. 그 모습은 보이지 않았으나, 그 알루미늄 박스는 강한 충돌에 못이겨 심하게 구부러져 있었다. 그리고 그 충격으로 이번에는 대량의 승차권이 우수수수 토해져 나왔다.
"끄아아아아아아아~!!"
함성소리는 더욱 더 묘하게 커져만 갔다. 미처 돈을 줍지 못했던 사람들은 급히 방향을 틀어서 공짜 승차권을 줍기에 혈안이 되어있었다.
그러나, 그들 모두는 미처 그 다음 상황의 끔찍함은 예상치 못했으리라.
파파파팟~!
상당히 기분나쁜 금속음, 그리고 그와 동시에 허공중으로 뿌려지는 역한 불길함!
문득 건일의 시선이 역 천정을 향했다. 천정에는 역으로 핏줄기가 뿌려지고 있었다. 마치 피의 분수처럼...!
금새 천정을 붉게 물들여 버리는 혈화(血畵)!
그리고 그는 보았다. 천정 가까이 허공속에 둥둥 떠 있는 잘린 목을! 그 목이야 말로 샘솟듯 뿌려지는 피의 근원이었다.
높은 공중에 둥둥 뜬 체 피를 역으로 쏟아내고 있는 잘려나간 얼굴! 여자의 얼굴이었다. 그 얼굴은 허공속에 거꾸로 떠 있었다. 그리고 참으로 정확히도 건일의 눈동자와 마주하고 있었다.
이제껏 건일은 그러한 살벌한 공포를 본적도 느낀적도 없었으리라.
끔찍한 광경이었으나, 아직 사람들은 그 참혹한 모습을 미처 발견하지 못한 체 우왕자왕 할 뿐이었다.
쌔애애애애앵~~~~~~~~~~~~~~~~~~~~!
뭔가가 강한 속도로 날아와 사람들 한가운데로 떨어져 버렸다.
투퉁~!
"끼아아아아아악~!!"
그제서야 사람들의 비명소리엔 확실한 공포의 색체가 듬뿍 담겨져 있었다. 허겁지겁 돈을 줍던 이들도, 부지런히 승차권을 줍던 이들도, 그 모든 상황들을 지켜보며 즐기던 사람들도, 하나같이 모두 갑작스런 공포에 당혹해 하고 있었다. 두려워서 떨고 있었다.
그들 가운데로 떨어져 버린 것은 예의 그 잘려나간 여자의 목 이었다. 피투성이의 목! 눈동자는 그새 시퍼렇게 변해 있었고 짧은 단발머리는 피에 엉겨서 두피에 착 달라붙어 있었다. 머리는 바닥과 충돌하면서 또다시 으깨어져 뒷통수 부분은 아주 형체를 몰라볼 정도로 흐물어져 있었다. 보라색 액체들이 꾸역꾸역 으깨어진 틈을 타고 흘러나왔다.
그러나 진정 경악해야할 일은 그 다음 순간이리라.
잘려나간 여인의 목을 필두로, 허공속에선 줄줄이 절단된 신체들이 우박이 쏟아지듯 떨어지고 있었다. 피를 동반한 잘린 신체조각들!
손목, 허벅지, 가슴, 심장과 길다란 내장들, 도저히 신체의 어느부위인지 분간할 수 없는 그저 검붉은 피덩이들...
역내는 감당할 수 없는 지독한 참극에 쇼크를 일으키는 사람들과, 부산하게 자리를 뜨려는 사람들의 아우성속에 마치 거대한 실타래가 엉켜버리듯 깊은 혼돈속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꿈속에서 나는 학생때로 돌아가 있었고 반에서 최고의 통을 가리는 대결에 우연찮게 끼어들게 되었지요. 즉 반에서 최고의 싸움꾼과 내가 맞장을 떠야만 하는 운명에 처해진 것이었죠.
그런데 그 싸움이란게 점점 더 기이하게 변질되어진 다 싶더니 우린 어느새 중세시대의 전사가 되어 있더군요. 둘중 하나가 죽을때 까지 싸워야 하는 더욱 참담한 운명에 처해지게 된 것이죠.
그런데 그것이 또다시 이상하게 변형되어지더니, 마침내는 우린 서로 공범자가 되어서 강도질을 하고 있더군요. 어느샌가 우린 일가족 모두를 살해한 상태였고, 시체들을 땅에 묻으려 하고 있었지요. 그 와중에 우리는 트러블이 있었고 마침내는 서로가 서로를 죽이려 들었져!
마지막으로 그의 시퍼런 부억칼이 내 옆구리를 뜨끔하게 찌를때 나는 반사적으로 그의 두 눈을 손가락으로 푹 찔러 버렸죠~!
눈을 찔린 그자는 미친듯이 울부짖더니 돼지 멱따는 듯한 끔찍한 비명과 함께 엄청난 양의 피를 쏟아내며 죽더군요. 나는 옆구리에 칼침 한대만 맞고 살아남은 거죠.
꿈을 깨고 나서 찜찜한 마음에 꿈해몽책을 보았는데 결과가 어땠을까요?
꿈속에서 살인을 하거나, 싸움을 해서 승리를 하거나 칼에 찔리는 꿈은 대길하며 뜻밖의 행운이 따르는 길몽이라고 써 있더군요~! 의외였죠~!
그런데 이런 비슷한 꿈을 자주 꾸는 저로선 어째서 아직 이렇다할 행운이 없는 것일까요. T_T
지하철 살인마, 그 엽기공포의 세계에 여러분도 동참하시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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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늦었죠?(기다리셨을 텐데 죄송(__))
나름대로 조금 바쁜 일이 있었답니다^^
자~ 지하철 살인마, 이제 중반 이후로 접어들고 있군요. 계속해서 애정과 관심을 듬뿍 보내주세요*^^*
언제나 제게 힘과 용기를 주시는 ┣◑夜猫◐┫님 大韓美女협회회장(지랄뽕까)님 PUMP짱님 아쿠아마린-침착과용감님 rainnight님 하얀파도..님 모두 모두 감사 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