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동구에 사는 이모(57)씨는 일반분양을 앞둔 e편한세상 옥수 파크힐스 조합원 물량 시세를 알아보다 깜짝 놀랐다. 84㎡(이하 전용면적)를 배정받을 수 있는 조합원 입주권이 7억2000만~7억5000만원을 호가(부르는 값)해서다. 당초 조합원 분양가보다 2억원가량 오른 수준이다. 일반분양 예정가(6억6000만~7억원)보다도 더 비싸다.
이씨는 "요즘 시장이 좋아 조합원 물량에 웃돈이 많이 붙은 것은 어쩔 수 없다고 해도 일반분양분보다 비싸다 보니 계약하기 꺼려지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비교적 싸다고 알려진 재개발·재건축 조합원 입주권 시세가 일반분양가를 역전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올 들어 분양시장이 활기를 띠면서 입지가 좋은 구역의 경우 조합원 분양가 대비 최대 수억원의 웃돈이 붙기 때문이다. 지난해만 해도 입주권이 일반분양분보다 저렴한 게 일반적이었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입주권은 관리처분이 끝난 사업장에서 나오는 매물로, 일반분양과 달리 청약통장이나 청약가점과 무관하다. 매입 때 청약통장이 필요 없는 것이다. 일반분양 물량에 비해 층·향·동이 좋고 가격도 싼 편이지만 초기 자금 부담이 큰 게 단점이다.
시장 침체기인 1~3년 전엔 재개발·재건축사업이 지연되면서 추가분담금(입주 때 추가로 내는 돈)이 불어난 탓에 조합원 입주권은 거래가 뜸했다. 수요가 많지 않아 조합원 분양가 대비 가격 오름폭도 작았고, 대개 일반분양 예정가의 80~90% 정도에 시세가 형성됐다.
하지만 올 들어 시장 회복 기대감이 커지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일반분양분보다 비교적 싼 값에 로열층을 배정받을 수 있다는 매력에 수요가 몰렸다. 시세차익 기대감도 한몫했다. 때문에 일부 입주권은 일반분양 예정가보다 비싼 수준까지 치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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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개발 사업장이 많은 서울 성동구 일대 전경. 최근 조합원 입주권이 예상 일반분양가보다 비싼 '역전 현상'이 잇따른다.
입주권 관심 시들…전문가 "투자 신중"
실제 이달 말 분양 예정인 서울 강남구 대치SK뷰 아파트 84㎡형의 경우 조합원 입주권은 추가분담금(2억2000만~2억3000만원)을 포함해 13억2000만~13억3000만원 수준이다. 같은 크기 일반분양분은 12억7000만~13억5000만원대다. 인근 D공인 관계자는 "올 들어서만 입주권이 수천만원 올라 일반분양분과 비슷하거나 더 비싸다"며 "가격 부담이 커서 거래가 주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강남권의 다른 재건축 단지나 강북권 재개발 구역도 마찬가지다. 강남구 개포주공2단지 84㎡형 입주권 가격이 현재 12억원대 초반으로, 예상 일반분양가인 12억원을 웃돌고 있다.
상황이 이렇자 입주권에 관심을 갖는 수요가 줄고 있다. 성동구 옥수동 G공인 관계자는 "입주권이 일반분양분보다 비싸지면서 굳이 추가분담금 부담을 안고 조합원 물량을 매입할 필요가 없어졌다"며 "이 때문에 최근 일반분양으로 눈을 돌리는 주택 수요자가 늘었다"고 귀띔했다. 서초구 서초동 S공인 관계자는 "우선 청약을 시도한 뒤 떨어지게 되면 조합원 입주권을 사는 방향으로 수요자에게 권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신중히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J&K도시정비 백준 사장은 "입주권의 경우 가격이 지나치게 오른 감이 없지 않다"며 "입주권이든 일반분양이든 주변 시세를 고려해 가격에 거품이 끼어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료원:중앙일보 2015. 8.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