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험담 】 지분 양념 법정지상권-(3)

[고향호랑이]

복안이 서있으니 계획대로 움직이면 된다. 낙찰 받은 지 일주일이 지나 매각허가결정이 떨어졌다. 그리고 잔금 기일이 잡혔다. 서둘러 잔금을 내고 내용증명을 날렸다. 내용증명은 다음과 같이 작성하였다.

통 고 서

수 신 인 :

발 신 인 :

경기도

부동산의 표시 : 충청북도 청주시 대지 000m2

1.본인은 청주지방법원 본원 부동산 강제경매사건에 관하여 위 표시 부동산중 000 지분 14/105 전부를 2010년 0월 0일 낙찰 받아 같은 해 0월 0일 잔대금을 납부하여 소유권을 취득하였습니다.

2.본인은 이 사건 대지의 공유지분을 매수 하였으나 귀하 소유의 건물이 지상에 건립되어 있고, 귀하가 배타적으로 점유하고 있으므로 소유자로서의 권리행사를 전혀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에 따라 귀하는 이 사건 대지를 점유 및 사용하여 이로 인하여 임료 상당의 부당이득을 얻었고, 본인은 같은 금액 상당의 손해를 입었다 할 것이므로, 귀하는 본인에게 이 사건 대지의 점유로 인한 임료 상당의 금액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할 의무가 있습니다. 토지의 가격은 2010. 00. 00. 본건 감정가를 기준으로 하면 금 31,139,480원입니다. 부당이득금을 산정하기 위한 기준으로는 감정평가업 협회에서 감정사들이 참고로 하는 자료인 "토지보상평가지침"을 참고하였습니다. 지침의 별표 7의2 기대이율 적용 기준율 표에 의하면 이 건은 인근 비교지를 감안하여 현재 '주택' 으로 사용되므로 년 6%의 기대이율이 적용하는바 토지의 가격은 금 31,139,480원이며, 앞에서 살펴본 토지보상평가 지침상 기대이율 년 6%를 적용하면, 부당이득금은 매월 금 155,697원이 됩니다. 따라서 귀하는 토지의 점유를 풀 때까지 매월 금 155,697원의 부당이득금을 지급하여야 합니다. 만약 위 사항을 이행하지 않을 시에는 법에 따라 처리 할 것이며 이로 인해 발생되는 모든 비용청구도 법에 따라 청구 할 것이니 유념하시기 바랍니다.

3.또한 주지하고 계신바 위 표시 부동산은 9인의 공유자가 소유하고 있어서 정상적으로 매매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담보, 수익창출, 사용 등의 행위가 상당히 곤란한 상태입니다. 이에 본인은 다음과 같은 두가지 대책을 제시하고 귀하가 선택하는 방향으로 발전적 협의를 하고자 하니 2010년 0월0일까지 회신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3.만약 회신이 없는 경우 본인은 귀하가 협의에 응할 생각이 없다고 판단할 것이며, 이에 민법 제 268조에 의거 공유물 분할을 법원에 청구할 예정이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다음-

1)토지 전부를 매매하여 매매 대금을 각자 지분대로 분배하는 방안

2)토지를 분할하여 지분을 해소하는 방안

☞민법 제 268조 (공유물의 분할 청구)

①공유자는 공유물의 분할을 청구할 수 있다. 그러나 5년내의 기간으로 분할하지 아니할 것을 약정할 수 있다.

②전항의 계약을 갱신한 때에는 그 기간은 갱신할 날로부터 5년을 넘지 못한다.

③.전2항의 규정은 제 215조, 제 239조의 공유물에는 적용하지 아니한다.

☞민법 제 269조 (분할의 방법)

①분할의 방법에 관하여 협의가 성립되지 아니한 때에는 공유자는 법원에 그 분할을 청구할 수 있다.

②현물로 분할할 수 없거나 분할로 인하여 현저히 그 가액이 감손될 염려가 있는 때에는 법원은 물건의 경매를 명할 수 있다.

2010년 0월0일

위 발신인

010

토지의 소유권 행사를 방해하고 있는 건물이 있었으므로 그 건물주를 상대로 부당이득금을 달라는 내용과 그리고 마침 그 건물주가 공유자중의 한사람이었고 또한 집안의 큰아들로 추정되어 공유자들 중에는 힘깨나 쓸 것 같아서 그를 대상으로 하였다. 마음 같아서는 철거까지 요구하면서 강력한 주장을 펼치고 싶었으나 그것은 상대방의 지식을 매우 심하게 얕잡아보는 시도인 것 같아서 포기했다.

토지위에 건물이 있다고 해서 모두 철거 대상이 되는 것이 아니고 더구나 이 사건은 토지의 일부만이 경매로 나온 지분사건이었다. 그 건물이 깔고 앉아 있는 부분이 어디부터 어디이므로 그 부분의 지상 건물을 철거하라고 해야 할 것인데, 아직 지분이 전체 토지에 녹아 있는 상태로 토지의 어느 부위가 네 것인지 내 것인지가 분간이 되지 않으므로 철거를 주장할 수는 없다. 철거를 주장하려면 먼저 토지를 지분 별로 잘라서 부위를 특정해야 한다.

만일 건물주가 그 같은 것을 알고 있다면 무턱대고 철거를 주장하는 것은 법 상식에 기초도 하지 않은 억지에 지나지 않은 것으로 볼 것이고 자신을 얕잡아 본다고 생각해서 심하게 반발할 수도 있다. 그리고 잘못된 지식을 바탕으로 무엇인가를 주장하는 것을 상대방이 지적하면 심각하게 쪽팔리지 않겠는가. 사람은 가난할 수도 있고 뜻하지 않게 욕을 먹을 수도 있는데 쪽이 팔려서는 안 된다. 세상에는 쪽팔리기 때문에 죽어간 사람들도 종종 있다.

내용증명이라는 미끼를 달아 상대방이 걸려들기를 손꼽아 기다려 보았으나 상대방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공유자 우선매수도 하지 않았고 입찰법정에 나타나지도 않았던 상대를 향하여 종이 쪼가리 한 장으로 입질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모한 시도였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조자룡이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 제갈량에게 얻은 꾀주머니를 열어 난국을 헤쳐 나갔던 것처럼 순서도에서 힌트를 얻어 상대방에게 다른 자극을 주어 보기로 했는데, 그것은 공유자들의 지분에 처분 금지 가처분을 하는 것과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의 소 등의 활용이었다. 전자는 공유자들 지분의 이동이나 근저당 설정 행위 등을 방지하려는 주목적과 부수적으로 제한을 통한 압박의 의미도 있고, 후자는 낙찰 받은 토지를 제대로 활용할 수 없게 된 것에 대한 보상 확보와 더불어 움직이는 않는 자를 법정에 불러 올려 수면위로 떠오르게 하자는 목적도 있다.

가처분은 주로 공유자들을 압박할 때 쓰이는 무기라고 볼 것이므로 처음부터 건물주를 목표로 삼은 이 사안에 적용하기에는 적절하지 않았고 또한 공유자들이 많아서 비용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였다. 이에 오로지 한 놈만 팬다는 마음가짐으로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의 소를 제기할 것을 작정했다.

토지만 낙찰 받았을 때 건물주에게 금전적으로 요구할 수 있는 것은 지료와 부당이득금이 있는데 설사 같은 양의 돈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그 의미가 하늘과 땅만큼 달라서 지료는 토지의 정당한 사용료지불요구이고 부당이득은 부당한 사용, 법률용어로는 법률상 원인 없는 사용에 대한 대가의 청구로 보면 되겠다. 법정지상권이 성립한다면 지료, 성립하지 않는다면 부당이득이 되지 않을까...

소장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청 구 취 지

1.피고는 원고에게 2010.0.0부터 별지기재 토지를 원고에게 인도할 때까지 월 155,697 원씩의 돈을 지급하라.

2.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3.위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라는 판결을 구합니다.

청 구 원 인

1.당사자의 지위

원고는 청주지방법원 본원 부동산 강제경매사건에 관하여 위 표시 부동산중 000 지분 14/105 전부를 2010년 0월 0일 낙찰 받아 같은 해 0월 0일 잔대금을 납부하여 소유권을 취득한 자입니다. (갑 제1호증 등기부등본)

피고는 이 사건 토지 지상의 별지목록 기재 건물 각 점 1,2,3,4,1을 연결한 (가)부분의(이하 ‘이사건 건물’이라 합니다) 소유자입니다.(갑 제2호증 건축물대장)

2.피고의 부당이득금반환 의무

원고는 이 사건 대지를 매수하였으나 피고 소유의 이 사건 건물이 지상에 건립되어 있고, 피고가 배타적으로 점유하고 있으므로 소유자로서의 권리행사를 전혀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원고는 피고에게 수차에 걸쳐 토지사용료 지급 등에 관하여 협의를 시도하였으나, 피고는 전혀 협조하지 않고 있습니다. 따라서 피고는 이 사건 대지를 점유및 사용하여 이로 인한 임료 상당의 부당이득을 얻었고, 원고는 이로 인하여 같은 금액 상당의 손해를 입었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대지의 점유로 인한 임료 상당의 금액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할 의무가 있다 할 것입니다.

귀원의 감정결과에 따라 청구취지를 변경하기로 하고 일단 일부금으로 피고는 원고에게 2010.0.0부터 별지기재 대지를 원고에게 인도할 때까지 월 155,697원씩의 돈을 지급할 것을 구합니다.

3.결론

이상에서와 같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인용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금전적 청구에 관련 있는 소의 제기는 원고 주소지 관할 법원에 할 수 있으므로 집근처 법원을 이용하였다. 그것은 마땅히 좋을 것이 없는 재판을 받기위해 먼 곳에서 땀 흘려 달려와야 하는 피고가 자괴감을 한가득 얻게 될 것이라는 것과 그 고통을 면하기 위해서라도 마땅한 요구를 들어줄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하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솔로몬의 판결에서 알 수 있듯이 유능한 판사는 원·피고 서로의 입장을 정확히 꿰뚫어 파악하고 있으며 그를 바탕으로 흥정을 잘 붙인다. 특히 민사재판의 경우에 그런 것이 더 두드러지는 것 같았다. 나이 지긋한 판사가 법대에 앉아서 여러 가지 사건처리를 하고 있는 와중에 원고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 판사에게 인사를 크게 하고 자리에 앉았다. 피고도 따라 나와 자리에 앉자 판사가 피고에게 물었다

“원고가 주장하고 있는 부당이득금에 대해... 답변서도 없고. 아무 뭐도 없네요. 달리 할 말 있습니까?”

피고가 왜 할 말이 없겠는가.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가 먼 길을 달려온 의도는 부당이득금 청구의 부당함 내지는 금액의 과다를 주장하려 함에 있을 것이 뻔했다. 그 의도를 십분 존중하여 그 같은 물음을 던졌을 것이다. 마이크를 쥐어주면 노래를 부르지 않는 이가 드물 것이고, 칼을 쥐어주면 아무리 바보 같은 사람이라도 썩은 무 한 개 정도는 잘라본 후 칼집에 집어넣는다.

“능력도 없고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처지에 한 달에 15만원 넘게 내는 것은 너무 합니다. 그 돈을 다달이 어떻게 내요 ...”

영어를 하는 건지 진실로 그런 건지 알 수는 없으나 그 말을 능청스레 해대며 여유를 잡아대는 폼이 이제껏 겪어온 사람들과는 무언가 모르게 많이 달랐다. 순간 이 상대방과의 앞날이 험난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피고가 청구액이 부담스럽다고 하는데 원고는 조금 깎아줄 수 있습니까? 금액 부분에 있어서 둘의 의견 일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감정평가를 해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절차도 복잡하고 비용이 더 들어갈 텐데 원고는 괜찮아요?”

부당이득금 산정이 정확한 데이터에 근거해서 이루어진 것도 아니고 추후에 감정까지 한다면 받을 금액이 깎일 가능성도 있다는 것을 예측하고 있었는데 판사가 그 점을 정확히 찍어내어 몰아대니 달리 크게 할 말이 없었다. 그리고 금액 요구를 다소 크게 한 것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었는데 한 가지는 피고가 행여 법정에 나오지 않게 되면 이것으로 확정 판결이 떨어질 것을 기대했던 것이고 다른 한 가지는 금액에 발끈한 피고가 발바닥에 불이 나도록 달려올 것이라는 점이었다. 따라서 반드시 청구한 금액을 전부 받아내겠다는 마음은 없었다.

“한 달에 얼마 정도 줄 수 있어요?”

“11만원 정도면 어떻게 마련은 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1만원이면 그리 불만 있는 금액은 아니었고 사용료나 받자고 제기했던 소송이 아니기에 그 금액에 얼마간을 더 붙여 받는 것으로 판사가 붙인 일단의 흥정은 마무리 되었다.

주차장으로 가는 피고의 뒤통수를 보고 열심히 달려가서 말을 던졌다. 수면으로 떠올랐으니 어떤 식으로든 두드려서 수익을 올려야 했다.

...to be continued...

[필승 (대적경계철저)]

반갑습니다 고향호랑이님의 글 기다리던 1인 입니다~^^ 법적대응과 심리!
읽으면서 많이 배우게 됩니다!
건물주를 협상의 테이블로 불러내시어 처리하는 과정까지 흥미진진하게 잘 보았습니다.
다음 글 기다리겠습니다
감사히 잘보고 갑니다~^^

[멋찐아이]

살아있는 후기 잘봤습니다. 너무 디테일해서 제가 법원에서 목격한 느낌이네요 ㅋㅋ to be continued 다음 후기도 기다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산조아]

고향호랑이님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4편도 많이 기다려집니다.

[키억]

고향호랑이님 법정지상권
디테일하게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글이 기다려 지네요
좋은밤 되세요

[천사하연]

호랑이님 글은 제가 아직 쳐다도 못보는 토지관련글이지만 한편의 소설을 읽는 것 처럼 흥미진진해서 늘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멋지게 풀어서 공유하는것도 쉽지 않으실텐데 감사드립니다!

[함사(낙케5 /서실1/ 고8)]

고향 호랑이님 글 애독하는 1인입니다........ 고급반 수업때 지분과 법지권이 젤로 재미있었던지라 호랑이님 글은 간접 경험까지 하게 해주는 귀한 글입니다.......... 앞으로도 조은 글 마니마니 써 주세요..............ㅋ

[양재스타일]

소송하는 과정과 고민한것들을 아주 재밌게 풀어주셨네요. 읽는 내내 다음에 뭐가 나올까 하면 읽어 내려갔습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3번까지 있는거 보니까 다른것도 찾아봐야 겠네요.

[조국조]

정말 글이 살아있습니다. 존경합니다. 넙죽

[부자된day]

우와~~ 너무 좋은글 정말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지분양념 법정지상권... 제가 관심은 많고
아직은 부족한게 많아서 도전을 못해보는 부분인데... 자세히 소송과정부터 설명해주셔서 읽는내내 공부가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많은글 부탁드리고싶네요~

[오예스~]

세상에는 쪽팔려서 죽은 사람이 종종있다. . 이런 명언은 처음입니다. . ㅎㅎㅎㅎ 너무 재미있고 쉬운글 감사드립니다. 소설처럼 다음글이 기다려집니다. .

[봄비야]

살아있는 체험담 생생하게 잘 보았습니다.감사합니다.

[쑥쑥어뭉]

너무 재밌어요 ㅎㅎㅎㅎ 얼릉 다음글 보고싶습니다^^

[해피줄리]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젠틀몬스터]

한꺼번에 읽어내려가니 더욱 좋네요~~^^

[대광]

저같이 초보에겐 소중한 내용이고, 귀한 경험담입니다~~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바람아래바람]

아 이거 완전 재밌어요.ㅋㅋㅋㅋㅋ

[젤라또`]

읽으면 읽을수록 쑥쑥 내려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