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6/2014 다이아몬드산 …그 하루의 동행.
1. 불교의 경전에 있는 석가모니의 말씀중에 “ 어리석은 사람들을 가까이 하지 말고 어진이와 가깝게 지내면서
존경할만한 사람들을 존경하라. 이것이 더 없는 행복이니라…” 는 말씀이 있지요.
어리석은 사람과 어진사람의 차이는 결국 인생을 살아가는 자세와 방법에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듭니다. 삶을 대하는 자세는 자신이 가진 가치관이나 신념을 따라 사는 것에 중심이 있을테고, 그것을 이루는 방법은 모든 관계에서의 성공이 결정하겠지요. 마음속에 닮고 싶은 사람이 많은 것도 …어진이들과 산행을 같이 할수 있는 것도 …큰 축복이라 여기며 하루의 동행을 시작합니다.
2. 매서운 1월의 낮은 기온에도 불구하고 뉴한산의 베이스캠프 린우드는 붐빕니다.
매주마다 보는 얼굴들에게 안부를 묻고 한주동안 무탈했기를 기원하는 마음은 행복은 얼마나 많은 것을 가졌는가를 묻는 것에 있지 않고 동무들의 편안함을 확인하는 그 순간에 있었지요. 오늘 빙벽등반을 시작하는 날이라 회원들이 생이별을 해야 하지만 정임언니가 준비한 고급영양떡으로 입가에 서린 찬공기의 존재와 별리를 잊어 버립니다. 역시 회장님 포스로 나타나신 회장님과 눈마주친 우리가 각각 다른 차량에 나눠타고 향한 곳은 reeve meadow visitor center…
한국사람이 많이 가서 제가 “코리아마운틴” 이라 부르는 낯익은 곳에 도착합니다. 적당히 눈이 쌓인 입구에 서보니 산은 웅크리고 있으되 들숨과 날숨의 생명운동을 쉬지 않고 있네요. 부회장님의 인솔로 seven hills trail (blue) 을 오릅니다. 가녀린 무수히 많은 나무들에게 아침인사를 건네며 낯익은 구릉과 언덕..작고 큰 바위를 지날때 팔과 다리에 서서히 생겨나는 뜨거운 기운은 아아…살아있구나…하는 안식을 줍니다.
3. 뒤따라 오시는 소영언니와 짝지를 기다리며 서있던 블루가 끝나는 갈림길에서 순간포착을 위해 포즈를 취하는 동무들…그리고 아직은 이방인 같은 불독의 어설픈 몸짓…후미의 목소리가 들리자 출발한 우리에게 낮으막한 오름길은 계속됩니다. 일상의 얘기들로 바쁜 동무들…숨쉬기연습에 몰입한 동무들…우리가 털어놓는 많은 내면의 얘기들을 산은 그저 묵묵히 듣고만 있네요.
Hillburn-torn-sebago trail (orange) 로 갈아 타고 쉼없이 오르락 내리락 할때 파란 하늘과 옷벗은 나무의 빛깔과 바위의 절묘한 조화는 자연만이 줄수 있는 평화로움 입니다. 오늘도 산이 내게 가르치고 싶은 것은 이 자연안에서 가능성을 찾아보라는 것이지요. 잭슨 브라운의 the load out and stay… 노랫말이 생각납니다. “세상은 내가 무엇을 하든 관심이 없네. 시간을 내어 자신이 좋아하는것을 하게. 우리가 시간을 더 갖든 우리가 시간을 남겨두든 다른이들은 상관안한다네…” .오늘도 산이 내게 하려던 말은 내가 가진 가능성을 내것으로 만드는것…그것인가 봅니다.
4. 한껏 업되어 선두를 고수하는 헬렌님 커플을 간밤에 뭐했냐고 놀리며 가는 트레일은 Raccoon brook hill trail ( black) 로 바뀌어 있고 1200 ft 산의 정상 언저리는 멀리 고만고만한 다른 능선과 베어마운틴 주변의 숲들을 한눈에 조망할수 있습니다. 다이아몬드 산이라는 이곳에서 1시경에야 점심을 먹기 위해 불을 피웁니다. 곱창볶음에…오뎅국에…누룽밥에…닭 가슴살요리에...라면에…파란 하늘 아래 동네는 훈훈함으로 정겨운데,
“ 불독언니! 한잔해…” 재무이사님이 빨간컵에 내미는 생명수?? 한잔에 불독은 금새 이방인에서 동지로 마음의 업그래이드를 하고 맙니다. 헬렌님 짝지가 끓이신 진한 다방커피까지 대접받고 하산길을 재촉하니 마음은 한주간의 소모적인 삶을 벌써 치유하고는 이곳의 나무들처럼 살고 싶다는 소망으로 차오릅니다.
5. 잠시 stony brook trail (yellow) 을 지나고 호수를 옆으로 돌아 내려오며 트레일 안에서 우리가 만난 무수히 많은 생명체들…그들도 우리가 살면서 만나는 크고 작은 고난처럼 겨울이라는 극기의 시간을 지나고 있지만 그들이 참으로 의연하다고 느껴집니다. 호수위 하얀 눈밭에서 인증샷을 찍고 Pine meadow trail (red)로 꺾어져 하산하는 길엔 허리케인 아이린으로 부셔졌던 복귀한 새다리를 건너고...파인 매도우 계곡을 지나며... 다른이들이 잘 사는 방법을 귀동냥 하며 가다보니 어느새 파킹장이 보입니다. 약 5-6마일의 가벼운 산행은 오늘도 제게 귀한 체험을 주었습니다. 새싹이 혼자 땅을 뚫고 나오는게 아니고 땅 또한 새싹이 나오도록 길을 내주는 거라고 누가 그러더군요. 어진 사람의 삶의 방식도 길을 비켜주는 땅의 마음 같은 것? 아닐까요?
6. 헤어짐이 아쉬워 조개를 먹으러 간곳은 불독이 처음 가보는 선술집 같습니다. 음악이 흐르고 오래된 세월의 흔적과 장식들…거기에 정을 나누려고 모인 사람들이 가득합니다.
블루문 생맥주에 조개..홍합..갓구운 빵…처음먹어 보는 맛난 버거까지…맥주한잔에 모든 삶의 미흡한 감정들은 물러가지요. 불독은 재무이사님의 호구조사를 또한번 당하며…즐거운 비명을 질러봅니다. 드디어 마음의 동행을 할수 있는 순간이 온것이지요.
모든 분들께 감사를 전합니다. 즐거운 하루의 동행에 대해서…
불독 드림.
첫댓글 상세한 산행기 잘 읽었습니다.
댓글 주셔서 감사합니다. 산행을 중심으로 많은 사람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우리들의 산행기를 쓰고자 하는 바램인데 머리의 용량이 모자라 그날의 재미난 기억을 다 옮겨 적을수 없음이 안타깝네요. 원선생님이 가르쳐 주신 상청목? 나무 얘기도 빠졌고 ...읽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불독언니는 글을 참 잘쓰시네요. 항상 재미있게 잘 읽고 있습니다. 이런 생생한 정보와 이야기들, 너무 좋아요. 글 잘쓰시는 분들, 참 부럽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