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3일 연중 제7주간 목요일
<두 손을 가지고 지옥에 들어가는 것보다 불구자로 생명에 들어가는 편이 낫다.>
✠ 마르코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9,41-50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41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가 그리스도의 사람이기 때문에 너희에게 마실 물 한 잔이라도 주는 이는, 자기가 받을 상을 결코 잃지 않을 것이다. 42 나를 믿는 이 작은 이들 가운데 하나라도 죄짓게 하는 자는, 연자매를 목에 걸고 바다에 던져지는 편이 오히려 낫다. 43 네 손이 너를 죄짓게 하거든 그것을 잘라 버려라. 두 손을 가지고 지옥에, 그 꺼지지 않는 불에 들어가는 것보다, 불구자로 생명에 들어가는 편이 낫다. (44)·45 네 발이 너를 죄짓게 하거든 그것을 잘라 버려라. 두 발을 가지고 지옥에 던져지는 것보다, 절름발이로 생명에 들어가는 편이 낫다. (46)·47 또 네 눈이 너를 죄짓게 하거든 그것을 빼 던져 버려라. 두 눈을 가지고 지옥에 던져지는 것보다, 외눈박이로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는 편이 낫다. 48 지옥에서는 그들을 파먹는 구더기도 죽지 않고 불도 꺼지지 않는다. 49 모두 불 소금에 절여질 것이다. 50 소금은 좋은 것이다. 그러나 소금이 짠맛을 잃으면 무엇으로 그 맛을 내겠느냐? 너희는 마음에 소금을 간직하고 서로 평화롭게 지내라.”
잡생각을 없애기
생각이라는 것은 건설적이고 자신의 삶의 긍정적인 부분이라면 좋지만, 우리가 하는 대부분의 생각은 쓸데없는 잡생각에 지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일어나지도 않을 일을 미리서 고민 걱정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그 뿐만 아니라 과거의 끝난 일을 놓아두지 못하고 끄집어내서 떠올리는 것도 그러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과거의 생각이나 미래의 잡생각 속에서 허우적거리고 있으니 머릿속이 복잡해지는 것입니다. 그래서 공부도 잘 되지 않고, 기도도 잘 되지 않고 묵상이나 명상도 잘 되지 않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잠시도 생각을 멈추고 살 수 없는 존재입니다. 잡생각을 모두 내려놓으라고 충고를 받고 있으면서도 어떤 때는 은근히 그런 잡생각 속에서 재미를 느끼고 있기도 합니다.
우리들의 일상생활에서 잡생각이 많아지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요?
첫째는 근심과 걱정거리가 많이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근심과 걱정거리가 없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옛날에 어떤 효자가 있었는데 부모님의 근심과 걱정거리가 없도록 언제나 최선을 다했다고 합니다. 그 아버지는 아무런 걱정거리가 없었는데 다만 대문간 서까래에 좀 벌레가 나무를 파먹는 것을 걱정하시더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아버지가 출타 하셨을 때 그 서까래를 새 나무로 바꿨더랍니다. 그랬더니 아버지가 돌아와서 바꿔진 서까래를 보더니 걱정거리가 없어지자 관을 대령하라고 하시더니 돌아가시더랍니다. 사람이 근심과 걱정거리는 적당히 있어야 건강에 좋다고도 합니다. 그러나 근심과 걱정거리는 어떤 문제에 대해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기다리는 심리상태를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마치 거짓말을 하고선 들키면 어쩌지? 라는 불안한 심리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럴 때는 차라리 솔직하게 털어놓고 그에 따른 책임을 지면 되는 것입니다. 우리의 삶에서도 스스로 그러한 책임감을 갖게 되면 쓸데없는 잡생각들이 줄어들게 됩니다.
두 번째는 잡생각은 마음속의 두려움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마음에서 용기가 생기면 스스로 정리가 되는데, 두려움이 앞서게 되면 우리의 마음은 정체되면서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하게 됩니다. 그래서 나는 무엇을 두려워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먼저 살펴봐야 합니다. 그러고 나서 그 두려움의 대상을 극복하기 위한 마음의 선택과 행동을 하는 것입니다. 두려움에 한번 떨면 영원히 나아가지 못하고 어린 아이처럼 울면서 기다리게 됩니다. 두려움을 극복하면 잡생각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암에 걸려 죽게 되었을 때 죽음을 두려워하면 암은 더 좋아한답니다. 심약한 그를 더 빨리 죽게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죽게 된다는 두려움은 많은 생각을 몰고 옵니다.
세 번째는 여러 가지 중에서 선택하지 못할 때 잡생각이 많아집니다. 우리는 항상 선택을 하면서 살아갑니다. 그러나 스스로 선택을 하지 못하고 누군가의 선택을 기다릴 때가 가장 고통스럽습니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선택하지 못하고 갈팡질팡할 때 많은 생각을 몰고 옵니다. 하루하루 작은 일들을 선택하지 못하고 이월 시켜버리면 자꾸 이자만 불어날 것입니다. 그것이 심해지면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엄청난 원금이 되어서 돌아올 것입니다. 작은 일이라도 당장 선택하는 삶을 지향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무책임한 말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아무거나"랍니다. 이런 사람은 앞으로 생각이 많아질 것입니다. 매일매일 매순간 우리는 선택하며 살아갑니다. 선택하였으면 후회 없이 받아들이십시오. 그 과정과 결과는 어떤 것이든 우리에게 도움을 줄 것입니다. 잘못 선택하였으면 다음에 잘하면 됩니다. 그것도 학습의 과정입니다. 그러는 동안에 발전하는 것이 인생입니다.
결국 잡생각이 많아지는 이유는 스스로의 삶이 주체적이지 못하다는 것입니다. 자꾸 세상 속에 끌려가기 때문에 머릿속으로만 근심과 걱정을 담아두게 되는 것입니다. 머릿속이 복잡할 때 우리는 그것을 비워야하는데 사실 자꾸 채우려고만 노력을 한다는 것입니다. 흙탕물은 가만히 내버려 두면 서서히 맑은 물이 됩니다. 그러나 그것을 기다리지 못하고 자꾸 휘저으면 온통 흙탕물이 되듯이 우리의 마음도 그러한 원리와 같습니다. 그래서 잡생각이 많이 나서 괴로울 때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그러면 잡생각들도 서서히 가라앉게 되면서 마음의 고요함이 찾아올 수 있습니다. 이것이 잡생각 없애지는 최고의 방법이라고 합니다.
우리의 습관은 참으로 무섭습니다. 자신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온통 생각 속에서 갈등과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특히 부정적인 생각일수록 매 순간 나를 헤집고 들쑤시면서 자신을 괴롭힙니다. 이것만 스스로 하지 않아도 최소한 별 문제없이 살아갈 수가 있을 것입니다. 마치 생각하는 것이 대단한 해결책을 줄 것 같은 마음이지만 그것은 생각일 뿐입니다. 그래서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도 경계의 말씀을 하시는 것입니다. 죄를 짓게 하거든 단호하게 그 원인을 제거하라고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우리의 습관은 그렇게 무섭습니다. 많은 잘못된 습관으로 죄를 짓게 합니다. 단호하게 그 습관들의 틀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 우리가 잡생각에서 벗어나는 단순한 삶을 살아야 합니다. 죽을 위기를 넘긴 다음부터 많이 단순화되어 갑니다. 잡생각이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조금씩 깨달아갑니다. 그리고 나이를 먹으면서 점점 단순화되어 가는 것도 바로 그런 이치를 깨닫도록 은총을 베풀어 주시는 것 같습니다. 조용하게 등산이나 걷기명상을 하거나 성체조배를 하거나 자연과 함께 하면서 머릿속의 잡동사니들을 하나씩 비워 가십시오. 어차피 부질없는 것들입니다. 과거는 이미 끝난 일이기 때문에 의미가 없고, 미래는 일어나지 않은 일이기 때문에 의미가 없습니다. 그래서 지금 이 순간의 삶에 집중하면서 즐겁게 사십시오. 그리고 내가 행복하기 위해서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그 생각만 하십시오. 이제는 잡생각에서 벗어나 보십시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