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 초록색 지붕아래에 서서 마리라 아주머니가 앤을 부릅니다. 또 무슨 사건을 저질렀길래 그럴까요?
앤 샤아리!...
여러분 다 아시죠... 아참... 앤 샤아리 보다는 '빨강머리 앤'이라고 하면 더 잘 기억하시겠군요. 맞아요. 빨강머리 앤...
고아원에 사내아이를 보내달라고 했던 마슈와 마리라에게 난데없이 주근깨에 빼빼마른 빨강머리의 소녀가 왔던겁니다. 수다스럽고 아무 쓸모가 없어 보이는 그 소녀를 다시 돌려보내려했던 늙은 남매의 마음을 되돌렸던건 상상력이 풍부한 그 소녀의 눈에 어린 형언할수 없는 슬픔을 보았기때문입니다. 빨강머리 앤에게는 뭔가 끌리는 특별한 매력이 있었던 겁니다.
그렇게해서 고아인 앤은 초록색 지붕에서 마슈, 마리라와 함께 그리고 친구인 다이애나... 자신이 이름지은 사랑의 오솔길, 환희의 하얀길, 빛나는 호수를 곁에서 사랑할수 있게 되었답니다.
어느 토요일 아침, 화려한 나무가지들을 한아름 안고 앤은 춤을 추듯 집으로 돌아와서는 마리라에게 말합니다.
"마리라, 이 세상에서 10월이 끼어 있다는 것을 고맙게 생각하지 않아요? 난 즐거워서 견딜 수가 없어요. 만일 9월에서 12월로 건너 뛰어 버린다면 얼마나 심심할까.... 이 단풍잎을 보세요. 무섭도록 아름답죠? 내 방에 꽂아 놓으려고 꺾어왔어요."
매사에 깔끔하고 웃음기없는 얼굴의 마리라가 앤의 감성어린 말에 한마디 합니다.
"또 방이 어질러지겠군. 너는 네 방에 너무 이것저것을 들여 놓기 때문에 지저분해. 침실이란 자기 위해서 있는 거야."
마리라의 꾸지람에 앤이 뭐라 했는지 아세요. 들어보세요.
"그리고 또 한가지는 꿈을 꾸기 위해서 있는 거예요. 그러니까 아름다운 물건이 많을수록 아름다운 꿈을 꿀 수 있는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