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왕 가는 길이니. 간만에 종점식당에서 두부전골이랑 청국장으로 아침을 먹는다. 확실히 청국장은 겨울보다는 맛이 반감된 듯 한데... 두부찌개는 칼칼 한 것이.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갓 지은 밥과 함께 입맛을 당긴다. 돌아오는길에 두부를 한모씩 사왔는데. 너무 부드러워서 내것은 거의 으깨어져버렸다. 할 수 없이 두부김치로 먹었는데. 역시 그 고소함은 시중의 어떤 두부들과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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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먹고, 들머리를 향해 가는데... 차가 도로를 벗어나는 지점이... 여기가 아닌데 싶다.
오늘 리딩을 하는 후배에게... 이쪽이 아니다. 했는데. 본인은 틀림없이 맞단다.
그래? 그럼 뭐... 일단 가보기로 한다.
혹시 가서 아니더래도, 오늘의 운이 그러니... 그쪽에서 산행을 해도 별 상관은 없겠거니. 한다.
결국 도착 한 곳은. 아우님이 계획했던 들머리는 아니었다. 주소를 잘못 딴것 같다.
어떻게 할 것인가를 놓고 잠시 설왕설래. 하다가 애초 목적지로 가서 산행을 하기로 결정하고 주소를 새로 찍고 차를 돌려나와 들머리에 도착.
계획보다 조금 늦은 시각에 산행을 시작한다.
초입에서 일행중 두분은 더덕을 캔다며 산허리를 올라타시고, 나는 계곡쪽으로 조금 더 들어갈 요량으로 임도쪽으로 붙었다.
풀이 무성한 임도길에 더덕잎장이 보이길래... 저거 소경불알인가? 생각하면서 파 보았더니. 더덕이 맞다.
계곡을 따라 능선쪽으로 올라갔다, 내려왔다... 골짜기위주로 산행을 하다가, 능선위로 올라가 봤더니. 반대쪽 산은 깨끗이 벌목이 된 상태.
결국 다시 이쪽 작은 골짜기로 내려오는데, 고도가 높아져서인지 분위기가 너무 좋다.
그래서 조금만 더 아래로 내려가 본다는 것이. 결국 주 계곡 아래쪽으로 완전히 내려와 버렸다.
큰 계곡으로 내려서다가, 떼삼(?)을 본다.
삼구, 각구, 오행들이다.
가족삼은 아니고... 누군가가 삼씨를 뿌려둔 삼들이다.
심산행이 목적이니... 그나마 삼잎을 구경이라도 했으니 다행이다. 싶다.
초입에서 더덕을 캐러 간다며 먼저 산허리를 올라탄 일행 두분을 계곡쪽에서 만나 셋이서 함께 산을 훑어가다가
건너가기가 애매한 계곡을 지나면서 나는 다시 계곡으로 내려서고 두분은 능선쪽으로 올가가 버려 서로 헤어진다.
계곡으로 내려섰더니. 제법 넓은 가장자리에 참나물이 빼곡하게 자라고 있다.
시간도 많으니...능선을 올라타서, 1,150고지까지 붙었다가 하산하기로 산행계획을 바꾼다.
이런 고산에서 심산행을 한다는 것이 아직 익숙치 않으니 조금 더 전진해 보고. 아예 북사면의 버섯이나 구경해 볼까 싶은 생각이다.
끙끙거리면서 힘겹게 능선을 향해 올라간다.
함박꽃은 이미 지는것이 많고, 활짝피거나 피기 시작하는 것은 1/3도 채 되지 않는듯 싶다.
너덜지대쪽이나 능선 아래쪽에는 유난히 산목련 나무가 많이 자리잡고 있다.
능선의 9부쯤에서 땀을 닦으며 계곡 아래를 내려다 본다.
오늘따라 산행이 힘이 든다. 산이 가파르긴 한데... 땀을 이렇게 많이 쏟을 정도는 아닌데. 게다가 아주 푹푹찌는 날씨도 아니잖는가?
아무래도 지난주에 술약속이 너무 많았던 때문이 아닐까 싶다.
산새소리 몇 들릴뿐. 아주 조용한데... 사진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나무와 나무, 잎들과 잎들사이로 흰색 나방들이 무수히 날아다니고 있다.
마치 아바타 영화의 한 장면이 연상되듯 환상적이고 몽환적인 분위기이다.
이렇게 사진으로는 표현이 안되니... 담번엔 동영상이라도 촬영을 함 해봐야겠다.
이 산의 당귀는 세력이 그렇게 좋지는 못하다.
당귀뿐만이 아니라... 뭐랄까? 모든것이 조금씩 다 있기는 한데... 그 한가지 한가지가 넉넉히 있다는 느낌은 없다.
그러니 뭔가? 풍요속의 빈곤인지... 빈곤속의 풍요로움인지... 애매 모호한 산이랄까?
능선을 올라타고 희미한 능선길을 따라 가다가 표고버섯도 몇개 만나고.
몇주전, 바위틈에 붙어 있는 얘들이 누굴까? 했었는데... 마타리였다. 금마타리.
능선길도 사람이 거의 다니지 않아서인지... 힘들긴 매한가지. 해발 1,000m 정도의 산봉오리인데도... 키큰 나무들 때문에 조망이 열리지 않는다.
1,150고지까지 가려면 아직도 한참을 가야할텐데... 굳이 거기까지 갈 이유도 없겠고...
하산 해야할 계곡의 상태가 어떨지 모르니... 3시 30분까지 하산을 위해서는 조금 서두를 필요도 있겠다 싶다.
빵과 삼각김밥으로 점심을 먹고, 1시 30분쯤 하산을 시작한다.
완만하다 싶은 계곡으로 하산을 시작하는데... 웬걸? 조금 내려와 보니 경사도 만만찮은데다, 온통 너덜지대.
이런 너덜지대를 내려가려면 엄청 조심 해야만 한다. 자칫 잘못 발이 바위사이에 끼이기라도 하면... 클난다.
시간도 많이 걸릴테니. 일찍 출발하길 잘 했다 싶다.
한참을 쩔쩔매며 내려오다가 아름이 넘는 박달나무가 몇 그루 있길래 슬쩍 올려다 보는데... 헐~~ 대박!!
5m 정도 높이의 가장 오른쪽 가지에... 박달 갓상황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상태도 아주 좋다.... 그런데. 쩝. 올라갈 수가 없다.
나무든 바위든... 그런쪽에는 전혀 소질이 없으니. 가을에 나무를 잘 타는 형님을 모시고 와야할 것 같다.
그런데... 여기까지... 잘 찾아올 수 있을까?
엄청 큰 너덜지대를 만난다.
저기에 잘못 들어갔다간... 정말 아작 나겠다 싶다.
박쥐나무에 꽃이 폈다.
박쥐나무꽃은, 글세. 저 나무에 저런 형태의 꽃이란... 뭔가 어울리지 않을것 같았는데...
하긴 그렇게 생각한다면, 의심해 봐야 할 식물들이 아주 많아지겠지만.
아무튼 처음 저 꽃을 봤을때는 참 특이한 꽃을 달고 있구나. 생각했는데. 지금은. 그저 당연한듯 바라보게 된다.
물이 흐르는 곳 까지 내려왔다.
땀도 씻고, 물도 보충하고... 경사가 심한 너덜지대를 통과한 몸이 안정을 취하도록 내버려두고... 정신은 아무 생각이 없는, 고요한 상태를 즐긴다.
다행히 계곡쪽으로 길이 나 있어서, 날머리까지의 하산이 별로 힘들진 않을 것 같다.
물이 많이 흐른다면, 이끼계곡이 부럽지 않을 풍광을 가진 계곡이다.
아주 고산은 아닌데. 계곡쪽으로는 벌나무들도 보인다.
바위떡풀과 비슷하게 생겼으나, 꽃도 다르고 잎 가장자리가 날카롭게 마무리 되었으니... 구실바위취.
계곡이 넓어지면서 조망도 좋다.
그런데도 나는 계속 고개를 갸웃갸웃 한다.
나물이든 뭐든 아주 많이 나올것 같은 계곡인데... 어디서 어디까지 참나물이 보이다가 끊어지고.
또 어느 지점에서는 참반디나물이 널렸더니 싹~ 사라지고, 큰 임도가 가까워 질때쯤에는 멸가치가 조그만 틈도 없이 빼곡하게 넘쳐나고...
그런데, 양지쪽으로 많이 보여야 할 참취는 별로 없고....
뭔가 밸런스가 안맞는듯한 이 느낌은 대체 뭔지?
계곡길이 잘 나 있었던 덕분에 생각보다 훨씬 빨리 날머리에 도착.
시간이 제법 여유가 있으니. 여기서 땀을 씻고 가기로 한다.
물은 아직 차갑고, 조금 엎드려 있었더니... 발이 차가와서 오래 몸을 담그지는 못했다.
말끔하게 씻고 내려갔더니. 모두들 벌써 하산하셔서 씻고, 너른 바위위에 자리를 잡고 앉아서 약초주를 즐기고 계신다.
나도 자리를 잡고 한잔을 거드는데.
약초꾼인듯한 두 사람이 산에서 내려오길래 막걸리 한잔 하시라고 자리를 내어드렸더니.
당귀랑 곰취가 부드러워서 좀 따왔다면서, 봉지에 담긴 나물들을 몽땅 우리에게 내여 주신다.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나누고, 혹시 나중에 산행을 함께 할 수도 있으니 연락처도 나누고... 우리가 먼저 차를 출발했다.
수지로 돌아와, 곰취와 당귀가 어울리는 제주 흑돼지집에서 연속 4주째 부속고기구이에 더덕주로 마무리.
진행이 썩 매끄럽지는 않았으나, 산행지를 선정하고 인원을 셋팅하고 마무리까지 이끌어준 후배님께 감사.
코스를 잘못 타는 바람에 더덕은 두개밖에 캐지 못하고, 결국 많이 캐신 형님께 나눔을 받는 수모(?)를 겪었지만
큰 산에서의 하루. 일주일동안 체내에 쌓였던 알콜을 말끔히 빼내고,
여름꽃이 즐비한 계곡에서 호젓한 하루를 보낼수 있었음을 감사한다.
첫댓글 짝짝짝~~~산세가 사진만으로도 험해보이던데 수고많으셨습니다. 글을 다 읽고나니 제 마음이 힐링이 되었어여. 상세하고 리얼한 산행후기 감사드려여~^^
높은 곳으로 가니까... 제법 벼랑 같은 것도 있긴 했지만, 그리 험한 산은 아니었던것 같습니다.
아침부터 땀이 물처럼 줄줄 흐르는것이... 몸에 이상이 온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였는데. 나중에 생각해 봐도 지난주 술을 너무 많이 마신탓 같습니다. ㅎㅎ
니키님 주말 잘 보내고 계시죠^^ ㅎㅎ
@구름한잔 술이 웬수라더니ㅎ~
멋진 산행 하셨네요![~](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8.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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겁게 잘 보고 갑니다![~](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8.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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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운 오후 되셔요![~](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8.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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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 늘
휴일
날이 덥다 덥다 하지만, 산만큼 시원한 곳이 없는 것 같습니다.
땀을 쫘악 빼고, 시원한 계곡에서 몸을 씻고 앉아서 솔솔 부는 바람을 맞고 있으면. 그 느낌... 참 좋죠^^
@구름한잔 크아 ~좋네여 !느낌아니까 ㅎㅎ
@구름한잔 맞어요![~](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8.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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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느낌 저도 아니까![!](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54.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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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ㅎ](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70.gif)
멋진 산행 축하합니다
자린고비님. 늘 즐거운 산행 하시기 바랍니다^^
산행후기를 처음부터 읽는데
마치 제가 산행을 하고 있는 듯한 느낌에 저절로 몰입하다보니
능선과 너덜지대 그리고 여름 야생화들과 수목들~
계곡을 오르내리는 현장감에 어느 새 산을 내려와 시원한 계곡물에 땀을 씻고 바위에 걸터 앉아 쉬고 있는 나.
미소가 절로 납니다.
덕분에 저도 좋은 산행했습니다.^^
이거 구름 한잔 님의 펜이 될 것 같은 예감~ㅋ
이전 글들도 읽어 보아야겠습니다^^
여우별은... 어디에 있는 별이죠? ㅎㅎ
산행기 즐감해 주셔서 감사드리구요.
직접 산행하시면 더 즐겁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고맙습니다^^
@구름한잔 아무래도 팬클럽을 만들어야겠어여^^
@구름한잔 산과 들에만 가면 마구 행복해지고 설랜다는~^^
저도 가까운 산과 들엔 늘 다닌답니다. 자연을 눈과 마음 그리고 사진에 담는 것도 좋아하지요. 마음자리 닮은 동무랑 함께 다니곤 했는데~ 저의 잘못으로 그 친구를 잃은 것 같아 외로운 여우별~ㅠㅠ
끝까지 읽게하는 맛갈나는 글솜씨^^
산속을 헤매며 사진 찍기는 어려운 일인데
사진까지 찍어서 더욱 실감나는 글
감사히 봤습니다
더욱 안산 풍산하시길 빕니다
전에는 사진 찍는게 참 고역이였습니다.
DSLR도 가지고 다녀봤고, 똑딱이도 장만해서 다녀보았고... 하지만 결론은 이겁니다. 폰카메라!! ㅎㅎㅎ
요즘 핸드폰 고르는 기준이. 폰카메라가 얼마나 좋은거냐? 그걸로 고르고 있습니다.
좋은날 되세요^^
@구름한잔 마자여 핸폰이 최고에유~
산행기 잘보았습니다
글을 어찌 이렇게 마깔라게쓰시는지
감사합니다
별똥대님. 지도 데이터도 나눔해 주시고, 감사드립니다.
데이터는 SD카드에 넣고 불러와 보려고 하는데 잘 안됩니다.
오룩스에 익숙해 지려면 시간이 쫌 걸릴것 같습니다.
하다하다 아니되면 도움 요청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ㅎㅎㅎ
@구름한잔 전화한번주세요
010-3732-2700
구름한잔님은 산꾼이시면서도
섬세하신 산행글과 사진을 올리심
이 예서롭지가 않으십니다
그기다가 음식솜씨까지요~ㅎ
이것 저것... 그렇지만 하나를 똑부러지게 못하는 그런 유형입니다. ㅋㅋ
음식은?? 뭔 말씀이신지? 맨 위에 사진은 종점식당에서 찍어온 음식 사진입니다. ㅋㅋㅋ
@구름한잔 아~~~
그러시군요 너무 장문에다가
글씨도 작아서 헷갈렸나봅니다~ㅎ
구름아우님..멋진곳의산행..축하드림니다~~^^ 날씨가..더워지니..산행후 알탕은 절실하지요...심.더덕..에 당귀순에곁들인 고기맛이
일품이겠네요..거기에 고본잎을 살짝얹어서
먹음..쥑여주지요...늘~멋진산행..축하드려요..
형님. 지난주 평일 산행에서 좋은 삼 구경하셨는지요?
요즘은 심산행을 가면, 얕은 곳으로 가더라도 마지막 산행을 마치는 지점은 물이 흐르는 계곡을 염두에 두고 맵을 그립니다.
그래야 하산해서 개운하게 씻고 올 수 있으니까요.
고본잎... 제가 지난번에 냄새를 맡아보니... 완전 특이한 한약스멜이 나던데... ㅋㅋㅋ 일당귀 냄새 비슷하기도 했구요. 맞나요?
그걸 쌈으로 먹어볼 생각을 하셨으니... 역시 창의성이 뛰어나신분입니다. ㅎㅎ
저도 기회가 되면 꼭 한번 맛보겠습니다.
이번 한주도 즐겁고 행복한 시간들 보내십시요^^
오늘도.멋진 산행하셨내요.
산행기 황상 즐겁게 잘보고 갑니다.
즐겁고 행복한 한주되십시요.
다음 산행기 또기다려집니다...
즐겁게 읽어주셔서 감사 드립니다.
행복한 한주 보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