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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의 글]
11) 상가의 수준은 어떻게 결정되는가?
https://blog.naver.com/sejong1207/222717591991
12) 상가의 핵심경쟁력은 과연 무엇인가?
https://blog.naver.com/sejong1207/222717592339
13) 왜 상가라고 부르는가?
https://blog.naver.com/sejong1207/222717592681
14) 상업설계의 특징은 무엇인가?
https://blog.naver.com/sejong1207/222717593027
15) 상업설계는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가?
https://blog.naver.com/sejong1207/222717593372
16) 상가의 현행 분양가는 과연 적절한가?
분양 상가의 경우 분양가가 결정하는 기준은 명료치 못하다. 사실 가격설정과 관련해서는 워낙 다양한 기법이 있다. 대부분 제품 및 시장차원의 마케팅에서 주요 전략 중 하나라 가격을 다룬다. 그리고 그 가격 책정은 원가법, 매가법, 시가법 등이 있고 이러한 기본적인 가격설정(pricing) 기법을 중심으로 다양한 변형 기법이 있다. 예를 들어 심리적인 가격설정 기법은 워낙 다양하다. 이러한 방법 중 하나가 단수가격 설정(odd pricing) 같은 것도 있다. 그리고 업종별로는 제조업과 다른 가격 설정 기법도 있다. 유통업체의 경우는 매가법의 하나로서 마크업(markup pricing)이나 계열가격 설정기법(price lining) 등 정말 다양하다.
시행시장에서 분양상품에 대한 가격 설정기법은 대부분 원가법과 시가법이 중심이 된다. 가장 기초적인 개념의 가격 개념이다. 원가에 일정 비율의 마진을 덧붙이는 방식이 많다. 가장 그럴듯한 방법 같지만 사실 원가법이 다른 가격 기법 보다 꼭 나은 것은 아니다. 원가에 마진을 붙여 가격 설정하는 방식은 원가가 기준이 되다 보니 마진율이 높게 표시된다. 그래서 유통업체는 매가법을 쓴다. 매가를 기준으로 마진을 산정한다. 예를 들어 원가가 100인데 매가를 200으로 잡을 경우 원가법 상 마진 즉, 수익율 100%이다. 반면 매가법을 쓸 경우는 마진이 50%이다. 매가가 기준이 되기 때문에 원가는 매가의 50%인 것이다. 소매업체는 매가법을 쓴다. 반면 제조업체는 대부분은 원가법을 쓴다. 이처럼 업종별로 가격설정 기법에는 차이가 있다. 그리고 이 두 방법은 모두 회계기준에 부합하는 방식이다.
시행상가의 가격은 어떻게 책정되는가? 대부분의 시행사는 원가를 기준으로 유사 물건의 시가를 고려하여 분양가를 설정한다. 그리고 마진이란 것은 밝히지 않는다. 주거 쪽은 특히 마진을 영업비밀이라고 하면서 밝히지 않는다. 상가 쪽은 주거 만큼 민감하지 않아서인지 마진을 얼마 붙였는지에 대하여 문제가 제기되지 않는다. 그래서 시행사의 분양가 설정은 기준이 없다. 그냥 느낌 상 팔릴만하다고 수준이라고 하는 것이 답이다. 여기에 소위 분양성이란 것을 검토했다는 대행사가 팔 수 있는 가격이 제시되면 대부분 그대로 수용된다. 분양가가 합리적으로 설정되었느냐가 중요한게 아니고 분양사 직원 들이 팔 수 있을만하냐가 기준이다. 분양사 직원 들은 자기한테 떨어지는 성공보수를 챙기기 위하여 그 가격에 살만한 수분양자를 찾거나 기다린다. 이러한 접근은 막말로 사기 싫은면 사지 말라는 식과 별반 다르지 않다.
시행상가의 가격은 원가와는 상관없다. 원가에 비례하여 분양가를 책정하여야 하는 그 어떠한 요구사항도 없다. 그래서 분양가에 대해 구청에 신고만 하면 된다. 사실 이러한 방식이 맞다. 집값 안정 등의 명분으로 정부가 가격설정에 간접적으로 개입하고자 하는 것 자체가 시장경제 관점에서 맞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고 시장 메카니즘에 전적으로 맡기지도 않는다. 시장 메카니즘은 수요와 공급에 의해 가격이 변화하는 것이 원칙이다. 비록 교과서적인 얘기이지만 수요가 없으면 가격은 떨어져야 하고 수요대비 공급이 부족하면 가격이 떨어져야 한다. 하지만 상가가 수요에 맞추어 가격이 변동되지는 않는다. 안 팔리면 그대로 남는 것이지 가격이 떨어지지 않는다. 할인은 가격을 떨어뜨리는게 아니다.
상품가격 식으로 설명한다면 할인과 에누리는 구분된다. 할인을 할 경우 원 판매가는 조정된다. 소위 매가인하라고 한다. 그래서 총매출 자체가 줄어든다. 반면 안 팔려서 깍아주는 것은 에누리로서 총매출은 그대로이다. 에누리해 준 만큼 순매출이 줄어든다. 그리고 줄어든 금액은 판촉비로 처리된다.
상가분양에 있어 할인은 에누리에 해당한다. 아무리 깍아주더라도 신고한 가격 그대로 해서 총매출이 잡힌다. 그래서 부가세도 총매출 기준으로 처리된다. 에누리로 처리하고 싶으면 할인가로 분양가를 조정하면 된다. 그렇게 되면 할인해 주었다고 표시하면 안 된다. 매가를 조정했으니 할인해 준 것처럼 해서 팔면 그것은 공정거래 위반이다.
상당히 다른 쪽의 내용을 빠졌지만, 별 다른 마케팅 수단이 없을 경우 가격은 주요 판매수단이다. 그리고 비싸지 않게 느끼기 위하여 갖은 방법이 동원된다. 그런 것이 마케팅인데 상가시행에 있어 가격정책은 그냥 단순 명쾌하다. 하지만 이러한 가격은 상품의 가치를 반영하지 못하는 편이다. 가치 변화에 대응하여 가격의 변화도 없다. 그 만큼 가격에 대한 유연성이 없다 보니 분양이 안 되면 그냥 체화재고 내지 문제재고처럼 남는다. 그러다가 NPL물건이 되버리면 그 때부터는 경매과정을 통해 가격이 조정되고 유찰될 때마다 10%씩 가격이 떨어지게 된다. 이 때 부터 상가 물건은 수요에 대응한다. 이 역시 제한적인 시장참여자로 인하여 왜곡되기는 하지만, 그래도 이 때부터 본격적인 가격 조정이 이루어진다고 할 수 있다.
일반적인 상가 시행에 있어 분양가 설정은 땅 값이랑 공사비가 중요하다. 그리고 나머지 운영비는 법적 요건이나 관행적 수준이 적용되어 분양가가 결정된다. 시행사는 지극히 정형화된 구조 속에서 분양가를 잡아가는데, 앞 서 말한 바와 같이 시장에서 평가되는 가치를 반영한다고 볼 수 없다.
예를 들어 상가를 만드는 곳이 상업지역이라서 땅값이 평당 5천만원 정도이고 그에 상응한 용적율을 1,000%라고 한다면 평당 부지 배분비용은 5백만원 정도된다. 여기에 상가 건축비를 평당 5백만원이라고 대충 계산하면 시행사의 운영관리비나 이자비용, 기타 기회비용 등을 넉넉하게 반영하더라도 원가는 평당 1,500만원을 넘지 않는다. 이런 상가를 평당 4천만원대에 분양한다고 치면 시행이익은 원가의 2배 가까운 이익을 취할 수 있다. 문제는 그 상가가 원가의 2배 가까운 이익을 반영할 만큼 매력적이냐에 있다. 더욱이 입지적 매력을 제외하고 어떤 부분에서 원가의 2배를 책정할 수 있느냐이다. 하지만 시행 관점에서의 가격은 원가가 얼마들든 상관없다. 원가와 상관없이 지역 시세를 기준으로 분양가를 잡는다.
대부분의 물건에서 시세를 기준으로 하면 높은 수익이 가능하다. 그리고 이는 엄청난 폭리일 경우도 많다. 하지만 폭리를 감추기 위하여 주거 쪽 수익과 합쳐서 수지를 분석한다. 그런데 실제 상가 쪽에서 이익을 상당 부분 커버해 주질 않을 경우 주거는 적자일 경우가 많다. 100% 분양이 되는 상황에서도 주거 쪽은 수익이 안 나오는 건들이 많다. 필자가 자문하였던 주복 프로젝트 들의 반은 주거 쪽이 안 나오는데 시공사의 공사규모를 맞추어주기 위해 오히려 그 규모를 키우는 경우도 있었다. 이러한 물건의 경우 100% 분양되기까지의 이자 부담분 같은 것을 고려하면 주거는 적자, 상가는 엄청 흑자, 그래서 이를 합치면 어느 정도 수익율이 나오는 것이다.
만약 다른 업종의 대기업 들처럼 구분회계라는 것을 적용할 경우 주상복합으로 개발하는 물건 중에는 수지 측면에서는 주거는 하지 말아야 하거나 반대로 상가는 하지 말아야 하는데, 시행 시에는 이렇게 분리해서 생각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일단 주거는 수익이 되든 안 되든 진행하고 상가를 선택적으로 진행한다. 그런데 상가 역시 적정규모 개념이 없다. 이 역시 습관적으로 층을 구성한다. 여기에는 MD 뿐만 아니라 수지 측면에서도 깊이 고려하지 않는 경우도 많이 본다.
건축사가 용적율이나 건폐율에 맞추어 그려진 도면 그 이상이나 이하도 아닌 경우가 많다. 실제 상가규모의 조정은 구성가능한 주차댓수로 결정된다. 법정 주차 댓수를 맞추기 위하여 지하를 깊이 파거나, 인근에 대체 주차장 부지를 확보하는 방식을 쓰는데, 이렇게 진행되는 과정에서 건축계획이나 MD 그리고 수지분석이 따로 따로 노는 경우도 자주 보겐 된다.
일반적으로 가격 책정에 있어 안 팔리는 것 즉, 재고부담을 원가 대비 높은 가격을 책정한다. 이는 제조업이나 건축업 공통이다. 가장 손 쉬운 예로 의류를 든다면, 보통 원가의 3배~4배 정도 수준에서 판매가를 잡는다. 안 팔리는 재고에 대한 것과 행사 등 할인율을 고려하여 높게 가격을 책정(mark-up)하는 것이다. 원가의 4배 정도를 매가를 책정할 경우 시즌 판매진도율은 60%대 미만이라 할 수 있다. 판매 진도율 70%~80%가 될 경우 원가에 3배 이하로 붙이게 된다. 즉, 할인을 하든 뭐를 하든 만들어진 것의 70%정도를 팔아 치울 수 있다면 공급가는 원가의 3배 미만 내지 200%의 마진을 적용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생각하면 예시된 상가의 분양가는 시즌 판매진도율에 준하는 개념으로 분양율 70% 이상, 판매된 것의 반 이상은 평균 30% 이상 할인해 주고 판매처에 유통마진 30%정도를 확보해 주는 인기의류 제품과 비슷한 수준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분양상가의 가치가 유행을 타는 인기의류의 생산 및 판매 만큼 가치창출에 들인 노력과 비용을 기반으로 했는지 비교해 보면 그렇지 못하다. 한마디로 시행상가의 경우 대부분 투입노력 및 비용에 비해 그 가격이 엄청나게 뻥튀기 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렇게 해야만 주거나 오피스 등에서 안 팔리거나 회사보유분으로 장기간 가지고 가야 하는 일종의 재고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것이다.
분양가를 포함하여 가격의 원칙은 가치를 반영하여야 한다. 이를 가격기법에서는 밸류 프라이싱(value pricing)이다. 이러한 가치를 구현하기 위하여 원가를 줄이는 것이 장사하는 쪽의 기본이다. 예를 들어 세계 최대기업이라는 월마트의 표어는 상시저가(EDP 또는 EDLP : Everyday Low Price)이다. 그리고 이를 구현하기 위하여 소위 저코스트 점포만들기와 저코스트 운영(Low Cost Operation)이란 기법을 기반으로 2000년대 전후 전 산업을 망라한 세계 최대기업으로 성장하였다.
성공적인 가격정책은 가치에 부응하여 가격을 책정하는 것이다. 그리고 안 팔린다고 하면 그 만큼 가치가 떨어졌다고 보고 가격을 조정하는 것이 비즈니스의 원칙이다. 상가시행의 문제점은 가치에 부응하여 가격을 책정하지 못하고, 시장환경(지역 분양시장이나 임대시장)이 변화하고 있음에도 가격 탄력성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상가시행은 마케팅의 기본도 안 되어 있고, 머천다이징의 세심함도 부족한 물건이 되는 경우가 많다. 그 결과가 미분양, 미임대 상가이고, 그러한 상가 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공간만들기와 장사가 제대로 되는 동시에 지역주민이 지지할 수 있는 운영을 접목하여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상응하는 노력 즉, 가치창출 노력이 상대적으로 적은 상태에서 이해 관계자(금융사나 시공사, 대행사 등)의 이익도 보장하면서 시행사의 안정적으로 수익을 확보하겠다는 것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수익에 상응하여 그 만큼 노력을 했어야 하는데, 모른다고 또는 귀찮다고 대충 대충대충(시행사는 결코 그렇게 생각하지 않겠지만^^) 넘어가면서 수익을 기대한다는 것은 팔릴만한 상가 만들기 차원에서 볼 때 문제가 있다는 것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다.
17) 상가가 상가답기 위해서는 어떤 부분을 중시하여야 하는가?
사실 100평짜리 매장만들기랑 1만평짜리 대형상가 만들기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1만평짜리 대형상가는 100평짜리 매장 100개를 묶어놓은 것이 아니다. 100평 짜리 10개의 복잡도는 100평짜리 100개의 복잡도의 10분의 1이 아니기 때문이다. 1만평 상업공간은 100평짜리 상가10개 만드는 것의 10배가 아니라 100배 이상 고려할 요소가 많다. 그런데 100평짜리 만드는데 요구되는 것만 고려하여 풀빵 찍듯이 하여 100개를 묶어놓으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대형상가의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기도 하다.
근생상가 개발의 문제는 100평 짜리 10개의 매장을 만들 듯이 100개 매장을 만들기 때문이다. 소규모로 시설을 전개하는 근생은 근린생활 편의에 대응한다는 관점에서 부가적 요소의 고려가 필요하지 않다. 근생시설은 10개든 100개든 모두 따로 따로 지역주민의 근린생활 편의에 대응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들이 모여 있든 흩어져 있든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하지만 근린생활 편의가 아니라 좀 떨어진 곳에서 찾아오게 하려면 상품(식음 등 서비스 시설을 포함하여) 외적인 요소도 중요하다. 그리고 나름 멀리서 찾아오는데 있어 접근편의도 있어야 하고 시간도 보낼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좀 멀리서라도 찾아올 만한 시설은 근린편의시설과 차이가 있는 것이다.
멀리서 찾아올 때 그 거리에 따라 구비하여야 할 시설의 성격도 다르다. 그래서 시설이나 상권을 근린형, 지구형, 지역형, 광역형으로 구분하는 것이다. 뒤쪽으로 갈 수록 시설서비스도 고도화되어야 한다. 특히 상권 범위(catchment area)를 넓힐 수 있는 조건을 구비하여야 하는데 이러한 시설은 수익적인 분양이나 임대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시행사 들이 사전에 고려하지 못하는 편이다.
대규모상업공간의 특성을 띠는 대형상가는 그러한 점에서 중소규모의 근생상가와 당연히 달라야 한다. 대형상가는 근린편의에 대응하는게 아니라 좀더 넓은 지역수요에 대응하는데, 그 수요가 일용품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닌 것이다. 그렇지만 시행사는 일용품(편의품)이나 선매품, 전문품의 차이를 잘 모른다. 뭐가 되었든 그냥 채워질 수 있다면 된다고 생각하는데 입점 대상업체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용품(convenience goods) 중심으로 매장을 전개할 경우 근생상가는 큰 문제가 없다. 하지만 소위 선매품(shopping goods) 내지 브랜드 상품으로 상가를 구성하고자 할 경우는 편의성(convenience)이 아닌 쇼핑할만한 공간으로 구성되어야 하는데, 쇼핑을 즐기지 않는 시행사나 건축사에게 쇼핑할만한 공간이 어떠해야 하는지는 알 수 없다. 설사 누구한테 들어 이해할 수 있다고 하여 그것이 체득화되는 단계에는 미치지 못한다.
감성적인 측면까지도 고려하여야 하는 쇼핑공간에 대해 감성이 부족한 사람 들이 그 공간을 만들 경우 그 공간을 직접 사용하는 사람 들로부터 인정받기는 사실 쉽지 않다. 사실 감성적 공간을 예시적으로 말하는 것일 뿐, 상가시행사나 상업설계 쪽의 문제는 이 보다도 더 심각할 수 있다. 이는 감성이 부족한 공간에 대하여 엔지니어링 내지 법적 요건, 비용 및 수익 등의 측면에서 공간을 바라보고 그 공간 만들 때, 그 공간에서 쇼핑을 즐기고자 하는 시설이용객 내지 지역주민은 부차적이 된다. 그리고 이는 이러한 시설이용객을 대상으로 그 곳에서 영업을 할지 말지를 고려하는 장사꾼에게 만족스러운 공간이 될 수 없는 것이다. 이러한 요인이 바로 근생시설로 지어진 상가의 한계가 되는 것이다.
사실 매장 1개도 직접 채우지 못하는 시행사에게 매장 100개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대행사를 쓰면 해결될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100개를 채우는게 무리라고 생각하면 매장수를 줄이지 100개 매장을 구성할 수 있도록 솔루션을 찾지는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형상가는 100개의 상가를 유기적으로 연계하여 효과를 낼 수 있는 그 무언가가 전제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 무언가가 바로 공간이고, 그 공간을 잘 디자인해서 시공으로 넘길 수 있도록 설계가 되어져야 하는 것이다.
근린형이 아닌 지역형 상업공간의 핵심은 들어온 단위 매장 들간의 상호작용에 의해 형성될 수 있는 시너지 효과를 생각하여야 한다. 매장이 늘어날 경우 늘어난 매장 을 채우는데 있어 어려움을 먼저 생각할 경우 매장의 시너지 효과는 고려하기 어렵다. 이러한 시행사는 유치의 어려움을 넘기고자 역량있는 MD대행사를 활용하여 그 많은 매장을 채우려 하지만 실제 지역형 시설은 대행사의 말빨로 MD유치가 이루어지기 어렵다. 지역형 상업시설의 경우 들어오는 업체가 그렇게 단순하지 않기 때문이다.
많은 수의 시설이 종합, 집약, 집적될 때에 요구되는 것이 바로 이들이 통합되어 표현되는 실체적 성격 즉, 아이덴티티이다. 대규모 상업시설의 개발기법에는 아이덴티티가 그 중심에 있다. 소위 시설 이미지는 아이덴티티에 대하여 소비자가 받아들이는 상(그림)이다. 개발측면에서 수많은 컨셉 즉, 점포컨셉, 플로어컨셉, MD컨셉, 운영컨셉 등은 아이덴티티를 만들기 위한 작업에 해당한다. 시설개발에서는 다양한 컨셉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작업을 컨셉웍(concept work)이라고 이러한 컨셉은 공통된 테마로 이질적인 요소를 연계한다.
이러한 작업 들을 씸웍(theme work)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머천다이징 차원에서는 테마 머천다이징(theme merchandising)이라고 한다. 테마웍에 다루어지는 테마는 공간 차원에서는 모티브(motif)에 대응하여 구체화된다. 디자인에서 중시하는 형(shape), 소재(textile), 색상(color) 등을 대상으로 이미지로 연계되도록 하는데, 이러한 작업에 대해 머천다이징에서는 소재기획, 색채기획 등으로 표현한다. 그리고 광고판촉 등 마케팅 영역에서는 배안(layout), 도안(graphic), 문안(copyright)이라는 또 다른 기술적 영역과 연계된다.
앞서 언급된 내용은 상당히 전문적이고 기술적 영역이다. 머천다이징은 이러한 전문적 영역을 코디네이션(coordination)하거나 통제(control)한다. 이러한 전문기능이 다른 부서(다른 조직)이나 외부일 경우에는 직접적 통제보다는 조율(orchestration)하는데, 왜 머천다이징이 단순하지 않은지 유추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대규모상업시설 개발에서는 MD가 디자인이나 설계를 통제하나 조율하는 것이다. 그래서 디자이너나 설계사의 취향과 변덕에서 공간을 분리하여 사업목적으로 이끌도록 하는 것이다. 이러한 부분이 체계화되어 있는 영역이 바로 의류 중심의 패션 분야이고, 소매(대규모소매점포) 영역이다.
필자가 언급하는 상가개발 기법은 의류와 같은 MD가 중심이 되는 대규모 소매점포에서의 신규점포 출점 내지 개발기법을 기준으로 설명한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일반 적인 시행 관점에서는 쌩뚱 맞게 보일 수도 있는 주장이지만, 상가가 처한 MD나 공간적인 문제는 이러한 관점에서 개발된 기법을 통하여 해결해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바로 필자의 주장이다.
하지만 이는 상당 부분이 대규모 상업공간을 개발하는 유통대기업의 기법 내지 필자가 해왔던 개발 업무를 기준으로 한다는 점에서 필자의 개인적 관점에 불과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은 글쓰는 사람 마음대로라서^^ 읽는 사람이 생각하기에 잘 안 맞는 것 같다면 그냥 넘어가도 될 것이라고 보이는데, 이는 무엇보다 머천다이징이나 디자인(설계), 운영 등은 실무적(low level) 내용이기 때문에 비즈니스 차원(high level)에서는 무시해도 될 수 있는 것이기기 때문이다.
사실 시행과 같은 비즈니스는 자칭 전문가들이 지극히 기술적인 내용을 가지고 목소리 높이는 영역이 아니라 사업을 하는 쪽의 영역이라 할 수 있다. 시행사 등 생각하고 있는 비즈니스에 안 맞는다고 생각하면 맞는 것 같은 실천적 방법을 찾아 접목하면 되는 것이지, 잘 모르거나 동의하지 않는 내용을 억지로 이해해 가면서까지 접목할 필요는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냥 필자는 이렇게 하는 것이 맞다는 정도로 생각하고 있나보다 하고 넘어가셔도 될 듯한...^^
18) 상가개발에 있어 공급자관점과 수요자 관점은 어떠한 차이가 있는가?
상가가 비록 옥외가 아닌 옥내에서 동선을 중심으로 많은 단위 매장(상점)이 구성될 때 관점은 매장을 만들어 분양하는 쪽 관점에서가 아니라 그 공간에 들어와서 물건이나 서비스를 구매하는 이용객 관점에 맞추어져야 한다. 그 많은 매장이 유기적으로 연결시키는 그 무언가라는 것이 바로 이용객 관점이라 할 수 있다.
설계에 앞서 이루어지는 공간디자인은 바로 이용객 관점에서 공간을 제안하는 것이다. 설계라는 것은 태생적으로 고객관점이란게 부족하다. 설계 단계에서 건축사가 고려하는 고객은 시설 개발 후 이용객이 아니라 설계비를 주는 시행사가 고객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건축사가 이용객을 고려한 설계를 하고 싶어도 건축주인 시행사가 거부하면 반영되기 어려운 것이다.
주거공간은 그 나마 나름의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주거공간은 시행사 쪽이든 건축사 쪽이든 기본에 대해서는 관점이 같다. 아주 기술적인 부분에서만 차이가 있을 뿐인데, 그 차이 역시 건축사의 주장이 잘 먹힐 수 있는 부분이 많아 큰 문제가 되지 않는 것 뿐이다. 그러나 상업공간은 좀 다르다. 한마디로 건축사도 잘 모르고 시행사도 잘 모르는 영역이 많다. 하지만 그래도 목소리가 좀더 큰 쪽은 도면을 그린 건축사이다.
건축사는 도면이라고 하는 일종의 논리의 프레임을 선점하여 시행사를 설득하기 때문에 실질적인 상가의 형태를 결정한다. 건축주가 시행사로서 아무리 목소리를 높인다고 하더라도 실제 영향을 끼치는 것은 크지 않은 편이다. 문제가 되는 것은 상업공간을 잘 모르는 건축사가 어설픈 프레임을 던져 이상한 공간형태 쪽으로 의사결정이 이루어질 때이다. 그리고 그 관점에 있어 실질적인 수요자인 입점업체나 시설이용객의 니즈를 선취하여 반영하지 못한 경우이다.
상업공간을 대상으로 이루어지는 일반적인 설계의 한계는 이용객에 대한 고려가 너무 단순하게 또는 소홀하게 반영하고 있고, 그에 따른 문제점을 인식하지 못한 상태에서 지어지고 그 상태에서 분양이 진행된다는 점이라 할 수 있다. 아마도 건축사 들이 공대에서 설계를 배웠기 때문인지 공학적이지 미학적이거나 상업적이지 않다.
읽는 이에게는 불편한 얘기가 될 지 모르겠지만....필자가 현업에서 수 많은 건축사를 만나면서 느꼈던 한계가 바로 이런 것이었다. 좀 과장한다면 필자가 만나왔던 많은 건축사들이 상업공간에 있어서는 너무 아마츄어였다는 점이었다. 그런데도 이들이 전문가인 것처럼 목소리를 높이는 경우인데, 반은 자존심 상해서 그런 경우도 있지만 더 많은 쪽이 정말 자기가 그 누구보다 상업공간을 잘 안다고 자신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점이다. 막말로 해외 유명 상업시설 3천군데를 넘게 방문하여 10만장의 사진을 찍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여 주장하는 쪽(store planner)와 중소규모 상가 열 몇 개 정도 그려 본 사람이 같을 수는 없는 것이다.
뭐 혹자는 말한다. 상업공간이란게 뭐 그리 대단한 것이라고 이렇게 광을 파냐고. 실제로도 그리 대단한 것이 있는 것도 아닐 수 있다. 대형상가가 근생상가의 확대판이라고 본다면 대단할 것도 없다. 하지만 사람 들이 잘 모르는, 고급백화점과 같은 것을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뭔가 조금은 다른게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들어야 한다. 만약 그 차이도 못 느낀다고 한다면 그건 공간에 대한 해석력이 없다고 보는것이 맞기 때문이다. 물론 그 차이가 정확히는 뭔지 모르겠다고 생각하는 것도 이상하지 않겠지만 백화점과 같은 고급의 대규모 상업공간이 상가와는 뭔가 다른 것이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접근하는 것이 바른 자세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되는 것이다.
필자의 글은 백화점과 같이 너도 나도 들어와서 장사해 봤으면 좋겠다고 하는 공간을 기준으로 얘기하는 것이다. 백화점이 대단해서가 아니라 상업공간의 매력도에 있어 최고봉은 아직은 백화점이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테리어까지 고려한다면 그 최고봉은 압구정 로데오 거리 같은 곳에 있는 곳일 수도 있다.
상가를 만들 때 최고봉으로 평가될 수 있을 만큼 고급스럽게 만들자는 것이 아니다. 백화점과 같이 지지받고 선호되는 매력 넘치는 공간으로 만들어져야 경쟁력이 있다는 것이고, 그러한 수준에서 분양이 이루어질 수 있다면 짧은 시간 내 완판 내지 100% 임대도 가능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핵심은 누구나가 인정할 수 있는 매력있는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고, 그 비용 비싸게 받아내어 충당할 수 있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상가를 포함한 상업공간은 그저 비용 줄여서 싸게 만들어 파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팔릴만하게 만드는게 먼저, 그 다음 고려할 사항이 비용이지, 가격이나 비용(공사비) 먼저 생각하고 난 다음 상가의 품질을 생각할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수요자 관점에서의 상가개발인 것이다.
필자가 MD쪽을 자문하거나 대행할 때의 원칙은 단순했다. 팔릴만한 것을 대상으로 한다는 것이지, 팔릴 수준이 안 되는 것을 억지로 팔아치우는 식으로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팔릴만한 것은 누구나 팔 수 있다고 생각한다. 비싼 수수료를 주는 이유는 바로 팔리기 어려운 것을 팔아주기 때문에 준다고들 생각한다. 그래서 분양가의 10%의 분양수수료와 분양가의 3%까지 가는 MD수수료가 있는거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필자는 이러한 관점에서 동의하지 않았기 때문에 팔릴 가능성이 없다고 볼 경우 수주를 하지 않았다. 그럴 경우 MD유치 대행보다는 팔릴만한 상가 만들기 차원에서 건축디자인과 연계된 MD 및 운영 쪽으로 컨설팅이나 자문을 진행하였다. 이러한 과정이 반복되면서 수주기회도 많이 놓쳤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보면 MD까지는 가지도 못하고 대규모 상업공간의 디자인을 중심으로 하는 마스터플랜 수립 쪽으로 업무 성격이 바뀌게 되었다. 그래서 지금은 어떤 업무영역이 주력인지도 모호해 지기까지 했는데, 이 모든 것이 MD업무의 전제가 되는 공간 상의 문제 해결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해결의 핵심이 바로 수요자 관점(시설이용객이나 수분양자)에서의 공간만들기라는 것이었다.
백화점과 같은 매력적 공간을 대기업도 아닌 중소규모의 시행사들이 만들어낼 수 있느냐에 대해 의구심은 당연한 것이겠지만, 백화점이나 쇼핑센터 등을 만들어 온(기획 등을 총괄했다고 해서 만들었다고 말하는 것이 다소 어폐가 있기는 하지만...) 기준으로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보기 때문에 이를 기준으로 근생상가를 평가하는 것이다. 확실한 것은 백화점은 대기업과 같이 자금과 조직이 빵빵한 곳에서만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정말 잘못된 것이라고 얘기할 수 있다는 정도?
팔릴만한 상업공간을 만드는데 있어 문제는 그 기술적 요인에 있는 것이 아니라 쇼핑이란 것을 별로 해보지않는 시행사 인력이 브랜드 매장으로 구성된 상가가 되도록 하겠다며 분양할 경우, 백화점 같은 곳에서 쇼핑을 즐기는 동네 아줌마의 눈높이에는 맞추기 어렵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용객의 눈높이에 못미치는 매장은 상응하는 수준의 MD를 유치하기 어렵고, 이렇게 될 경우 결국은 저조한 분양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보는 것이다.
아마 이러한 글에 대해서도 뭐가 문제가 된다고 하는거지 하는 분도 일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필자의 글이 반복적이고 그래서 장황한 면도 있겠지만...보다 간단히 표현하면 상가의 경우 공급자(시행사)와 수요자(지역주민이나 입점임차자) 간의 간극이 너무 큰 편인데, 이 부분을 시행사 들이 손쉽게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듯 하다는 얘기이다.
상업공간이 뭐 그리 대단하다고 오피스나 주거 시설에 비해 공급자와 수요자 간의 간극이 크다고 얘기하냐고 하지만 필자의 주관적 관점에 불과할지 모르겠지만 시행시장에서 다루어지는 대규모상가에 있어 공급자와 수요자 간의 간극이 너무 넓다는 것이다.
19) MD블록조닝이 왜 중요한가?
상가라는 상품을 만들어 팔기 어려워 지는 것은 시행사가 이러한 간극 즉, 시설공급자로서 시행사와 시설수요자로서 입점업체 간의 간극을 사전에 인지하여 이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을 적극적으로 접목시키지 못하기 때문으로 본다. 상가 내지 매장이 매장다우려면 일차적으로 장식적 요소(인테리어 및 익스테리어)도 중요하다. 이는 취급하는 상품이나 서비스의 일차적 확장 범위가 바로 장식적 요소이기 때문이다. 흔히 장이론(field theory ; Gestalt)에서 말하는 것처럼 확장된 제품개념(augmented product)이 바로 인테리어적 요소이기 때문에 이 부분이 고려되어 매장만들기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최소한 향후 어떠한 상품이 들어올지 그 특성에 대응하여 공간을 구획하여야 하는게 그것이 매장만들기에 있어 MD블록조닝(Block-zonning)이다.
상업공간의 특징은 공간이 위계적으로 구분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공간이 위계적으로 구분되어야 전개되는 업체나 상품을 그룹화하고, 각 그룹에 맞게 운영도 이루어지게 된다. 그 운영 역시 조직적 위계가 연결된다. 상업공간의 위계는 '월드(world) - 존(zone) - 블록(block) - 유닛(unit)'으로 이루어진다. 이에 상응하여 상품이나 업종은 '대분류-중분류-소분류-세분류-세세분류'로 나누어진다. 그리고 이러한 위계에 대응하여 상품조직이나 운영조직이 구분된다. 즉 '전사-본부-팀-파트-담당'과 같은 것이다. 이렇게 공간위계와 상품위계(임대일 경우는 업종 분류) 그리고 조직위계가 매핑하여 관리하는 것이 바로 소매운영이다.
상가개발에 있어 공간기획의 주요 고려 요소는 공간위계와 상품위계, 조직위계를 맞추는 것이다. 관리를 한다는 것은 바로 기준에 맞추어 어긋나는 것을 조정하는 것이지 그 때 그 때 판단하여 진행하는 것이 아니다. 시행에 있어서도 초기 기획에서 분양 그리고 미분양된 회사보유분을 중심으로 한 운영에 이르기까지 모든 관리 요소는 체계화되어 대응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공간에 대한 조정은 상품이나 운영이라는 창을 통하여 조정되는 것이다. 그래서 설계는 MD나 운영적 특성에 대응하도록 하여야 팔릴만한 상업공간이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MD나 운영 역시 바로 고객 중심의 마케팅 관점에서 그 기준이 제시되는 것이다.
공간을 MD 즉, 상품이나 운영과 연계함에 있어 위계적으로 맞추어 관리할 경우 유연성이 떨어진다. 공간의 형태가 변화가 상품과 운영이 변화는 피할 수 없기 때문에 기존의 위계 체계에서 변형된 구조가 필요한데, 그것을 가리켜 구색(assortment)라고 한다. 흔히 유통업체에서 말하는 구색은 점포구색(store assortment)로 공간이나 시간적 특성에 대응하여 기존 정형화된 분류(classification)체계에서 대응하기 어려운 것을 재편성하는 것을 말한다.
상업공간에서 공간의 전개 형태는 상당 부분 정리되어 있다. 수십년 아니 백년이 넘는 기간 근대적 상업시설이 발전하면서 엄청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어떠한 전개형태가 바람직한지는 공개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실제 점포를 개발하면 기 개발된 형태 중 자사에 적합한 것을 채택하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장사의 영역은 창의의 영역이 아니라 관행의 영역이다.
아무리 그럴 듯해도 시장에서 검증되지 않은 방법은 채택하기 어렵다. 시장검증이 이루어지지 않은 매장전개 형태는 대형유통업체나 할 법한 것이지 중소업체는 엄두를 내기 어렵다. 그런 점에서 중소업체는 다른 업체가 검증한 매장전개 형태를 스터디 하여 맞을 만한 것을 도입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그러한 것의 도입에 있어 장점은 취하고 단점 내지 문제점을 보완하는 방법을 취하는 것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MD블로조닝이란 것이 바로 대규모 공간전개에서 있어 검증된 기법에 해당한다. 대규모 공간을 적절하게 구획하여 여기에 적절한 MD 즉, 상품이나 서비스 운영을 연계하여 전체 공간을 최적화하는 것이다. 개별 업체는 유닛에 해당한다. 인테리어 에서는 상품이 놓이는 집기를 유닛이라고 하여 더 세분화하여 다루기도 하는데, 핵심은 구획된 공간 단위로 기획이 이루어지고, 이를 통하여 공간, 상품, 운영 등이 조화를 이루도록 하고, 전체적으로는 개별 MD가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작업은 글로 충분히 설명할 정도로 논리적인 것이 아니라 감각적 부분이 작용한다. 그래서 많은 MD들이 나름의 뛰어난 공간감각을 전제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대규모상업공간에서 매장 레이아웃(layout)에 있어 조닝계획(zoning)이 중요한 이유는 각 존(zone)별로 적합한 상품군이 전개될 수 있도록 공간을 그룹화하고 이를 건축설계에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상품존은 입점업체 내지 개별MD의 시너지 효과를 내는 기반이다. 그리고 그 시너지 효과는 입점객이 찾아오게 하거나 몰리게 하는 요인이다. 분양이 되는 상가는 MD 그 자체 보다는 사람 들이 몰릴 수 있느냐가 중요한데, 대규모 상업공간에서 존이 그 역할을 수행한다. 그리고 이러한 것을 중점적으로 다루는 머천다이징 기법은 존 머천다이징(zone merchandising)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상가의 공간적 문제는 상품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이루어질 경우 나올 수 있다. 상품을 고려하지 않을 경우 공간을 특징별로 구획할 필요도 없다. 그러다 보면 들어오는 업체 들이 자기 비용으로 자기 상품에 적합하게 공간을 꾸며야 한다. 이렇게 접근할 경우 이들 공간은 모두 따로 따로 놀게 되면서 공간의 전체적 특성이 안 보이게 된다. 즉, 컨셉같은 것이 보이지 않게 된다는 점이다.
그리고 입점업체 입장에서 보면 서로 비슷비슷하거나 보완되는 상품으로 해서 시너지 효과를 내어야 하는데, 옆에 있는 매장 들이 자기 영업에는 전혀 도움이 안 되는 상황이다. 들어온 업체 들이 모두 각자도생하는 그러한 공간은 장사하는 공간으로서 매력도가 크게 떨어진다. 결국 분양가나 임대가가 싸고 안 싸고 문제가 아니라 장사가 제대로 될 만큼 자기 매장 쪽으로 고객이 몰리거냐 안 몰릴거냐의 문제가 되는 것이다. 근린 지역에서의 지역주민의 생활편의에 대응한다는 컨셉에서는 별 중요한 얘기가 아니다. 근생MD는 편의성이라는 낮은 수준의 목적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별 다른 노력이 요구되지 않는다.
20) 왜 건축구조에 대한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하는가?
대규모상가의 문제점은 MD 레이아웃이나 블록조닝 상의 문제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건축에서 다루어지지 않는 이러한 부분은 대수선이나 인테리어 등을 통하여 보완할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보완된 공간이라고 하더라도 여전히 문제가 남는데, 그런 부분이 건축구조와 많이 연결된다.
시행사를 포함하여 사람 들에게 익숙한 상가는 우리 나라 만의 독특한 형태이다. 특히 비정상적인 부동산 투기 붐으로 효율을 최대화 올린 건축형태로 세계 그 어디를 찾아봐도 없는 독특한 형태이다. 아마 좀 비슷한 곳을 찾는다면 일본 정도이다. 일본에서 우리와 비슷한 상가형태를 찾아볼 수 있다고 해서 우리 나라 상가 형태가 정상적 내지 일반적이라고 할 수 없다.
상업공간 측면에서 우리 나라의 대부분 상가는 그 기본 요건을 갖추고 있지 못하다. 기본적으로 동선개념도 취약하고 매장의 배치 형태도 적절치 못하다. 문제는 건축사 들 역시 상업공간에 대한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나름 공모사업 같은 쪽에 참여한 건축사 들은 다양한 형태의 상업공간을 도록을 통해 접하기도 한다. 그리고 이를 기준으로 보기에 멋있는 공간을 제시한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볼 때 상업공간에 대한 구성력이나 해석력은 많이 떨어진다. 어떤 점에서는 상업공간에 특화된 구성력이 뭔지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필자의 경우 대기업에서 개발업무를 담당할 때 소위 국내 10대 건축사무소의 건축사들과 일을 해온 편이다. 그리고 그들에게 디자인을 제공하거나 도면에 대해 조언을 하는데, 거의 모든 설계사무소가 상업설계에 대한 전문성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해외 유명 상업건축물을 직접 방문하여 본 경우가 많지 않다. 멋있게 찍은 사진을 참고하여 도면 등으로 제시되는 공간을 보면 그 수준을 알 수 있다.
자랑같지만 필자는 미국 쇼핑센터만 700군데, 전 세계적으로는 1천군데의 쇼핑센터를 방문하고 사진만 10만장을 찍었다. 일반 상업시설을 얘기하면 3천 곳이 넘는 해외 선진사례를 직접 방문하여 분석하기도 하였다. 여기에는 다양한 형태의 쇼핑센터에서 백화점, 전문대점, 할인점, 수퍼스토어 등 거의 모든 업태의 매장을 포함하는데, 이러한 선진사례의 연구분석 목적은 MD적 특성에 대응하여 설계에 반영하기 위한 것이었다. 즉, 상업공간을 잘 모르는 설계사에게 설계사양(owner's requirements)을 제시하기 위해서였다.
이 모든 것이 당시 근무했던 회사돈으로 그렇게 돌아다닐 수 있었는데 어찌 보면 그 역할은 산업 스파이나 다름이 없었다. 그렇게 해서 해외 쪽 정보를 수집하여 시설개발에 반영하였다. 그러한 노력의 결과를 통하여 신세계나 삼성물산(유통부문), LG유통 및 GS리테일 등에서 개발한 시설(백화점, 전문점, 할인점, 쇼핑센터 등)에 반영할 수 있었던 것이다.
또한 필자가 유통대기업에 근무할 때 대규모 상업공간에 대한 설계를 국내에 맡겨 본 적이 별로 없다. 신세계나 삼성물산에서 근무할 때는 솜(SOM)이나 비놀리(Vinoly), GS에서 근무할 때는 캘리슨(Callison's) 등 해외 쪽에 디자인을 맡겼던 이유가 국내 설계사무소 쪽의 디자인 역량 때문이었다. 기본적으로 그룹의 오우너 들이 국내 설계선을 인정하지 않아서도 있지만, 실무적으로도 국내 업체는 해외업체에 수준 차이가 있었다. 어찌보면 사대주의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국내 설계사무소가 대형 상업공간 설계를 맡기 시작한 것은 아마도 2000년대 이후라 할 수 있다. 그것도 백화점 때문이 아니라 저코스트 점포만들기가 중시되었던 대형마트 설계 단계에서부터이다. 필자가 국내 설계업체와 함께 작업하였던 것이 대전민자역사 공모사업에서는 삼우와 의정부 민자역사 때는 해안 정도 였는데 그 것이 그들 업체에서는 처음으로 하는 대규모사업공간 설계였다. 그 시기 90% 이상은 모두 해외에 맡겨왔던 이유는 그 만큼 국내 설계 쪽이 대형상업공간에 대한 전문성이 떨어져서 였었기 때문이다.
그 만큼 국내 상업설계가 발전할 토양이 되지 못하였다. 2000년대 들면서 국내 설계업체 들이 대규모상가 설계가 많이 이루어졌다. 하지만 설계 쪽의 경험부족으로 인하여 현재 우리가 쉽게 볼 수 있는 전형적인 우리 나라 특유의 대형상가 건물이 나타나게 된 것이다. 겉 보기에만 그럴 듯하고 내부에 들어가면 상업공간으로서 깊이가 떨어지는 그런 건들인데, 설계를 했던 당사자는 그 문제를 잘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애꾸눈 나라에서 두 눈이 비정상으로 보인다고 하는데, 상가시행 영역에서 그러한 것을 볼 수 있다. 경험이나 전문성이 부족하여 편법으로 만들어진 시설들이 시황을 잘 만나 성공적이라 평가되면 그 다음부터는 너도 그대로 본떠 일종의 사실상 표준(de facto standard)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리고 그 시설에 적합한 운영방식도 거의 표준적인 상관행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그러면서 나름의 방법론으로 정착되는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토마스쿤(Thomas Samuel Kuhn)이 쓴 책으로 '과학혁명의 구조'라는 책이 있다. 여기에서 처음으로 패러다임이라는 용어가 등장한다. 기존과학 내지 기존 방법론이 한계가 맞을 때 새로운 패러다임이 등장하고 이를 기반으로 신과학 즉, 새로운 방법론이 정착된다는 뭐 그러한 내용인데...상가시행의 어려움에서 기존 방법론, 기존 패러다임의 한계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존 방법론 즉, 기존의 상가시행 방법으로 는 어렵기 때문에 새로운 패러다임에서 새로운 방법론을 접목하는 것이 어떨까 하는 것이 바로 이 글들의 목적이기도 하다.
사회과학 영역에서 새로운 방법론은 기본적 대립경쟁가설(rivalry competitive hypothesis)을 통하여 검증과 반증을 통해 이론화된다. 새로운 상가시행 방법도 마찬가지로 새로운 방법은 새로운 가설을 기반으로 하는데 그것은 기존의 방법론과 대립적인 것이 효과적이다. 그래서 기존 상가시행방법론과 대립되는 또 다른 방법론으로 유통대기업의 시설개발 기법을 소개하는 것이다. 글을 쓰다 보니 기존방법론을 과도하게 폄하고, 새로운 방법론은 그 이상으로 과장하는 것일 수도 있다. 원래 글이라는게 선택적 편향이 있기 때문이다. 이 역시 감안하고 읽었으면 하는데...
필자가 예시된 대기업의 시설개발기법(점포개발기법)이 중소 시행사들이 중심이 되는 시행시장에서 통용될만한 것인지는 검증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들이 많다. 비록 필자의 주장에 있어 그러한 한계는 있겠지만 이 글들의 목적은 새로운 방법을 통하여 현재 상가시행 방법론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도록 시도해 볼 가치가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다음 글]
21) Form follows function vs. Strategy follows structure
https://blog.naver.com/sejong1207/222717595718
22) 국내 상업설계 수준은 어떠한가?
https://blog.naver.com/sejong1207/222717596002
23) 상업공간에도 격(格)이 있는가
https://blog.naver.com/sejong1207/222717596390
24) 공간유인성과 공간쾌적성
https://blog.naver.com/sejong1207/222717596762
25-1) 상업공간에 있어 개방감은 왜 중요한가?
https://blog.naver.com/sejong1207/222717597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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