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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시골 이야기 스크랩 산골 아낙의 푸념 소리 - 무행기(9화. 알 길 없는 인연들)
산적 주정필(전남 화순) 추천 0 조회 76 17.08.19 08:29 댓글 3
게시글 본문내용

무행기(9화. 알 길 없는 인연들)


여행 하다보면 수많은 사람들을 스친다.
그들이 스쳐가는지 우리가 스쳐가는지 모르겠지만~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 했는데 도움을 받기도, 주기도 하는
그런 인연들은 도대체 뭘까~


해마다 어떤 특성이 있었는데 어느 해는 우연히 도움을 많이 받기도,
어느 해는 도움을 주기도 했다.
무전여행자들이 무슨 도움을 줬겠나마는 나도 모르게
깊은 기원을 하기도 했었다.
내가 그러는지 의식하지도 못한 채.
그 자리를 떠나서야 자각했던~


그보다 좀 더 각별했던 어떤 인연.
2012년 첫 무전여행 때였다.

하마터면 울 산적과 헤어질 뻔 하기도, 배낭을 송두리째
잊어버릴 뻔 하기도 하던 우여곡절 끝의 다음날.
버스킹 할 때였다.


건너편이 큰 재래시장인 왕복 4차선 도로변.
양쪽 2차로는 물품 하역 작업의 차들로 혼잡했다.
양 방향 1차로만 차량들이 겨우 통행하던 상황.

첫 해 버스킹 할 땐 나는 땅바닥에 앉아있곤 했다.


아직 문을 열지 않은 어느 가게 앞에 걸터 앉은 나는 하릴없이
여기저기 둘러보았다.
그러다 건너편 1차로에 신호 대기중이던 승용차 운전자와 눈이 딱 마주쳤다.
차창을 완전히 내리고 있었는데 삼사십대 여인 같기도,
아가씨 같기도 한 운전자였다.


근데 바로 그 순간, 내 눈에서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펑펑 쏟아지는 내 눈물. 그쳐야지 원~
승용차 떠난지 한참이나 지났는데도.
모자 챙을 깊숙히 내리고 연신 눈물을 훔치는데 멈춰져야지~
눈물샘이 터져버리기라도 한 양~
무심코 눈이 마주쳤을 뿐인데~


지금도 알 길이 없다.

그 여인과 나는 어떤 인연이었던 걸까~
전생에 무슨 사연으로 얽혀 있었던걸까~
나도 모르겠다.


그런 비슷한 경우가 해마다 있었긴 하지만 금년 2017년.
여행 12일째인 7월 11일 화요일.



( 허리가 좋지 않은 울각시가 비상을 걸었다. 허리가 무리가 간듯 하다나~?

  그래서 야영은 포기하고 값싼 숙박업소를 찾던중 저렴하고 시설 좋은 여인숙을 발견했다. - 산적 )


( 방이 좀 작아서 그렇지 아주 깔끔하고 좋다. 에어컨까지 비치되어 있는데 하루 숙박비가 2만원이다. - 산적 )


( 여인숙이라면 대개 공동 화장실과 욕실로 되어 있는데 이곳은 각방마다 이렇게 시설되어 있었다. - 산적 )


객실 7개가 있던 정말 깔끔하고 아담하고 저렴했던,
'신진여관' 이라는 곳에서 퇴실.
(숙박료 2만원이었다)
걷기 시작했다.
멀리 보이는 절간 지붕을 보고.
아침 공양이나 해 볼까 하고.


길을 물어가며 찾아간 절.
도로변 절이었는데 언덕길을 올라가자 왼편에 범종각이 있고
오른편엔 깔끔하게 단장된 주차장이었다.
그 끝엔 요사체가 있었고.
범종각과 요사체 위, 이삼미터 높이의 축대 위엔 대웅전이 있었다.



( 스마트폰 지도를 보니 그리 멀지 않은곳에 절이 있었다.

  관음사라는 절이었는데 들어가보니 비구니 스님 절이었다. - 산적 )


보살님의 살림집으로 쓰이는 듯한 공양간.
아이가 있는지 아기용품도 있었다.

언덕길을 숨가쁘게 올라갔던 터라 나는 주차장 초입에서 숨을 고르고 있었다.
산적은 이미 공양간으로 갔고.


보살님이 꽃을 좋아하는지 예쁘게 가꾸어진 화단에 예쁜 꽃들이 피어있었다.
꽃 사진을 한참 찍고 공양간을 보니, 연세 들어 허리 구부러진 노보살님께서
다른 보살에게 시켜 공양꺼리를 산적에게 주고 있었다.


나는 다가갔다.
인사라도 드리고 올 겸 해서.
마침 흡족한 표정으로 보살님께 인사드리고 있던 산적.
나 역시 함께 조용히 합장하며 고개 숙였다.



( 지팡이를 짚으신데다 연세가 꽤 들어 보이는 노 비구니 스님께 쌀과 반찬을 청하니

  젊은 비구니 상좌 스님께 애기해서 챙겨주셨다. 쌀을 많이 주시려 하기에 메고 다니려면 무거우니 딱 한끼분만 달라 했다. - 산적 )


그러자 그 노보살님이 나를 멍~하니 쳐다보시더니 눈이 점점 커졌다.
그러면서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시길래 나는 다시 한번 고개 숙여 절했다.
그리곤 산적과 함께 되돌아나와 주차장 끝 내리막길로 접어드는
초입에서 되돌아보니, 공양간 마루에 서서 미닫이 문을 연 채 몸을 내밀고
나를 계속 쳐다보고 계셨다.


그 모습을 보고 나는 나도 모르게 마음 속으로 기도했다.
"보살님~ 편한 임종 맞으십시오~" 라고.
왜 그랬을까~ 나도 모르게 그랬었는데~


( 우리는 근처의 노인회관 정자에서 아침을 지어 먹을수 있었다. 고마웠습니다.

  울각시 허리 때문에 더이상 쓰지 않을 텐트는 택배로 보내고 유모차는 노인회관 앞에 두고 왔다. - 산적 )


팔순이 한참이나 지났을 것 같은 인자하고 온화한 얼굴의 노보살님.

그 보살님은 나를 통해 무엇을 보셨을까?
왜 동공이 점점 커지셨을까?
까맣게 잊고 있던 누군가를 보시는 듯 했는데~
아주 오래 전에 헤어졌던 피붙이였을까?
왜 떠나가는 내 뒷모습을 그렇게 빤히 쳐다보고 계셨을까?

돌아오는 내내 나는 피어오르는 궁금증을 어쩌지 못했다.


그 보살님과 나는 도대체 어떤 인연일까~

여행 중 만나게 되는 이런 알지 못할 인연들.
우연이면서도 필연 같은, 한번은 만나야 될 운명 같은 인연들.


도대체 어떤 인연들일까~
나는 알지 못한다.


( 처음에 만든 지도는 도중에 잃어 버렸다. 다이소에서 여행용 파우치를 사다 새로 그린 지도.

  6. 30. - 7. 11. 까지의 행적을 기록한것이다. - 산적 )

 2017.08.19. 아낙네


( 2017. 6. 30. - 7. 15. 해남에서 부산까지 무전 여행 후기 입니다.

  글은 울각시가 쓰고 산적은 사진 첨부등 편집해서 올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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