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1949~)는 전업 소설가로 나서기 전에 도쿄에서 7년간 재즈카페를 운영했다. 와세다대학을 졸업하자마자 하루 종일 좋아하는 재즈나 들으며 살겠다며 고쿠분지(國分寺)역 근처 지하에 재즈카페 '피터 캣'을 열었다. 하루키는 재즈카페 경험을 '직업으로서의 소설가'를 비롯해 여러 책에서 단편적으로 기술했다.
'잡문집'에 보면 카페 주인의 눈에 비친 여러 단골 이야기가 나온다. 그중에 미국 흑인 병사와 일본 여자 커플이 있었다. 두 사람은 가끔 카페에 나타나 술을 마시다 가곤 했다. 미국 병사는 여러 번 카페 주인에게 노래를 신청했다.
"빌리 홀리데이 판 좀 틀어주세요. 빌리 홀리데이 노래면 아무거나 좋아요."
어느 날, 흑인 병사가 혼자 들어와 빌리 홀리데이(1915~1959)의 노래를 들으며 어깨를 들썩이는 모습이 카페 주인의 눈에 들어왔다. 1년쯤 지난 뒤 여자가 혼자 카페에 나타났다. 여자가 온더록스 위스키를 시켜놓고는 말했다. 남자친구가 미국 본국으로 돌아갔다. 고향이 생각날 때마다 남자친구는 이 재즈카페에 와서 빌리 홀리데이 노래를 들었다. 남자가 얼마 전 편지를 보내왔다. 이 재즈카페에 가서 빌리 홀리데이를 신청해 대신 들어달라.
인간은 시간과 공간의 좌표 위에서 살아간다. 누구도 시간을 잡아둘 수가 없다. 그렇게 속절없이 흘러가는 게 시간이지만 때때로 그 시간은 특정 공간에 스며든다. 우리가 추억이 서린 곳을 찾아가는 이유는 그 장소에 가면 나의 잃어버린 시간이 포도송이처럼 주렁주렁 매달려 있기 때문이다.
첫댓글 입하도 지나고
이제는 'Summer time'
노래를 들어보는
시간이 돌아왔네요
저도 가끔 잃어버린
추억을 찾기위해서
덕수궁 돌담길을 걷지요
멋진 작품과
음악 잘듣고 갑니다
행복한 주말보내세요
strange fruit
하루키 소설 읽다가 야나체크의 신포니에타를 많이 들었던 기억이 있네요
1Q84
멋진 그림과 음악 좋아요
우리 정모장소인 아카데미도 언젠가는 추억이 서린 곳이 되겠지요. 그래서 사람들은 흐르는 시간속에서 추억을 만들고 그 추억속에서 지난 추억을 얘기하는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