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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흠 선정 ‘한국 대중음악사 100대 명반’ (서브 1998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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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흠 선정 ‘한국 대중음악사 100대 명반’ (서브 1998년 12월호)
1998년 11월 기준 박준흠 리스트?
박준흠(사운드네트워크 대표)
1. H2O
오늘 나는 (1993 / 로얄레코드) 김준원(v), 박현준(g), 강기영(b), 김민기(d)
세션 면에서 또한 마크 코브린이 담당한 녹음 면에서 90년대 록 밴드가 만든 결과물들 중에서 최고라고 말할 수 있는 작품이다. 강기영의 두툼한 베이스, 김민기의 깔끔한 드러밍, 김준원의 매력적인 보컬도 일품이었지만 박현준의 기타 톤과 개성적인 리듬웍은 우리 나라에서는 거의 들을 수 없는 완성도 높은 연주를 보여주었고, 이 네 명의 기량은 당대 최고에 속한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음반은 철저하게 가려진 음반이고, 흔히 말해서 ‘저주받은 걸작’이다. 홍보 부족으로 알려지지 않은 탓도 있겠지만 이런 앨범을 지하에서 썩게 내버려둔 음악 매체의 게으름은 지탄받아 마땅하다. Sub에서뿐만 아니라 Rolling Stone 선정 100대 명반에도 오를 만한 록 역사상 필청 음반이다.
2. 김광석
다시 부르기 2 (1995 / 킹레코드)
김광석 최후의 정규 음반이자 아마도 우리가 마지막으로 들은 것일지도 모를 모던 포크의 최고작이다. 이 음반의 가치는 쉽게 얘기는 하지만 그 누구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는 ‘진정성’ 이란 것을 그의 노래들에서 느낄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노래의 진정성, 세션의 진정성, 삶의 진정성, 예술의 진정성... 비록 백남준은 예술의 반은 사기라고 했지만 적어도 이 앨범을 얘기할 때는 가당치도 않은 말이다. 그의 작픔 세계의 정점에서 만들어진 이 앨범은 때로는 흥겹게도, 때로는 눈물 글썽이게도 하는 오묘한 작품이다. 이 음반 하나만으로도 그의 노래 인생은 성공을 하였고, <바람과 나>, <불행아>, <새장 속의 친구>,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은 이를 증명한다.
3. 안치환
4집 (1995 / 킹레코드)
단연 90년대 한국 록에서 가장 중요한 음반 중의 하나이고, 그의 최고작이자 이 땅에 발을 딛고 사는 사람들에게는 필청 음반이다. 상업적으로도 성공한 <너를 사랑한 이유 A>, <내가 만일>과 한국 록의 어법을 나름대로 완성시킨 <수풀을 헤치며>, <너를 사랑한 이유 B> 등이 절묘하게 교차되어 실렸다. “수풀을 헤치며 물길을 건너 아무도 가려하지 않은 이 길을 왔는데 / 아무도 없네 보이지 않네 함께 꿈꾸던 참세상은 아직도 머네 /(중략)/ 떠나가는 자 남아 있는 자 울며 웃고 마시며 취해서 떠드는 사람들 속에 / 그댄 없는가 그댄 없는가 어디서 무엇을 하며 자신의 안위를 즐기는가”(<수풀을 헤치며>)는 치열한 삶을 살아온 자만이 얘기할 수 있는 노래이고, 바로 그들을 위한 노래이다. 그 외 <당당하게>, <고향집에서>, <겨울 나무> 등이 수록되었다.
4. 산울림
2집 (1978 / 서라벌레코드) 김창완(g, v), 김창훈(b, v), 김창익(d)
한국 펑크 록의 최고작(?)이다. 한국 대중음악계에서 사운드상의 혁명을 일으킨 그들은 무릇 록 뮤지션이 해야할 바를 명시적으로 다 보여주었다. 뮤지션이라면 가장 먼저 고민해야할 자신만의 사운드 아이덴터티, 동시대 감성에 호소하는 솔직 담백한 가사, 사운드의 실험, (김창완 식의) 체제 저항 정신을 보여준 이 음반은 그래서 광의의 펑크이다. 70년대 초반부터 준비하기 시작한 그들의 음악은 77년 데뷔 음반을 통해서 토대를 만들었고, 이 음반으로 결실을 맺었다. “어느 비오는 날 꽃을 심었어요 / 무슨 꽃이 필까 기다렸었어요”(<어느날 피었네>), “마음속에 핀 아름다운 이 꽃은 / 밤하늘에 핀 별을 잡은 기분이야”(<이 기쁨>)에서 창조한 산울림의 사운드 메이킹은 놀랍고도 대담하다.
5. 들국화
1집 (1985 / 서라벌레코드) 전인권(g, v), 최성원(g, b , key, v), 조덕환(g, v), 허성욱(key)
최고의 음악적인 성정을 갖고 있었던 그들 네 명이 만들어낸 한국 록의 영원한 금자탑이다. 특히 전인권의 내지르는 보컬이 압권인 <행진>, <그것만이 내 세상>, <아침이 밝아올 때까지>는 당시 국내 가요의 한계를 무너트리는 작품이었다. 이들의 노래는 유치한 사랑 타령에서 벗어나 대중과 공유할 수 있는 자신들의 이야기들이었고, 이는 대중가요 만들기의 새로움을 제시했다. 그리고 자신들이 직접한 세션으로 바로 자신들의 느낌을 제대로 전달하는 것이 가능케 하였다. 하지만 이들의 절묘한 결합은 단 한번으로 끝났고, 2집은 부조화의 범작이었다. 80년대 중반 라이브에서 최강자들로 군림했던 그들이 90년대에까지 활동이 지속되었다면 한국 록의 모습은 지금과는 달랐을 것이다.
6. 김현식
5집 (1990 / 서라벌레코드)
결과적으로 볼 때 김현식의 죽음이 예감되는 한국 대중음악사에서 가장 어두운 작품중의 하나이다. 이 때 김현식의 곡들에는 자신의 운명을 예감한 듯 절절한 느낌들이 담겨있고, 그는 노래부른다기보다는 울부짖고 있다. 그리고 때로는 ‘넋두리’를 늘어놓고 있다. 하지만 평자의 입장에서 보면 그의 고통스러운 내면이 담긴 곡들로 점철된 이 앨범은 그의 음악 여정의 완성품이다. <향기 없는 꽃>, <넋두리> 단 두 곡만 들어도 느낄 수 있는 그가 짊어진 삶의 무게는 무섭도록 고통스러울 것이라고 여겨지고, 이는 단지 노래를 만들기(꾸미기) 위하여 만든 가사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게 한다. <그 거리 그 벤치>, <거울이 되어> 등 최상의 트랙들도 함께 실려있다. 박청귀(기타)의 연주도 압권이다.
7. 어떤날
1960․1965 (1986 / 서울음반) 조동익(b, key, pcc, v), 이병우(g, pcc, v)
“창 밖의 빗소리에도 잠을 못 이룬 너 / 그렇게 여린 가슴”(<하늘>), “생각 없이 걷던 길옆에 아이들이 놀고 있었고 / 나를 바라보던 강아지 이유 없이 달아났네”(<오후만 있던 일요일>), “오늘도 조용히 일어나 혼자 걷는 너에게 나는 이렇게 부르지 / 저 파란 하늘 위에 날으는 법을 배우는 작은 새”(<그날>)와 같은 노래를 했던 뮤지션은 당시 어떤날밖에 없었다. 이들은 80년대 중반 이후 우리 세션계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했던 지극히 뛰어난 연주자이자 독자적인 감각으로 자신들의 소탈한 내면을 노래에 완벽하게 담아낸 젊은 거장들이었다. 이 음반의 노래들은 다듬어지지 않은 것 같으면서도 완벽하고, 일상적인 감성을 노래하는 가운데에서도 전율감을 분출한다.
8. 한대수
무한대 (1989 / 신세계음향)
장장 14년의 공백을 깨고 포크에서 록으로 방향 전환한 음반이다. 포크의 수용 한계로 록을 시도했다고 했는데 첫 시도가 완벽한 완성품이 되었다. 이 음반에는 두 팀의 세션팀이 자웅을 겨루고 있는데 송홍섭(b), 이병우(g), 김효국(k), 황수권(k), 배수연(d)으로 구성된 메이저리그팀과 손무현(g), 김영진(b), 김민기(d), 송태호(k)로 구성된 마이너리그팀이다. 하지만 마이너리그팀은 이전 국내 세션 역사에서 들어 볼 수 없었던 아메리칸 록 스타일의 세션을 들려주었는데 한대수 자신의 편곡 영향도 있었지만 매우 뛰어난 감성들이 연주에 묻어나 있다. 어쩌면 무한대 음반 완성도의 반은 이들 연주자들의 몫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80년대 베스트 세션으로 꼽을 수 있다. 시니컬한 <마지막 꿈>, 이 음반 연주의 압권인 영어 가사로 된 <One Day>, <Widow's Theme> 등이 실려 있다.
9. 시인과 촌장
푸른 돛 (1986 / 서라벌레코드) 하덕규(v, g, har), 함춘호(g)
어떤날의 데뷔 음반과 비교되는 작고 예쁜 소품집이다. 시인과 촌장도 역시 우리 노래 전시회 1집에 <비둘기에게>를 실으면서 대중에게 알려지기 시작하였는데, 하덕규의 감성은 어떤날의 그 것과 비슷한 데가 있는 것 같으면서도 사실은 달랐다. 어떤날이 도시에 사는 소시민의 자잘한 감성을 다룬다면, 하덕규는 주로 현실 밖의 모습을 동화적인 감수성으로 그린다. 하지만 날카롭기는 둘 다 마찬가지이다. 이 음반에서 하덕규의 가사 쓰기 역량과 함께 주목할 만한 것 중 하나는 80년대 중반 이후 우리 나라 세션 기타리스트의 대표격이 된 함춘호가 그 자신의 명연을 보여주기 시작한 음반이란 점이다. <얼음 무지개>, <매>에서의 일렉트릭 기타 솔로는 음반 발매 시부터 주목받았던 열정적인 연주였다. 이후 하덕규은 기독교에 귀의하면서 자신의 음악 스타일을 바꾸었다.
10. 듀스
Force DEUX (1995 / 월드뮤직) 이현도(v, all inst., prog), 김성재(v)
90년대 한국적인 힙합을 완성시킨 최고작이다. 이 음반에서 이현도가 보여주는 재능은 정말 놀랍다. 인트로 곡부터 심상치 않음을 보여주더니 <굴레를 벗어나>, <상처>, <의식혼란>, <Nothing But A Party> 그리고 <Message>에서 보여준 완벽한 힙합과 랩은 누가 들어도 그 가치를 부인할 수 없는 고품격 자체였다. 특히 한상원의 훵키한 기타와 베이스 연주가 담긴 <Message>는 시니컬한 가사의 랩이 완벽하게 리듬을 타고 불려지는 감상용 힙합의 진수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듀스로서는 음악 여정의 종지부를 찍은 음반이고, 김성재 솔로 음반 이후로 이현도는 자신의 역량을 제대로 분출하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현재 이현도는 한상원과 프로젝트 음반 준비중에 있는데, 이는 99년 대중음악계에서의 성과물이 될 것임에 틀림없다.
11. 따로 또 같이
3집 (1985 / 서라벌레코드) 이주원(v, g), 나동민(v, g)
들국화 데뷔 음반과 함께 80년대 말 국내 대중음악 르네상스기가 있게끔 한 시금석이다. 이주원, 나동민 듀오 체제로 만든 음반이고, <해는 기울어 어느 가슴으로 가나/가네>에서 보여주는 이주원의 시인으로서의 역량은 7분 여에 이르는 이영재의 격정적인 일렉트릭 기타 연주에 실리면서 그 자신 생애에서 걸작품 하나를 만들어냈다. A면은 이주원의 도움하에 나동민이, B면은 이주원이 주도하여 곡을 만들고 불렀다.
12. 장필순
나의 외로움이 널 부를 때 (1997 / 킹레코드)
이 음반은 장필순의 쾌거이기도 하지만 김광석의 다시부르기 2 이후 조동익 밴드의 절정이기도 하다. 장필순, 조동익, 윤영배가 공동 작사/작곡가로 참여하여 한국의 여자 포크 뮤지션이 보여줄 수 있는 것의 전부를 보여주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완성도 만들어냈다. <TV, 돼지, 벌레>, <빨간 자전거 타는 우체부> 등의 명곡이 실렸고, 이로써 그녀는 트레이시 채프먼, 수잔 베가에 당당히 견줄 수 있게 되었다.
13. 한영애
불어오라 바람아 (1995 / 디지탈미디어)
대중에게 그녀의 새로운 음악 인생 시작을 알리는 음반이었고, 그녀의 디스코그래피에서 가장 중요한 음반이다. 일면 무겁게 들릴 수 있는 노래들로 대중에게는 외면을 받은 작품이지만, 그 무거움이란 진실되고 절실한 삶의 경험을 통해서 형상화된 진지함으로 적어도 한번은 심각하게 대해 볼 필요가 있는 가치 있는 것이었다. 이병우, 신윤철의 세션으로 88년 2집에 이어서 또 하나의 명세션을 일궈냈다.
14. 전인권․허성욱
1979-1987 추억 들국화 “머리에 꽃을” (1987 / 서라벌레코드) 전인권(g, v), 허성욱(key, v)
88년 그의 솔로 1집과 함께 진정한 전인권의 대표작이다. 허성욱과 같이한 뛰어난 곡 작업으로 그가 이전에 “단지 들국화의 보컬리스트일 뿐”이란 인식을 불식 시켰다. 그의 강점은 노래 부르기가 아니라 오히려 ‘곡 만들기’에 있다는 것을 알린 작품이다. 그리고 <어떤...(가을)>에서의 최구희의 기타 솔로와 <이유>에서의 함춘호의 기타 솔로는 그들의 대표적인 연주로 봐도 될 만큼 훌륭하다.
15. 서태지와 아이들
4집 (1995 / 반도음반) 서태지(v, prog, key, g, b), 이주노(v), 양현석(v)
시대적인 조류에 따라 갱스터 랩이 도입된 음반이다. <필승>에서 보여준 멜로디 감각은 놀라웠고, <슬픈 아픔>, <Come Back Home>, <시대유감>, <1996, 그들이 지구를 지배했을 때>에서 보여준 영감 넘치는 작업은 당대를 대표하는 뮤지션의 반열에 그를 올리기에 부끄럼이 없는 작업물이었다. 그만이 만들 수 있는 작품이고, 역시 그였기에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는 음반이다.
16. 신중현과 뮤직파워
1집 (1980 / 지구레코드) 신중현(v, g), 김문숙(v), 박점미(v), 이승환(d), 박태우(b), 김정희(key), 이근희(trumpet), 홍성호(a.sax), 한준철(t.sax)
9인조 브래스 록그룹으로 만든 음반이었고, 그의 음반들 중에서도 가장 완성도 높은 음반이다. 신중현에게 어울리는 음악은 엽전들 스타일이 아니라 더 맨이나 뮤직파워 같은 브래스, 키보드 파트가 있으면서 특유의 ‘쩍쩍 달라붙는’ 느낌의 리듬 기타 배킹이 깔리는 음악이 아닌가 한다. 이 음반의 <아무도 없지만>, <저무는 바닷가>, <떠나야 할 사람>에서 보여준 멋진 리듬 기타 배킹과 신중현 만의 독특한 필의 솔로 애드립은 매우 훌륭하였다.
17. 신촌블루스
3집 (1990 / 서라벌레코드) 엄인호(g, v), 정경화(v), 김미옥(v), 김현식(v), 이은미(v)
가요화된 블루스를 하고 싶었던 엄인호는 이 음반의 <향수> 같은 곡으로 이를 완성시켰다. 김현식의 <이별의 종착역>과 정경화의 <비오는 어느 저녁>는 주목할 만하고, 이 음반으로 정경화와 이은미 또한 주목을 받았다. 초기 그룹의 핵심 축이었던 이정선이 빠지므로 해서 엄인호는 자신만의 스타일로 그룹을 재탄생시켰고, 그 특유의 기타 연주와 분위기가 돋보이는 이 앨범은 신촌블루스의 최고작이다.
18. 이상은
공무도하가 (1995 / 폴리그램)
5집이래 완벽한 음악 감독이 된 그녀는 이 앨범을 일본인 스텝들을 이끌고 녹음을 하였다. 시와 그림을 사랑하는 그녀는 <보헤미안>, <Don't Say That Was Yesterday>, <공무도하가>, <심도천> 등이 실린 이 음반에서는 자신의 예술적인 감수성의 발산을 엄청나게 폭발시킨다. 강산에가 일본에 가서 작업한 것과는 또 따른 완성도를 갖는 음반으로 깨질 듯한 아름다움 그 자체이다.
19. 이정선
30대 (1985 / 한국음반)
그의 음악적 취향이 일렉트릭 블루스로 바뀐 지점에서 만들어진 걸작이다. <울지 않는 소녀>의 후반부 기타 솔로는 그의 말대로 ‘순간적으로 필(feel)이 갔을 때 만든’ 곡답게 그의 모든 기타 연주 중에서도 압권이다. <바닷가에 선들>에서는 당시 블루스에 경도된 그를 확인할 수 있고, <우연히>는 멋진 어쿠스틱 기타 연주가 담긴 트랙이다.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출시된 블루스 성향의 음반이라고 할 수 있다.
20. 작은거인
2집 (1981 / 오아시스) 김수철(g, b, key, v)
최초의 하드 록 최고 명반이다. 이 음반은 2년 전의 데뷔 음반을 냈던 사람과 같은 사람이 만든 앨범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뛰어난 완성도를 갖고 있고, <새야>, <일곱 색깔 무지개>에서의 뛰어난 일렉트릭 기타 연주의 구성은 놀랄 만하다. <어둠의 세계>는 좋은 연주곡이고, <어쩌면 좋아>, <알면서도>에는 호쾌한 록 기타 연주가 담겨 있다. 하지만 이 작품을 알아보는 사람들이 별로 없음으로 해서 천재적인 그의 재능은 사장되었다.
21. VARIOUS ARTISTS
A Tribute To 신중현 (1997 / 서울음반) 강산에, 시나위, 윤도현밴드, 이중산, 봄․여름․가을․겨울, 퀘스천스, 이은미, 복숭아, 사랑과 평화, 김광민, 정원영․한상원, 한영애, 김목경, 논 피그
어쩌면 이 음반은 신중현 관련 음반 중에서 가장 뛰어난 음반일 수가 있다. 신중현에게 영향받은 뮤지션들 중에서 (극히) 일부가 참여하여 만든 이 음반에는 봄․여름․가을․겨울이 부른 <미련>, 이은미가 부른 <봄비>, 정원영․한상원이 연주한 <석양> 그리고 참가자를 밝히지 않은 <미인> 등이 재해석되어 뛰어난 명연으로 처리되어 있다. 신중현의 음악이 모던한 방식으로 용해된 명반이고, 여기서 <미련>은 필청곡이다.
22. 전인권
1집 (1988 / 서라벌레코드) 파랑새 : 전인권(g, v), 김효국(key), 오승은(b), 박기형(d)
전작인 추억 들국화와 더불어 또 하나의 마스터피스이다. 이 음반을 들어보지 않았다면 전인권을 논할 수 없다. 새로운 세션팀 파랑새의 연주도 훌륭하고, <가을비>, <아직도->는 너무도 아름다운 작품이다. 이 작품으로 그의 곡 만들기 역량은 당대를 대표하는 뮤지션들의 반열에 충분히 올릴 수 있었다. <가을비>, <아직도->라는 명곡이 있고, 게스트 기타리스트 최구희의 명연을 들을 수 있다. 그와 최구희가 보여준 사실상 마지막 역작이다.
23. 듀스
DEUXISM (1993 / 지구레코드) 이현도(v, prog), 김성재(v)
이현도는 음악적인 재능은 곡 만들기 감각, 프로듀싱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듀스 노래들 중에는 뛰어난 가사를 가진 곡들이 많다. <Go! Go! Go!>를 보더라도 국어의 운율을 생각하면서 만든 감각적인 글쓰기는 높은 평가를 받아야 마땅하다. 이외에 ‘힙합 네이션’을 외치는 <무제>와 <힘들어>, <우리는>이라는 명곡들이 담겨있다. 90년대 힙합의 지존 듀스 음악의 시작점이 되었다.
24. 어떤날
2집 (1989 / 서울음반) 조동익(b, key, pcc, v), 이병우(g, key, v)
그들이 좋아하는 팻 메시니의 영향이 묻어있는 음반이다. 음악적인 성향도 바뀌어서 데뷔 음반에서 느껴지던 소근거리는 감성과 고요 속에서도 타올랐던 필은 더 이상 연주에 남아있지 않았다. 소박한 느낌의 연주는 정리 정돈된 프로 연주인의 그것으로 바뀌었고, 이는 1집을 좋아했던 사람들에게는 일면 거리감이 느껴졌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래도 <출발>, <초생달>, <하루>, <취중독백>는 명곡이다.
25. 한대수
멀고 먼 길 (1974 / 신세계레코드)
70년대 단연 빛나는 모던 포크 앨범이다. 하지만 김민기의 데뷔 음반이 인구에 회자되면서 신화적인 음반이 된 반면, 정작 가장 높게 평가 받아야할 이 앨범은 크게 주목을 받지 못하는 불운한 앨범이었다. <물 좀 주소!>, <바람과 나>, <행복의 나라> 등이 수록된 이 음반과 그를 규제함으로서 우리 나라 모던 포크는 10년간 정체기를 맞았고, 그는 89년 무한대를 발표하기까지 방랑자가 된다.
26. 김광석
다시 부르기 1 (1993 / 킹레코드)
이 음반은 기존에 발표된 곡들을 새롭게 해석하여 녹음하는 방식을 택했다. ‘해석 판’이 ‘원 판’을 능가한다는 희귀한 예를 보여준 이 음반은 리메이크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이등병의 편지>는 그의 개인적인 아픈 추억이 노래하게끔 하는 곡이고, 노․찾․사, 동물원 시절의 곡부터 3집까지의 수록곡 중에서 엄선된 모음집이다. <광야에서>,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 <거리에서>,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등이 실렸다.
27. 한영애
바라본다 (1988 / 서라벌레코드)
녹음(최병철) 뿐만아니라 세션에서도 새로운 전기를 마련한 음반이었다. 특히 기타리스트 박청귀의 발굴은 기타 세션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되었다. 한영애는 이 음반에서 <누구없소?>, <달>의 작곡자인 윤명운을 발굴하는 혜안을 보였다. 이영재의 <호호호>, 유재하의 <비애>, 이승희의 <코뿔소>, 김수철의 <바라본다> 등이 실린 이 음반은 타인의 작품만으로도 통일감을 갖는 하나의 결정체가 될 수 있음을 예시한 작품이다.
28. 김광석
4집 (1994 / 킹레코드)
이 음반을 계기로 그는 당대의 가수이자 70년대 한대수의 모던 포크를 계승한 적자로서 시대를 읽고 노래하는 아티스트가 되었다. 그리고 이것은 그의 인생과 노래에 대한 생각들이 정확하게 반영된 음반이다. <일어나>, <바람이 불어오는 곳>,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서른 즈음에>, <자유롭게>라는 명곡이 실린 이 앨범은 당대의 가수가 삶의 고락을 통해서 얻어진 진실을 노래하는 한국 포크 록의 영원한 금자탑이다.
29. 강산에
나는 사춘기 (1994 / 킹레코드)
발표 시 90년대의 록 음반으로 일시에 주목을 받은 음반이다. 이 시대 사회 현실을 이야기하는 <선>, <문제>, 반전가 <더 이상 더는>, 시니컬한 <노란 바나나> 등과 아름다운 소품 <우리는>, <블랙커피> 등은 적절한 구성으로 완성도 있는 하나의 앨범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뛰어난 슬로우 록 <넌 할 수 있어>는 상업적인 성공까지 이어졌다. 특히 <우리는>, <블랙 커피>와 같은 부담 없고 예쁜 소품들에서는 록 세션의 감칠맛을 느끼게 해 주었다.
30. 김현식
3집 (1986 / 서라벌레코드)
밴드의 개념으로 만들어진 음반이고, 봄․여름․가을․겨울이 참여한 뛰어난 세션은 김현식 음악 세계의 전환점을 만들었다. 그의 작곡력이 경지에 올랐음을 보여준 음반이고, <비오는 어느 저녁>, <비처럼 음악처럼>이란 명곡에서의 세션은 최상이었다. <쓸쓸한 오후>로부터 독립된 밴드로써의 봄․여름․가을․겨울이 시작되었고, 빛과 소금도 탄생되었다. 이전과는 다른 보컬 톤을 보여주어서 팬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든 음반이다.
31. 동물원
2집 (1988 / 서울음반) 김창기(g, v), 김광석(g, v), 유준열(b, v), 박경찬(key, v), 박기영(key, v), 이성우(g)
동물원 우리 안에서 여섯 마리 귀여운 동물들(김창기는 팬더?)이 바라 본 세상 이야기이다. 동물원 데뷔 이전 87년 임지훈의 데뷔 음반에서 <사랑의 썰물>, <내 사랑>, <영아의 이야기>로 재능을 과시했던 김창기와 또 한 명의 비범한 작곡가 유준열의 음악적인 정수가 모여진 음반으로 그들의 여리지만 날카로운 감성이 돌출 되고 있다.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 <새장 속의 친구>는 불후의 명곡이다.
32. 정태춘
시인의 마을 (1978 / 서라벌레코드)
그 자신은 ‘상업적으로 변형된 포크’이자 사춘기적인 감상이 담긴 앨범이라고 하지만 명백히 70년대 초반의 모던 포크를 계승한 기념비적인 음반이자 이후 그 자신의 존립 근거를 마련케한 음반이다. 아름다운 서정성으로 회자된 <시인의 마을>이 사실은 심의에서 난도질당한 곡이었다는 믿기지 않는 사실이 숨어 있었고 80년대에 이정선과 자웅을 겨루던 어쿠스틱 기타리스트 유지연이 처음 편곡/세션에 입문한 음반이다.
33. 안치환
Desire (1997 / 킹레코드)
3집에서 <자유>와 같이 김남주의 시에 곡을 붙인 <희망이 있다>가 이 음반의 압권이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는 꽃다지도 노래한 곡이고 <내가 만일>의 김범수가 만든 <사랑하려네>는 이 음반에서 가장 대중성을 얻은 곡이다. 그리고 <하나를 위한 연가>, <우리의 꿈이 있는 한…>도 매우 좋은 곡이다. 이 음반은 ‘사랑’과 ‘외로움’, ‘희망’과 ‘절망’을 동시에 이야기하고 있다.
34. 이상은
5집 이상은 (1992 / 제일)
이는 그녀의 음악 경력에서의 새로운 시발점이다. 감각 있는 젊은 뮤지션 안진우의 편곡과 기타가 뛰어난 이 음반은 그 때까지 그녀가 갖고 있었던 ‘가벼운 애들 가수’라는 이미지를 불식시켰다. 이는 실로 아무도 예상치 못한 놀라운 변신이었다. 그리고 그녀의 노래 가사에 담긴 진솔한 가사에서 그녀가 고독하지만 자존심이 있는 아티스트가 되고 싶다는 바램을 느낄 수 있었다. 그 곡은 <언젠가는> 등이 수록되었다.
35. 신촌블루스
1집 (1988 / 지구레코드) 엄인호(g, v), 이정선(g, v, har), 한영애(v), 정서용(v)
70년대 포크로부터 자신들의 음악을 시작한 일군의 젊은 뮤지션들은 80년대 중반 어느덧 중견 뮤지션으로 성장하여 예전부터 심취하였던 블루스를 자신들의 음악에 직접 담아냈다. 이것은 비록 정통 블루스는 아니다. 하지만 이들의 음악이 “블루스이네, 아니네”라는 설전이 무슨 필요가 있겠는가? <바닷가에 선들>, <그대 없는 거리>, <아쉬움> 등에 감흥을 느낄 수 있다면 이런 논의가 얼마나 쓸데없는지를 알게된다.
36. 카리스마
1집 (1988 / 서라벌레코드) 이근형(g), 김종서(v), 김영진(b), 김민기(d)
한국 헤비메틀 역사에서 가장 뛰어난 명작으로 불러도 좋을 만큼 뛰어난 완성도를 보여주는 음반이다. 당시 절정을 구가하던 이근형의 감각적인 연주가 압권이고, 이로써 작은하늘에서 보여준 그의 가능성을 사실로 입증했다. <Run Away>, <저 산 너머>에서의 이근형의 기타 연주는 필(feel)면에서 당대 최고이고, 한국 헤비메틀 역사의 영인본으로 지목해야 할 음반이다.
37. 산울림
1집 (1977 / 서라벌레코드) 김창완(g, v), 김창훈(b, v), 김창익(d)
지구 반대편 영국에서 섹스 피스톨스가 체제 전복적인 <Anarchy In The U.K.>가 담긴 데뷔 음반을 발표했을 때, 이 땅에서 산울림은 <아니 벌써>라는 노래로 트로트가 주류 음악군인 당시 대중음악 판에서 반기를 들었다. 그리고 사람들은 흔쾌히 세 명의 (나이 지긋한) 악동들의 음악에 몸을 흔들었다. 이들의 음악은 간결하면서도 놀라운 흡인력을 보여주고 있다.
38. VARIOUS ARTISTS
우리 노래 전시회 1집 (1985 / 서라벌레코드) 이광조, 전인권, 시인과 촌장, 어떤날, 강인원, 최성원, 박주연, 양병집
진정한 신인 발굴의 의미를 실현한 가장 훌륭한 음반이다. 이광조가 부른 <오 그대는 아름다운 여인>, 들국화 데뷔 전 전인권이 부른 <그 것만이 내 세상> 등에서 보여지는 풋풋하지만 전율적인 감성은 훗날 그들의 성공을 예시하는 것이었다. 특히 시인과 촌장의 <비둘기에게>는 이 음반의 압권으로 86년 푸른 돛에 담긴 노래와는 전혀 상이한 버전이고, 매우 신기한 노래이다.
39. 듀스
Rhythm Light Beat Black (1994 / 지구레코드) 이현도(v, all inst., prog), 김성재(v)
이 음반은 앨범 제목을 그대로 음악에서 실현한 본보기였다. <여름 안에서>, <Time 2 Wreck>, <떠나버려!>와 같은 신곡 외에 1, 2집에 수록된 <무제>, <우리는>, <나를 돌아봐> 등을 다시 리믹스한 음반이다. 2집에 실린 <무제>는 이 음반에서 다시 손질됨으로써 정말로 새로운 곡이 되었고, 랩에서도 파워를 갖고 있었다. 그가 하려고 했던 랩과 힙합을 이제는 자신의 음악으로 완성시켰다.
40. 봄․여름․가을․겨울
Best Of The Best (1997 / 동아기획) 김종진(g, v), 전태관(d)
베스트 음반이지만 새로운 음반으로 봐도 무방할 정도의 외양을 갖추었고, 조 개스트워트의 뛰어난 마스터링이 빛나는 그들의 완결판이다. ‘노래’, ‘연주’ 두 장의 CD로 만들어졌고, 일부 곡은 다시 편곡되어 녹음되었다. 음원 이외에도 정성이 담긴 재킷과 포장은 소장의 가치가 있고, 음질만 본다면 그들 작품 중에서 가장 뛰어난 음반이다. 이러한 이유로 정규 음반은 아니지만 감히 그들의 최고작으로 선정하게끔 하였다.
41. 어어부 프로젝트 사운드
개, 럭키스타 (1998 / 펌프 / 디지털미디어) 저자(v), 장영규(v, b, g, key, prog)
‘듣기가 불편한’ 그로테스크한 노래(?)들뿐만 아니라 <불충분 조건>, <하수구>, <면도칼 계시록> 같은 감각적인 록 음악도 같이 실린 이상한 음반이다. 하지만 젊은 문학 청년 저자의 글쓰기는 우리 대중음악사에서 독보적인 방향성을 갖고 있다. 그리고 음미할수록 불편한 심사는 가라앉고 “그가 왜 이런 가사를 썼을까?”라는 궁금증이 생긴다. 유&미 블루의 이인(방준석, g)과 노 클루의 이철희(d) 그리고 1집의 원일이 세션에 참여하였다.
42. 델리 스파이스
Deli Spice (1997 / 도레미레코드) 김민규(g, v), 윤준호(b, v), 이승기(key), 오인록(d)
90년대 한국 대중음악계의 얼터너티브 밴드 델리 스파이스가 만들어낸 제대로 된 첫 번째 모던 록 앨범이다. 개성적인 기타 톤 감각과 작곡력을 갖고 있는 김민규는 완벽하다는 느낌은 아니지만 독자성을 갖는 자신들만의 음악을 만들어냈고, <챠우챠우 - 아무리 애를 쓰고 막아보려 해도 너의 목소리가 들려>는 이 시대 젊음의 연가(?)이다. 그외 <가면>, <콘 후레이크>, <저승 탐방기>, <귀향>, <누가?>에서도 뛰어난 멜로디의 노래를 들려주고 있다.
43. 조동진
1집 (1979 / 대도레코드)
<행복한 사람>, <겨울비>, <작은 배>, <내가 좋아하는 너는 언제나> 등이 수록된 ‘마음의 평화’를 전해주는 음반이다. 한국 모던 모크를 일군 사람의 하나로서 지금까지 전업 뮤지션의 위치를 고수하는 진짜 뮤지션이다. 김민기와 비교할 때는 부적절할 정도로 낮은 평가를 받지만 그 때 그 당시 음악을 했던 뮤지션들 중에서 아직도 이 땅에서 일관되게 자신의 음악적인 삶을 사는 사람이 그 이외에 또 누가 있는지 둘러보았으면 한다.
44. 김민기
1집 (1971)
한국 모던 포크사에 길이 빛날 기념비적인 데뷔 음반이다. 앨범은 출반 후 판금되었지만 입소문만으로도 온 국민이 알고 있었던 ‘국민 음반’이다. 그의 노래 <친구>, <아침 이슬>은 70-80년대 대학가와 현장에서의 ‘베스트 오브 더 베스트’였다. 김민기가 한국 대중음악사에 끼친 가장 큰 공적은 ‘비판적 음악 성향의 공론화’가 아니라 정형화된 가요 가사의 한계를 깼다는 점이다. 그리고 강한 선동성을 시적 언어로 승화시켰다.
45. 서태지와 아이들
2집 (1993 / 반도음반) 서태지(v, prog, b, g), 이주노(v), 양현석(v)
서태지는 1집으로 음악적으로나 음악 외적으로 조성한 환경으로나 충격을 주었다. 그리고 다음해 자신의 음악을 본격적으로 하리라고 기대되던 서태지가 그 믿음을 깨지 않고 발표한 음반으로 아티스트로서의 서태지를 사람들에게 보여주었다. 이 앨범으로 서태지는 이제는 더 이상 댄스 뮤지션의 범주에만 넣을 수가 없었다. <하여가>, <우리들만의 추억>은 필청곡이다(<하여가>의 안무와 함께).
46. 김진표
열외 (1997 / 신촌뮤직)
패닉은 이적을 스타로 만든 그룹이었다. 여기서 단지 김진표는 보조 래퍼였었고, 그의 본작이 나오지 않았다면 그의 재능은 영원히 가려졌을 것이다. 그리고 정말로 주목할 것은 디렉터로서 강세일의 역량이었다. 김효수가 코러스로 참가한 <사랑해 그리고 생각해>가 알려졌지만 <Fly(왜 그렇게 사나요)>도 명곡이고, 싱글로서가 아니라 앨범으로서 감상해야할 작품이다.
47. 박선주
Alphabet Soup (1995 / LG미디어)
그녀는 현재 가장 뛰어난 재능을 갖고 있는 가수이자, 작곡가이자, 음악감독 중의 한 명이다. 쿨의 음반 등에서 뛰어난 재능을 과시했던 그녀는 ‘여자 이현도’라고 불릴 수 있을 정도로 다재다능하다. 95년 새롭게 이미지 변신을 하고 내놓은 이 음반은 제대로 된 힙합 스타일의 음반으로서 녹음, 세션 면에서도 굉장히 잘 된 작품이다. 박선주의 프로듀싱이 전 곡의 느낌을 통일감 있게 콘트롤을 하고 있고, 힙합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필청의 음반이다.
48. 김현식
4집 (1988 / 서라벌레코드)
송홍섭의 편곡, 이병우의 프로듀싱, 박청귀의 기타 연주 그리고 그의 허스키 보이스가 완벽하게 결합된 음반이다. 이제 그는 음반을 발표할 때마다 그 해의 음반을 만드는 거장이 되었고, 그는 당대의 가수였고, 신화였다. <기다리겠소>, <언제나 그대 내 곁에> 등의 명곡이 수록되었고, 솔로 활동 이외에 같이 한 신촌블루스에서의 활동으로 블루스에 집착하는 모습도 보여주었다.
49. 삐삐 롱 스타킹
원웨이 티켓 (1997 / 동아기획) 박현준(g, prog), 달파란(b, prog), 고구마(v)
마지막으로 진지한 음악을 원했던 강기영과 박현준은 이윤정 대신 고구마(권병준)를 가입시킨다. 그리고 실험적일 뿐만 아니라 음악적인 완성도도 갖는 이 음반을 만들었다. 이전보다 더욱 록 적이고 테크노 적인 이 음반에는 <바보버스>라는 대표곡이 실렸고, 이 곡은 싱글로도 발매가 되었다. <계단>, <마이너스>, <사건>은 그 동안의 삐삐 밴드를 통해서 응축된 힘이 담겨진 뛰어난 작품이다.
50. 이종만
1집 (1988 / 현대음향)
이 음반으로 두 명의 걸출한 뮤지션이 세상에 공개되는데, 한 사람은 이 음반 발표 전에 죽은 최종욱이라는 작사가이고, 또 한사람은 기타, 편곡, 작곡을 담당한 정유천이었다. <이야기>와 <빨간 사과>에서 볼 수 있듯이 최종욱은 일상에서 보는 것들을 자신만의 시각으로 한 번 더 걸러서 ‘이야기’하려는 뮤지션이었고, 정유천은 이 곡들과 <잡을 수 없네>, <지난날의 우리는>에서 예의 날카로운 감성으로 기타 연주를 한 훌륭한 연주자였다.
51. 한상원
Funky Station (1997 / 디지탈미디어)
더욱 완숙해진 그의 기타 연주 외에도 이현도, 신윤철, 신해철, 김광민, 이태윤, 정원영, 강기영, 유&미 블루 등 호화 진영의 게스트가 연주에 참여하여 밀도 높은 결과물을 만들었다. 한상원은 A Tribute To 신중현에 실린 <미련>의 후반부 솔로 연주에서 나타나듯이 국내에서는 보기 드문 훵키(funky)한 느낌의 연주를 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연주자 중에서도 압권이고, 최근에 발표한 전인권과의 프로젝트 음반에서도 그의 연주는 발군이었다.
52. VARIOUS ARTISTS
Rock In Korea (1989 / 성음) 이중산, 김도균, 강기영, 임재범, 손무현, 김종서, 김민기, 김성헌, 손경호, 이병일, 한정호, 김현준, 오태호, 홍성민, 김인용, Lorren S., Terry S.
Friday Afternoon에 자극받은 당시 헤비메틀계의 1급 뮤지션들이 잼 세션 형태로 참여하여 녹음한 음반이다. 당시까지 실체가 제대로 드러나지 않았던 이중산이 <멈추지 않는 강>, <Paradise>, <기억날 그날이 와도>에서 연주를 들려준 것이 흥미로웠고, 당시 전혀 무명의 기타리스트였던 오태호의 활약도 특기할 만 하였다. 그가 <멈추지 않는 강>이외에 <허상>, <기억날 그 날이와도>, <미로>에서 보여준 헤비 프레이즈는 훌륭했다.
53. 이광조
세월가면 (1987 / 성음) 보통사람들 : 양영수(d), 김영균(b), 함춘호(g), 이관형(key), 안동렬(key)
이영훈(작사/작곡가)과 같이한 이 음반에서 그는 보통사람들의 세션으로 <세월가면>과 같은 아름다운 슬로우 록 곡을 만들어냈다. 당시 이문세 전속 작사/작곡가였던 이영훈은 이문세의 4집 작업 이후 잠시 이광조와 이 음반을 만들었는데, 이로 인해 이광조는 자신의 디스코그래피에서 가장 훌륭한 음반을 만들어내는 행운을 맞았다. 보통사람들의 세션은 발군이었다.
54. 이문세
5집 (1988 / 킹레코드)
85년 3집에서 이영훈(작사/작곡자, 편곡은 김명곤)을 만나면서 단박에 당대를 대표하는 가수로 발돋움한 이문세의 마스터피스이자 이영훈과의 조화도 가장 훌륭했던 음반이다. 이 음반은 80년대 발라드 팝의 정점이라고 말할 수 있고, <시를 위한 시>, <안개꽃 추억속으로>, <가로수 그늘 아래 서면>, <붉은 노을> 등의 무척이나 감상적인 노래들로 채워진 음반이었다.
55. 하늘 바다
1집 (1989 / 성음) 장재환(g, v), 김영태(b, v)
이들은 이 음반으로 최초의 프로그레시브 록 그룹이라는 평가를 받았다(이 평가는 80년 동서남북에게도 하였지만). 하몬드 올갠 연주자인 김효국의 프로듀싱으로 만들어진 이 음반에는 <마네킹의 하루>, <거울 속의 얼굴>, <하늘 바다> 등이 실렸고, 이는 훗날 김효국, 믿음․소망․사랑 출신의 조준형(g), 조용필과 위대한 탄생 출신의 박기형(d)과 같이한 11월의 전초격일 수도 있다.
56. 노이즈가든
Noizegarden (1996 / 베이) 박건(v), 윤병주(g), 이상문(b), 박경원(d)
이들은 90년대가 배출한 가장 걸출한 헤비 록 그룹 중의 하나이다. 송필원의 녹음과 데이빗 콜린스, 앤드류 가버의 마스터링으로 만들어진 이들의 데뷔 음반은 한국 헤비 록의 신기원을 이룩한 음반이었다. <기다려>, <그렇게 말하지 않았어>, <말해봐>, <타협의 비> 등의 블루지한 헤비 록 넘버들이 앨범 전체에서 번뜩인 이 음반은 70년대 하드록의 전통이 90년대 메커니즘에 용해된 명반이었다. 특히 <우주 꽃사슴>에서 보여준 윤병주의 감각은 매력적이었다.
57. 신촌블루스
2집 (1989 / 서라벌레코드) 엄인호(g, v), 이정선(g, v), 김현식(v), 정서용(v)
1집에서의 핵심적인 보컬리스트가 한영애였다면, 2집에서는 <골목길>과 <환상>을 부른 엄인호가 가장 좋아한다는 김현식이 그 역할을 하였다. 1집에서 약하게 느껴졌던 세션을 강화하기 위해서 브래스 섹션을 도입하였고, 이는 <환상> 같은 곡에서 그 효과를 보았다. 정서용이 부른 산울림의 <황혼>, 이정선의 <산 위에 올라>, 엄인호의 <루씰> 외에도 게스트로 참여한 봄․여름․가을․겨울의 <또 하나의 내가 있다면>이란 멋진 곡이 실려있다.
58. 다섯 손가락
1집 (1985 / 서울음반) 이두헌(g, v), 임형순(v), 최태완(key), 이우빈(b), 박강영(d)
<새벽 기차>, <수요일엔 빨간 장미를>을 만든 이두헌(기타/보컬)의 카리스마가 지배했던 그룹이었다. 이 당시부터 최태완의 연주는 주목 거리였는데, 앨범에서 가장 빛나는 (이두헌의 기타 연주도 절정인) <사라진 가을>에서 그의 투명한 멜로디라인 전개는 90년대 각광받는 스튜디오 세션맨의 위치를 예약해 놓았다. 이두헌/임형순이 만든 곡들은 동 세대 뮤지션들의 작업물들을 압도했다.
59. 윤도현 밴드
2집 (1997 / 다음기획)
윤도현(v, g, har), 강호정(key), 유병열(g), 엄태환(g), 박태희(b), 김진원(d)
<다시 한번>의 멜로디는 서정적인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다. 하지만 “내가 서 있는 이 곳은 아무런 희망도 없어 / 모든 것들이 사라진 나는 이 곳에 서 있네”라는 가사를 되새긴다면 단지 아름답기만 할까? 윤도현의 외침은 진실됨으로써 힘이 있고, 상식적인 세계를 말함으로써 정당하다. 서른 살이 넘어서도 10대 소녀의 옆구리나 간지르는 유아적인 노래를 부르는 가수들은 이 음반에 부끄러워해야 한다.
60. 이상은
외롭고 웃긴 가게 (1997 / 킹레코드)
<담다디>의 이상은이 놀라운 변신을 한 세 번째 작품이다. 95년에는 완벽한 음악 감독이 되어서 공무도하가를 일본인 스텝들을 이끌고 녹음을 하였고, 97년에는 이 음반을 발표하여 자신만의 독특한 작업을 하고자 하는 스타일리스트로서의 이상은으로 성장하였다. <집>, <사막>, <외롭고 웃긴 가게>로 차례로 여행을 떠난 그녀는 이 땅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묻고, 대답하는 보헤미안이다.
61. 임지훈
1집 (1987 / 예음)
80년대 포크 록 명반 중의 하나이다. 그는 데뷔 음반 발표 전에 김창완과 함께 ‘꾸러기’의 멤버로 활동을 하였었고, 87년에는 김창기 곡인 <사랑의 썰물>, <내 사랑>, <영아의 이야기>를 담은 이 음반을 발표하였다. 그 외에 자신의 <내 그리운 나라>, 김창완의 <기다리면 대답해 주시겠어요>, 유지연의 <하루 종일 동네에 비가 내리면>, 김창훈의 <회상> 등도 수려한 곡들이다. 유지연의 연주와 편곡이 빛난다.
62. 갱톨릭
A.R.I.C (1998 / 강아지 문화 예술) 김도영(v, key), 임태형(v, key)
이들이 시종일관 내뱉는 저음의 ‘세상에 대한 외침’은 그들이 택한 소통방식의 다른 이름일 수가 있다. 그래서 그들의 주절거림은 강력한 함성으로 들린다. 힙합의 윤율에 실린 직설적인 랩은 그들이 일상, 사회, 가정에서 느낀 것들을 풀어나간 것이다. 송현주와 이한별이 엔지니어로 참여한 이 음반은 강아지 식구들이 역시 세션에 참여하였고, 독립 음반의 성과를 보여주는 올해의 걸작 음반이다.
63. 최일민
1집 (1994 / Metal Force)
그는 속주에도 능하지만 지향점이 잉베이 맘스틴 스타일이 아니라 리듬에 충실한 누노, 조지 린치, 조 사트리아니에 있었다. 그래서 그의 연주를 접하면 좋은 리듬감 위에 펼쳐지는 힘있는 연주를 들을 수 있다. 그와 서안상(b), 정욕욱/김태수(prog) 체제로 7곡의 연주곡을 녹음하였고, 그와 이태윤, 배수연, 최태완 체제로 4곡의 노래를 연주하였다. 특히 김찬이 작사하고 노래한 정통적인 스타일의 록 연주에서 오히려 그의 진가가 느낄 수 있다.
64. 서태지와 아이들
1집 (1992 / 반도음반) 서태지(v, prog, key, g), 이주노(v), 양현석(v)
그는 이 음반으로 힙합과 함께 흑인 음악의 핵심이 된 랩을 국내에 토착화시켰다. 한국어로 랩을 하기 위하여 발음, 띄어쓰기, 휴지부의 호흡 등을 고려하면서 음악 작업을 하였던 그는 결국 이 음반을 통해서 한국어로도 랩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바로 지금이 그대에게 유일한 순간이며 바로 여기가 단지 그대에게 유일한 장소이다”(<환상 속의 그대>)는 이 시대 젊은이들의 노래이다.
65. 봄․여름․가을․겨울
나의 아름다운 노래가 당신의 마음을 깨끗하게 할 수 있다면 (1989 / 서라벌레코드) 김종진(g, v), 전태관(d)
이들의 최고작이다. 당시는 김종진의 말대로 ‘음악이 샘물처럼 솟아 나오고’ 있었다. 김종진의 연애 시절이라 음악이 더욱 감미로웠고, <어떤이의 꿈>, <열일곱 그리고 스물넷>이 인기를 얻었다. 그러나 정말 그들 음반의 베스트 사이드(LP의)로서 <그대, 별이 지는 밤으로>로 시작하여 <못다한 내마음을…>로 끝나는 B면은 훌륭하다.
66. 활주로
1집 (1979 / 지구레코드) 배철수(d, v), 김종태(b), 지덕엽(g), 박홍인(key)
그들은 <탈춤>으로 당시 새로운 작법을 보여줌으로써 대학 가요제 출신 그룹들의 총아가 된다. 완성품 성격의 앨범을 선보임으로써 ‘대학생 가수’들의 가능성을 보여 주었고 자기 또래의 ‘음악 지망생’들에게 자신감을 불러 일으켰다. 여기에 작사/작곡자로 참여한 라원주, 이응수, 지덕엽의 감각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옛날 추억의 오르간 소리를 듣고 싶을 때 권할 수 있는 필청 음반이다.
67. 벌거숭이
1집 (1985 / 한국음반) 강인봉(g, v), 강인구(key), 이영웅, 곽윤종, 안영훈
70년대 중반 활동하던 한국판 ‘잭슨 패밀리’ 작은별 가족의 강인봉이 어느새 성장하여 만든 그룹이다. 멤버 모두가 뛰어난 작곡력을 보유했고, 리프가 좋은 <벌거숭이>외에 유연한 곡 전개가 돋보이는 <오늘이야>, <시월의 꿈>, 강인봉의 역작 <삶에 관하여> 그리고 앨범에서 가장 다른 성향의 곡인 강인구의 <도시는 밤이 화려하다> 등 앨범 전곡이 나름대로의 완성도를 갖고 있었다.
68. 허클베리 핀
18일의 수요일 (1998 / 강아지 문화 예술) 이기용(g, b), 남상아(v, g), 김상우(d)
도현호와 권병준이 엔지니어를 맡은 이 음반은 강아지문화예술을 본궤도에 올린 음반일 뿐만 아니라 올해 인디 레이블의 성과물이다. <첫 번째 꼭>, <갈가마귀>, <Work> 등이 수록되었고, “목이 쉰 채로 온종일 짖던 외로운 개는 죽었지 / 붉은 고갯길 내려다보던 구름들 / 강을 넘어서 어둠 속으로 어둠이 되어서 숨는다 / ~우 절름발이의 꿈”이라고 나직이 노래하는 <Huckleberry Finn>은 그들의 정서를 알 수 있는 필청곡이다.
69. 정태춘․박은옥
정동진/건너간다 (1998 / 삶의 문화)
정태춘․박은옥 독립군 부부의 20주년 기념 음반 성격도 갖고 있는 오랜만에 대하는 그들의 역작이다. 최성규와 조동익이 참여함으로써 90년대 감각이 세션에 도입되었고, 아! 대한민국의 경직된 느낌에서 자유로워진 음반이다. <정동진(1)>, <소리 없이 흰눈은 내리고>의 가사는 아름답고, <정동진(1)>과 <정동진(2)> 편곡은 비교해서 음미하면 재미있는 곡들이다. 역시 알려지지 않은 수작이다.
70. 박춘삼
2집 (1988 / 킹레코드)
이종만과 그는 비슷한 점들이 있었는데, 같은 해(88년)에 자신들의 최고작을 발표하였고, 둘 다 약간은 ‘퇴폐적’인 느낌의 보이스컬러를 갖고 있었다. 또한 이종만에게는 최경식/정유천이라는 곡 작업자들이 그리고 박춘삼에게는 이영재라는 당대의 세션 기타리스트이자 곡 작업자가 있었다. <당신의 두 눈엔 눈물이>는 이영재의 아름다우면서도 격정적인 노래이고, 특히 김광석의 기타 솔로가 압권인 곡이었다.
71. 김현철
1집 (1989 / 서라벌레코드)
90년대 재능 있는 음악감독인 김현철의 소박한 출발점이다. 박학기의 데뷔 음반에서부터 자신의 재능을 선보인 그는 <춘천 가는 기차>, <오랜만에>가 담긴 이 음반으로 마니아 층에서 은근히 알려지기 시작하였고, 역량을 인정받았다. 만일 그가 이 때를 기억할 수만 있다면 21세기에도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현재 그의 모습과는 상관없이 이 앨범 하나만으로도 그는 중요한 뮤지션임에 틀림없다.
72. 봄․여름․가을․겨울
농담, 거짓말 그리고 진실 (1992 / 서라벌레코드) 김종진(g, v), 전태관(d)
국내 스튜디오 녹음 현실에 답답함을 느낀 그들은 뉴욕의 애크미(ACME) 스튜디오에서 로리 영의 엔지니어링으로 녹음을 감행하였다. 김중만의 사진집도 귀중한 소장품의 역할을 한 이 음반은 <농담, 거짓말 그리고 진실>, <10년 전의 일기를 꺼내어> 등이 수록되었고, 인기를 얻을수록 더욱 뮤지션 본연의 자세에 치중하려 했던 진지함이 깃들여 있다.
73. 따로 또 같이
2집 (1984 / 대성음반) 이주원(g, v), 나동민(g, v), 강인원(g, v)
한국 대중음악(음반)의 새로운 시작을 예고하는 음반이고, 이 음반으로 분명히 한국 대중음악의 음반 수준을 한 단계 높여 놓았다. 이 음반부터 세션맨, 레코딩 엔지니어라는 개념이 뮤지션들뿐만 아니라 대중에게도 새롭게 인식되기 시작하였다. 우순실이 부른 <커텐을 젖히면>과 록 프레이즈가 ‘시도된’ <별조차 잠든 하늘엔>, 그리고 <너와 내가 함께> 등의 세련된(당시로서는) 노래들이 실렸다.
74. 조동진
2집 (1980 / 신세계레코드)
또 하나의 초기역작이다. <나뭇잎 사이로>, <진눈깨비>라는 두고두고 불려지는 노래들이 실렸고, 조동익 작곡의 <어떤날>은 훗날 어떤날을 예고했다. 그는 한국 대중음악사에서 최초로 할아버지가 되어서도 계속 자신의 노래를 하리라고 생각되고, 그랬으면 하는 바램을 갖게 하는 진정한 뮤지션 중의 하나이다. 그러므로 그의 모든 작품들은 들을 가치가 있고, 중요한 위상을 갖는다. 그리고 <어둠 속에서>는 숨겨진 보석이다.
75. H2O
2집 (1992 / 아세아레코드) 김준원(v), 박현준(g, key), 강기영(b, key), 김민기(d)
김준원과 강기영은 롤링 스톤즈와 같은 리듬 위주의 록을 하고 싶어했고, 90년에 새로운 H2O를 박현준, 김민기를 참여시켜서 결성을 한다. 여기서 주목할만한 것은 강기영의 창작력과 함께 박현준의 멋있는 플레이였다. 특히 아직 완숙미는 떨어지지만 <우린 무엇이기에>, <그대에게 가기까지>에서 보여준 박현준의 그루브한 리듬웍은 강기영의 말대로 당시 그에게서밖에 볼 수가 없었다.
76. 조동익
Movie (1998 / 하나뮤직)
이 음반은 94년 김홍준 감독의 ‘장미 빛 인생’에 쓰인 곡들과 97년 송능한 감독의 ‘No.3’에 쓰인 곡들(미발표 곡들을 포함한)을 묶은 음반이고, 94년 솔로 데뷔작 동경에 이은 2집이다. <현기증>, <이탈> 등 그만의 어법으로 만들어진 테크노 연주곡, <첫 발자국> 등 관조적인 소품, <그림자 춤> 등의 미발표곡이 수록된 이 음반은 조동익을 알 수 있게 하는 명작이다. 당대를 대표하는 조용한 거장의 차분한 그러면서도 역동적인 음반이다.
77. 신성우
Eight Smles Of Klein (1993 / 로얄레코드)
이 음반으로 그는 단지 얼굴만 잘 생긴 가수만은 아니었음을 증명하였다. 음반 부클릿에 적어놓은 “내가 생각하는 예술인이란 항상 그 시대를 대변하는 역할을 하는 자이며 쓰러져 가는 생각들을 일으켜 세우는 작업을 하는 자이다. 이 과정 속에서 의무와 비교되어야 할 만한 작업으로 그 시대의 문화적인 풍습과 흐름 등을 시각적 독점화의 성향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비판해야 한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라는 자신의 예술가론은 한번 음미할만하다.
78. 언니네 이발관
비둘기는 하늘의 쥐 (1997 / 석기시대) 이석원(v, g) 류기덕(b), 유철상(d), 정대욱(g)
이들은 새로운 컨셉을 제시한 록 밴드이고, 이들의 데뷔 음반은 ‘의외로’ 좋은 결과물들을 담고 있었다. <푸훗>, <보여줄 순 없겠지>, <쥐는 너야>, <생일 기분>, <산책 끝 추격전>, <우스운 오후> 등에서 보여준 독특한 감성은 신선했고, 산울림의 데뷔 음반이 생각날 만큼 독자성을 갖고 있었다. <푸훗>은 이들의 음악을 대할 때 저절로 내뱉어지는 소리이다.
79. U & ME BLUE
Cry… Our Wanna Be Nation! (1996 / 송) 방준석(g, b, key, seq, v), 이승열(g, seq, v)
그들은 새로운 연주자였다. 그리고 감각은 국내 뮤지션들과 달랐다. U2와 같은 80년대의 ‘클래식’ 록 스타일을 수용한 정도가 아니라 그 당시의 한 복판에서 연주하는 뮤지션들 같은 느낌이 든다. 하지만 누구를 베꼈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들은 나이에 비해서 발군의 연주력을 갖고 있었고, 이미 2집인 이 작품으로 ‘완성도’가 무슨 말인지를 보여주었다. <천국보다 낯선>, <나의 다음 숨결보다 더 아름다운 너를 원하고 있어>를 들어보았으면 한다.
80. 시나위
5집 (1995 / 워너뮤직) 신대철(g), 손성훈(v), 정한종(b), 신동현(d)
신대철이 5년만에 재개한 시나위의 컴백 음반이며, 90년대 록 음악의 조류를 흡수하였다. 그의 말에 따르면 록 씬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택한 어쩔 수 없는 변신이었다고 하지만 5년간의 쉼이 음악적인 준비 기간으로 제대로 대체되었다고 평가받을 수 있을 만큼 정제된 록 음반이다. 김국현의 레코딩은 질감 좋은 사운드를 만들어냈고, <너에게 주고 싶어>, <상심의 계단>은 명곡이다.
81. 유재하
1집 (1987 / 서울음반)
그는 죽음으로써 자신의 작품이 알려진 비극적인 뮤지션이다. 진정한 멀티플레이어이자 뛰어난 작사/작곡/편곡자이기도 했던 그는 거의 혼자서 데뷔 음반을 만들었고, 그 것은 아직도 거론되는 명작이다. <사랑하기 때문에>, <지난 날>, <가리워진 길> 등의 명곡이 담겨있는 이 음반은 후에 김현철, 조규찬 등의 뮤지션에게 영향을 주었다. 짧지만 거대했던 발자취였다.
82. 패닉
밑 (1996 / 신촌뮤직) 이적(v, g, key, b), 김진표(v)
이 사회의 ‘냄새’ 나는 썩은 ‘밑’바닥을 헤집고 다닌 비틀린 역작이다. <냄새>, <벌레>에서 보여지는 제도권에 대한 적의 표출은 그 직설적인 표현으로 음반 발표 시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UFO>는 후에 김진표가 나갈 방향성이 보여지는 역작이고, 전체적으로 <그 어릿광대의 세 아들에 대하여> 등 ‘노래 듣기’보다 ‘노래 보기’에 관심이 끌리는 독특한 작품이었다.
83. 김수철
황천길 (1989 / 서울음반)
크로스오버 국악의 마스터피스이다. 그리고 태평소가 주선율로 이용되는 <황천길>, 아쟁이 주선율로 쓰여지는 <한> 등 국악기의 맛이 이럴 수도 있음을 새롭게 사람들에게 인식시킨 ‘퓨전 국악’의 이정표였다. 그외 <나그네(대금)>, <슬픈 소리(창)>, <외길(피리)> 등도 완벽한 하나의 흐름을 이루고 있고, 특히 김수철(기타) 이외에 신현권(베이스), 배수연(드럼), 전태관(퍼커션) 등이 참여한 <풍물 1989>는 록 적인 필이 절묘하게 국악의 선율로 녹아든 명곡이다.
84. 마그마
1집 (1981 / 힛트레코드) 조하문(b, v), 김광현(g), 문영식(d)
작은 거인 2집과 함께 우리 나라에서 (음반상으로) 하드 록의 시작을 알린 역사적인 음반이었다. 이들은 박두진의 시를 개사한 <해야>로 80년 MBC 대학가요제에 참여하여 은상을 받았는데, 당시 대학 가요제에 나온 록 그룹들 중에서 마그마와 같이 헤비한 음악을 했던 그룹은 없었고 보수적인 관점의 대학가요제에서 이들이 수상을 하였다는 점은 사실 의아하게 여겨진다. <아름다운 곳>, <잊혀진 사랑>에서 헤비 록 기타 연주를 들을 수 있다.
85. 사랑과 평화
2집 (1979 / 서라벌레코드) 최이철(g, v), 김명곤(key, v), 이근수(key), 이경희(d), 송홍섭(b)
이 음반에서는 새로이 가입한 이경희의 곡인 <얘기할 수 없어요>가 타이틀곡으로 실려서 인기를 얻었고, 이 곡은 그루브한 연주에 능한 그들의 역량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곡이었다. 그 외에 이규형의 <장미>, 김명곤의 <내 진정으로>, <그대만 보면>, <비가 내리네> 등의 뛰어난 곡이 수록되었고, 1집에서와 같이 차이코프스키의 <피아노 협주곡 제 1번>, 베토벤의 <엘리제를 위하여>가 디스코 풍으로 새롭게 연주되었다.
86. 유지연
2집 (1985 / 예음)
그는 80년대에 이정선과 함께 최고의 어쿠스틱 기타 연주자로 불렸던 뮤지션이다. 78년 정태춘의 데뷔음반 시인의 마을에서 처음으로 스튜디오 세션, 편곡을 시작한 그는 대성음반에서 첫 앨범을 냈었고, 85년에 대중에게 그의 데뷔 음반격으로 알려진 2집을 발표한다. 이 음반에는 <잃어버린 사랑>, <사랑과 평화>와 같은 인기를 얻은 포크 곡들이 실려있고, <창가에 앉아서>는 그의 슬라이드 기타 연주가 멋있게 진행되는 노래였다.
87. 자유
Old Passion (1991 / 신세계음향) 신대철(g), 김영진(b), 오경환(d)
자유는 신대철이 시나위 4집 이후 잠정적으로 휴지기에 들어간 동안 만든 블루스 헤비 록 그룹이다. 시나위, 카리스마, 아시아나 등 대형 록 그룹에 참여하였던 김영진의 주도로 크림 스타일의 음악을 하려고 했었다. 블루스 헤비 록 그룹으로서는 여태까지 국내 최고였다고 생각되고, 후에 박상민의 히트곡이 된 <멀어져간 사람아>에서 신대철의 보컬을 들을 수 있다.
88. 스트레인저
Sailing Out (1990 / 서라벌레코드) 이승철(v), 임덕규(g, prog), 김동규(key, prog), 박인호(b), 박석민(d)
이들은 임덕규의 테크니컬한 기타 연주를 바탕으로 바로크 메틀 지향의 연주를 하였다. 그럼에도 임덕규의 파워풀하면서도 좋은 멜로디 감각으로 품격 있는 메틀 연주를 들려주었고, 이 음반은 이 계열의 연주를 하는 밴드의 음반으로서는 가장 뛰어났다. <Take Away (This Pain)>는 임덕규와 함께 이승철의 진가를 보여주는 곡이고, 연주곡 <Sailing Out>도 좋았다.
89. 새바람이 오는 그늘
새바람이 오는 그늘 (1990 / 아세아레코드) 조규찬(v, g), 이준(g, v), 김정렬(b, v)
이들은 데뷔를 했을 때 자그마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조규찬을 중심으로 20대 초반 3명의 풋풋한 싱어 송라이터가 모여서 만든 이 그룹은 이름만큼이나 상큼한 노래들을 불렀었다. 당시에는 스스로 음악을 만들어 연주하는 20대 초반의 뮤지션이 드물었기 때문에 나이 하나만으로도 주목거리였다. 여러 장르의 음악을 혼합한 스타일의 노래를 만들어 불렀던 그들은 가요계의 새바람 구실을 하였다.
90. 이성우
1집 시간이 흐르고 나면... (1990 / 서울음반)
이성우는 동물원 1, 2집의 멤버로 참여하여 감각적인 일렉트릭 기타 연주를 보여준 뮤지션이었지만 그의 다양한 음악적 관심사로 인해 어느 정도 폭이 제한된 동물원에서는 존립할 수 없었다. 90년에 그는 원 맨 밴드 형식으로 자신의 솔로 음반을 두 장의 음반에 담아 발표를 하였다. 녹음까지 혼자서 해결한 여기에는 이은미가 보컬로 참여한 <미아리>와 <시간이 흐르고 나면>, <Duan Allman의 기타 소리를 듣고…> 등의 주목할 만한 노래들이 실렸다.
91. U & ME BLUE
Nothing's Good Enough (1994 / 나이세스) 방준석(g, b, key, seq, v), 이승열(g, seq, v)
이들의 데뷔는 놀라웠다. 한 마디로 말해서 국내에서는 듣기 힘든 연주 스타일을 선보인 그룹이었다. 국내에는 알게, 모르게 정형화된 세션의 틀이 있었고, 이것은 소수의 연주자들에 의해서 바쁘게 음악이 만들어지는 이유 때문이기도 했다. 그런 가운데 이들이 보여준 <꽃>, <영화 속의 추억> 등은 당시 전문 세션 연주자들도 한 번쯤은 심각하게 듣고, 생각해 보아야할 곡들이었다.
92. VARIOUS ARTISTS
비오는 날 수채화 1집 (1989 / 지구레코드) 권인하, 김현식, 신형원, 강인원
한국에서 사운드트랙 음반의 진정한 시발점이자 최고의 명반이다. 강인원의 작사/작곡/편곡으로 만들어진 이 음반에는 김현식의 <그 거리, 그 벤치>, 신형원의 <커피향 가득한 거리>, 권인하의 <오래 전에>, 모두가 부른 <비오는 날 수채화>라는 명곡들이 실렸다. 최고의 보컬리스트들인지라 역시 최고의 노래가 나올 수밖에 없었다.
93. 조윤
Mobius Strip (1996 / 시완레코드) 조윤(all inst.)
이 음반은 동물원 출신 이성우의 솔로 데뷔작인 시간이 흐르고 나면…의 계보를 잇는 소중한 작품이다. 혁신적인 앨범 커버 디자인(앨범을 전부 펼치면 십자가 형태이고, 내부는 피라미드를 만들 수 있게 되어 있다)도 멋있었던 이 음반은 총 6부 작으로 구성된 철학적인 작품이다. <방랑야인>, <Prologue>, <바람 코지>가 수록되었고, 이는 그의 친구 자살로 비롯된 영적 체험이 모티브가 되었다.
94. 오선과 한음
오선과 한음 (1985 / 서라벌레코드) 김선민(g, v), 강태호(g, v)
김선민과 강태호가 84년에 결성한 듀오의 데뷔작이다. <나그네>, <공허한 마음>, <빛 바랜 사랑>, <시찌프스 신화>과 같은 아름다운 포크, 발라드 팝이 실린 데뷔 음반 발표했지만 자신들의 역량에 비해서 오래 지속되지 못한 불운한 듀엣이었다. 김선민의 시적 감성이 멜로디컬한 그의 노래에 뛰어나게 녹아있는 이 음반의 곡들은 비록 세션이 진부한 방식으로 진행된 게 문제였지만 당시 해바라기와는 또 다른 형태의 감수성을 갖고 있었다.
95. 크래쉬
Experimental State Of Fear (1997 / 서울음반) 안흥찬(v, b), 이성수(g), 하재용(g), 정용욱(d)
이성수, 하재용을 정식 멤버로 받아들여서 영국의 맨체스터 근교에 위치한 채플 스튜디오에서 콜린 리차드슨의 프로듀싱과 믹싱하에 만든 음반이다. 첫 곡 <Breathe / Suffer>를 들어보면 알겠지만 크래쉬의 사운드에서 본격적인 그루브감을 발견할 수 있게 되었고, 잘 짜여진 멋진 스래쉬 기타 리프를 들을 수 있다. 안흥찬은 “이보다 나은 공격적이고 파괴적인 드럼 어레인지는 있을 수 없다”라고 하였고, 기타와 베이스의 톤은 출중하였다.
96. 강산에
삐따기 (1996 / 킹레코드)
일본인 세션으로 발표한 음반이고, 여기에는 “시청 앞의 태극기는 삐딱하게 걸려있다”라고 노래하는 <태극기>가 실려있다. 자기 자신의 문제에 가장 관심이 많다는 그는 이런 그의 생각을 결국 이 음반의 음악에 반영을 하였다. <그래도 9월이다>, <자유 새> 등의 수작이 수록되었다. 그는 올해 이 음반의 연장선상에 있는 연어를 발표하였다.
97. 김현철
횡계에서 돌아오는 저녁 (1993 / 서라벌레코드)
음악 감독으로서 김현철이 ‘젊은 거장’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작품이다. <달의 몰락>으로 매스컴의 주목도 받고, 이를 기꺼이 이용한 그이지만 적어도 이 작품까지는 자신의 아우라를 잃어버리지 않았다. 큰 상업적인 성공을 거둔 작품이면서도 뛰어난 작품성도 동시에 갖고 있다. <횡계에서 돌아오는 저녁>도 주목할 노래이다.
98. 낯선 사람들
2집 (1996 / 녹스) 고찬용(g, v), 허은영(v), 신진(v), 백명석(v)
맨하탄 트랜스퍼를 지향하며 93년에 데뷔 음반을 발표한 그들이 퓨전 록 성향의 다양한 작품들을 실어 발표한 명작이다. 이 음반에서 임창덕의 믹싱은 자신의 레코딩 경력 중에서도 손꼽을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난 작업이었고, 이는 <두려운 행운>이라는 곡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고찬용의 재능은 여기서도 빛난다.
99. 해바라기
2집 (1985 / 한국음반) 이주호(g, v), 이광준(g, v)
유익종이 이광준으로 바뀌면서 발표한 음반이고, <이젠 사랑할 수 있어요>와 1집에도 수록되었던 <모두가 사랑이예요>가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면서 해바라기를 당시의 대표적인 포크 듀오로 만들었다. 이 외에 <시들은 꽃(기다림 속에서3)>, <어서 말을 해>, 그리고 재 수록된 <사랑의 시>, <행복을 주는 사람>, <갈 수 없는 나라> 등 앨범의 거의 모든 곡들이 사랑 받았다. 부담 없이 듣기 좋은 어덜트 컨템퍼러리 팝 음반으로서는 출중했다.
100. VARIOUS ARTISTS
겨울노래 (1997 / 하나뮤직) 낯선 사람들, 장필순, 안치환, 더 클래식, 한동준, 함춘호, 박인영, 권혁진, 박용준, 윤영배, 조동진, 조동익
하나음악에서 기획한 ‘겨울노래’ 모음집으로 조동진의 계보가 지금 한국 대중음악계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는지를 보여준 음반이다. 장필순의 <다시 눈을 뜰 수 없게 되면>, 안치환의 <진눈깨비>, 권혁진의 <겨울비>, 조동진의 <겨울 숲> 등의 명곡들이 수록된 90년대 최고의 컴필레이션 음반이다.
SOUND MAGAZINE - 박준흠 선정 ‘한국 대중음악사 100대 명반’ (서브 1998년 12월호) http://me2.do/5L03xGkB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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