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이동거리 : 35 Km, 누적거리 : 4965 Km
마지막 드골 공항에서 우리와 26일간 즐거움을 함께 한 푸조 차량을 반납하고 공항터미널로 들어선 순간 이 곳에 처음 도착한 때가 생각났습니다. 잠깐이지만 짐을 찾지 못해 당황했던 일, 난생 처음 도착한 전혀 알아들을 수 없는 불어에 생소한 공항 모습에 앞 일이 막막하던 일하며 당시 일들이 생각납니다. 싱가포르에 도착했을 때만 해도 별 걱정이 없었는데 파리에 도착하면서 날씨도 좋지 않은 상태에서 여러 걱정이 들었지요. 이제 생각하면 기우에 불과했지만 당시에는 그랬습니다. 가족들에게 표현도 못하고 혼자 걱정이 태산 같았었지요. |
<마지막까지 잘 견뎌준 우리 애마 푸조, 이제 거의 쓰레기차가 되었습니다.> |
드골 공항은 다시 봐도 비좁고 불편한 공항입니다. 여기에 더해 하필 오늘따라 폭탄테러 비상이 걸려 원형으로 된 좁은 터미널에서도 반 정도만 돌아다닐 수 있도록 허용되고 있어 불편함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먹을 곳도 스낵바 같은 곳만 2군데 열려있었고 면세점도 작아 비좁은 것은 마찬가지여서 들어가서 쉴 수 있는 곳이 없었습니다. 결국은 서양인들이나 동양인들이나 모두 다 그 비좁고 불편한 콘크리트 복도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있기 시작했습니다. 움직일 곳도, 앉아 쉴 곳도 없는 그런 공항입니다. 정말 최악의 공항 중 하나라고 표현하고 싶은 공항입니다. 20시간을 넘게 비행하고 가려는데 쉬지도 못하고 떠나게 됩니다. 이번 유럽여행을 종합하면 미국에 비하면 20분의 1 정도 크기의 나라인 프랑스인데도 20일의 일정이 빠듯했습니다. 정신 없이 돌아다녔고 끊임없이 움직였지만 우리가 본 것은 아마 10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 것입니다. 하긴 우리나라에서도 수십 년간 돌아다녔지만 아직도 가보지 못한 곳들이 있으니 우리보다 4배는 더 큰 프랑스가 오죽 하겠습니까? 실제 거주 가능한 땅의 넓이는 우리가 3만 평방 Km - 남한 국토면적 10만 평방 Km중 70%가 산으로 이루어진 우리 나라입니다. - 인 데 반해 프랑스는 전체 50만 평방 Km중 70 ~ 80%인 약 40만 평방 Km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것의 13배나 된다는 산술적인 계산이 나옵니다. 그 정도로 큰 나라이므로 짧은 20일 정도의 일정으로 볼 수 있는 곳이 한계가 있지요. 조급하게 다시는 오지 못할 곳처럼 생각하고 돌아다니는 것만이 능사는 아닐 겁니다.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막상 여행 기회가 닥치면 언제 그런 생각을 했느냐는 듯 다시 빡빡한 일정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정신 없이 돌아다니는 악순환을 만들곤 합니다. 정말이지 앞으로는 잠깐 동안이라도 여유를 부릴 수 있도록 계획을 세우는 것을 원칙으로 하겠다고 결심합니다. 진짜 그럴지는 저도 자신은 없습니다만…… 그래도 머나먼 20시간을 비행하고 와야 하는 곳을 휴양으로 올 수는 없겠지요. |
새로운 것도, 상상만 했던 것도, 그 모든 것을 보고 난 느낌은 한마디로 유럽은 개인에 대한 배려가 대단하다는 생각입니다. 과거보다 무척이나 발전한 우리는 아직도 개인보다는 집단위주의 행위나 행동, 지원 등이 국가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우선시 되고 있는데 반해 유럽에서는 프랑스던 스위스던 스페인이던 간에 모든 곳에서 집단보다는 개인이 우선이라는 인식이 강하고 또 그런 냄새가 짙게 풍긴다는 사실입니다. 역사적으로 보면 서구도 집단주의에 매몰되어 강한 국가, 민족을 추구하거나 개인을 억압한 수많은 사례들을 가지고 있는데 그런 경험 하에서 결국 개인 위주의 사회가 형성되지 않았나 생각이 듭니다. 집단주의의 가장 큰 폐해가 바로 얼마 되지 않은 과거에 있었던 히틀러와 나치일 겁니다. 그 광신적 집단주의, 민족국수주의가 전 유럽을 사상 최악의 전쟁으로 몰아가 수천만 명을 죽이고 전 유럽을 폐허로 만들어 버리지 않았습니까? 그 이후 유럽에서는 그 어떤 이유로도 집단주의를 배격하고 배척하는 형태로 교육도 시키면서 앞으로 절대로 그런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만들어나가고 있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극우파들이 득세하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보곤 하는데 유럽의 지도자들이 스스로 그런 경우를 제어, 통제하기도 합니다. 가까운 예로 영세중립국이던 오스트리아가 몇 년 전 극우정권이 들어섰을 때 EU에서 엄청난 제재를 가하면서 극우에 기반한 정책을 만들지 못하게 막기도 했지요. 그러나 개인이 우선시되면 그런 집단에 의한 극단적 행동들이 제어되어 사회적으로 안정성을 유지하게 됩니다. 우리도 이런 점은 정책적으로 교육적으로 받아들여 개인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사회를 발전시켜 나가야 현존하는 많은 문제점들이 해소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비좁고 정신 없고 쉴 곳 없는 드골 공항의 어느 면세점 앞에서> |
이번 여행의 경험으로 한가지 더 추가한다면 더 이상 우리나라는 인터넷이나 IT의 강국이라는 명성이 허상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세계적인 IT의 강국, 초고속 인터넷이 생활화된 나라라는 명성은 이 곳 프랑스에서 여지없이 무너져 내렸습니다. 국내에서도 많은 여행을 하며 모텔이나 펜션, 콘도와 같은 곳을 다녀봤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어디든지 무선인터넷이 되는 곳은 찾기 어려웠는데 프랑스는 웬만한 숙박지들이 여행객 각자의 노트북 컴퓨터를 가져와 무선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물론 속도는 우리가 한국에서 경험하는 것들보다 상당히 느린 편이지만 각자의 방에서건 모텔 로비나 식당이라는 한정된 공간이던 간에 사용할 수 있도록 되어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혹 인터넷이 되는 곳은 무선이 아닌 유선으로 연결해야 하거나 각 방에 있는 고정된 PC에서만 가능하도록 되어 있지요. 무선을 제공하지 않는 이유가 아마도 경제적 이유라고 판단되는데 그 정도의 서비스는 투숙객에게 제공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국가적으로 무선 인터넷에 대한 공유와 보급에 힘쓰는 정책을 펼쳐야 할 것이고 개별 호텔, 모텔, 콘도미니엄 등도 그리 큰 비용이 들지 않는 그런 정도의 서비스는 제공함으로써 투숙객들이 누구든지 어디서든지 언제든지 한국 내에서라면 인터넷을 각자의 PC에서 연결이 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으면 합니다. 휴대전화는 세계에서도 손꼽힐 정도로 각종 서비스가 보급되어 있는데 불구하고 인터넷 환경은 그에 비하면 상당히 뒤쳐져 있는 셈입니다. 현재 우리가 기반 기술과 상용기술을 개발해 놓고도 제대로 보급이 되지 않고 사장되고 있는 와이브로(Wibro) 무선 통신기술이 비근한 예이지요. 국가가 전폭적으로 지원하지 않고 있으니 망에 대한 환경도 이제 겨우 수도권 일대에만 국한되어있고 사용자 보급도 지지부진하고 있습니다. 10여 년 전 CDMA를 국가가 뚝심 있게 한 방향으로 끌고 간 이후 우리의 통신기술과 서비스가 비약적으로 발전, 세계적인 통신 국가가 되었듯 무선 통신에 관하여도 좀 더 전폭적인, 전문적인 발전을 기대할 수 있도록 국가와 기업이 서로 상생하여 앞으로도 계속 우리나라가 세계적인 통신, 인터넷, IT 강국이 되기를 기원해 봅니다. 유럽은 여행 다니기에 좋은 여건을 가진 연합체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생각보다 쉽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수많은 유적들과 관광지, 박물관 등은 우리에게 무한한 관광자원으로 다가와 끝없이 다닐 수 있는 원동력을 제공해주지만 물가와 언어와 같은 부분은 조금쯤은 방해가 될 수 있는 문제입니다. 그렇다고 유럽여행을 제고할 정도로 큰 문제는 아니지요. 지엽적인 문제일 뿐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제가 여행기를 쓸 때마다 강조해온 말과 같습니다. 제 아무리 언어문제가 있고 어려운 문제가 발생해도 딱 한가지만 확실하면 큰 어려움 없이 돌아다닐 수 있습니다. “아는 만큼, 준비한 만큼 보인다.”입니다. 내가 준비한 만큼 보게 되고 내가 아는 만큼 느끼게 됩니다. 그 이상은 희망사항이고 운이 좋으면 준비하지 않아도 보거나 느낄 수 있는 것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도 준비를 위한 노력에 대한 대가일 뿐입니다. 결코 세상의 격언은 바뀌지 않습니다. 여행에서조차도 말입니다. 누구든지 할 수 있는 유럽여행! 준비만 잘하면 아무 어려움 없이 다닐 수 있습니다. 저희의 경험으로는 여행사의 프로그램을 따라가는 것보다 금전적으로도 절반정도면 충분합니다. 이제 이번 여행을 마치면 당분간은 이런 여행은 꿈꾸기가 어려울 겁니다. 아이들이 중학교에 다니게 되어 장기간의 여행은 지금보다는 힘들어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언젠가 다시 어딘가를 떠돌아다니는 여행의 발길을 움직이겠지 하는 바람으로 기약하면서 다만 이번 여행이 아이들에게 좋은 영향을 끼쳤으면 하는 작은 소망을 비치면서 여행기를 마칩니다. |
첫댓글 그동안 건강하게 여행을 맞치신것을 축하드리며 여행기 잘 읽었읍니다.
서유럽 여행기 끝가지 정말 잘 읽었습니다. 먼저 용기가 대단하십니다. 아무일 없이 건강 하게 여행을 잘 마치셨다니 더욱 다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