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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활동지원사 권리를 찾아서(전국활동지원사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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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스크랩 <연재> 13. 전신마비장애인 보험설계사가 되다.
코난 추천 0 조회 63 14.11.06 12:00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보험설계사 도전

 

2002년 9월, 장애인이동권연대 국가인권위원회 점거농성을 뒤로 하고, 다시 이천으로 내려와 집에서 지내게 되었다. 소일거리라도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싶은데, 손도 발도 쓰지 못해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전신마비장애인이 할 수 있는 일을 찾기란 하늘에 별따기처럼 어려웠다.

 

그래서 곰곰이 생각해 보다가 내가 활동하려면 우선은 활동보조인이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산재도 자동차 종합보험도 물 건너가서 나한테는 활동보조인을 구할 비용이 없었다. 그래서 장애인 서바이벌대회에서 알게 된 (주)마이크로소프트의 이사님에게 전화를 해 한번 만나고 싶다고 청했다. 그래서 강남 삼성역 근처에 있는 (주)마이크로소프트 회사에서 이사님을 만나 “사회활동을 하고 싶은데 혼자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어서 사회활동을 하려면 활동보조인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회사차원에서 후원을 해줄 수 있는지 알아보려고 찾아 뵙게 되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사님은 “회사차원에서 장애인시설이나 복지관 같은 법인은 후원할 수 있으나 개인에게 직접적으로 후원하는 것은 어렵다.”고 말했다. 그래서 포스코 본사도 가보고, 여의도에 있는 전경련도 찾아가서 얘기를 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마찬가지 였다.

 

그렇게 몇 군데를 돌아다니다 보니 가을이 지나갔다. 그리고 겨울 내내 방 안에서 지내며 결국은 "나 혼자 이 방안을 탈출(?)해야겠구나" 생각했다.

 

2003년 3월, 무엇을 하면 좋을지 고민을 하다가 문득 “보험”을 하면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사람 만나는 것도 좋아하고, 보험이라는 게 무형의 상품이라 자본금도 안 들고, 무엇보다 내가 교통사고로 장애인이 되어서 누구보다 더 보험의 중요성을 잘 알기에 한 번 도전해 보는 것도 좋을 듯싶었다.

 

그래서 어느 보험사를 선택해야 좋을지 이곳저곳을 비교해 보았는데 그중에 삼성화재가 고객들이 자동차 사고가 나면 현장출동 요원도 따로 있고, 인원도 가장 많아 삼성화재를 선택했다. 그리고 다음으로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만들고, 사진관에 가서 프로필 사진과 증명사진을 찍어서 면접을 준비했다.

 

2003년, 프로필 사진

 

그렇게 하나하나 준비를 하다 보니 어느새 한여름인 7월이 되었다. 그래서 이천 시내에 있는 삼성화재 사무실에 전화를 걸어 소장님에게 “제가 장애가 있는데 보험설계사를 해보고 싶습니다.”라고 말하자 소장님은 한 번 찾아오라고 말했다. 그래서 며칠 후에 준비한 서류를 가지고 삼성화재 사무실에 전동휠체어를 타고 혼자서 찾아갔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사무실로 들어가니 건너편에 소장님이 책상에 앉아 있었다. 소장님은 나를 보자 일어서며 “어떻게 오셨냐고” 물었다. 그래서 “제가 바로 소장님에게 전화해서 보험설계사를 해보고 싶다고 한 장애인입니다.”라고 했더니 소장님은 순간 조금 당황한 듯했다. 그도 그럴 것이 비장애인도 하기 힘든 보험영업을 손도 발도 못 쓰는 전신마비장애인이 와서 하겠다고 하니 내가 생각해도 황당할 꺼라 생각했다. 나는 소장님에게 “비록 장애는 심해도 한 번 해볼테니 기회를 주십시오.”라고 말했다. 그리고 1시간동안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집으로 와서 연락이 오기를 기다렸다.

 

그런데 한 달이 지나도 연락이 오지 않았다. 그래서 다시 찾아가 설득을 하고, 기다렸는데 한 달이 지나도 역시나 연락이 없없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한 번 더 가보자 생각하고, 다시 찾아갔다. 그렇게 3개월 동안 세 번을 찾아가 설득한 끝에 소장님은 “10월달에 수원에서 보험설계사 교육이 있으니 준비하고 있어라.”고 했다.

 

어렵게 허락을 받아서 뛸 듯이 기뻤지만 또 한가지 큰 문제가 있었다. 10월부터 이천에서 수원을 오가며 보험설계사 교육을 받으려면 활동보조인과 차가 있어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했다.

 

그런데 가까운 장애인시설에서 사회복지사로 일하고 있는 친한 형이 있었느데 형이 사회복지사 1급 자격증을 따기 위해 장애인시설을 퇴사하고 야간 대학원을 다닌다고 했다. 그래서 낮에 일할 곳을 찾는다기에 “마침 저도 보험설계사 일을 하기 위해 활동보조인을 구해야 하는데 형만 괜찮다면 한 번만 도와주십시오.”라고 부탁을 드렸다. 그러자 형은 오히려 잘됐다며 흔쾌히 허락해 주었다.

 

원래형 결혼식,

 

2003년 10월 12일, 서울 강남에 있는 메리어트 호텔에서 원래형과 송이누나의 결혼식이 있어 참석을 했다. 원래형이 하늘빛 사랑 게시판에 결혼식 초대글을 올렸는데 “결혼식장에 혼자서 휠체어를 타고 있으면 어색하니 될 수 있으면 많은 분들이 오셔서 어색하지 않게 만들어 달라.”는 주문을 했다. 그래서 그랬는지 예식장에 도착해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 보니 예식장 입구 한쪽에 휠체어를 탄 하늘빛 사랑 회원들이 잔뜩 와 있었고, 로비에는 TV에서만 보았던 연예인들이 계속해서 예식장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결혼식이 시작되었는데 마치 콘서트에 온 것처럼 재미있고, 즐거운 결혼식이었다.

 

2003년 10월 12일, 강원래, 김송 결혼식

 

강원래, 김송 결혼식

 

보험설계사 자격 취득,

 

원래형 결혼식에 갔다오고, 10월 중순부터 보험개발원에서 주관하는 보험설계사 기초교육을 받게 되었다. 보험설계사가 되려면 보험의 종류와 관련된 법규를 4주 동안 교육받고, 마지막 날에 시험을 봐서 80점 이상을 맞아야 보험설계사를 할 수 있었다. 그런데 교육이 수원에서 아침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받아야 하기 때문에 형과 나는 새벽 6시에 일어나 준비를 하고, 아침 일찍 출발해 수원에 가서 교육을 받았다. 그렇게 한 달을 수원을 오가며 교육을 받고 마지막 날 시험을 치렀는데 다행히도 90점을 넘겨 합격을 했다.

 

삼성화재 보험설계사 명찰

   

그리고 이천에 있는 삼성화재 교육실에서 다시 한 달동안 삼성화재 보험상품과 보험을 설계하는 교육받고, 12월 26일 정식으로 삼성화재 보험설계사가 되었다.

 

 

다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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