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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시골 이야기 스크랩 산골 아낙의 푸념 소리 - 무행기(10화. 여행이란 결국... )
산적 주정필(전남 화순) 추천 0 조회 80 17.08.21 15:22 댓글 3
게시글 본문내용

무행기(10화. 여행이란 결국...  )


우리 부부만큼 많은 행운이 따라주는 사람들이 있을까?
모르긴 해도 극히 드물 것 같다.
하치하이킹을 하다보면 그런 생각이 절로 절로 든다.


6년 동안 여섯번의 무전여행.
여름에 한번씩 길게는 한달, 보통은 보름 간 여행 했었다.
해가 거듭될수록 배가 되는 행운들.


금년(2017년) 7월 2일, 일요일 같은 경우.
가우도를 가기 위해 히치하이킹을 시도 했는데 차 3대가 동시에
우리 앞에 정차했다.
우릴 태워주겠노라고.


여행 6년 동안 그런 경우는 처음이었는데 차 2대는 함께 움직이는
같은 일행이었고, 1대는 다른 팀이었다.
우린 같은 일행 차를 타기로 하고 각기 따로 따로 탔다.
연세 드신 친척분들끼리 차 2대로 나들이갔다 귀가하시는 중이라 했다.
가우도 가다가 길을 잘못 들어 헤매기도 하면서도 일부러 우릴
가우도까지 태워다 주고 가셨다.


( 강진 가우도를 가는길에 우리를 태워주신 분들은 이곳 저곳을 들러 우리에게 안내를 해주셨다. - 산적 )


그런 경우가 어디 흔하겠냐고~
우리에겐 그렇게 늘 행운이 따라 주었다.

금년엔 유독 그런 분들이 많았었는데 돈까지 주시기도 했다.


마량 갈 때는 목욕탕에서 샤워하시라며 돈까지 주셨고,
양산 갈 때는여비 보태시라며 돈도 주시고 점심까지 사 주시는 등~

두분 다 보살님들이셨는데. 올해는 특히 내게 성불하시라며 돈도 주고
절까지 하시는 분들도 있었다.

조금 걱정스럽기도 했지만~
성불하기엔 내가 너무 너무 미천하고 일천한 사람인지라~


( 2017. 7. 2. 가우도 건너편 저두에서 히치하이킹을 했다. 우리보다 훨씬 젊으신 보살님이였는데 우릴 태워주셨고 마량 가는길에 우리 애기를 듣더니 봉투 한장을 건네면서 마량의 해수탕 앞에 세워주시면서 편하게 모텔에서 자고 가라 하셨다. 너무 고마운 분이셨다. 우리는 해수탕에서 목욕을 하고 마량 항구에서 야영을 했다. 보살님이 주신 돈은 끝까지 간직해서 여행이 끝나고 자애원에 기부할수 있었다. - 산적 )


( 2017. 7. 13. 김해 봉하마을의 노무현 대통령 묘소를 참배하고 양산을 가기위해 히치하이킹을 했다. 인자하신 노 보살님은 우리에게 여비에 보태쓰라고 돈을 주시더니 점심 시간이 되었다며 우리에게 추어탕을 사주시고 양산 가는 버스 정류소에 내려주고 가셨다. 참 고마우신 분이었다. - 산적 )


7월 12일 수요일. 여행 13일째엔 천주교 신부님들의 차를 얻어 타기도 했는데
바쁜 일정에도 일부러 우리가 원하는 곳까지 태워다 주셨다.
(젊은 신부님들~ 정말 고맙습니다~)


( 전날 진주에서 Couchsurfing을 통해 우리 딸내미 또래의 아가씨에게서 숙소를 제공 받고 다음날 7. 12. 진주 일반성면사무소에 들렀다. - 산적 )


( 그곳에 근무하시는 지성아빠 카페 회원님이 우릴 위해 식혜랑 수박을 준비해오셨다. 식혜는 짐이 되니 사양하고 수박은 그자리에서 먹었다. 고마웠습니다. 그리고 진동까지 버스 타고 가서 창원을 들어 가기 위해 히치하이킹 하던중 두 신부님이 창원의 병원에 진료차 가신다며 창원 상남 시장까지 태워다 주셨다. 고마우신 신부님들. - 산적 )


귀가하여 되돌아보건대,
우리의 이런 점 때문에 행운이 따라주지 않았을까~


즉, 사심 없는 여행.
물과 바람과 구름의 흐름에 따라 그냥 무심하게 흘러다니는 여행.
명예나 영화 따윈 아예 꿈에도 생각 않고, 그저 자연스레 정처없이 떠도는 것.
그러면서 사람들의 살아가는 모습도 보고, 자신도 모르게 가슴 깊이
축원도 하게 되는 것.
그러면서 깨우치고 깨닫고.
아마도 그래서 행운이 늘 따라주지 않았을런지~


이번 여행, 해남의 도립공원 두륜산 대흥사를 갔을 때다.
아침 일찍 트럭을 얻어타고 갈림길에서 내린 우린 이정표만 보고 걸었다.
다행히 비가 오지 않아 걸어갈 수 있었다.


( 2017. 7. 2. 대흥사 공양간에서 얻은 밥과 반찬으로 아침을 해결하고 히치하이킹을 시도했으나 비가 내리는 바람에 포기하고 근처의 정자에서 낮잠을 잤다. 한시간쯤 자고 일어나니 비가 개었다. - 산적 )


( 군용 반합에 밥을지어 근처 가게에서 막걸리를 사면서 얻어온 김치로 점심을 해결했다. - 산적 )


일주문 3개를 통과하여 맨 위에 위치한 동국선원 이란 곳까지 걸어갔다.
언덕길을 오르며 불현듯 들었던 생각.
'인연의 시발점은 결국 '생각' 이야~' 라던~

일으킨 생각으로 인해 인연이 맺어지는 것.
생각하지 않으려고 꺾고 누르고 잠 재워도 결국은 일으켜지는 생각들.
그 생각에 의해 움직이게 되고 만나게 되고 만들어지는 인연들.


헌데, 생각을 일으키지 않고 살 수 있을까?

어느 선사의 말씀대로, '생각을 일으키지 마라~' 가 가능할까?
불가능 할 것 같다.
웬만큼 도가 깊지 않고서는.


나는 평상시 그냥 일에 매달려 사는 사람이지만 불쑥불쑥 일어나는
생각은 어쩌지 못한다.
정말 어렵고도 어려운 일 중의 하나가 생각을 일으키지 않는 것.


하지만 여행할 땐 그렇지 않았다.
그냥 무심히 떠돌았다.
아무런 바라는 것도 없고 하루 한끼 먹음에 그저 감사했다.
비 피해 잠잘 땐 비 피하여 잠잘 수 있음에 그저 감사했다.
얻어 먹고 대접 받는 밥 한끼에 정말 진심으로 감사했다.
하물며 숙소를 제공해주는 것은 얼마나 더 고마워했는지~
정말 많은 분들의 은혜요 자비로움이었다.


결국, 여행은 많은 사람들의 관용과 자비에 힘 입어
한사람이 깨우치게 되는 과정이 아닐까?


가사 장삼에 빳빳이 풀 먹여 입고, 가벼운 바랑 하나 걸머지고
만행 떠나는 스님의 뒷모습이, 스님들의 여러 모습 중에
가장 아름답노라던 일타 스님의 말씀에 수긍이 가는 대목이다.


여행 해보니, 스승 아닌 만물이 없었고 부처 아닌 사람이 없었다.
여행이란 결국 깨우침에 이르는 하나의 과정이요 학습이었다.


우리 부부, 이번으로 무전여행은 끝내려 한다.
그럼 이제 여행은 안하냐고?



( 울각시가 무전여행은 올해까지만 하자고 했다. 올 연말쯤 미얀마 배낭 여행을 할까 고민하다 여행비 준비해놓은 돈으로 시티110 오토바이 중고를 구입했다. 역시 중고 피자 박스을 구해 얹고 150 mm 주름관을 양옆에 달았다. 텐트등을 수납하기 위한 공간이다. 무전여행하다 보면 이동 수단이 없어 가까운 거리에 가볼만한 곳이 있다 해도 포기하기 일쑤였다. 이제는 먼거리 여행은 하지 않고 가까운곳 구석 구석을 돌아보는 여행으로 바꾸려 한다. - 산적 )


그래도 해야지~
참새가 방앗간을 어찌 그냥 지나치노~

울 산적~ 벌써부터 난리다.
오토바이 여행한다고~
오직 여행 생각 밖에 없나봐~
영원한 소년이랑께~ 참~ 나~
ㅎㅎㅎ~


(그동안 저희 부부를 도와주신 분들 참으로 고맙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넙죽~)

무전여행기 끝~
 2017.08.21. 아낙네


( 2017. 6. 30. - 7. 15. 해남에서 부산까지 무전 여행 후기입니다.

  글은 울각시가 쓰고 산적은 사진 첨부등 편집해서 올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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