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7장,
희영은 더욱 더 잠시도 쉬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한다.
무슨 일이든 주어지는 일을 마다하지 않는다.
희영이 그렇게 최선을 다하며 열심히 살아가고 있을 즈음 손여인은 결혼 반 년 만에 임신을 한 며느리가 너무나 기특하고 사랑스럽다.
한우리는 육 개월이 막 지나고 나서 임신한 것이 확인이 된다.
임신이 확인이 되자 한우리는 집안의 모든 일들에서 손을 뗀다.
그동안 도우미아주머니가 와도 시어머니의 눈치를 보면서 자신의 할 일을 찾아서 하는 척이라도 해 왔던 한우리다.
이제 그 무엇을 두려워하고 어려워 할 것인가 싶다.
“어머니!
저 입맛이 없어서 밥을 먹지 못하겠어요.“
“아이고! 임산부가 그래서 어떻게 뱃속의 아이를 키우겠느냐?
먹고 싶은 것이 뭐가 있니?“
“집에서 하는 음식은 먼저 냄새를 맡고 나면 더욱 먹기가 힘들어요.”
“그래? 그럼 나하고 어디 나갈까?”
“어머니까지 나가실 필요가 어디 있어요?
제가 나가서 맛있는 것을 먹고 잠시 쇼핑도 하고 그이가 퇴근을 하는 시간에 맞추어 함께 들어오면 안 될까요?“
”오냐!
그동안 나가지 못하고 집에만 있었으니 답답하기도 하겠다.
마음 편안하게 쇼핑도 하고 맛난 것도 먹고 들어오너라!“
손여인은 임신을 한 며느리가 하고자 하는 것을 막을 수가 없다.
그러다 행여 아이가 잘못되기라도 하면 자신 때문이라고 아들이 그렇게 생각을 할 것이다.
또한 자신이 막는다고 해서 나가지 않을 며느리가 아니다.
이제는 당당하다는 듯이 모든 일에 손을 떼고 그대로 사람을 부리고 있다.
누가 뭐라고 해도 듣지 않을 며느리의 성품을 새삼스럽게 알아간다.
처음에 상냥하고 부드러운 며느리의 모습은 조금씩 없어진다.
한우리는 돈을 물 쓰듯 펑펑 쓰고 다닌다.
모든 물건은 명품이 아니면 구입을 하지 않는다.
구두를 사더라도 명품 점으로 간다.
남편으로부터 받은 카드는 마음대로 써도 좋다는 허락을 받았기에 하고자 하는 모든 것들을 하며 부잣집 사모님으로 행세를 하고 다닌다.
지민이는 결혼을 하고 한 달이 되었을 때 아내가 승용차를 사 달라고 하는 말에 아무런 생각도 없이 중형승용차를 구입해 주었다.
그때까지 집안 살림에 관심을 보이며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이었기에 차가 필요할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차를 구입을 하고 나서 한우리는 거의 매일 외출을 한다.
친구들을 만나 자신의 변한 모습을 보이며 신분이 달라진 것을 자랑한다.
예전의 가난한 모습이 아니라 이제는 부잣집의 사모님으로 모든 것들이 명품으로 휘감고 화려한 자신의 모습에 도취되어 간다.
지민은 그저 모른 척 한다.
쓰면 얼마나 쓸 것인가 싶어서다.
아내가 임신을 한 것에 대해서 지민이도 좋아하고 있다.
형처럼 임신을 하지 못하고 엄마가 많은 신경을 쓰게 하고 결국에는 아이도 하나 남겨놓지 못하고 세상을 뜬 형이 너무 불쌍하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만 하나 있었더라면 형수가 그렇게 처참하게 엄마에게 머리채를 잡혀서 쫓아버리지는 못하셨을 것이다.
그런 형수가 어디서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 것인지 아무도 알지 못한다는 사실에 형을 생각을 하면 있을 수 없는 일이라 생각을 하지만 모든 것에 손을 놓고 형수를 찾아다닐 수는 없는 일이다.
회사는 그동안 많이 발전을 하고 커졌다.
이제는 중소기업을 넘어서 대기업으로 향하고 있는 회사기에 늘 바쁘고 일이 많은 회사다.
신용과 성실함이 회사가 발전을 해 나가는 원동력이다.
아버지의 성품도 그렇지만 자신 또한 모든 일에 성실하고 신용을 바탕으로 살아가고 싶은 마음이다.
형이 보고파지면 형수가 걱정이 된다.
어디서 죽었는지 어떤 고생을 하면서 살아가고 있는 것인지 걱정스럽기도 하지만 형을 대할 면목이 없어지는 것만 같다.
형이 사랑하는 형수를 지켜주지 못한 것에 대해서 늘 미안한 마음이다.
엄마가 그렇게 형수를 끌어낸다는 것은 상상을 하지 못했던 것이다.
간단하게 싼 가방조차 가지고 나가질 못한 형수다.
입은 옷 그대로 아무것도 지니지 못하고 그대로 쫓겨난 형수를 찾으러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던가?
그 어느 곳에서도 형수의 소식을 들을 수도 없다.
형수의 친정은 아직도 깊은 시름에 잠겨 있고 자식을 찾으려는 형수부모님의 애타는 심정이 어떠하겠는가 하는 생각을 하면 그 고통을 짐작조차 할 수 없는 지민이다.
또한 형이 얼마나 사랑하고 아꼈던 형수였던가?
형수로 인해서 형 또한 얼마나 행복해 하였던가를 생각해 보면 다른 모든 것을 다 뒤로 미루고 형수를 찾아 나서야 할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허지만 현실을 미룰 수도 없고 현실에서 벗어날 수는 더욱 없다.
이제 이 회사는 자신이 책임을 져야 하는 기업이다.
지민이 결혼을 하고 아내가 임신을 하고 나서 아버지는 더욱 더 작은아들을 믿고 기대고 있다.
이제는 작은아들이 아니고 맏아들이 되어야 하고 문중을 이끌어 나갈 장손으로 살아가야 하는 것이다.
지민은 형수를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해진다.
또한 미안해지고 안타까운 마음이 된다.
형이 벌어 놓은 형수 이름으로 입금이 되어 있는 통장이나 패물이라도 가지고 나갔더라도 이렇게 마음이 무겁지는 않을 것이다.
그 모든 것을 두고 맨 몸으로 쫓겨난 형수는 친정으로도 가지 않고 어디에서 무슨 고생을 하고 있을까 싶어 답답해진다.
아내의 임신으로 해서 답답하던 마음이 조금은 편안해지고 형수에 대해서도 조금은 생각이 덜 해진다.
“여보!
내가 임신을 한 것이 좋지 않아요?“
잠자리에 들려고 하는데 느닷없는 아내의 말이다.
“무슨 그런 말이 있소?
왜 좋지 않다고 생각을 해요?“
”남들은 남편들이 좋아하면서 아내를 위해서 선물도 사다주고 더욱 더 안아주고 한다고들 하는데 당신은 아무런 말도 아무런 표현도 해 주지 않잖아요.“
“미안해요.
요즘 회사 일로 정신이 없다보니 내가 그랬던 것 같소!
정말 축하하고 너무 좋아서 일을 하면서도 마음이 날아갈 것만 같아요.“
“피! 아무리 회사 일에 정신이 없다고 해도 나를 사랑하지 않으니까 아무런 표현을 하지 않고 있다는 것쯤을 알고 있어요.
당신이 나를 사랑해서 한 결혼도 아님을 알고요.“
“아니요!
물론 뜨겁게 사랑한다는 감정은 아니었소.
허지만 좋은 사람이라는 것을 느끼고 그런 사람이라면 평생을 함께 해도 좋겠다는 생각을 한 것이오.
내가 표현이 부족했다면 용서를 하시오.“
“나를 사랑한다는 말을 해 줘요.
당신에게 그런 말을 들을 때가 되지 않았어요?“
지민이는 순간 당혹해 한다.
아내를 사랑한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다.
밤에 섹스를 하면서도 사랑한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
아무리 아내의 맨 살을 더듬고 한 몸을 이루어 나간다고 해도 이 여자를 사랑한다는 마음이 들지 않은 것이다.
“왜요?
당신 아이를 가지고 있는 아내인데도 사랑한다는 마음이 없나요?“
“아...........아니요.
당신을 사랑하고 있어요. 아니, 사랑하고자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이 솔직한 마음이지만 이제는 사랑한다고 말을 할 수 있어요.“
“정말 사랑해 줄 수 있어요?”
“내 아이를 가진 당신을 사랑하지 않고 누구를 사랑하겠소?
사랑하오.“
지민이는 사랑한다는 말과 동시에 아내를 안고 침대로 간다.
그리고 뜨거운 애무를 하면서 잠시 형을 생각해 본다.
형수를 사랑하는 형은 이런 순간에 얼마나 커다란 만족과 함께 행복을 누리며 시간을 보냈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지민이는 아내를 사랑하리라 마음을 먹는다.
못생기고 미운 사람이 아니다.
나름대로 쭉 뻗은 몸매와 갸름한 얼굴이 미인 형으로 예쁜 모습이다.
한우리는 이제 남편의 마음까지 얻었다는 생각으로 기고만장해진다.
“오늘도 어디를 나가는 것이냐?”
손여인은 며느리의 차림새를 보며 말을 한다.
“어머니!
사람을 왜 그렇게 스트레스를 주세요?
어머니 눈치를 보느라고 외출도 마음대로 하지 못해서 정말 스트레스가 쌓이고 있다고요.“
“아니, 그런 것이 아니라 임신을 한 임산부가 그렇게 바깥으로 나돌아 다니다 아이가 힘들어 할까...............”
“그것은 어머니보다 제가 더 생각하고 있습니다.
모든 일에 일일이 간섭을 하려고 들지 마세요.
그이도 모든 것을 허락하고 이해를 하고 있는데 어머니 때문에 늘 스트레스를 받고 있습니다.“
“...........................”
손여인은 아무런 대꾸도 하지 못하고 그저 멍하니 며느리를 바라본다.
너무 어이없고 기가 막혀서 말이 나오질 않는다.
한우리는 시어머니가 그러거나 말거나 집을 나선다.
답답해서 잠시도 집에 있기 싫다.
얼굴을 마주 치기만 해도 사사건건 간섭을 하고 사람을 피곤하게 하는 시어머니하고 한 집에 하루 종일 함께 있기 싫은 것이다.
이제 배가 남의 눈에 뜨일 만큼 육 개월이 넘어선다.
유달리 다른 사람보다 배가 더 나온 것이라 이야기들을 한다.
허지만 한우리는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는다.
매달 제 날짜에 맞추어 남편과 둘이서 찾는 병원에서는 모든 것이 정상이라는 결과가 나오는 것이기에 남의 말에 신경을 쓸 필요가 없다.
외출을 그렇게 좋아하는 한우리도 팔 개월에 접어들자 몸이 힘이 드는지 외출을 하지 않고 집에만 있는다.
손여인은 가만히 안도의 숨을 내 쉰다.
“아가!
무엇이 먹고 싶은지 말을 해 줄래?
내가 무엇이든지 사다 줄 테니까!“
“어머니!
그렇게 제게 신경을 쓰지 마세요.
먹고 싶은 것이 있으면 그이에게 전화를 해서 사오라고 하면 되니까요.“
“내가 있는데 일을 하는 사람에게 왜 전화를 해?
내가 해도 얼마든지 할 수 있잖니?“
“아이를 왜 저 혼자서만 키우라고 하세요?
함께 만들었으면 아이 아빠도 무언가를 해야 하지 않나요?
일을 한다는 핑계로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이에게 무슨 정이 있겠어요?
어머니께서 일일이 저의 부부가 할 일을 대신 하시리고 하지 마세요.“
“...............................”
손여인은 그런 며느리의 말에 기가 막힌다.
아무리 임신을 했다고 해도 이제는 시어머니의 말이 말 같지 않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는 며느리에게 화가 치밀어 오른다.
허지만 함부로 화를 낼 수도 없다.
그대로 당신의 방으로 들어간다.
며느리를 당할 재간이 없다.
“그래, 출산만 해라!
그저 무엇을 하던 아들만 낳아라!“
손주를 바라고 있는 손여인은 며느리가 저렇게 당당한 것을 보면 필경 아들을 낳을 것이라고 믿으며 모든 것을 참는다.
손자만 안아볼 수 있다면 무슨 일을 하든 눈감아 줄 것이다.
그렇게 하루하루 날짜는 출산예정일을 향해서 간다.
이제 막달에 들어서서 보름이라는 날이 가고 예정일이 보름 정도가 남아 있다.
배가 남산만한 한우리는 숨을 쉬는 것조차 힘이 든다.
그 모습을 보면서 지민이는 아내가 불쌍해진다.
“많이 힘들지?”
“여보!
나 언제까지 이렇게 고통을 받아야 하는 거야?“
“이제 보름정도만 참으면 된다고 하잖아?
당신이 얼마나 힘들어 하는지 잘 알고 있소.
나도 당신을 보면서 너무 힘들고 당신이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앞으로 나한테 잘 해 줄 거지요?”
“그렇게 하리다.
아들이든 딸이든 순산만 하시오.“
“딸은 내 팔자에 없답니다.
반드시 아들을 낳을 것이니 염려 마세요.“
“난 딸이라고 해도 아무런 상관이 없어요.”
“허지만 당신 엄마는 아마 날 매섭게 대할 걸요?”
“그럴 리가 있소?
딸이라고 다를 것이 뭐가 있소?“
“아들, 아들, 아들 늘 입에 달고 살아가는 당신 어머니를 몰라요?”
“그야 특히 우리나라 노인들 모두 그러는 것이 아니요?
엄마 말에 너무 신경을 쓰지 말아요.“
그러나 한우리는 절대로 딸을 낳을 수 없음을 느낀다.
아들이 아니고 딸을 낳으면 그 딸과 함께 쫓겨나기라도 할 것이다.
아들을 낳아야 한다고 입이 닳도록 말을 하는 시어머니다.
자신 또한 아들을 낳겠다고 큰 소리를 내고 시어머니의 그런 성화에 맞서고 있는 한우리다.
한우리의 출산일은 예정보다 이틀이 지나서야 진통이 온다.
한우리는 병원으로 옮겨지고 연락을 받은 친정엄마가 급하게 달려온다.
사부인들끼리 서로 안부의 인사를 나누고 산모를 보러 간다.
아직 분만실에 들어가지 않고 있는 한우리는 친정엄마를 보며 눈물을 흘린다.
“엄마!
나 너무 아파요!“
“그래! 그렇게 아픈 것이야!
아프려면 아직도 멀었다.
아파서 아늘이 노래져야만 하는 것이란다.“
”나 무서워서 아기 낳지 않을 거야1“
“낳지 않으면 평생을 네 뱃속에 넣고 살 수 있겠어?
참아야 한다, 여자라면 누구나 다 겪어야 하는 출산의 고통인 거다.“
”아, 엄마 아파!
그이는 어디 있어요?“
곁에 있던 지민이 아내의 곁으로 오면서 손을 잡아 준다.
“잠시도 내 곁을 떠나지 말아요,”
“그래요!
실은 당신이 고생하는 모습을 보니 나도 아픈 것 같아서..............“
지민은 태어나 처음으로 출산을 하는 것을 본다.
너무 아파하는 아내의 모습에 공연히 죄인 같은 생각이 든다.
자신으로 인해 아내가 고통을 받는다고 생각을 한다.
“아무런 생각을 하지 말고 어서 아들이나 낳아야 한다.
기왕에 그런 고통을 겪으면서 낳을 바에는 아들을 낳아야 하는 것이다.“
손여인은 병원에 와서도 아들 타령을 한다.
“엄마!
제발 그만 두세요.
아들이든 딸이든 순산을 해야 하는 거지요.“
지민이가 그런 엄마를 나무란다.
“내가 틀린 말을 하니?
이런 고통을 겪으면서 쓸데없는 기집애를 낳아봐라!
얼마나 억울하고 원통하겠어?“
”엄마, 제발 나가 계시든가 집으로 가세요.“
그러나 손여인은 그런 아들의 말을 묵살을 한다.
한참을 그렇게 산고를 치르던 한우리는 급하게 분만실로 들어간다.
그날은 출산을 하는 산모가 한우리 혼자여서 그런지 의사들이 지키며 한우리의 상태를 보아온 것이다.
모두들 분만실 밖에서 아이가 나오기를 기다린다.
아내의 비명이 새어나오는 소리를 들으며 지민이는 이마에 땀을 흘린다.
“유서방!
마음을 편안하게 가지고 있게!
여자는 누구나 다 겪어야 하는 과정인 게야!“
“이제야 부모님의 숭고한 정신을 알 수가 있을 것 같습니다.”
“부보님의 마음을 알려면 아직도 모르는 거라네!
자식이 태어나고 키워봐야 비로소 알 수가 있는 것일세!“
친정엄마는 조용한 음성으로 말을 해 준다.
순간 불이 들어오면서 고추 쪽이 아니라 꽃 쪽으로 불을 밝힌다.
글: 일향 이봉우
첫댓글 즐감하고 감니다
잘보고갑니다,
잘 보고 갑니다
잘보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
잘보고 갑니다....
잘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