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가 시작된 것이 엊그제 같은데, 오늘포함 10일 밖에 남지 않았다. 옛날 어른들의 ‘세월은 화살처럼
지나가니 한순 간도 헛되이 살지마라’는 말씀이 새삼 떠오른다. 오늘이 벌써 '동지(冬至)'다.
'동지'는 일년 중 밤이 가장 길고 낮이 가장 짧은 날이다. 북반구에선 태양이 가장 남쪽에서 뜨기 때문이다.
이와 반대로 남반구에선 이날 낮이 가장 길고 밤이 가장 짧아 ‘하지(夏至)’가 되는 셈이다.
동지 이후부터 해가 다시 살아나 낮이 길어진다고 여겨 ‘작은 설’이라고도 한다. 24절기 가운데 22번째
절기로 양력 12월 22일경이다. '동짓달'은 음력 11월이고 '동짓섣달'의 섣달은 음력 12월이다.
동지를 초순ㆍ중순ㆍ하순에 따라 애동지ㆍ중동지ㆍ노동지로 나누며 ‘애동지’는 음력으로 11월 10일 안에
동지가 있을 때로 이 때 어린아이들에게 좋지 않다는 이유로 팥죽을 끓이거나 먹지 않았다.
애동지 때 팥죽 대신 팥떡을 먹는 것은 죽보다 귀했던 떡을 먹여서라도 궂은 일을 피하고 싶은 선조들의
소망이 담겼다 . 팥의 붉은 양기로 몸 안의 잡된 기운을 몰아낼 수 있다는 생각과 맞물려서다.
애동지에 수수팥떡을 많이 먹기도 했는데 이는 애동지에 팥죽을 먹으면 무조건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팥떡을 먹으면 더 좋다는 뜻으로 봐야 한다. 옛날 궁궐에선 동지를 한 해의 시작으로 여겼다.
관상감에서 책력(달력)을 만들어 백관에게 나눠줬다. 그리고 백관들은 친지들에게 선물했다. 당시 달력에는
일상 생활과 농사일에 필요한 정보가 실렸다. 민간에서는 ‘벽사(귀신을 물리침)’을 했다.
벽사로는 팥죽을 쑤어 동지고사를 지냈고 웃어른이 오래 오래 살기를 바라며 버선을 지어드리기도 했다.
옛날엔 새 버선을 신고 동짓날 차츰 길어지는 그림자를 밟으면 장수한다 고 믿었기 때문이다.
동짓날 밤에는 복조리와 복주머니를 만들며 새해를 준비하기도 했다. 조선에 귤이 귀했다. 동지 즈음
제주에서 생산된 귤을 왕이 받으면 기뻐서 맛난 음식과 비단을 하사했고 ‘황감제’를 실시했다.
황감제는 제주 감귤을 임금에게 진상하면 성균관 유생들에게 감귤을 선물로 주며 실시한 특별한 과거
시험이다. 1564 년(명종 19년)에 처음 실시했다. 동짓날의 세시풍속은 지방마다 조금씩 달랐다.
강원도에선 팥죽의 새알심에 찹쌀이나 수수쌀로 만든 ‘옹심’을 넣어 나이 수대로 먹었다. 이 밖에 동지는
만물이 살아 나는 날이라고 하여 고기잡이와 사냥을 금지했다. 동짓날 음식은 팥죽이 있다.
팥죽은 찹쌀로 경단을 빚은 다음 팥을 고아 만든 죽에 넣고 끓인 것이다. 이때 경단은 새알만한 크기로 만들기
때문에 ‘새알심’이라고 부른다. 새알심은 먹는 사람의 나이만큼씩 팥죽에 넣어 먹었다.
이날 쑤어먹는 팥죽은 ‘동지팥죽’이라고 부른다. 팥죽은 예 로부터 질병이나 나쁜 귀신을 쫓는 음식으로
알려져 왔다. 팥이 곡식 중에서도 유난히 붉은 빛을 띠기 때문이었다. 팥은 혈액 건강에 좋다.
짠 음식을 먹어 몸속에 늘어난 나트륨을 빼주는 칼륨도 풍부하다. 바나나의 4배 이상이다. 팥의 주성분은
탄수화물 68%, 단백질 20% 등이다. 우유보다 단백질이 6배, 철분이 117배 많이 들어있다.
동지와 관련된 속담이 생각이상으로 많다. ‘동지가 지난 뒤 열흘이면 해가 노루꼬리만큼씩 길어진다’가 있다.
이는 동지가 지난 뒤 부터 해가 하루에 약 1분씩 길어지는 것을 노루꼬리로 비유했다.
‘동지가 지나면 푸성귀도 새 마음 든다’는 추운 겨울 몸을 움츠리고 있던 푸성귀들이 동지가 지나면 봄을
기다리며 마음을 가다듬기 시작한다는 뜻으로 온 세상이 새해를 맞을 준비에 들어간 의미다.
‘호랑이 장가가는 날’이라 부른 것은 열이 많은 호랑이의 특성에서 유래됐다. 날씨가 춥고 밤이 긴 동짓날에
암수가 짝 짓기를 할 것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동지를 지나야 한 살 더 먹는다'도 있다.
동지팥죽을 먹어야 진짜 나이를 한살 먹는다는 관습이 이어 진 것이다. 어릴적에 이때 즈음 되면 이른 저녁을
먹고나서 배가 출출해 질 때 되면 "차압 쌀~ 떠억! 메에 밀~ 무욱!" 소 리가 크게 들렸다.
최근에는 이런 야식 장수를 보기 어려워졌지만, 메밀묵과 찹쌀떡은 전통적으로 겨울 대표 야식으로 통했다.
뜨뜻한 구들방에 가족과 둘러 앉아 군밤과 군고구마 먹고, 살얼음 낀 동치미를 먹었다.
구멍 난 문종이로 황소바람이 들어오고 간혹 떡가루 같은 눈발이 소리없이 날리던 겨울밤, 아늑하고 쿰쿰한
온돌방에서의 먹거리는 달달하고 정겨웠다. 화롯불에서 옛 이야기 듣던 때가 많이 그립다.
어제 아침 일찍 내 집의 앞마당과 같은 서울어린이대공원을 산책하면서 가래와 기침이 심하지만 외출이
가능할 것 같다는 판단이 서자 작은매형의 생일이라서 하남시청부근에 있는 집을 방문했다.
후배와 친구가 보내 준 설렁탕과 양평해장국 팩이 여전히 많이 있어 일부 갖다 드렸고 내가 밥을 살 계획인데
매형이 집에서 먹자고 해서 고기를 굽고 새치찌개를 비롯한 반찬 들이 내 입맛에 맞았다.
역시 나는 집밥체질이다. 누나부부와 셋이서 커피와 과일도 먹고 전철로 귀가하였는데 누나가 채김기와
깍두기 그리고 도라지 즙을 주었고 저녁은 아차산역 근처에서 사 온 순대 내장으로 해결했다.
암투병중인 절친과 정선군수를 역임한 친구 그리고 절친한 4년 고향 선배가 내 건강이 걱정되서 연락오고
옛 상사가 하이원가는 일로 연락오고 19회 후배가 아내의 항암치료 소식을 전해 왔다.
1990년대 근무하다가 비슷한 시기에 같이 퇴사한 직원이 20년 넘게 연하장을 매년 보내 주고 있는데 어제도
어김없이 연하장이 왔다. 나보다 1살 연하로 천사표로 변함없는 행동이 존경스럽다.
기온이 급격하게 떨어져 어제 내렸던 눈이 어는 등 도로결빙으로 안전에 만전을 기하시기 바라며 오늘 서울
낮 기온 영하 6도 예상되며 12월도 하순에 접어 든 만큼 차분한 목 요일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