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보는 세상< 386세대 >

30대의 나이, 80년대 대학 학번, 60년대 출생을 뜻하는 ‘386세대’라는 용어는 1990년대 처음 등장했다. 당시 개인용 컴퓨터의 성능을 좌우하는 중앙처리장치(CPU)가 286에서 386으로 바뀌면서 차세대를 상징하는 뜻에서 이 같은 용어가 만들어졌다. 386CPU처럼 이들은 빠르고 역동적으로 변화를 주도하며 새로운 세대를 이끌 주역으로 주목받았다. 386세대는 2000년 총선에서 바람을 불러일으킨 데 이어 지난 총선에서도 대거 약진해 정치권의 주도적 세력으로 부상했다. 그러나 아무래도 이들의 정치적 비중이 커진 것은 참여정부 출범 이후 청와대와 여당 등 권력 핵심부에서 입지를 넓혔기 때문이다. 최근 386세대를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논란은 새로운 변화와 개혁에 이들의 활약을 기대한 국민에게 실망감을 주고 있는 듯하다. “주력 세대인 386세대가 정치하는 법만 배웠기 때문에 우리 경제가 한계에 부닥쳤다”는 이헌재 경제부총리의 진단이 꼭 옳은 것은 아니지만, 현재 정치권에 몸담은 386세대가 시대의 변화에 오히려 뒤처져 있는 느낌을 주는 것은 사실이다. 지금은 대부분 40대 연령층이 된, 따라서 386세대가 아니라 486세대가 된 이들이 여전히 80년대의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 논란의 까닭이 되고 있다. 과거 민주냐 반민주냐,독재냐 반독재냐의 논리를 지금 빈부의 문제,성장과 분배의 문제에 대입할 수는 없는 일이다. 정치권 밖에 있는 386세대는 이른바 ‘삼팔선(38세 정년)’과 ‘사오정(45세가 정년)’의 위기에 몰려 있다. 지금 이들에게 절실한 것은 안정된 일자리와 소득을 갖는 일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 경제의 성장 동력을 어떻게 만들어갈 것이냐는 고민이 필요하다. 미국의 인텔사는 386CPU 다음 세대는 486으로 이름을 붙였지만, 그 다음 세대부터는 586이 아니라 ‘펜티엄(Pentium)’으로 이름을 완전히 바꾸었다. 펜티엄CPU는 당시 혁신적인 컴퓨터 운영 체제인 윈도95와 함께 개인용 컴퓨터의 성능을 획기적으로 높였다. 팬티엄Ⅳ 컴퓨터가 판매되고 있는 지금 386컴퓨터는 중고품은커녕 폐기물 취급을 받고 있다. 386세대 정치인들이 시대에 뒤떨어진, 그래서 국민을 실망시키는 정치를 하지 않으려면 펜티엄 급으로 사고를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386세대가 넓게,멀리 내다보고 대립이 아닌 통합의 정치를 해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