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흥도 세월 제주도 봄일기 27. 4.3예술축제 참전기

[황순재]

4.3기념평화공원에서 4.3기념 예술축제가 있다고 해서 구경갔습니다. 제주도민들이 자체 결성한 예술모임에서 주관하는 행사로 오후 1시에는 중고등 청소년들이 주축이 된 음악과 무용, 단막극 등의 공연이 있었고 3시는 국악공연과 4.3주제 연극 등이 펼쳐졌습니다.

예쁜 여학생들이 단체로 펼치는 춤공연에 태균이가 온 몸을 불사르며 따라해보기 열중. 톡톡튀는 여학생들이 이뻐보이는지 표정도 좋습니다.

준이는 초기 록과 랩하는 그룹들의 연주소리가 크게 울리다보니 그건 재미있게 보는데 무용이나 연극은 시선을 잘 두지못합니다. 그야말로 준이는 소리를 본다고 할까요? 시선거리가 길지 않아서 야외공연보기는 한계가 있어 보입니다. 그래도 한 시간 자리지키며 모든 공연 관람은 잘 합니다.

오늘은 표정도 좋고 고분고분 모드라서 다행이지만 다리를 엉거주춤 구부리며 걷습니다. 편마비 증세와 달리 엉거주춤 바지에 똥싼 폼으로 걸으니 원리는 비슷하겠지만 또 고유수용계 마비가 오는 모양입니다. 감정기복과 두통이 오면서 머리쥐는 현상은 많이 감소되었는데 돌발 운동틱과 팔다리 마비증세는 정기적으로 엄습합니다.

공연과 공연사이 4.3 평화공원을 거닐어 봅니다. 꽤 넓고 잘 가꾸어진 곳입니다. 흐드러지는 벚꽃들, 낙화도 함께 진행되고 있지만 올해만큼 벚꽃을 많이 본 해가 또 있을까 싶습니다. 제주도는 다양한 꽃의 계절마다 언제 가꿨나싶게 풍성한 꽃잔치 풍경을 선사하곤 합니다.

오후 3시 공연은 국악이 주인데 어찌나 지루한지 거의 졸다시피하는데 옆을 보아하니 태균이도 신나게 자고 있습니다. 뭐든 엄마하고 똑같이 맞추려는 아들은 조는 것까지 따라하네요. 일상생활에서 엄마가 하는 일거수일투족은 태균이 행동의 방향이 되곤해서 때로 제 무의식적 행동까지 제가 지켜보고 있는 듯 합니다.

제주도 지역역사의 큰 아픔이자 대한민국 분단사 과정에서 이념갈등 역풍의 대표격인 4.3 사건의 뿌리와 본질을 잊지말자라는 분위기는 제주도의 한 축입니다. 이를 보여주기 위한 젊은 학생부터 나이든 분들까지 자발적 예술공연을 보니 마음 뭉클해지는 장면들이 꽤 있었습니다. 비록 작은 청중들 앞에서의 공연들이었지만 아주 대단한 준비과정들이 읽힙니다.

더 많이, 더 깊이 제주도 자연을 사랑하고, 제주도 역사를 이해하며, 제주도에서 삶을 이어온 사람들의 정신을 배워가는 것, 이방인으로써 오늘은 좋은 기회였습니다. 녀석들까지 얌전히 공연을 끝까지 해주었으니 그것도 기쁜 일이었습니다. 아직은 매일매일 새롭기에, 제주도에서의 생활은 오늘도 흥미진진합니다.

저녁까지 먹고 돌아오는 길, 며칠 사라졌던 한라산 전경이 어제 오후늦게 갑툭튀하더니 오늘 저녁에도 근사한 풍경으로 눈 앞에 있습니다. 늘 사진찍는 곳, 수산한못에서 한라산에 안녕을 고하며 아까운 하루는 또 저물어갑니다.

[여에]

4.3 공연 영상 감사합니다.
석양의 한라산 모습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