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80
박 순 덕
정확히 1년 반전 나의 혈압은 수축기 140~150/ 이완기 90~100을 치닫고있었다. 평소 운동도 좋아했고 활동적이며 먹는것도 어느정도 신경쓰고 과식도 좋아하지 않는 편이라 건강에는 자신있었다. 그런데 . . . . 이게 왠 날벼락이란 말인가! 건강검진을 위해 병원을 갈때 마다 조금씩 조금씩 혈압 수치가 올라 가더니 급기야 의사선생님이 혈압약에 대한 언급이 있었다. 청천벽력같은 말 '이대로 계속되면 혈압약 드셔야합니다.' 친정어머니도 오랜동안 복용해오던 터라 올것이 온것이다. 혈압은 부계로부터는 50% 모계로 부터는 8~90%가까이 유전된다하니 왠지 평생 약을 챙겨먹어야할것 같은 두려움과 공포에 갑자기 어지러워지기 시작했다. 나는 그때부터 다짐을 했다. 내 혈압을 1년내에 정상으로 만들어보겠노라고 , 정 안되면 그때 가서 처방받아도 늦지 않을거라고 생각했다.
그날부터 시작되었다. 나와의 싸움 이랄까, 관리 랄까. 혈압이 뭔지 왜 올라가는지 어떻게해야 정상으로 돌아오는지를 알아야 싸우든 관리든 할 수 있을것 같아 알아보기로했다. 혈압은 모두가 이미 잘 알듯 혈관을 따라 흐르는 혈관벽에 가하는 압력인데 수축기 이완기로 나뉘어서 측정된다. 정상범위는 120/80이고 수축기 121~ 139 그리고 이완기 81~89 까지가 고혈압 전단계 그리고 140/100 이상나오면 고혈압이라 약으로 그 수치를 낮추어야만한다. 안그러면 합병증으로 성인병인 심혈관 질환 즉 심근경색, 뇌경색등 뇌출혈이 생길 수 있다. 특히 급성으로 오면 더 위험하다.
혈압 상승의 원인은 노화, 운동부족, 영양과잉, 스트레스 등이 있다. 고혈압은 심장, 혈관 및 뇌에 치명적이지만 신장에도 나쁜 영향을 준다. 따라서 약을 안먹고 정상을 유지려면 운동과 함께 영양조절도 해서 합병증이 생기지 안토록해야 한다. 젊어서는 저혈압이었던 내가 고혈압과 투쟁하게 될줄이야!
첫째로 내가 제일 쉽다고 생각한 다이어트를 시작했다. 우선 3백색 음식 멀리하기이다. 즉 쌀밥, 설탕 그리고 밀가루줄이기 궁극적으론 끊기이다. 원래도 밥을 좋아하지 않는편이라 특별히 더 줄일것은 없어서 다행이다. 좋아하던 단 음식들 모두 쳐다 보지도 않았다. 달달한 라떼, 특히 카라멜 마끼아또는 달달함의 극치이다. 종류를 가리지않고 입에 달고 살던 초코렛도 끊었다. 밀가루 줄이기는 어떤가. 에어플라이어에서 갓구운 김이 모락모락나는 모닝롤을 매일 아침 즐겼는데 그것도 멈추었다. 커피와 함께 먹으면 뭐랄까 그 구수하고 쌉소름한 맛이 그저 맛의 끝판왕이다. 밤에 가끔씩 야식으로 먹던 라면도, 배달 음식도 머리속에서 완전히 지워버렸다. 의외로 마음 먹으니 그리 어려움은 크게 없었다. 시작이 좋은데?
두번째는 운동이다. 코로나 이전에는 이것저것 나름 다양한 스포츠를 즐겼었다. 그런데 지금은 스포츠가 아닌 운동을 해야만 한다. 고통이 따른다는 예기다. 코로나로 많은 스포츠 센터들이 문을 닫았고 열어도 여러 제약으로 제대로된 운동을 할 수 없게되어 막막했다. 전문가에게 도움을 받고 싶은데 60이 넘은 노인들을 상담해주는곳이 과연 있을까? 노력 끝에 드디어 찿았다. 강남구 웰에이징센터. 오픈한지 얼마안된곳이라 방문객도 별로 없다. 둘러보니 시설은 최고였고 너무나 쾌적했는데 왠지 이용객 수가 너무 없어서 상담받기가 조금 미안하기까지 했다.
각종 기본 검사를 했다. 기초체력 즉 걷기, 뛰기, 균형잡기, 근력, 악력, 순발력 등등을 테스트했다. 역시 혈압이 조금(140 )높게 나왔다. 드디어 나에게 맞는 운동 처방이 나왔다. 근육량을 올릴 수 있는 방법으로 'curves'라는 여자들만을 위한 30분 근력운동하는 곳을 추천 받았다. 별 무리없을것 같고 재미도 있을것 같아 바로 등록하고 빠지지 않고 매일 꾸준히 다녔다. 한 3개월 정도 하고 나니 너무 쉬워서인지 아니면 동작들이 단조로워서인지 점점 시시해졌다. 근력도 근육도 늘지도 않고 그대로였다. 어쩌지 하고있는데 옆에 헬스장이 눈에 들어왔다. 옳구나 저거다. 바로 그곳으로 옮겨 갔다. 좀더 강도 높은 운동을 하기 위함이다.
처음 가본 헬스장, 입구에서부터 초자 티가 났다. 낯선 운동 기구들, 낯선 사람들 그리고 그들의 시선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YouTube도 보고 지인에게도 물어보고 레슨도 받으며 재미있게 매일 매일 한시간씩 꾸준히 운동을 하였다. 몸도 가벼워지는듯 했고 혈압도 서서히 내려가기 시작했다. 체중은 덩달아 내려갔다. 더 젊어서 시작했더라면 하는 후회도했다. 부질없이. . . .
그러던중 까맣게 잊고있던 강남구 웰에이징센터에서 1년주기로 재검을 해준다는 전화를 받았다. 일회성이 아니였구나! 고마운 마음을 안고 약속된 날에 가서 똑같은 검사를 받았다. 와~~~ 그런데 대~~~박, 나도 놀라고 검사자도 놀랐다 . 혈압이 거짓하나도 안보태고 레알 120/80이 나왔다. 정확하게. 누가 장난하여 셋팅이라도 한듯. 아! 혈압이 이런 노력으로 조절이 가능하구나! 다이어트와 운동만으로. 매우 기뻣다. 뿌듯했다. 매일 매일 욕심없이 꾸준히 운동과 다이어트를 했을 뿐인데......방법도 알았으니 이대로만 하면 의사선생님 앞에서 다짐했던대로 되겠구나 싶었다. 그리고 그 의사는 이제 더이상 혈압약에 대한 예기가 없었다. 다행이다.
이렇게 혈압에 대해서 관심을 갖다 보니 TV에서 김광준 세브란스 노년내과 교수의 강의가 나를 사로잡았다. 처음 들어보는 진료과 이지만 요즘 핫한 주제라 얼른 메모를 했다. 내용은 바로 '노화와 노화의 원인'이였다. 열심히 따라 적다보니 익숙한 단어들이 나왔다. 가족력, 운동부족, 생활습관 (즉 식습관, 과식,수면등). 아하! 고혈압을 잡다보면 노화도 늦춰지겠구나. 이게 웬떡이란 말인가. 하나를 얻고자 했는데 하나가 따라오네? 전문용어로 일석이조?
그.런.데. 내가 너무 방심했을까? 오만했을까? 120/80 나오고 얼마안되서 수치가 다시 올라가고 있었다. 그러나 130 언저리. 휴~ 천만다행이다. 그래 노력은 배신하지 않아. 그러나 게으름도 정확하게 증명되고 있다. 헬스장이 여름 인테리어 공사 들어간다고 나도 같이 쉬면 안된다는. . . . . 그런 진리? 나의 깨달음? 이제야 알아 차리다니.
겁이나서 바로 재도전에 들어갔다. 아마 평생해야할 과제이지 싶다. 이해인 수녀님이 그러셨던가? 암을 친구 삼아 살아간다고? 나도 운동을 친구 삼아 즐겨보는건 어떨까? 같이 가자 친구야. 120/80을 향하여, 오케이? 그러다 지치면 의사 선생님 부탁좀 드리겠습니다~~~ 처방 좀. . .
'운동하는 동안은 동안이다'라고 자칭 지식 생태학자 유영만 한양대 교수가 TV에 나와서 한 예기가 인상 깊게 다가왔다 . 혈압도 잡고, 노화도 막고 그리고 동안도 되는 운동과 다이어트. . . . 같이 가자 친구야~~~
지인이 물었다. 왜 간단히 약 먹으면되지 안 먹고 버티냐고? 그러다 큰일 난다고. 나는 대답했다. 해보는대 까지 해 보고 싶다고, 덕분에 운동도 다이어트도 하면 좋을것 같다고, 오히려 더 활력소가 되지 않을까?
추신 : 다시 시작한 다이어트와 매일 한시간씩의 꾸준한 운동으로 130 언저리에 머물던 혈압, 전문가의 조언대로 조석으로 측정해보니 이제는 평균 120초반까지 왔다. 체중도 근 2~3킬로 내려갔다. 3개월째 하루 두번 매일 재고 있는 나도 자랑스런 의지의 한국인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