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유치원을 3년을 다녔던 사람으로서 옛날 일이 생각나는 군요.
첫 해에는 애 유치원 보내놓고 유치원 엄마들과 어울리면서
나 자신도 비로소 사회 생활을 시작한 듯한 소속감에 너무 너무
기뻤습니다.
아침 9시부터 12시까지 엄마들과 휴게실에서 수다를 떨면서 너무
재밌고 너무 즐거웠습니다. (그게 1년 갔습니다)
물론 생일 파티도 똑같이 그렇게 했습니다.
생일은 엄마들은 음식을 마련했고 다른 엄마들은 5천원씩을 걷어서
그 아이에게 필요하다고 그 아이 엄마가 얘기하는 것을 사 줬습니다.
먹고 마시자 였지만 즐거웠고, 기뻤습니다.
집안에서만 처박혀 있던 제게 그 유치원 모임은 구원과도 같았습니다.
2년 째 되었을 때 언니의 부탁으로 무슨 일을 하느라고 한 달간을
유치원 모임에 참석하지 못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 사이 유치원 엄마들은 퀼트를 시작해서 만들기 시작하더군요.
뭔가를 하면서 수다를 떠는 데, 퀼트는 아주 안성마춤이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오래 바느질을 하면 등이 결리는 결함때문에
퀼트는 하지 않고 그냥 끼어 얘기 듣는 데에만 열중했습니다.
그러면서 일 주일에 한 번씩은 우리 참교육동북지부 미술 소모임에
나갔지요. 미술 소모임을 하고 온 날은 제 가슴이 너무 뿌듯해서
안 먹어도 배부른 그런 충만감이 들었습니다. (참사람이 된 것 같은
그런 느낌)
그 때부터 무언가 차이점이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똑같은 엄마들의 모임인 데, 한 쪽에서는 열심히 공부를 하고
한 쪽에서는 그 시간에 수다로 시간을 보내고...
그러나 아직도 수다가 나쁘다는 생각은 안 들었습니다.
저의 가족과도 같은 사람들이라는 느낌때문에...
함께 모여 있으면 즐겁고 재밌었으므로...
그런데, 그러는 가운데, 서서히 왕따 현상이 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집중적으로 어떤 한 엄마를 따돌리는 것이었습니다.
그걸 보고 분개한 퀼트 안하는 엄마들이 서서히 조직을 형성하기 시작했습니다.
퀼트 하는 엄마(매일 모여서 쌓여가는 그들의 유대감)들에게 대항하기 위한
힘을 키워야겠다는 것이 그 요지였습니다.
그러나 그들처럼 막강한 파워를 가질 순 없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제 엄마들 모임은 두 패로 갈리게 되었고,
유치원 원장선생님께서는 어머니들을 소집했습니다.
어머님들의 관계가 아이들의 교우관계에도 영향을 미쳐
아이들의 협동작업에 심각한 차질을 빚는다는 것이었습니다.
"나 너하고 안 놀아. ~~"
그 후로 엄마들은 자식 걱정(?)때문에 친해보려는 노력을 했지만
이미 곪을 대로 곪은 관계가 근본적으로 개선될 수는 없었습니다.
드디어 3년째,
유치원에서는 새로운 방침을 내놓았습니다.
기존의 유아들만 한 반을 만들던 것에서 이제는 기존의 아이들도 반으로 나누고
새로온 아이들도 반으로 나눠 섞어버리는 방법을 택했습니다.
기존 엄마들은 자기들의 아이가 그동안의 교육으로 더 똑똑하고 우월한 데,
새로운 애들을 가르치노라면 손해가 심하지 않냐는 논리로 치열하게
이 방침을 거부했습니다. 그 와중에 수업료 거부도 했습니다.
저는 그때 구사대(?)였습니다.
어쨌든 반은 나뉘었고, 그 때 퀼트를 하던 사람들은
자신들을 family 라고 부르면서 새로운 반에 적응하려 하지 않고
계속 자신들의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했습니다.
생일 파티때도 자기네들만 따로 모여서 유치원 한 구석에서 신나게 웃고 떠들면서 왁자지껄하게 했습니다. 참 서운했더랬습니다. 특히 평소에 저 사람은 그래도 양식있는 사람이야라고 생각했던 엄마가 그 속에서 자기 아이 생일 파티를 하고 있는 걸 보구는 가슴에 분이 나는 것 같기도 했습니다. 믿었던 사람에 대해서 느끼는 배신감같은 거였지요.
그 때 제가 시작했던 것은 소모임 이었습니다.
그냥 모여서 수다로 보내지 말고 서로 관심이 가는 부분들에 대해서
공부하고 얘기하면서 좋은 관계를 만들어가보자는 것이었지요.
미술 소모임에서 얻었던 뿌듯함을 유치원 엄마들과의 모임에서도
맛보고 싶은 생각에서였습니다.
동화읽기 모임, 미술 모임등이 꾸려져서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주로 새로운 엄마들이 많이 참석해주었습니다. 그리고 그 모임이 있었기에, family에 속하지 않은 것이 어떤 쓰라림을 주는 지 그 새로운 엄마들은 몰랐습니다. 그냥 '어 이상하다 저 엄마들은 왜 생일 파티를 자기네끼리만 할까? '하는 생각을 했을 뿐이었습니다.
저는 그 속에서 지금 참교육회원으로 가입한 많은 엄마들을 만났습니다.
조미숙씨, 정미라씨, 박춘란씨, 나윤주씨, 김영림씨, 조윤경씨....
그리고 그 분들과 지금도 유치원 모임을 계속 해오고 있습니다.
유치원 동창 모임도 처음 일년 동안은 먹고 마시자였습니다.
그러다가 좀 더 나은 모임을 만들고 싶은 생각에 선생님 모셔다가
강강술래를 배운 것입니다. 이런 방법의 모색은 앞으로도 계속 될 것입니다.
먼저 뜻있는 자가 대표로서 봉사하면서 이런 저런 의견을 내고 ,
다른 엄마들의 의견을 수렴하면서 이러한 시도들이 가능할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저는 이런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생일문화를 바꾸고 싶다면 먼저 뜻이 같은 사람들을 모아 장기적으로
함께 고민해보시라구요. 그러면서 이런 저런 방법을 시도해보시라구요.
소나무님께서 시도하는 방법들이 좋아보이면 차츰 차츰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이 모일 것입니다. 그리고 그 사람들이 바로 참교육학부모들일것입니다. 참교육학부모 회원으로 가입을 했든 안 했든간에 그들 가슴 속에는 우리 아이들에게 더 나은 교육 여건을 만들어주고자 하는 열망이 있기에...
더 나은 생일문화를 만들어가기 위해서 우리 함께 고민해봅시다.
저도 열심히 소나무님을 돕겠습니다. 실은 저도 여즉 그 생일문화라는 것 때문에
고민 하는 사람 중 하나입니다.
가족, 친척, 친구 할 것없이 국가적인 차원에서 먹고 마시자 문화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나보다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중학생 조카들은 생일날 햄버거집에 가서 친구들과 먹고는 PC방 가는 게 코스로 되어 버렸다고 하더군요. 어른들의 경우는 먹고 나서 노래방 가는 게 코스라고 해야할까요?
친정이나 시댁의 경우는 밥해먹거나 외식하고 뿔뿔이 흩어지든지,
아님 TV를 보는 게 전부인 형편이다보니, 몇명 탤런트들이 자기 애 돐때라든가 부모님 환감 잔치때 불우 노인께 식사 대접을 했다는 것이 존경스럽게 느껴질 정도입니다.
정말 우리들 생일 문화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갔으면 좋겠는 지 고민해봐야겠습니다.
------------- [원본 메세지] ---------------------
요즈음 우리 아이는 우리나라에서 제법 명성을 가진 유치원에 다니게 되었다.
아이가 입학하게 되자,- 그것도 학기중에 - 보기 드문 행운이라고 입을 모았다.
아이가 30개월이 지난 무렵 난 여러군데의 교육기관을 전전했다.
그렇기 때문에 나에게는 더이상의 선택은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제는 의심없이 믿고, 마음을 비었다.
지난 금요일에 자체적으로 엄마들끼리 아이들 생일파티를 해준다고 해 처음으로 엄마들과 아이들이 모두 모인 자리에 가게 되었다.
생일파티-- (난 개인적으로 잔치라는 말을 더 좋아한다.)
포켓 몬스터 상보에 아이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접시에 담아놓고,조그마한 케익도 하나 준비하고 ....
아무런 느낌없는 생일 노래가 순차적으로 힘없이 지나가고.....
그 다음부터는 먹자판 ....
그나마 아이들은 제대로 먹지도 않고 내빼고....
아이들의 표정은 시큰둥...
그 순간에 의미를 따지면,난 아마도 예민한 똘아이였을 것이다
누구를 위한 생일파티인가? 엄마만족?
왜 우리아이들에게 어른들의 먹고 마시는 문화를 답습하게 하는가???
황당한 생일문화에 어리둥절한 하루였다.
유치원 생일잔치에도 참교육 생일 문화를 실현 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