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우익 근본주의 이념으로 회귀하고 있다.
이주혁님 글
17세기 조선이 양차 전란 후 파괴된 나라를 재건하면서, 어떻게든 구조적인 개혁이 절실했던 시기가 있었다. 이 당시 여러 나라들이 근대화 (자본주의 시장경제화)에 매진했고 일본도 곧 그 대열에 들어갔다. 그런데 조선은 그 중요한 시기에 실사구시적인 개혁을 하는 게 아니라 도리어 성리학 근본주의로 회귀해 버렸다. 그게 결국 망국의 원인이 됐다.
지금 한국이 그때와 다를 게 없어 보인다. 주요국들은 이념과 명분을 버리고 자국 우선주의로 맹렬히 돌아서는 중이다. 유럽을 우익 정치세력들이 휩쓸고 있는 것이 그런 결과이다. 한국에선 유럽 우익이 뭘 말하는 건지 못 알아듣는 사람이 많은데, 외국인들에 대한 배척, 자국민 우선이 그 키워드라고 볼 수 있다. 명분과 가치를 쓰레기처럼 버리고 있다는 뜻이다.
유럽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발을 빼고 지원을 끊어가는 행태, 러시아로부터 (전쟁 중에조차) 값싼 에너지, 밀을 수입하려 하는 행태가 유럽 우익화의 증거일 것이다. 미국 선거에서 트럼프가 우세를 보이고 있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자꾸 줄여나가는 의회의 결정 역시 뚜렷한 미국 우익화의 근거이다. 이스라엘은 아예 처음부터 대러 제재에 동조조차 안했다.
오직 한국만이 가치 외교, 명분 외교를 한다며 혼자 러시아는 적대시하고 북한과는 첨예한 대결구도를 만들며 친미 일 외교를 하고 있었다. 지금 세상에 이런 희한한 나라는 한국뿐이다. 한국은 외교는 우익화라고 하기도 어렵다. 보통 우익화는 국수주의와 자국 우선주의를 말하는데 한국의 우익 어젠다는 자기 나라 이익을 버리면서까지 명분과 가치를 고집하겠다는 식이기 때문이다.
이건 조선 시대 후반 성리학 근본주의 회귀와 비견할 현상이다.
한국 정부와 보수 언론, 사법 카르텔은 50년 전 냉전 시대의 과거 우익 이념으로 뚜렷이 회귀하고 있다. 러시아나 중국으로부터 사올 수 있는 값싼 원료며 상대 무역 이득이며 다 필요 없고, 50년 전 공산권과는 다시 불구대천이 되어서 그저 싸우겠다는 것이니 풍차를 향해 돌진하는 돈키호테같다. 예수 천국 불신 지옥 이런 단순한 구호를 외교에 적용해 "미-일 천국 중-러 지옥"으로 바꾼 것뿐이다.
아무런 실익도 없고 의미도 없이 냉전 이데올로기만을 외치는 이들 한국의 우익집단 이념을 뭐라고 불러야 할 지 모르겠다. 굳이 표현하자면 냉전 근본주의라고 해야 할까.
전세계의 수백개 나라와 교역을 하며 살아가야 하는 한국을 이런 냉전 근본주의 얼치기 우익들이 장악하고 있다는 건 비극이다. 성리학 근본주의의 기치 아래 맨날 반대파 정적들 숙청하느라 날을 새고 권력 카르텔을 만들어 세도정치로 갔던 그 시절을, 검찰-언론을 앞세워 그대로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한국은 미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