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
<반석 위에 지은 집과 모래 위에 지은 집>
✠ 마태오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7,21-29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21 “나에게 ‘주님, 주님!’한다고
모두 하늘 나라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을 실행하는 이라야 들어간다.
22 그날에 많은 사람이 나에게,
‘주님, 주님! 저희가 주님의 이름으로 예언을 하고,
주님의 이름으로 마귀를 쫓아내고,
주님의 이름으로 많은 기적을 일으키지 않았습니까?’ 하고 말할 것이다.
23 그때에 나는 그들에게, ‘나는 너희를 도무지 알지 못한다.
내게서 물러들 가라, 불법을 일삼는 자들아!’ 하고 선언할 것이다.
24 그러므로 나의 이 말을 듣고 실행하는 이는
모두 자기 집을 반석 위에 지은 슬기로운 사람과 같을 것이다.
25 비가 내려 강물이 밀려오고 바람이 불어 그 집에 들이쳤지만 무너지지 않았다.
반석 위에 세워졌기 때문이다.
26 그러나 나의 이 말을 듣고 실행하지 않는 자는 모두
자기 집을 모래 위에 지은 어리석은 사람과 같다.
27 비가 내려 강물이 밀려오고 바람이 불어 그 집에 휘몰아치자 무너져 버렸다.
완전히 무너지고 말았다.”
28 예수님께서 이 말씀들을 마치시자 군중은 그분의 가르침에 몹시 놀랐다.
29 그분께서 자기들의 율법 학자들과는 달리
권위를 가지고 가르치셨기 때문이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오늘의 복음묵상
마태오 7,21-29
<말의 품격>
살아갈수록 점점 더 크게 느끼는 바가 한 가지 있습니다.
말, 언어의 중요성입니다.
정말이지 말을 잘 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유창하고 거침없는 말, 설득력있고 호소력 있는 말을 하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다른 무엇에 앞서 진실된 말, 진심이 담긴 말, 그래서 살아 숨쉬는 말, 말이 누군가에게 힘이 되고, 선물이 되면 좋겠습니다.
말이 정말 중요한 것이, 말은 곧 한 인간 존재의 인격과 삶, 영혼과 정신을 외부로 드러내는 도구이기 때문입니다.
동시에 말은 한 인간 존재 안에 거처하시는 주님 현존을 반영하는 거울이기 때문입니다.
오늘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누군가 생각없이 던진 말로 큰 상처를 입고 괴로워하고 있는지 모릅니다.
오늘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실수로 내뱉은 말로 인해 두고 두고 후회하고 있는지 모릅니다.
지난 지방 선거 때만 해도 보십시오.
생각없이 ‘툭’ 하고 던진 말 한 마디가 엄청난 파문을 일으켰습니다.
‘인생 한 방’이라고, 말 한 마디 실수한 탓에 어떤 사람들은, 오랜 세월 쌓아온 자신의 정치 기반이 뿌리채 흔들렸습니다.
말을 시작하기에 앞서 언제나 진지하게 숙고해야겠습니다.
입에서 빠져나간 말은 이미 ‘엎지른 물’과 같습니다.
다시 주워 담을수가 없습니다.
입을 열기 전에 늘 고민해야겠습니다.
내가 하는 이 말로 인해 혹시 단 한 사람이라도 상처를 입는 것은 아닌지?
내가 하려는 이 말은 누군가에게 힘과 위로를 주는 말인지?
주님께서 우리 인간 각자에게 베푸신 여러가지 은총의 선물 가운데, 말은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큰 선물입니다.
잘 다스리고, 잘 사용해서 이웃들을 치유하고, 이웃들을 주님께로 인도하라고 부여하신 선물이 곧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말입니다.
오늘도 우리가 엄청나게 쏱아낸 말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숙고 작업을 한번 해보면 좋겠습니다.
언행일치가 되고 있는 말입니까?
혹시라도 모래 위에 지은 집과 같은 말은 아닙니까?
이웃의 입가에 미소를 돌게하는 희망의 언어입니까?
이웃을 영원한 생명으로 안내하는 구원의 도구입니까?
“사람은 홀로 떨어진 섬과 같은 존재다.
사람이라는 각기 다른 섬을 이어주는 것은 다름 아닌 말이라는 교각(橋脚)이다.
말 덕분에 우리는 외롭지 않다...
수준이나 등급을 의미하는 한자 품(品)은 구조가 흥미롭다.
입 구(口)가 세 개 모여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다.
말이 쌓이고 싸여 한 사람의 품성이 된다...
말은 마음을 담아낸다.
말은 마음의 주인이다.” (‘말의 품격’,이기주, 황소북스)
(살레시오회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의 복음 묵상글을 옮겨 보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