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한길(오른쪽) 민주당 대표와 안철수 무소속 의원.
안철수 무소속 의원 측에 이 얘기를 물어봤다. 안 의원의 한 측근은 “내부적으로 책임 있는 단위에서는 그런 얘기가 나온 게 없다. 처음 듣는 얘기다. 비상식적인 얘기 아니냐”고 했다. 그는 또 “우리 측의 누군가가 개인적인 차원에서 그런 얘기를 했을 수는 있지만 그건 의미가 없다”라고 했다.
박 시장 측도 비슷한 반응이었다. 박 시장 측 관계자는 “처음 들어본 얘기다. 박 시장은 여러 차례 민주당을 탈당해 출마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호사가들이 하는 얘기 아니냐”고 했다.
그러나 실현 가능성과 관계없이 이런 얘기가 나온다는 것은 안철수 신당에게 야권 연대가 그만큼 고민스러운 문제라는 것을 방증하고 있다.
안철수 측, ‘야권 연대’ 미묘한 기류 변화안철수 신당 측은 당초 야권 연대 얘기만 나와도 손사래를 쳤다. 민주당이 끊임없이 ‘야권 분열은 필패’라며 야권 연대를 강조했지만 안철수 신당은 ‘내 갈길 가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안철수 무소속 의원은 지난달 24일 “연대론은 스스로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나 의지가 없는 패배주의적 시각”이라고 했다. 안철수 신당 창당 준비기구인 새정치추진위원회(새정추) 윤여준 의장은 지난달 21일 ‘3월말 신당 창당’ 방침을 밝히며 “17곳의 광역단체장에 모두 후보를 내겠다”고 했다. 김성식 새정추 공동위원장은 지난달 24일 “야권 연대는 안 한다. 제가 공동위원장으로 있는 한 분명히 그렇게 한다고 말할 수 있다”고 했다. 야권 연대에 분명하게 선을 그은 것이다.
하지만 설 연휴가 지나자 마자 안철수 신당 측에서 미묘한 기류변화가 불거져 나왔다. 야권 연대의 여지를 열어두는 듯한 뉘앙스의 발언이 연이어 나온 것이다.
윤여준 의장은 지난 2일 기자간담회에서 “야권 연대는 우리로서도 ‘딜레마’다. 국민들 생각이 어떻게 변할지 예민하게 따라가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불과 열흘 전 발언과는 확연히 다른 얘기다.
새정추 소통위원장인 송호창 의원도 3일 야권연대와 관련, “스스로 변신하는 노력과 혁신의 과정없이 단순히 어떤 성과를 내겠다는 식의 연대라고 하는 것은 절대로 있을 수 없다”면서도 “나중에 그 상황에 가봐야 알 수 있다”고 여지를 뒀다. 그는 “상황이 바뀌는 것과 아무 상관없이 그냥 나홀로 가겠다는 것은 사실 좀 현실적 감각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했다. ‘혁신’이라는 전제가 있다면 상황에 따라 야권 연대도 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심지어 서울시장 후보는 민주당 소속 박원순 시장이, 경기지사 후보는 안철수 신당이 공천한 후보가 각각 나가는 이른바 ‘빅딜론’까지 공공연하게 거론되고 있다.
민주당 최재천 전략홍보본부장은 3일 라디오에 출연, 야권 연대에 대해 “거기까지는 생각해 본 적 없지만 연대와 연합의 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며 “서울과 경기를 ‘빅딜’한다든가 부산 등 약한 지역에서 어떻게 한다든가 하는 가장 낮은 단계의 특정 지역별 연대가 있을 수 있다”고 했다.
야권 연대 해도 문제, 안해도 문제불과 열흘만에 뉘앙스가 왔다갔다 한다는 것은 안철수 신당 내부에서 야권 연대 문제가 정리되지 않았다는 의미다. 실제 새정추의 이계안 공동위원장은 윤여준 의장, 송호창 의원과는 분명하게 다른 의견을 내놓았다.
이 위원장은 3일 전화통화에서 “야권 연대 얘기가 나오는 순간 신당은 동력을 100% 잃는다. 지금 연대 얘기가 나오면 ‘신당을 왜 만드느냐’는 본질적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안철수 신당 지지층을 분석해보면 50%는 민주당 지지층, 25%는 무당파, 25%는 새누리당 지지층에서 왔다. 때문에 야권 연대 없이 돌파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또 “윤 의장도 야권 연대를 바라는 여론이 있다는 사실을 얘기한 것이다. 야권 연대의 여지를 열어놓았다든지, 퇴로를 만들었다는 해석은 잘못된 것이다”고 했다.
- 안철수 신당 준비기구인 새정치추진위원회 인사들이 회의를 하는 모습. 왼쪽부터 윤장현 박호군 공동위원장, 안철수 의원, 김효석 이계안 공동위원장.
새정추의 다른 관계자도 “야권 연대의 관건은 서울시장이다. 그런데 서울시장은 서울에만 국한 되는 것이 아니라 다른 곳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런데 어떻게 서울시장 후보를 안 내고 지방선거를 치를 수 있겠나”라고 했다.
안철수 신당 내 이견은 결국 ‘야권 연대를 해도 문제, 안해도 문제’인 상황 때문이다. 윤희웅 민정치컨설팅 여론분석센터장은 이렇게 분석했다.
“안철수 신당은 실질적으로 범야권 지지층을 놓고 민주당과 경쟁하고 있다. 만약 야권 연대를 할 경우엔 말을 바꿨다는 지적에다 ‘선거를 위한 묻지마 연대가 새정치냐’는 비판도 받게 된다. 특히 야권 연대 때문에 서울시장 후보를 내지 않는다면 안철수 신당의 존재감은 크게 약화하게 된다.
반대로 야권 연대를 하지 않을 경우, 박원순 시장이 낙선한다면 그 책임을 안철수 신당이 덮어 쓸 수 있다. 또 서울시장 후보를 냈는데 성적표가 미미했을 경우에는 결과적으로 더 큰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 나아가 호남에서의 안철수 신당 확장성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안철수 신당으로선 딜레마인 것이다.”
지금은 안철수 신당이 야권 연대를 할지 안할지 예단하기 어려운 시점이다. ‘최소한 서울시장 선거에서는 야권 연대가 결국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과 ‘안철수 신당이 끝까지 마이웨이로 갈 것’이라는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어느 쪽이든 안철수 신당의 선택이 6·4 지방선거 최대 변수 중 하나가 될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