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몸이 피곤하니 글쓰기도 귀차니스트가 되었다. 그런데 인호가 오페라 춘희의 여주인공을 사랑했다고 하여 몇자 적어본다.
그때 그 시절의 우리나라에는 화류계를 크게 둘로 나누어, 하나는 돈 있는 사람들이 드나드는 룸싸롱,맥주홀(빠)나 클럽,카바레이고 또 하나는 적가락장단의 니나노집이었다. 미도극장앞의 판잣집에서 시작된 니나노집은 미아리다리 아래 판잣집에서 목다리를 지나 현 텍사스입구까지 줄이어 있었다.
이 시절의 이러한 아가씨들은 무작정 시골에서 상경한 아가씨들이었다.
막걸리나 약주1되에 비싼 안주 두어 가지 파는데, 으례히 한복을 입은 아가씨들이 젓가락으로 양은 쟁반을 두르리며 유행가를 불러 취흥을 돋구어 주는 곳이었다. 지금와서 생각하여 보면 너무나 불쌍한 처자들인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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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당시 화상(그림 매니져)을 하는 선배들이 난봉꾼들인 관계로, 나역시도 관수동쪽의 동경코스모스라는 대형 맥주홀 아가씨와 또는 남산아래 퍼시픽호텔 나이트클럽의 댄서와도 잠시 몇번 사귀어 보았으나 다 헛탕이라는 것 이외에는.......아무것도 남지 않았다.(당시 이 아가씨는 이화여대 무용과출신이라고 자신을 소개....)
베르디의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La Traviata)는 일본인들이 춘희라고 이름붙여 오페라 "춘희"가 되었으며, 신분의 벽을 뛰어넘지 못한 사랑이야기로 "폐결핵환자의 화류계 아가씨"가 여주인공이며, 원작자 뒤마피스의 자전적소설로 페결핵환자였던 매춘부가 실제 모델이었다고 한다.
소설속에서 여주인공은 자신의 가슴에 꽂앗던 동백꽃을 귀족청년에게 주면서 이 동백꽃이 말라 시들어 버릴때쯤 다시 만나자고 하여 "동백꽃부인"이 원제목이다.(동백꽃은 원래 하룻밤이면 시든다고 한다.)
여기서 이미자의 동백아가씨가 생각난다-----헤일수 없이 수많은 밤을 내 가슴 도려내는 아픔에 겨워 얼마나 울엇던가 동백아가씨--.
춘희는 진실로 사랑하는 사람의 가슴에 안겨 죽어가야만 하였던 한 가련한여인을 진실로 사랑했던 순수순정파 귀족청년의 이야기로---------[" 아! 나도 이런 사랑을 하꺼야"==인호의 말처럼]---인호의 순정 어린 사랑에 대한 대목을 엿보게 한다.
오페라 춘희는 순정파멜로물의 줄거리가 주가 아니라 탁월한 음악성의 예술에서 그 진가를 발휘한다고 하겠다.
나는 국민학교 5학년 때인가 어디서 주웟는지 모르지만 학원사의 명작문고의 "눈보라고개"를 읽은 후 너무 격한 감동이 계속 남아 그 후 돈암동전차종점 부근의 헌책방에서 빌려 온 "폭풍의언덕"이라는 소설책을 읽어본 후 동명의 책인줄을 알게 되었다.
황량한 황무지에 핀 히스꽃을 배경으로 어둡고 침울하고 다소 악마적인 주워온 아이 히스클리프와 주인집 딸 캐서린과의 무덤속의 관속까지 이어 갈 끊을수 없는 사랑이야기에 마력이 가해지는 소설이 바로 "폭풍의 언덕"인 것이다. 지금까지 두 편의 영화가 만들어 졌다. 나는 아주 오래전의 흑백화면의 영화가 더 좋았다. 그래서 작년인가 이 흑백영화를 다운 받아 보았다.
여기서도 춘희처럼 히스클리프의 가슴에 안겨 캐서린은 죽어 가는데.................
사랑이야기는 비극이 되어야 보는이의 심금을 울려 주는데........이수일과 심순애의 순애보는 지금 어디론가 종적을 감추어 버렸으니..........전부 신데렐라의 유리구두를 찿고만 있으니......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