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회 | 김숨의 피정의 집 순례 2023년 3월호 경향잡지 p38-42
복자 에지디오 수도원 성 프란치스코 피정의 집 기도하는 마음을 찾아
글·사진 김숨 사진 제공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김숨 모닌느 소설가 소설집 「나는 나무를 만질 수 있을까」, 등.
#나뭇잎 앞에 : 낮아져, 납작 엎드리고 싶은 충동을 느끼곤 한다. 길을 걸어가다 문득 충동에 사로잡혀 아무도 모르게 살짝 몸을 떨 때가 있다.
돌 앞에, / 연못 앞에, / 나무 앞에 / 비둘기 앞에, / 땅을 구르는 나뭇잎 앞에, / 두 팔을 십자로 벌리고 / 내 몸을 땅에 내려놓고 싶다. / 주문을 외우듯 읊조린다. / '흙처럼 낮아진다.' 시들어 아스팔트 위를 굴러다니는 나뭇잎 속으로 새끼 참새가 숨어드는 걸 우연히 본 적이 있다. (비행 연습 중이던) 새끼 참새가 작고 연약한 몸을 숨기던 순간에 나뭇잎은 하느님께서 머물고 계시는 '거처가 되었으리라.
"하느님께서는 가장 작은 피조물 안에계시나이다. 하느님께서는 존재하는 모든것을 온유로 감싸 안으시며…”(프란치스코 교황의 '우리의 지구를 위한 기도).... 주문을 외우듯 읊조린다. '흙처럼 작아진다..… 흙보다 더 작아진다. 더, 더,더 작아져 내 앞의 커다란 피조물들을 섬긴다. 꽃, 과일, 돌, 물고기, 새, 벌레… 흙처럼 낮아져 납작 엎드린다는 것은,피조물들(만물)을 받들어 섬기겠다는 다짐이 아닐까? 섬긴다는 것은 뭘까?
#사슴, 노루, 멧돼지, 토끼 : 만물 앞에 납작 엎드리고 싶은 충동이 내게, 천안 성거산에 자리한 '복자 에지디오 수도원 성 프란치스코 피정의 집'의 문을 두드리게 했다. 높고 깊은 성거산은 병인박해 때 스물세 분이 순교하고 백여 기 이상의 순교자 묘가 있어 자연스럽게 조성된 성지다. 출발하기 전 마음의 준비가 필요했다.그곳이 무척이나 멀게 느껴진 데다 한파가 갑작스레 찾아왔다. 내가 선택한 마음의 준비는, 프란치스코 성인의 신자들에게 보낸 편지 2'를 다시 읽는 것 “우리는 육적으로 지혜로운 자들과 영리한 자들이 되어서는 아니 되며(1코린 1,26참조) 오히려 단순한 자들, 겸허한 자들, 순수한 자들이 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우리 탓으로 비참하고 썩었으며 악취나고 구더기들이기에 우리의 육신을 수치와 멸시를 받아 마땅한 것으로 여깁시다.우리는 절대로 위에 있기를 바라서는아니 되며, 오히려 '하느님 때문에 모든 인간 피조물'(1베드 2.13 참조)의 종이요, 아랫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위에 있기를 바라서는 아니 되며....”그 말씀을 품고 피정의 집으로 떠났다. 피정의 집은 깊은 산속에 은둔하듯 숨어 있었다. 예수님께서 어부이던 두 형제 베드로와 안드레아를 제자로 삼으신 갈릴래아의 호수를 떠올리게 하는 저수지를 지나, 산속으로 야트막히 난 눈길을 한참 들어가야 했다. 노을이 질 즈음에야 도착한 피정집 마당에는 때 묻지 않은 정결한 눈이 소복이 쌓여 있었다. 나는 피정의 집 옆 산속 길을 따라 마련된 십자가의 길로 들어섰다. 제3처부터는 (아마도) 고라니의 발자국이 나를 인도했다.
십자가의 길 14처 중 내 마음이 가장 오래 머물렀던 곳은 제10처였다. “예수님께서 옷 벗김 당하심을 묵상십자가의 길을 걸으며 묵상할 합시다. 때마다 더 마음이 오래 머무는 곳이 있는데, 이곳 피정의 집에서는 제10처가 됐다.
“사랑을 표현하는 행동은 넓은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아낌없는 말과 더불어 끊임없이 몸에 배도록 하여야 합니다... 적절한 때에 하는 바른 말들은 날마다 사랑을 보호하고 길러 줍니다”(「사랑의 기쁨」, 133항). 그곳에서 묵상한 말씀이다. 피정의 집은 감탄이 나올 만큼 참으로 깊은 곳에 있었다. 밤이 내리자 그곳은 더 깊은 곳으로, 사슴과 노루와 멧돼지와 토끼가 몰래 찾아와 발자국을 남기고 갈 만큼 깊은 곳으로 물러났다.
이곳 수도원의 주보인 복자 에지디오는 아시시의 프란치스코 성인의 동료였다. 피정의 집에서, 나는 문득 그와 같은 이름을 가진 장애인과 걸인의 수호자를 떠올렸다. 에지디오 성인은 강하구에 자리한 깊은 숲속에 오두막을 짓고 고독하고 거룩한 은수 생활을 했다.
전설처럼 내려오는 첫 번째 일화에 따르면, 어느 날부터 성인이 머무는 곳에 사슴 한 마리가 찾아와 성인에게 젖을 먹여 주었다. 두 번째 이야기는 어느 날 서고트족의 왕이 신하들과 사냥개와 숲에 사냥을 나온 것으로 시작된다. 포수 하나가 사냥개가 쫓는 사슴 한 마리를 명중시켰는데, 쫓아가 보니 화살을 맞은 성인이 사슴을 두 팔로 감싸 안고 있었다는 것이다. 왕은 그에게 용서를 청하며 많은 선물을 주려 했지만, 성인은 이를 사양하고 상처 또한 보속의 방법으로 받아들였다. 감동한 왕은 성인에게 원장이 되는 조건으로 오두막 자리에 수도원을 지어 주었고, 그는 그 수도원에서 베네딕토 성인의 수도 규칙을 중심으로 수도 생활의 기초를 마련했다고 한다.
제14처가 끝나는 곳에는 무덤들이 있었다. 이곳 피정의 집은 작은형제회의 묘원으로 '완덕의 묘원'에 열여섯 분이 평화의 안식에 들어 계셨다. 그 가 1915년에 이탈리아에서 출생, 운데 1931년에 첫 서원을 하고 1955년에 한국에 입국해, 1980년에 산청에서 선종하신 외국인 신부님도 계셨다.
"항상 나그네처럼 지내십시오. - 성 프란치스꼬, 비석에 새겨진 글귀를 들여다 보며, 내가 여정 속에 있다는 걸 불현듯 깨달았다. 흙처럼 작아지고 낮아지는 여정...
#기도하는 마음으로 바라보면 : 섬긴다는 것은 뭘까? 며칠 전 목요일 저녁 미사 때 그 답을 얻었다. 강복을 주시기 전 신부님이 해 주신 말씀이 답이 되어 (한 말씀이) 내게로 왔다. “사랑하는 이들을 기도하는 마음으로 보면 그 사람의 기쁜 미래도 보이고, 그 사람의 아픈 미래도 보인다.” 섬긴다는 것은 낮아지고 작아져 ‘기도하는 마음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닐까 오늘도 기도하는 마음으로 사랑하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피조물들을 바라보며 걸어갈 수 있기를.
* 성공의 비결 (아침공감편지 230311)
신입사원 시절 99번을 찾아가도 거절하던 곳이
100번째 가니까 사준 경험이 있다.
99번 찾아 가서 포기했다면 그 99번은 모두 버리는 것이다.
증기기관차가 움직이는 것도 마찬가지다.
섭씨 99도에서 100도를 넘어서야 움직인다.
목표를 세우고 끈기를 갖고 끝까지 하는 것이 성공의 비결이다.
-장평순 교원그룹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