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에 남미에서 수입한 '레드글로브'라는 포도를 먹고
껍질과 씨를 화분에 버렸는데 싹이 몇 개 트더군요.
네 포기를 포트에 담아서 저사랑의 화분에 옮겨 심었더니
그 중 강한 놈이 나머지 셋을 차례차례 죽이고
몇 년 뒤에 혼자 살아남았습니다.
( 사진도 제대로 찍은 것이 없네요 )
작은 화분에서 덩치가 너무 커지면 안 될 듯하여
해마다 겨울이면 밑둥만 남기고 가지를 모두 잘랐는데
그래서 그런지 20년 동안 살면서 꽃도 한 번 못 피우고
가늘게 말라서 목숨만 부지하다가
작년에 갑자기 상태가 나빠진 데다
큼직한 애벌레가 잎을 모두 갉아먹고 나서
올해 다시 싹이 터서 조금 자라는가 싶더니
결국 며칠 전에 죽어버렸네요.
그동안 화분의 흙이 마르면 물 주고, 분갈이만 몇 번 했을 뿐
좁은 화분에 가둬 놓고 괴롭히기만 한 것 같아서
반려식물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하지만
그래도 20년 동안 매일 보던 녀석이 죽고 나니
마음이 조금 허전하고 미안합니다.
첫댓글 기억납니다. 저사랑 입구를 지키던 문지기 식물이었는데 레드글러브인줄은 몰랐어요. 담쟁이 넝쿨인가 했었는데...20년을 키우셨다니 정말 대단하세요. 포도가 벌레들이 잘꼬이고 햇볕 많이 받아야해서 키우기 까다롭지 않나요?
미영이가 포도나무 화분 옆에서 컵라면을 먹곤 했었지.
예전에 살던 집 마당에도 포도나무가 있어서 해마다 포도를 따 먹었었는데
너무 작은 화분에 심고 관리도 안 해서 제대로 커 보지도 못 했네.
또 사부님 반려나무 '주목'이 저사랑창가에서 잘 자라고 있어요 ㅎ
저도 주목빨간씨앗 세개를 화분에 심었더니 싹이났어요 ㅎ
주목은 천 년을 산다는데, 저사랑에서 몇 년이나 키울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