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돗물 끊겨 먹을 물 모자라 기관·단체서 보낸 생수에 의존 3개월간 1,381톤 생활용수 지원 농사철 앞두고 용수 확보도 비상
당분간 비 소식 없어 더 걱정 댐·저수지까지 말라가는 상황 도내 상수도 미급수 약 18만명 가뭄 장기화 시 대책 세워야
인제군 남면 상수내리 40여 가구 주민들이 부족한 물로 인해 심각한 고통을 겪고 있다.
지난해 11월부터 시작된 가뭄탓에 간이상수도 집수정에 물 공급이 제대로 되지 않아 수돗물은 아예 나오지도 않고 마을샘터에서 물을 받아 간신히 하루를 보내고 있지만 먹을 물 조차 모자라 세면·화장실 등 일상에서의 물사용은 최대한 억제하고 있는 실정이다.
주민 나명훈(61)씨는 “5개월이 넘도록 먹는 물은 물론 화장실에서 사용할 물 조차 없어 살기가 힘들다”면서 대책마련을 호소했다.
■ 거북 등껍질로 변한 논밭= 화천군 하남면 논미1리도 마찬가지다. 주민들이 생활용수로 이용해 온 논미천은 일찌감치 바짝 말라붙었고 소량의 지하수를 끌어올렸지만 수질이 나빠 세탁이나 화장실용으로 사용될 뿐 식수로는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70여 가구가 살고 있는 하남면 서오지리는 폭 40여m에 수심 3~4m에 달하던 하천인 지촌천이 줄기 시작해 지금은 폭 4m에 수심 30cm 내외의 개울로 변했다. 이 바람에 취수관도 연결하지 못해 이 마을 밭은 이미 거북 등껍질로 바뀐 지 오래다.
송순만 서오지리장은 “기관·단체에서 보내주는 생수로 겨우 생활하고 있는 중”이라면서 “농사철이 다가오는데 파종조차 할 수 없으니 기우제라도 지내고 싶은 심정”이라고 했다.
■ 댐·저수지 바닥 보여= 도내 가뭄의 여파가 심상치않다.
하천과 계곡, 지하수가 마르다보니 식수조차 확보하기 어려운 마을들이 계속 늘고 있고, 농사를 시작해야 하는 농민들은 용수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실제 소양강댐의 저수율은 31%로 예년 평균 43%에 비해 크게 못 미치고 있는데다 횡성댐은 저수율이 28%로 줄면서 전국 다목적댐 중 유일하게 물관리 두 번째 대응단계인 `주의'단계가 발령됐다.
지난해 94.3%에 달했던 도내 78곳의 저수율은 현재 13.3%나 떨어진 81%를 기록 중이다. 원주 정산저수지의 경우 지난해 100%에서 현재 23.4%로 바닥을 드러냈고, 철원 토교저수지도 지난해 92.6%에서 56.5%로 급감했다.
이로 인해 도소방안전본부는 생활용수 지원이 주요한 업무가 됐다. 지난해 12월부터 현재까지 도내 10개 시·군 385가구에 소방차를 보내 생활용수 1,381톤을 지원했다. K-water 강원지역본부도 생수(500㎖짜리) 6만8,300병을 목타는 마을들에 전달했다.
■ 메마른 날씨 지속= 문제는 이 같은 가뭄을 해소할만한 비소식이 당분간 없다는 점이다. 강원지방기상청은 13일 1개월 예보를 발표하면서 최소 4월 첫째주까지는 예년보다 강수량이 적을 가능성이 더 높아 메마른 날씨가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각 시·군은 양수가능한 저수지 수원 확보와 한해(旱害)대책 강구, 관정 양수기 등 장비 사전정비 점검, 논물가두기 등 가뭄대비 단계적 대책 마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전만식 강원발전연구원 연구위원은 “도내 상수도 미급수지역 주민은 약18만명으로 가뭄이 장기화될 경우 이들에 대한 긴급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원근·김준동·최기영·강경모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