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길 박사]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중국이나 일본에서 태어난 젊은이들도 한 시대의 지도자가 되기 위해 갖추어야 할 조건으로 어려서부터 <신, 언, 서, 판>이라는 네 가지 가르침을 듣고 자랐을 것이다. 풀어 말하자면, ‘신체와 몸가짐’, ‘말 솜씨’, ‘글 쓰는 능력’ 그리고 마지막으로 ‘판단 능력’이다.
부득이한 사고로 팔다리를 다쳐서 한평생 고생하는 사람들이 있다. 어쩔 수 없는 질병이나 사고는 막을 길이 없지만 개인이 각자의 뜻을 따라 모험적으로 무리한 일을 하다가 몸을 다치는 일이 없도록 애써야 할 것이다. “신체발부 수지부모”는 <효경>의 첫 머리에 나오는 가르침인데 “부모에게서 받은 것을 감히 훼손하지 않는 것이 효도의 시작이다”라고 적혀 있다. 지도자에게는 건강한 육체가 필요하다.
그 다음은 ‘말솜씨’라고도 하고 ‘화술’이라고도 하는데 말로 재간을 부리는 것은 공자께서도 많이 경계하셨거니와 속에도 없는 말을 내뱉는 인간은 지도자는커녕 사람 구실하기도 어렵다. 진정성을 담은 말이어야 할 것이다.
또한 옛날의 지도자들은 글을 쓸 줄 알아야 그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글재주를 말하는 게 아니다. ‘문장력’을 말하는 것이다. 옛날 어른들의 글을 접하면 저절로 감탄하게 된다. 내용도 중요하지만 글씨 자체가 하나의 예술인 경우가 많다.
마지막으로 탁월한 판단력을 갖춰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갈고 닦아야 할 부분이 지도자의 가장 중요한 바탕이 되는 ‘인격’이다. 인격이란 ‘사람됨’을 뜻하는데 상식이 풍부한 인물만이 인격을 갖출 수 있고, 인격이 훌륭한 사람만이 바른 판단력을 가질 수 있다.
이렇게 네 가지가 한 인물이 사회에 나가서 지도자 노릇을 하려면 반드시 갖추어야 할 덕목이다. 오늘도 이런 네 가지 덕목을 갖춘 지도자를 우리는 찾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