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 이야기

휴가 첫날인 어제는 벼르고 별렀던 민물낚시를 하였다. 그동안 한 10여 년 동안이나 민물낚시를 하지 않아, 녹이 슨 낚싯대 일부는 버리고, 새것으로 준비했는데, 낚시를 전문으로 할 생각은 없기에 매우 싼 3칸(5.4m)짜리 중국산 낚싯대를 두 대 사고, 딱딱하게 굳어진 낚시 가방도 바꿨다. 대물 한 번 낚아볼까 싶어 동료가 알려준 경주 가는 쪽의 천곡이라는 동네에 있는 제법 큰 유료낚시터로 갔다. 우리 회사만 쉬는 날이라 그런지, 아니면 폭염경보가 내려서 그런지 금요일 낮의 낚시터는 비교적 한산하였다. 낚싯대를 펼치고 동료가 알려준 잉어 미끼를 버무려 밤톨보다 좀 작게 덩어리를 만들어 낚시 바늘에 끼우고, 대물의 희망을 품은 채 저수지 가운데로 던졌다. 입질이 없다. 그런데 한참 후에 낚싯대를 들어보면 미끼는 없고... 아무래도 찌가 표시 나지 않게 물 아래에서 녀석들이 갉작이며 먹는지, 끈기가 없는 미끼라 풀어지는지 알 수 없다. 발밑을 보니 미끼부스러기를 얻어먹을까 싶어, 새우와 자그마한 고기들인 넘쳐난다. 심심하던 차에 잘 됐다싶어 차에 있는 통발에 미끼를 넣어 물에 던져두고, 한참 만에 꺼내보니 새우들이 득실댄다. 잉어찜이나 매운탕거리가 안 되면, 새우탕이나 해 먹자 싶어 낚시를 하면서 계속 그 일을 반복해 나갔다. 오후 5시가 좀 넘자 어느 순간 찌가 표시 나게 들썩거린다. 지체하지 않고 낚싯대를 낚아챘다. 순간적으로 낚싯줄이 팽팽해지면서 낚싯대가 좌우로 흔들린다. 일어서서 낚싯대를 수직으로 채운 채 힘을 주고 있었더니 드디어 물속에 있던 놈이 수면위로 모습을 드러내는데, 한 눈에 봐도 40cm가 훨씬 넘는 윤기 넘치는 잉어다. 낚싯대를 수직으로 세운 채 한참동안 실랑이를 벌이다가 발밑 수면 까지 끌어왔는데, 녀석을 끌어올릴 방법이 없다. 옆에는 도와줄 사람도 없고... 대물 낚시의 경험이 없어 뜰채를 준비하지 못했던 것이다. 한손으로 낚싯대를 움켜쥐고 다른 한손으로 고기를 잡으려고 했는데, 미끈거리고 팔딱이는 바람에 안 되겠다. 할 수 없이 떡밥을 갰던 자그마한 플라스틱 그릇에 담으려고 하니까, 절반도 담겨지지 않은 상태에서 녀석이 요동을 치자, 그만 바늘이 끊어지며 녀석은 황급히 물속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순간 멍해졌으며 다금 순간 아쉬워 죽는 줄 알았다. 발밑에는 바닥으로 쏟아진 떡밥과 물이 범벅이 되어 있어 잠시 전의 치열한 상황을 보여주었다. 다시 그런 실수를 반복하면 안 되기에 관리실에 가서 뜰채를 사서 재정비를 하고 다시 낚시를 던졌다. 이참에는 많이 기다리지 않았는데 찌가 쑥 내려가기에 지체하지 않고 낚아챘는데, 묵직한 감이 아주 좋다. 잠시 후에 수면에 드러낸 놈은 노리끼리한 향어였다. 그런데 이번에도 녀석을 놓치고 말아 속이 있는 데로 상했다. 이참에는 그 알량한 중국산 낚싯대의 초릿대가 부러지며,  낚싯바늘과 함께 유유히 물속으로 잠적해 버리는 것이었다. 역시 싼 게 비지떡이었다. 어쩐지 가격이 국산의 1/4 밖에 안 되고, 중국산은 AS가 안 된다고 하더니 그래서 그랬군... 더운 날씨에 더 더웠다. 땀이 얼굴을 축축이 적시었으니.... 결국, 중국산은 걷어치우고 세 칸짜리 국산 낚싯대와 3.5칸짜리 바다장대에 줄을 메어 던졌다.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그저 떨어져 나간 미끼 갈아 끼워주고, 새우를 잡으면서 한 시간쯤 지나자 드디어 신호가 왔다. 이번에는 앞에 놓친 놈들보다 다소 작았지만 그래도 선명한 비늘을 자랑하는 잉어였다. 두 번의 실수를 경험삼아 살살 녀석을 달랜 후, 뜰채에 담아 끄집어 올린 녀석은 주둥이와 아가미에 바늘 두 개가 야무지게 박혀 있어서, 요동치는 녀석을 누르고 빼느라 애를 먹었지만, 흥분이 되어 가슴은 줄곧 콩닥거렸다. 그리고 그 후에는 소식이 없었다. 어느덧 밤이 오고 해가 지자마자 모기가 극성을 부리며 낮부터 울던 뻐꾸기는 밤이 돼도 여전히 ‘뻐꾹뻐꾹’ 해댄다. 암컷을 유혹하는 소린지, 아니면 이미 살림을 차린 놈이 암컷에게 남의 둥지에 알 낳을 장소를 발견했다고 알려주려고 그러는지는 제 놈만이 알 일이다. 아까 어둑해질 때부터 그만 접으려고 마음을 먹었지만, 뻐꾸기 소리와 어스름에 비친 저수지와 까만 밤이 내리는 건너편 산이 보기 좋아 두어 시간을 더 앉아 있었다.   <EMBED style="LEFT: 20px; WIDTH: 286px; TOP: 32px; HEIGHT: 46px" src=http://user.chollian.net/~rbett/yanni/oneman.asf width=286 height=46 type=audio/x-ms-wma LOOP="5" volume="0" AllowScriptAccess="never" autostart='true"' invokeURLs="false" allowNetworking='internal' allowScriptAccess='sameDomain'> Yanni - One Man`s Dre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