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혼과 늦둥이 출산이 부쩍 늘어나고 있는 요즘 고령 출산에 따른 갖가지 문제가 다소 심각하게 지적되고 있다. 기형아 출산이나 임신중독증의 발생 등이 그것인데, 고령 출산이라고 해서 꼭 위험한 것만은 아니라고 한다. 젊은 산모에 비해 각종 트러블이 발생할 확률은 높지만, 산전 관리만 철저히 하면 건강한 출산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다.
의학적으로 본 결혼 적령기는 육체적, 정신적으로 일생 중 가장 건강하고 성숙한 20대 중반기이고, 이후 1∼2년 동안이 가장 건강한 아기를 낳을 수 있는 시기라고 한다. 그러나 여성의 교육 기회가 늘어나고 고학력 여성의 사회진출이 활발해지면서 결혼 시기는 점점 늦어지고 있다. 또한 결혼을 했다 하더라도 직장 생활을 충분히 즐기고 경제적 풍요를 이룩한 뒤에 아이를 갖겠다는 여성이 많아지면서 고령 산모는 해가 바뀔수록 늘어나는 추세에 있다.
최근 보고된 한 조사 자료에 따르면 고령 임신이 늘어나는 원인으로 결혼 자체가 늦은 경우가 무려 55.6%에 달했고, 결혼은 일찍 했어도 개인의 사정에 따라 피임을 하거나 서로 떨어져 지낸 경우가 22.2%, 불임이 18.5%를 차지하고 있다. 국내 고령 임신부의 증가율은 1991년 2.0%에서 1994년 6.1%로 점차 늘고 있는 추세이며, 초산도 22.8%에 이른다. 이런 추세는 세계적인 현상이기도 한데, 미국의 경우도 30∼34세 사이에 초산을 하는 여성이 10년 전에 비해 2배나 늘었다고 한다.
▶35세 이상 초산이면 고령 출산?
몇 살부터를 고령 출산으로 보는가의 기준은 나라마다 다르다. 유럽과 미국에서는 대체로 35세 이상을 고령 산모라고 분류하고, 동양권에서는 30세 이상을 기준으로 삼는다. 국내에서는 35세 이상을 고령 산모라고 하는데, 이는 세계보건기구와 국제산부인과학회에서 초산 여부에 관계없이 35세 이상을 ‘고령 출산’으로 정의한 것에 근거를 둔 것이다.
고령 출산으로 분류하는 데에는 초산과 경산 구분이 상관없다. 일반적으로 35세 이후의 초산만을 고령 출산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둘째나 셋째 아이를 늦게 낳는 임신부도 고령 임신으로 인해 나타나는 문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차이가 있다면 출산 경험이 있는 경산부는 고령 초산부에 비해 기형아 출산이나 임신중독증 등의 위험이 상대적으로 적고, 경산부는 초산부보다 자궁 입구가 쉽게 열린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출산 후 10년쯤 지나 늦둥이를 낳는 임신부라면 첫아이를 낳는 것과 별반 다를 게 없다.
물론 30대 임신이라 해도 20대와 다름없이 젊은 사람도 있고 반면 40대로 보이는 사람도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임신부의 나이만으로 임신의 위험 여부를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은 나이 들면서 난자 세포가 약해지거나 노화하기 시작하고, 자궁근종이나 자궁내막증 등의 부인병 질환이 발생하기 쉬운 경향이 있으므로 좀더 신중해야 한다.
실제로 산모가 고령이면 자연 유산의 비율도 전체 산모의 자연 유산율(10∼15%)에 비해 약 2∼3% 정도 높게 나타나고 있다. 또한 태아의 위치 이상이나 난산, 기계분만, 제왕절개, 저체중아 출산, 조산 등의 발생 가능성이 높다.
▶고령 출산하면 산모가 가장 힘들다
나이가 많은 산모들에게 임신이나 출산 경험을 물으면 이구동성으로 ’힘들다’는 고백부터 나온다. 그만큼 고령에 아기를 낳으면 산모 자신의 건강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이야기다. 고령 출산이 산모에게 미치는 나쁜 영향은 어떤 것이 있는지부터 알아보자.
합병증 발생 위험이 커진다
과거에 유사 병력이 없더라도 임신중독증이나 당뇨병 등의 합병증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이것은 연령이 높아지면 고혈압이나 심장병, 당뇨병, 신장 질환 등 성인병 발생률이 높아지는 것과 관련이 깊다. 고혈압의 경우 적게는 2배, 많게는 4배까지 발생 가능성이 증가하고, 임신성 당뇨도 40세가 넘으면 25∼29세 임신부보다 3배 가량 높아진다.
이 밖에 나이가 들수록 심혈관계, 신경계, 신장, 결체 조직, 폐 등에 각종 질환이나 종양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다. 이러한 위험은 산후에도 이어지며 혈전, 폐부종, 만성 고혈압이 있는 경우에는 심부전증의 위험도 증가한다.
임신 후반기 출혈 발생 빈도가 높아진다
고령 임신부는 임신 후반기에 태반 조기박리 및 전치태반으로 인한 모성 출혈의 빈도가 증가한다. 태반 조기박리는 만성 고혈압일 경우(고령 임신부에게 자주 나타나는 질병) 나타나기 쉽고, 전치태반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분만 횟수가 증가되는 탓에 빈도가 높다.
미국의 최근 보고에 따르면 일반 임신부의 경우 0.4% 태반 조기박리가 나타나지만 40대 이상에서는 3.2%로 높게 나타나고 있다. 또한 태반 조기박리의 원인이 되는 만성 고혈압의 경우 고령 임신부는 3.7%였으나, 일반 임신부는 2%로 나타났다.
난산이 되기 쉽다
연령이 높으면 체력이 떨어지고, 근육 조직도 노화되며 딱딱해진다. 따라서 고령인 경우에는 진통은 있는데도 자궁구가 딱딱해서 열리기 힘들거나, 산도가 잘 늘어나지 않아 분만 시간이 길어지는 경향이 있다. 진통도 미약한 채로 계속되는 경우가 많다.
이는 고령 산모에서 제왕절개 분만율이 2배나 높아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1996년 국내의 한 보고에 따르면 총 421명의 고령 임신부 가운데 정상분만이 169명(40.1%), 진공 흡입분만이 7명(1.7%), 제왕절개 분만이 245명(58.2%)으로 나타나고 있다.
자궁외 임신 가능성이 높아진다
나이가 들수록 자궁외 임신 빈도도 높아진다. 미국의 한 통계에 따르면 15∼24세 임신부 가운데 자궁외 임신을 한 경우는 0.45%이지만, 35∼44세 임신부의 경우는 1.52%로 나타났다.
▶태아에게 미치는 악영향은 없나?
다운증후군 발생률이 높아진다
선천성 기형 가운데 임신부의 연령과 가장 관련이 깊고 흔한 질환은 ‘다운증후군’으로, 이것의 증상은 21번 염색체가 하나 더 많아서 지능 저하나 선천성 심장병 같은 질환을 동반한다.
다운증후군 아기를 분만할 가능성은 40세 임신부가 30세의 임신부보다 9배쯤 높다고 한다. 45세 이상의 임신부는 80명에 한명 꼴로 다운증후군 아기를 낳을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초산인 경우는 전체 다운증후군 출산 빈도인 0.14%보다 약 8배나 높다(1.08%, 100명 중 1명꼴)는 연구 결과도 있다.
다운증후군 발생률은 30대 중반부터 증가해 40대가 지나면 그 발생률이 급속히 증가한다. 임신부 연령과 다운증후군의 발생 빈도를 보면 25세까지가 2,000명에 1명, 25∼34세는 2,300명에 1명꼴이지만, 35∼44세 임신부는 250명 가운데 1명, 45세가 넘으면 임신부 80명에 1명꼴로 확률이 높아진다. 다운증후군 아기가 특히 40세 이상의 고령 초산부에게 많이 생기는 이유는 난자가 너무 많이 성숙한 경우 염색체의 비분리 현상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운증후군을 제외한 다른 염색체 이상으로 오는 기형과 임신부 나이와의 관계는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자연 유산할 가능성이 높다
대부분의 역학 조사에서는 고령 임신부가 자연 유산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되고 있다. 40대에 임신했을 때는 20대 임신에 비해 자연 유산의 가능성이 적게는 2배에서 많게는 4배까지 증가하며, 초기 유산의 60%는 염색체 이상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정란의 이상으로 유산이 되는 시기는 보통 임신 8주 무렵이다. 평균적으로 임신 초기에 유산될 확률이 12∼15%라면 35세 이상의 임신부가 유산할 확률은 20%에 달한다.
조산 ·태아 성장 지연·거대아 출산 위험이 높아진다
고령 임신부는 20대 임신부보다 조산 가능성이 높다. 나이를 먹을수록 당뇨병이나 고혈압 같은 성인병에 걸릴 확률이 높은데, 임신부가 이런 질병에 걸리면 태내의 환경이 극도로 나빠지기 때문에 태아가 자궁 속에서 더 이상 견디지 못하는 상황이 닥치게 되는 것이다.
조산뿐만 아니라 예정일이 지났는데도 진통이 오지 않아 분만이 지연되는 경우도 많다. 이러한 원인으로 고령 임신부의 경우 저체중아 출산율이 높아진다. 또한 거대아 출산의 위험도가 높아지는데 그 원인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당뇨병 발생이 늘어나는 것이 가장 주된 이유이다. 이외에도 비만, 지연임신, 거대아 출산 경력, 다산 등이 그 원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