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점철 (點綴) 흐트러진 여러 점이 서로 이어지거나 또는 그것들을 서로 이은 것을 가리킵니다. ‘얼룩짐’, ‘이어짐’으로 바꿔 써도 좋습니다. |
오타쿠란 말은 언제, 누가 쓰기 시작했나?
오타쿠란 말은 두 가지 뜻을 담고 있다. 오타쿠는 집 또는 거주지를 뜻하기도 하며, 거리를 두길 원할 때 사용하는 우리말의 ‘댁’과 같은 뜻이기도 하다. 이상에서 알 수 있듯이 오타쿠들은 ‘인간관계를 발전시키길 싫어’하는, ‘집’에 갇혀 자신들이 하고 싶은 것에만 열정을 쏟는 사람들을 가리킨다. 최근 우리나라를 비롯한 몇몇 나라에서는 ‘몰입하는 사람’이란 긍정적인 뜻을 포함해 넓게 쓰기도 한다.
오타쿠란?
오타쿠를 정의하긴 쉽지 않다. 좁은 의미로는 애니메이션이나 비디오 게임에 몰두해 사회와 벽을 쌓고 사는 사람들을 가리키기도 하나, 넓은 의미로 어떤 분야든지 하나를 파고드는 취향을 가진 모든 사람을 가리키기도 한다. 또한 오타쿠는 단순한 마니아나 수집가완 구별한다. 수집가나 마니아는 단순히 소비를 하는 주체에 머문다. 이에 비해 오타쿠는 상품을 구매해 수집하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상품을 자신만의 것으로 변형한다. 주어진 것을 그대로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창조적으로 변형해 소유하는 사람을 오타쿠라 부른다.
오타쿠란 말은 누가 언제부터 썼나?
1983년, 로리콘(로리타 콤플렉스의 일본식 줄임말) 만화잡지 <코믹부릿코(Burrico)>에서 처음 썼다. 23살의 수필가이자 칼럼니스트인 나카모리 아키오(Nakamori Akio)는 젊은 세대들이 ‘만화’와 ‘비디오 게임’에 몰두하는 새로운 현상을 ‘오타쿠 문화’라 이름 지었다. 일본의 많은 젊은이들이 코믹마켓이나 만화 전문점을 자주 다니며 서로를 ‘오타쿠’라 부르는 것에 착안한 것이었다. 그 뒤로 오타쿠 현상은 젊은 세대 사이에서 광범위하게 퍼졌으나, 언론·미디어는 주목하지 않았다.
언론이 오타쿠를 주목하기 시작한 것은 엽기적인 살인사건을 저지른 M군이 오타쿠라는 것이 밝혀지면서부터였다. 1989년, 4명의 소녀를 엽기적 방식으로 살해한 미야자키 쓰토무(Miyazaki Tsutomu, 27살)의 집을 방문한 언론사 기자들은 그가 수집해놓은 6,000여개의 비디오테잎과 성인 만화 잡지를 보고 미야자키를 전형적인 오타쿠로 소개했다. 이 사건은 일본 국민에게 ‘오타쿠는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그 어떤 범죄도 서슴지 않는 잠재적 변태 살인범’이란 인식을 각인시켰다.
'오타쿠’ 의미 희석시키기
미야자키 사건 직후 사람들 사이에 ‘오타쿠’란 말이 매우 부정적인 말로 인식되면서 오타쿠 세계에서마저 금기어가 됐다. 오타쿠들은 ‘오타쿠’를 ‘오타키(otakky)’ 또는 ‘호비스트(hobbist)’와 같은 말로 대체해 오타쿠 현상에 긍정적 이미지를 덧씌우려는 시도를 했다. 그러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일본 젊은이들의 오타쿠 문화를 다른 말로 대체할 게 마땅하지 않아 오타쿠란 말은 계속 쓰이게 된다.
언론과 오타쿠들은 오타쿠란 말의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한 새로운 전략을 쓰기 시작했다. 오타쿠란 말을 모든 분야의 기벽을 가진 사람에게 적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축구 오타쿠’, ‘골프 오타쿠’, ‘라면 오타쿠’, ‘지도 오타쿠’ 등 사람이 생각할 수 있는 모든 분야에 ‘오타쿠’란 말을 적용하기 시작했다. 심지어는 ‘다이어트 오타쿠’, ‘건강 오타쿠’란 말까지 등장할 정도였다.
오타쿠란 말을 오타쿠와는 아무런 관계없는 분야로 확장해 사용한 것은, 언론과 일본 사회의 의식적인 노력과 의지의 결과였다. 통제할 수 없는 부끄러운 것으로 간주되는 오타쿠 현상을 더 막연하고 적당한 개념 속에 녹여 일반화함으로써 본래의 ‘오타쿠’의 의미를 희석하려 한 것이다. 이것은 일본 문화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으로 여겨지는 ‘조화’를 이루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었다.
정종법 기자, | | |
|
|
M군 사건이란?
1988년 여름, 4~7살 여자 아이 4명이 잇따라 실종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한 명이 사라질 때마다 일본 열도는 충격으로 들끓었습니다. 첫 사건 발생 6개월 뒤 살인자는 실종된 아이의 치아와 뼈 몇 개가 담긴 소포를 아이의 집으로 부쳤습니다. 이 엽기적 살인 사건에 일본은 충격에 휩싸였습니다.
1989년 7월23일 미야자키 쓰토무(당시 27세)는 5번째 유괴를 시도하다 경찰에 체포되고 나머지 범행도 곧바로 시인했습니다. 기자들이 미야자키의 집으로 갔을 때 놀라운 광경을 보게 됩니다. 쓰토무의 방엔 무려 6,000개에 이르는 비디오테잎이 쌓여 있었고, 방바닥엔 성인 만화 잡지가 어지러이 널려 있었습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일본 언론은 ‘오타쿠’를 집중 조명하기 시작했고, <미야자키는 오타쿠다. 미야자키는 살인자다. 따라서 오타쿠는 잠재적인 살인자다. 증명 끝!>이란 공식을 이끌어냅니다. 이로 인해 아무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았던 오타쿠들이 요주의 대상이 됐으며, ‘오타쿠’란 말은 오타쿠 사이에서도 금기어가 됐습니다. |
|
|
|
① 로리콘 (lolicon) 로리콘은 현실 또는 가상의 미성년 소녀에 대한 성적인 관심을 뜻하는 로리타 콤플렉스(lolita complex)의 일본식 줄임말입니다. 그러나 엄밀히 말해 로리타 콤플렉스는 남성이 가질 수 있는 심리학적 성향을 뜻하는 반면 로리콘은 그러한 성향을 가진 사람 자체를 가리킨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② 코믹마켓 (comic market) 일본에서 개최되는 동인지 판매 행사 모임 가운데 하나로, 코믹마켓 준비회가 주최합니다. 규모는 세계 최대이며 ‘코미케’, ‘코미케트’라고도 부릅니다.
③ 기벽 (奇癖) 남과 달리 기묘하고 이상한 버릇을 뜻합니다.
④ 막연 (邈然, 漠然) 뚜렷하지 못하고 어렴풋하여 짐작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⑤ 희석 (稀釋) 몹시 묽게 풀거나 섞어 타는 것을 뜻합니다. |
“일상에서 빗겨간 삶을 사는 오타쿠”
오타쿠 놀이는 일본 학교 학습의 결과
오타쿠들이 즐기는 ‘놀이’들은 일본 학교의 학습 형태를 반영한다. 무엇이건 모으고 분류하고 수집하고 체계화하는 그들의 성향은 그들이 학교에서 받은 교육 논리의 연장선상에 위치한다.
…어릴 적부터 일본의 젊은이들은 교육 제도가 표방하는 생산주의적 논리에 의해 지배된다. 때문에, 그 목표들을 거부하면서 상상세계 속으로 도피한다고 해도 그들에게는 잘 만들어진 머리보다 가득찬 머리를 선호하는 교육 제도의 심리적 후유증이 남는다. 편집광적인 열정을 통해 그들은 그들이 거부하는 교육의 기능적 도식을 그들도 모르는 사이에 되풀이한다. 그리하여 그들은 도대체 쓸모없는 세부적인 것들을 모으고 분류하는 데 허무주의적인 정성을 기울인다.
오타쿠는 유치함으로 투쟁한다
…전후의 경제 성장 및 70년대가 저물 무렵의 이데올로기 쇠퇴는 똑똑하기는 하지만 일본적인 집단생활에는 전적으로 부적격인 젊은이들을 양산해냈다. 만화영화나 만화같이 안도감을 주는 세계 속으로 도피하는 그들은 부모나 일반 여론이 이런 활동들을 유치하고 무의미한 것으로 치부하며 인상을 찌푸리면 찌푸릴수록 그들은 그들의 비생산성을 더욱더 고집한다. 마치 그들의 열정이 쓸모없고 비생산적일수록 그들은 더 큰 만족을 얻는다는 듯이.
그러나 그것이 그들의 ‘투쟁’이라면? 다시 말해 고도 생산 사회에 대한 투쟁이라면? 오타쿠들은 생산성이나 합리성의 용어를 통해서만 사유하는 사회와는 아무런 관계도 맺을 수 없다. 이 세계에 부족한 것이 무엇이란 말인가? 모든 것이 손닿는 데 있고, 모든 욕구가 충족된다. 무엇을 더 생산하려 하는가? ‘일본’이라는 자전거가 나아가게 하기 위해 페달을 밟을 차례가 된 그들은 도대체 무엇을 더 생산해야 한단 말인가? 이 질문에 대해 아무도 그들에게 해답을 제공해줄 수 없었다. 유년기 내내 사람들은 그들에게 인간이 땅위에 있는 것은 생산하기 위한 것이며, 살아 있는 동안은 생산하고 일하고 부를 축적해야 한다는 말만을 되풀이해왔다. 이 생산주의의 라이트모티프만큼 의미 없는 것이 세상에 또 있을까?
그들을 교활하게 억누르는 사회에 대항하여, 오타쿠들은 그들의 욕구 불만을 표현할 수단을 찾는다. 70년대라면 그들은 아마도 정치적인 학생운동에 참여했을 것이다. 그 당시에는 그래도 ‘이상적 사회’의 이미지가 존재했고, 이데올로기가 그것의 실현을 위한 노력을 뒷받침했다. 그러나 오늘날의 젊은이들은 이데올로기가 허상에 불과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혁명의 성공은 가능하지만 노래하는 내일은 존재하지 않으며, 일상이 언제나 그 권리, 즉 인간을 권태롭게 하는 권리를 금방 되찾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비생산적인 오타쿠, 사회를 비웃다
그렇다면 무엇을 할 것인가? 오타쿠들은 대부분의 경우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에 조소를 무기로 선택했다. 그들은 생산주의 사회의 목표와 상징들을 거칠게 왜곡함으로써 자기들이 속한 이 사회를 웃음거리로 만든다. 학교가 그들의 미래에 왕도를 열어주는 것으로 간주되는 지식을 그들에게 주입한다? 그들은 이 암기력을 1971년에 울트라맨이 TV에 출현한 횟수를 세는 데 사용할 것이다. 그들의 머릿속을 만화와 한심한 TV프로그램들로 꽉 채운다? 그들은 이것들을 팬진에 패러디하는 한편, 카메라를 이용하여 아이돌들을 사진 찍을 것이다. 그들이 마지막 1엔까지도 써버리도록 자극한다? 그들은 소비 용품들을 철저하게 왜곡시키고, 파렴치하게 복제함으로써, 그들의 등을 치며 자본 증식을 꾀하는 기업들의 허를 찌를 것이다.
밋밋한 사회에 참여하기 싫다
오타쿠들은 일상, 생산주의적 분위기, 상식으로부터 자기들을 벗어나게 해주는 모든 것들을 좋아한다. 그들은 멋없는 일상에, 그들에게 제안된 이 범용한 사회에 참여하기를 거부하는 데서 스스로의 존재 이유를 찾는다. ‘일상 속에서 예외적인 것을 살자’는 것이 바로 그들의 슬로건인 것이다.
에티엔 바랄, <오타쿠 가상 세계의 아이들> (문학과 지성사, 2002) 가운데 | | |
|
|
‘재건하라’ 세대에서 ‘소비하라’ 세대로
일본은 1945년 전쟁에서 패한 뒤, 폐허가 된 국토를 신속하게 재건하기 위해 산업국가로 재정비합니다. 앞만 보고 달리는 성장 드라이브로 일본 산업은 불과 50년 만에 세계에서 유례가 없을 정도로 크게 발전합니다. 생활필수품을 만들어내는 것에 급급했던 때를 벗어나 최첨단 제품을 만드는 나라로 성장했고, 그에 따라 경제적 풍요도 뒤따랐습니다.
풍요를 만끽하면서 자란 젊은 세대들은 소비의 주체로 새롭게 등장합니다. 경제적 번영의 시기에 등장한 이 세대들은 결핍의 경험이 없는 세대입니다. 부유하고, 자유롭고, 평화로운 일본에서 자란 젊은 세대들은 살아남기 위해 투쟁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러나 그들 역시 피라미드의 상층부로 진입하기 위해선 치열한 경쟁을 피할 수 없었습니다. 힘겨운 경쟁을 견딜 수 없었던 젊은 세대들은 피라미드에 들어가는 대신 유년기에 머무르려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이 가운데 일부는 오타쿠 성향을 띠게 됩니다. |
|
|
|
① 편집광 (偏執狂, monomania) 어떤 사물에 집착해 몰상식한 행동을 예사로 하는 정신병자를 뜻합니다.
② 도식 (圖式) 사물의 구조, 관계, 변화 상태 따위를 일정한 양식으로 나타낸 그림이나 양식을 뜻합니다.
③ 라이트모티프 (Leitmotiv) 악극·표제 음악 따위에서, 주요 인물이나 사물 또는 특정한 감정 따위를 상징하는 동기를 뜻합니다. 곡 가운데에서 반복해 사용함으로써 극의 진행을 암시하고 통일감을 줍니다.
④ 조소 (嘲笑) 다른 사람을 업신여겨 빈정거리며 웃는 것을 뜻합니다. 비웃음과 같은 말입니다.
⑤ 팬진 (fanzine) 팬진은 Fan과 Magazine의 합성어입니다. 팬들이 만드는 잡지라는 뜻입니다.
⑥ 슬로건 (slogan) 주의, 주장 따위를 간결하게 나타낸 짧은 어구로 ‘강령’, ‘구호’, ‘표어’와 같은 뜻입니다. |
|
오타쿠, 골방에서 세상으로
마니아보다 수준 높은 오타쿠
오타쿠(お宅)의 본래 의미는 ‘집’이다. 그러나 원뜻에 상관없이 이 단어는 ‘혼자 방에 틀어박혀서 한 가지 취미에 몰두하는 사람’의 의미로 쓰이고 있다. 오타쿠는 마니아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간 사람들이다. 좋아하는 대상에 대한 모든 정보를 알아야만 직성이 풀리는 존재들. 이들이 과연 창의적인 문화적 주체가 될 수 있을까? 그 질문의 가장 적당한 답은 ‘가이낙스’라는 집단의 이름이다.
오타쿠의 성지, 가이낙스
1981년에 개최된 아마추어 SF 이벤트인 ‘제20회 일본 SF대회’에서 일단의 학생들이 만든 애니메이션이 공개되어 화제를 모았다. 이 이벤트의 중심인물들이 다시 모여 ‘SF 전문점 제네럴 프로덕트’라는 캐러지 키트(Garage Kit: 만화 캐릭터를 바탕으로 만들어지는 자작 모형) 전문점을 열었고, 계속해서 <돌아온 울트라맨>을 위시한 작품들을 만들어내면서 애니메이션 제작의 노하우를 습득했다. 이들의 꿈은 장편애니메이션 제작이었다. 안노 히데아키는 이미 <바람계곡의 나우시카>에 스탭으로 일한 적이 있었고 이런 개개인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제작사 가이낙스를 출범시킨 그들의 첫 작품이 <왕립 우주군/오네아미스의 날개>이다.
그러나 기획부터 6년이 넘는 시간이 걸린 이 야심만만한 대작은 흥행에 참패했다. 이 실패를 기점으로, 이들은 오히려 더욱 오타쿠적인 개성을 발휘하는 OVA(Original Video Animation: 비디오 출시를 계획으로 제작된 애니메이션) <탑을 노려라> 등을 제작하고, TV애니메이션 <신비한 바다의 나디아>로 성공을 맛보게 되었다. OVA <오타쿠 비디오 82> <오타쿠 비디오 85>를 발표하면서는 오타쿠적 감수성에 대한 자기반영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오타쿠적 감수성이 대중성 성공 이끌다
이들의 오타쿠적 감수성과 대중적 성공이 제대로 만난 곳은 <신세기 에반게리온>이었다. 1995년 10월에 방영을 시작한 이 애니메이션은 TV연재가 끝난 다음부터 신드롬을 일으키기 시작했고 침체기에 우울해하던 일본 애니메이션계를 부활시키는 원동력이 되었다. 일약 메이저로 뛰어오른 가이낙스와 안노 히데아키였지만 그들의 감수성은 메이저의 그것과는 여전히 달랐다. 안노 히데아키는 <식일>과 <러브&팝> 같은 실사영화들을 거치며 실험적인 작업들에 열중하고 있는 중이고, 가이낙스는 TV애니메이션인 <그와 그녀의 사정>과 OVA인 <프리크리> <마호로매틱> 등을 연이어 선보이고 있다.
포스트-에반게리온 이후의 신작들은 가이낙스의 철학을 그대로 보여준다. 흔한 10대 만화의 설정들을 가져와 자기들만의 방식으로 재창조해버리는 경쾌한 오타쿠적 감수성은 <신세기 에반게리온>의 거대한 성공에 조금도 짓눌리지 않았다. 오타쿠 함대 가이낙스와 선장 안노 히데아키는 ‘우리에게 재미있는 것이 당신들에게도 재미있다’를 모토로 여전히 음침한 방 한구석에서 전진 중이다.
김도훈 기자, <씨네21> 2004-05-18, 기사 | | |
|
|
오타쿠의 손에서 태어난 포켓몬, 세계를 날다
원래 게임보이용 프로그램이었던 <포켓몬(Pokemon)>(포켓몬스터의 애칭)은 2년도 채 안 되는 기간에 9백만 개나 팔렸다. 1996년, 지금은 부유하고 유명해진 한 게임 오타쿠의 상상력에서 태어난 포켓몬은 학교에서 커다란 붐을 일으켰고, 매출액은 무려 40억 달러에 달했다.
이것을 만화로 각색해 연재하는 잡지 <코로코로 코믹스(Korokoro Comics)>는 151마리의 포켓몬스터들이 등장하면서 발행 부수가 호당 100만 부나 늘어났으며, 3살에서 12살에 이르는 어린이의 23.6퍼센트가 이 잡지를 읽었다. 게다가 TV를 통해 방영되는 만화영화는 이 어린이들 사이에서 60퍼센트의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40개가 넘는 회사들이 수천 개의 상품들을 위한 광고 이용권을 협상했다. 한 항공 회사는 보유하고 있던 비행기들 가운데 3대의 동체에 주인공 피카추를 그러넣었고, 이들 비행기의 탑승률은 20퍼센트나 상승했다.
에티엔 바랄, <오타쿠 가상 세계의 아이들> (문학과 지성사, 2002) 가운데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