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출판 경계 / 오를라 라이언 지음 / 최재훈 옮김 / 153*225 / 244면
초콜릿, 탐욕을 팝니다
달콤함에 관한 잔혹 리포트
원제 Chocolate Nations : Living and Dying For Cocoa In West Africa
공정 무역은 과연 아프리카의 농민을 살리는가?
제3국 아동노동, 금지만이 대안인가?
진흙탕 같은 검은 현실 vs. 달콤 쌉쌀한 초콜릿의 맛
당신이 알고 있는 진실은 틀렸을지도 모른다!
“아주 매력적이고 도발적인 책! 농민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서구인들이 탐닉하는 초콜릿의 이면에 숨겨져 있는 고단한 싸움을 감동적으로 조명하고 있다.”
- 영국 경제일간지 파이낸셜 타임즈
“저자는 카카오 농장에서의 아동노동과 자유무역을 둘러싼 복잡한 쟁점들을 아주 능숙한 솜씨로 다루고 있다.”
- 미국 외교안보전문지 포린 어페어
| 책 소개 |
초콜릿 생산에 얽힌 어두운 뒷면은 이미 한국에도 잘 알려져 있다. 대기업이 만든 초콜릿이 아니라 공정무역, 대안무역을 통해 수입한 카카오로 만든 초콜릿이 많은 사람들에게 인기를 얻은 것도, 초콜릿 생산 뒤에 숨은 이야기가 그만큼 충격적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더구나 카카오를 생산하기 위해 수천 명의 아프리카 어린이들이 농장에서 일하고 있다는 사실이 널리 보도되면서, 초콜릿은 ‘아동노동 금지’라는 이슈와도 직결되는 주제가 되었다.
서아프리카의 카카오 농장에서 일하는 수천 명의 아이들과 카카오 열매를 수확하는 소규모 농민들을 진정으로 위하는 길은 과연 공정무역일까? 농장에서 일을 하지 못하게 된 아이들에게는 어떤 일이 일어나게 될까? 《초콜릿, 탐욕을 팝니다》는 저널리스트인 저자가 서아프리카 현지에서 취재한 초콜릿 생산자와 구매자, 기업과 정부의 생생한 이야기다. 감정적인 주장이 아니라, 철저하게 객관적인 현실에 근거하여 저자는 부패한 정치가 어떻게 농민들을 고통에 빠트렸는지, 가나와 코트디부아르 농민들에게 공정무역의 의미가 무엇인지, 카카오 농장의 이른바 ‘아동노동’은 왜 생겨났는지를 규명한다.
| 지은이 소개 |
■ 오를라 라이언 Órla Ryan
아일랜드 출신 저널리스트인 오를라 라이언은 영국 카디프 대학교에서 법학과 독일어를 전공했으며, 카디프 대학교 언론대학원에서 저널리즘을 공부했다. BBC에서 자신의 첫 기자생활을 시작한 그녀는 아프리카에 4년간 머물면서 다양한 삶의 현장을 취재했다. 가장 최근에는 로이터(Reuters) 통신 특파원으로 가나에서 2년간 일했으며, 서아프리카에 머무는 동안 ‘탐사보도기금(the Fund for Investigative Journalism)’의 재정적 후원을 받아 카카오와 서아프리카 농민들에 대한 취재를 진행했다. 현재는 런던의 〈파이낸셜 타임스(Financial Times)〉에서 일하며, 경제라는 거대한 시스템에 감추어진 진실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 옮긴이 소개 |
■ 최재훈
한양대학교에서 영어영문학을 전공했다. 졸업 후 국제연대운동단체에서 일했으며, 1년간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 대학의 객원 연구원으로 머물면서 ‘전쟁과 점령 반대 운동(Mobilization Against War and Occupations, MAWO)’이라는 현지 단체에서도 활동했다. 지금은 ‘경계를 넘어’라는 단체에서 활동하고 있다. 노엄 촘스키의 《숙명의 트라이앵글(2008년 개정판, 이후)》을 번역했고, 《괜찮아 여긴 쿠바야(공저, 책으로여는세상)》, 《평화를 향한 아시아의 도전(공저, 나남)》에 글을 보탰다.
| 목차 |
옮긴이 서문
서문
1장 가나는 곧 카카오다
2장 카카오 전쟁
3장 돈을 추적하라
4장 한 알의 열매가 초콜릿이 되기까지
5장 아동노동
6장 공정무역의 신화와 현실
7장 트레이딩 게임
8장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하여
글을 마무리하며
감사의 말
지은이 주석
참고자료
INDEX
| 책 속으로 |
초콜릿 산업뿐만 아니라 가나라는 한 나라를 지탱해온 건 결국 한 알 한 알 카카오를 일궈온 농민들의 땀과 노력이라는 이야기다. 그리고 그들의 그런 노력은 나라의 틀을 완전히 바꿔놓는 결과로 이어졌다. 수확한 열매를 항구까지 옮기기 위해 도로가 새로 뚫렸고, 운반된 카카오를 저장하기 위해 여기저기 창고 건물이 올라갔다. 시골에는 카카오를 팔아 번 돈으로 지은 서양식 이층집들이 군데군데 들어섰으며, 땅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는 지주들과 여러 개의 농장을 소유한 부농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지난날, 식민주의자들은 금이 많이 난다고 해서 가나를 황금해안이라 불렀다지만, 이제 가나를 대표하는 것은 금보다 카카오였다. ‘카카오가 곧 가나요, 가나가 곧 카카오’라는 말이 결코 과장된 이야기만은 아니었다.(본문 29~30p)
그런데 눈에 띄는 사실 하나가 있었다. 그런 난리 통에도 전국 곳곳의 농장에서 생산돼 나오는 카카오의 운송을 막는 세력은 없었다는 점이다. 하루도 빠짐없이 벌어지는 전투 때문에 여기저기서 농민들이 죽어나가고 도로 곳곳이 통제되는 와중에도 항구에는 카카오를 실어 나르는 트럭의 행렬이 끊이지 않았다. “우리도 다들 놀랐지요. 내전 때문에 카카오 생산이 줄어들까봐 정말 가슴 졸였는데 그렇지는 않았어요.”라고 한 수출업자가 말했다.(본문 65p)
‘프리미엄’ 같은 라벨이 붙은 초콜릿은 정말로 품질이 더 뛰어난 걸까? ‘포트넘 & 메이슨’ 사에서 초콜릿 구매를 담당했던 클로에 다우터 루셀은 마케팅 차원에서 붙인 그런 표현들에 대단히 비판적이다. 초콜릿의 카카오 함유율이 높다고 자랑하는 것은 알코올 도수가 높다고 그 와인의 가치를 높이 쳐달라는 것만큼이나 어리석은 이야기라는 것이다. “사실 ‘퍼센트’는 아무 의미 없는 개념입니다. 아로마를 제대로 살리려면 적당량의 카카오와 설탕을 넣으면 그만입니다.”라고 그녀는 말한다.(본문 111p)
지난주에 알라싼은 카카오 꼬투리에서 열매를 꺼내 나무 쟁반 위에 늘어놓고 말리는 일을 했다고 했다. 그는 이 열매가 무엇에 쓰이는지도 전혀 몰랐고, 초콜릿을 맛본 적도 없었다. 그가 아는 거라고는 정부가 그 열매들을 사간다는 것뿐이었다. 그렇게 늦은 오후까지 내내 일만 하다가 날이 저물면 다시 마을로 되돌아왔다. 그러나 그걸로 일과가 끝나는 건 아니었다. 마을에 도착해서는 물을 길어오고 푸푸에 들어갈 얌을 빻는 일을 해야 했다. 그렇게 일 년을 꼬박 일해서 알라싼이 받은 돈은 30가나 세디가 고작이었다.(본문 138p)
캐드베리가 공정무역에 동참하겠다는 게 처음엔 선뜻 이해가 안 됐던 나는 어느 날 캐드베리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담당하는 앨리슨 워드를 만나 그러한 질문을 던져 본 적이 있다. 그랬더니 그녀는 “시장에서 공정무역에 대한 소비자들의 이해도와 인식은 정말로 높습니다. 사람들이 그게 뭘 의미하는지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로서는 윤리적인 기업이라는 아주 강력한 명함이 하나 추가되는 거죠.”라고 답했다. 왜 열대우림동맹 같은 단체로부터 인증을 받는 방식이 아니라 공정무역 제품을 직접 구매하는 방식을 택했느냐고 묻자, 역시 공정무역의 브랜드 파워가 훨씬 더 강력하기 때문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본문 163p)
카카오가 자라기에 적당한 수준의 일조량과 강수량을 가진 나라는 상대적으로 드물다. 기후조건이 딱 들어맞는 말레이시아 같은 나라에서는 국민들의 경제 수준이 점점 나아지면서 굳이 농사를 짓지 않아도 먹고 살 수 있는 길이 다양하게 열려 있다. 자신들이 필요로 하는 카카오를 얻기 위해 초콜릿 회사들이 ‘기니만’에 노력을 집중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어느 분석가 역시도 “그걸 기꺼이 감당할 나라는 없습니다. 그러니 아프리카를 도울 수밖에요.”라며 그런 주장을 뒷받침했다.(본문 203p)
| 출판사 서평 |
아프리카를 돕자, 이미지의 정치학
1984년은 세계인들이 아프리카를 ‘마음’으로 인식하게 된 해였다. 영국 뮤지션들이 모인 Band Aid의 자선 싱글 ‘크리스마스인 걸 그들도 알까?(Do They Know It's Christmas?)’와 미국 뮤지션들이 모인 USA for Africa의 ‘We are the World'는 그야말로 세계를 하나로 만들며 크게 히트를 했다. 에티오피아의 굶주림을 돕자는 명분과 병들고 죽어가는 아프리카 아이들의 영상, 슈퍼스타들의 감동적인 노래와 발언들이 수백만 지구인들의 가슴을 적셨다.
Band Aid(이후 Live Aid로 확대)와 USA for Africa는 분명 선한 의도로 시작된 일이었다. 하지만 세계를 뒤흔든 그 메가 히트 이후 ‘아프리카의 병들고 굶주리는 아이들’을 돕는다는 것은 전 지구적인 차원에서 뭔가 대단히 올바르며 당연한 행동이라는 ‘이미지’를 갖게 되었다. 공정무역, 올바른 소비, (유명 연예인이 모델이 된) 구호활동 같은 일들은 선량한 행동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과연 그것이 2012년 오늘을 살아가는 아프리카 사람들을 위해 긍정적이기만 한 일일까? ‘이미지’에 가려 우리가 알지 못하는, 우리가 보려 하지 않는 아프리카의 ‘현실’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닐까?
착한 초콜릿, 공정무역 그리고 아이들의 노동
한국에서도 공정무역 초콜릿이 인기를 누리고 있다. 특정한 이벤트가 있을 때 이왕이면 공정무역 제품을 소비하는 것이 ‘의식 있는’ 사람들의 선택이라는 사실을 다들 알고 있다. 소비를 부추기는 광고들로 가득한 잡지나 TV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공정무역 초콜릿을 먹자고, 그것이 아프리카의 아이들을 돕는 일이라고, 우리는 병들고 가난한 그들을 도와야 한다고 말한다. ‘아프리카를 돕는 일’은 어쩌면 우리 시대의 유행이 되어버렸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우리는 우리가 돕고자 하는 아프리카에 대해 무엇을 알고 있는가? 당신은 아프리카에 있는 여러 나라들의 위치를 제대로 알고 있는가. 그 나라들이 겪어온 근현대사와 오늘날의 현실에 대해 무엇을 알고 있는가.
부담스러운 질문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이런 질문을 한 번 던져보자. 아프리카 사람들이 부당한 노동에 시달리며 생산하는 수많은 원료와 제품 가운데 왜 유독 초콜릿이 ‘아프리카 바깥세상’에서 이슈가 되는 걸까?
서아프리카 현지 특파원이 작성한 달콤함에 관한 잔혹 리포트
슈퍼마켓 계산대 옆 초콜릿 판매대에 가보자. 국내외 대형 브랜드에서 만든 초콜릿에서부터 독특한 이야깃거리를 담고 있는 유기농 초콜릿, 핸드메이드 초콜릿까지 다양한 제품을 누구나 손쉽게 살 수 있다. ‘세상을 더 좋은 곳으로 만들고’, ‘아프리카의 농민을 돕기 위해’ 공정무역 제품을 선택하는 사람도 상당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특정 초콜릿을 선택하는 행위만으로 그들의 삶이 나아지지 않는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아프리카에 특파원으로 머물던 4년 동안 국제 선물시장에서 카카오를 거래하는 사람들을 위해 서아프리카 카카오산업 취재를 담당했던 《초콜릿, 탐욕을 팝니다》의 저자 오를라 라이언. 그녀는 그곳에서 전 세계 카카오 생산량의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는 가나와 코트디부아르 농민들이 처한 암담한 현실을 목격했다. 그리고 그녀에게 문득 의문이 찾아왔다. 왜 농민들은 가난할 수밖에 없을까? 그리고 공정무역은 그들에게 어떤 혜택을 주고 있을까? 또한 우리가 어떤 초콜릿을 선택하는지가 그들의 삶에 영향을 줄 수 있을까?
공정무역, 당신이 아는 진실은 잘못된 것이다.
1993년에 설립된 ‘쿠아파 코쿠’는 현재 40,000명의 회원을 두고 있는 가나 최대의 공정무역 카카오 생산자 조합이다. 쿠아파 코쿠 소속 농민들은 현재 공정무역에서 보장하는 톤당 2,000달러의 최저 가격과 함께 톤당 200달러의 공정무역 프리미엄을 받는다. 국제시장에서의 카카오 가격이 공정무역 최저가를 넘으면 농민들은 그 차액만큼 보상받을 수 있다. 또한 이들은 세계 최대의 공정무역 초콜릿 생산업체 ‘디바인 초콜릿’의 지분도 절반가량 소유하고 있다.
얼핏 듣기엔 나무랄 데 없는 미담이다. 실제로 소비자가 공정무역 초콜릿을 사면 살수록 가나 농민들의 삶이 나아지는 듯했다. 하지만 취재를 위해 직접 카카오 농장을 찾은 오를라 라이언은 농민들의 현실이 그렇게 단순하지만은 않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가나 현지에서 대다수의 농민들은 쿠아파 코쿠가 아닌 다른 구매업체에 카카오를 넘기고 있었다. 국제 카카오가격이 공정무역에서 보장하는 최저가를 이미 초과해버렸기 때문이다. 게다가 쿠아파 코쿠가 공정무역 프리미엄을 통해 얻은 이윤으로 학교나 병원을 짓는 것처럼, 다른 초콜릿 구매업체에서도 현지 농민들에게 대출이나 살충제 같은 실질적인 인센티브를 지급하고 있다. 한마디로 서아프리카 현지에서는 쿠아파 코쿠만 공정한 것은 아니었다.
우리의 기대와는 달리, 저자가 현지에서 목격한 공정무역은 그저 잠재력을 가진 틈새시장일 뿐이었다. 지난해, 쿠아파 코쿠는 약 2만 톤의 공정무역 카카오를 판매했다. 이는 2011년 가나에서 생산된 65만 톤의 카카오에 비하면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 양이다. 게다가 쿠아파 코쿠의 조합원 4만 명은 가나 전체 카카오 생산 농민 72만 명에서 단 5%만 차지할 뿐이다.
저자가 곳곳에서 확인한 것은, 윤리적 상표를 단 제품에 높은 가격을 매김으로써 제조업체나 소매업자에게 돌아가는 이윤이 (농민에게 돌아가는 이익보다) 더 커진다는 사실이었다. 공정무역이라는 것이 사람들의 이타심을 자극하는 또 하나의 ‘브랜드’이며 ‘마케팅 이미지’에 지나지 않게 된 상황. 오를라 라이언은 폭넓은 취재를 통해 실질적으로 서아프리카 농민들의 ‘삶의 질’을 변화시킬 수 있는 요인들을 면밀히 살핀다.
아동노동, 과연 금지만이 대안인가?
2001년, 미국의 톰 하킨 민주당 상원의원이 엘리엇 엥겔 하원의원과 함께 카카오 농업에서 아동노동을 근절시키기 위해 ‘하킨-엥겔 의정서’를 발의했을 때, 카카오 업계, 그리고 가나와 코트디부아르 정부는 적잖이 당황했다. 그만큼 카카오 농장에서 일하는 아동 노동자의 숫자가 많다는 이야기였다. 2000년대 초부터 아동노동에 대한 관심이 세계적으로 커지면서, 카카오 농장에서 일하는 아이들의 비참한 삶은 서아프리카 카카오 산업을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상징처럼 자리 잡게 되었다.
하지만 저자 오를라 라이언이 현지에서 만난 정부, 업계, 농민들의 이야기는 서구 사회의 시각과는 달랐다. 카카오 농업이 경제적으로 의미를 지닐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현재로서는 가족노동의 형태로 아이들의 노동력을 활용하는 것이라는 이야기였다. 때때로 위험한 환경에 노출되고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경우도 흔하지만, 아이들이 사는 나라가 그만큼 가난하다는 것이 이 노동의 원인이었다. 한마디로 아동노동 문제는 왜곡된 경제구조에서 비롯된 것이지, 윤리적인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저자 또한 아동노동을 근본적으로 근절해야 함에는 강력하게 동의한다. 하지만 현재 벌어지는 아동노동 근절 캠페인이나 그에 대한 언론의 보도 태도는 빈곤의 본질이나 카카오 농장의 실제 삶을 이해하지 못한 채, 복잡한 현실을 지나치게 단순화시키고 있다고 말한다. 대부분의 카카오 농민들은 자녀를 교육시키고자 하는 강렬한 열망을 가지고 있다. 그 꿈을 실현되지 못하게 만드는 것은 아프리카 카카오 산업 전체에 뿌리 깊게 내재된 기형적 경제구조와 부패한 정치이다. 현실을 바꾸고자 한다면,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여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그것이 제대로 된 방법이다.
정답, 구조를 생각하자.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는 아동노동 금지나 공정무역 캠페인 등을 통해 현실을 바꿔보려는 다양한 노력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아프리카 농민들의 생활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더욱 많은 것들이 필요하다. 카카오 시장은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을 만큼 변덕스럽고, 몇몇 다국적 기업들이 시장을 독차지하고 있다. 농민들은 여전히 카카오에 부과되는 높은 세금에 시달리고 있으며, 시간이 갈수록 카카오의 생산성은 줄어들고 있다. 단순히 ‘윤리적’이고 선량한 의도에서 비롯된 해결책에 머물러서는 카카오 농민들이 직면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그만큼 카카오 산업의 문제가 다층적이라는 이야기다.
《초콜릿, 탐욕을 팝니다》는 가나와 코트디부아르의 근현대사와 부패한 정치 속에서 초콜릿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따라가며 카카오 산업의 구조적 문제를 진단하고 그 대안을 고민한다. 그리고 아프리카 농민들의 삶이 실제로 변화하기 위해서는 우리 같은 소비자가 어떤 초콜릿을 고르느냐의 문제는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초콜릿의 문제는 ‘국민 전체의 이익을 최우선에 두는 정부를 어떻게 세울 수 있을 것인가?’라는 민주주의의 문제, 작물 다각화나 토지 개혁 같은 제도적 차원의 과제라는 저자 오를라 라이언의 주장은 우리가 귀 기울여볼 가치가 충분하다.
저널리스트의 생생한 취재로 일궈낸 ‘팩트의 미덕’
카카오 농장에서 일하는 수천 명의 아이들에서부터 카카오 열매를 수확하는 소규모 농민들까지. 《초콜릿, 탐욕을 팝니다》는 서아프리카 현지에서 취재한 생산자와 구매자, 기업과 정부의 생생한 이야기를 통해 진흙탕 같은 현실과 달콤한 초콜릿 사이의 간극을 드러낸다. 또한 4년이라는 시간 동안 현장에서 수집한 다양한 사례와 통계자료는 책 속에서 묘사되는 서아프리카 현실에 씁쓸함을 더한다. 그리고 사건이나 현상을 일단 ‘삐딱하게’ 바라보는 저자의 시선을 찬찬히 따라가다 보면, 초콜릿 산업의 구조적 문제와 해법을 넘어 우리가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다양한 문제에 대해 비판적 시각을 가질 수도 있을 것이다.
달콤함 뒤에 숨겨진 초콜릿의 씁쓸한 진실
50% - 서아프리카에는 약 200만 명의 농민들이 카카오 농업에 종사하고 있으며, 전 세계 카카오의 50% 이상이 각각 생산량 1, 2위인 코트디부아르와 가나 두 나라에서 생산된다.
3분의 2 vs 5분의 1 - 전 세계 카카오 생산량의 약 3분의 2가 서아프리카에서 생산되지만, 그 지역에서 가공되는 카카오의 양은 5분의 1에도 못 미친다. 그뿐만 아니라 서아프리카에서 생산되는 초콜릿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4% - 카카오는 가나와 코트디부아르 두 나라의 최대 수출품 중 하나이며, 초콜릿을 만드는 데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재료이기도 하다. 그러나 카카오를 재배하는 농민들에게는 영국에서 평균적으로 판매되는 밀크 초콜릿 가격의 단 4%만 돌아갈 뿐이다.
430원 vs 70원 - 초콜릿 제조업체가 1000원짜리 초콜릿 하나를 팔아서 벌어들이는 평균 수익은 430원인 반면, 거기에 들어가는 카카오 재료비는 불과 70원밖에 되지 않는다.
750억 달러 vs 12억 달러 - 세계 시장에서 판매되는 초콜릿과 그 관련 상품의 가치는 연간 750억 달러이지만, 세계 2위의 카카오 생산국인 가나가 카카오 수출로 벌어들이는 돈은 2008년 기준으로 12억 달러에 지나지 않는다.
첫댓글 그림이 안보이네요..^^
좋은책 소개 감사합니다.